[맷피터] Don't bite (미완성)
🕶x🕷/소설
2025. 9. 3. 10:09
- 미완성
첫 시작은 가벼운 불안증이었다. 길거리 자경단원이라면 누구나 겪은 흔하디 흔한 마음의 질병말이다. 내가 실패하면 어떡하지. 가족이나 누군가가 다치면 어떡하지. 보통은 지독하게 불행할 때 찾아오는 게 당연한 불안은 피터에게는 다르게 다가왔다. 이 불안증은 행복해서 발생했다. 피터가 내린 결론은 그랬다. 행복하다는 기분이 들면 묘하게 가슴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두통처럼 아픈 것이다. 일종의 스파이더센스와 느낌이 비슷했는데 그보다도 더 불분명하고 흐릿한 감각이었다. 물속에 푹 잠겨서 귓가가 멍멍한 것처럼 지금의 즐거움에 푹 젖어서 언젠가 다가올 불행을 막지 못할 것만 같은, 그런 두려움이었다.
더 이상 스파이더맨 일로 사라진 것을 변명할 필요도, 다쳐온 이유를 해명할 이유도 없다. 맷과 연애를 시작한 이후로 피터는 꽤나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는 중이었다. 같이 패트롤을 돌고, 같이 돌아가서 껴안고 있기. 평생 이런 하루를 바랐던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완벽했고, 정말로 행복했다. 스파이더맨을 시작했던 어린 시절 이후로 처음으로 제대로 땅을 딛고 서 있는 기분이었다.
더 이상 바랄 게 없었다. 그리고 파커의 운수는 그 순간에 빛을 발했다. 아직까지는 잠잠하지만 언제 또 불행이 찾아올지 몰라. 이 행복이 언제든 엎어질지 모른다는 그런 불안. 피터는 제 불안감을 통제하는 방법을 스파이더맨 활동 이외에는 아직 찾지 못했고, 스파이더맨을 할 수 없을 때에는 저도 모르게 불안하게 이리저리 걷고 피터에게 주어진 일을 다급하게 해냈다.
얼른 맷의 집으로 가서 맷에게 즐거운 이야기를 쏟아내고, 같이 뉴욕 이곳저곳을 누비고 싶어.
그런 생각으로 가득해진 머리는 얼른 해가 지기만을 기다렸다. 그렇게 바쁘게 피터의 하루를 보내다가, 우연히 찾은 해소법이 이것이었다. 젤리 씹기. 피터의 버릇은 정말 작은 곳에서 시작했다. 그냥 어쩌다 선물 받은 젤리가 해소법이 될 줄이야. 질긴 젤라틴 덩어리를 꼭꼭 씹다 보면 울렁거리던 마음이 가라앉았다. 젤리를 씹고, 삼킨다. 이 행위가 나중에는 다른 곳도 무는 것으로 바뀔 줄은 피터 본인도 몰랐던 일이다. 질긴 젤리를 씹던 버릇은 곧 제 입술을 이빨로 꾹꾹 누르는 것이 되었고, 곧 제 입안을 씹는 행위로 번졌다. 어디까지나 피터 본인의 입술이나 볼 안쪽을 이로 씹을 뿐이었고, 여기까지는 피터도 괜찮다고 생각했었다.
젤리나 꾹꾹 씹고, 제 입술만 열심히 짓이기는데 손가락을 먼저 비집어 넣은 것은 매튜였다.
피터, 그러다 피 나겠어.
하도 이로 씹어서 부르트고 낫길 반복하던 입술을 만지작거리던 맷이 입술 사이로 검지를 꾸욱 밀어 넣었다. 처음에는 깜짝 놀라 밀어냈던 피터는 어느새 맷의 손을 꼭 쥐고 있었다. 그날로 피터의 버릇은 더욱 나빠졌다.
이건 다 맷 잘못이야.
아직 밖은 밝았고, 밤은 멀었다. 피터는 제 엄지 끝을 잘근잘근 씹었다.
1.
강아지가 무는 것 같다. 그것도 정말 작은 강아지.
오늘도 변호사다운 깔끔한 정장 차림으로 사무실로 출근한 매튜는 간질간질한 감각이 남아 있는 제 손가락을 괜히 접고 펴길 반복했다. 손가락을 잘근잘근 씹히던 감각이 아직까지 선명했던 탓이었다. 피터의 버릇은 낫기는커녕 더욱 악화 중인 게 틀림없었다. 고치게 하긴 해야 할 텐데. 점자로 이루어진 서류를 살펴보려다가도 손가락 끝에 닿았던 말캉한 혓바닥이 떠올라서 맷은 괜히 손끝으로 책상을 톡톡 두드렸다. 말랑한 혀와는 다른 딱딱한 책상의 감촉이 어색했다. 이러다가는 피터의 버릇이 제게 다른 방식으로 옮겨올 판이었다.
피터에게 손을 내어주는 것도 이제 익숙했다. 소파에 앉아 있다가도, 침대에 있다가도 피터는 종종 맷의 손을 잡아 왔고, 어느새 맷의 손가락은 피터의 입에 들어가 있었다. 어제도 맷, 하고 이름을 부르던 보드라운 입술 사이로 들어간 손가락은 한참을 붙잡혀 있었다. 몰캉하고 뜨거운 혓바닥이 얇은 피부 위를 훑고 지나가는 탓에 간지럼을 탄 손끝이 조금 움직이면 이로 잘근잘근 씹혔다. 이갈이라도 하는 강아지 마냥 제 손가락을 꾹꾹 씹는 피터가 귀엽지만 동시에 자극적이다. 최근 잠자리가 늘어난 것은 피터의 버릇 때문이라고 맷은 생각했다. 침대에 누운 피터는 결코 자신은 그런 의도로 무는 것이 아니라 주장했지만 감각이 예민한 매튜에게는 축축하게 젖은 혀도, 피부 위로 닿는 고른 치열도 제 인내심을 시험하는 행위였다. 피터의 버릇이 손가락을 씹는 것으로 번져간 이후로 확실히 침대 위를 뒹구는 시간이 길어진 것은 피터의 탓이다. 맷은 어른스럽지 못한 태도로 책임을 미뤘다.
‘흐윽, 매앳…’
섹스 중에도, 잠결에도 피터의 입은 쉬질 않았다. 명확하게 발음되지 않는 제 이름이, 젖어 있던 목소리가 떠올랐다. 맷이 움직일 때도 피터의 이는 매튜의 손가락을 가볍게 물고 있었고, 손가락이 들어찬 입술 사이로는 삼키지 못한 타액에 흘러 바닥이나 침대 위로 떨어졌다. 뚝뚝 떨어지는 작고 작은 소리가 얼마나 선명하게 들리는지 피터는 아직까지 모르는 게 분명했다. 시각을 잃고 얻은 뛰어난 감각이 그저 자경단 활동을 할 때만 예민한 게 아니라는 걸 종종 잊는 애인이 잠에 빠지고도 맷의 검지 끝을 이로 꾹 무는 탓에 간지러움에 잠에서 깬 적도 있었다. 꿈속에 빠져 잔잔히 뛰는 심장 소리에 손가락이 들어간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는 옅은 숨결, 그리고 가볍게 제 손가락을 물고 있는 이가 귀엽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보지 못해서 더 많은 걸 느꼈다. 그렇기에 맷은 아직까지 피터의 버릇을 고치라 말하지 못했다. 어린 애인의 귀여운 버릇을 차마 지적할 수 없었다.
한 번 떠오르기 시작하니 일에 집중이 되질 않는다. 맷은 간지러운 손을 접었다 펴며 손가락 운동을 하듯 움직였다. 아직 퇴근 시간은 멀었고, 일은 남아 있었다. 제 손가락을 씹던 버릇 나쁜 애인 생각이 나서, 그게 또 뜨거웠던 잠자리로 이어졌던 것이 선명해졌다고 차마 넬슨 앤 머독 변호사 사무실의 공동 창업자인 포기에게 말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맷은 자리에서 일어나기로 했다. 가만히 앉아 일을 하기에는 어젯밤의 감각이 너무도 선명했다.
차라리 커피 한 잔하면서 사무실 바깥으로 감각을 옮겨서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나 경적음 따위에 집중하는 게 지금으로서는 나을 것 같아서, 맷은 개인 사무실 문을 열고 나가 마찬가지로 서류에 쌓인 포기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포기, 나 커피 사러 갈 건데 필요한 거 있어?”
“단 거! 머리가 띵하도록 단 게 필요해!”
문을 열고 일을 하던 포기가 냉큼 소리쳤다. 쌓인 일거리만큼 당이 필요한 시간이다.
“그럼 적당히 단 걸로 사 올게.”
매튜는 고개를 끄덕이고 바삐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얼른 애인 생각은 잠깐 미뤄두고 일을 하자. 처음 목적은 정말 그랬다.
여기서 피터를 만나버릴 줄은 몰랐지. 맷은 카페로 들어가기 전부터 피터를 알아차렸다. 심장 소리가 일반인과는 달랐으니 그 정도는 간단히 알 수 있는 정보였고, 아침에도 맡았던 체취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선명히 느껴졌다. 사무실 근처에 올 일이 있으면 연락해 주면 좋았을 텐데. 맷은 시각장애인용 지팡이를 쥐고 주문을 위해 카운터에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피터는 카페 구석의 테이블에서 앉아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는 모양이었다. 여자 둘에 남자 하나, 그리고 피터까지 딱 이상적인 조합이다. 맷은 괜히 입술을 삐죽거렸다.
향긋한 커피 냄새에 여러 사람들의 체취가 섞였고, 그 사이로 피터의 것도 있다. 아까까지 간질거리던 손가락이 괜히 더 신경 쓰였다.
주문을 끝내고 가서 인사라도 해야 할까. 우연히 마주친 척하면서. 정말 우연은 맞지만. 겸사겸사 피터의 친구들에게 인사도 하면서, 눈도장이나 찍자는 그런 생각도 섞여 있었다.
주문을 마친 맷은 케인으로 바닥을 툭툭 치면서 감각은 피터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피터는 어느새 제 입술을 이로 꾹 씹고 있었다. 거리가 있어서 명확하게 들리지는 않았지만 제 입술을 고른 치열로 잘근잘근 무는 듯했다.
강아지의 버릇이 집에서만 그런 줄 알았는데. 철부지 같은 애인의 버릇에 맷이 한숨섞인 웃음을 뱉었다. 주문이 끝나면 피터에게 가볼까 고민하는데, 피터의 행동이 뚝- 멈췄다.
“피터―, 입술 트겠어. 네가 애냐?”
피터의 뺨을 꾹 누르며 친구 하나가 말했다. 힘이 살짝 들어간 검지가 피터의 볼을 꾸욱 누르고 있었다. 검지에 눌린 피터의 뺨이 옴폭 패였고, 잘 단정된 손톱이 얇은 피부에 닿아 금방 사라질 얇은 자국을 만들고 있었다.
“괜찮아, 금방 나아!”
피터가 유쾌하게 대꾸하며 제 뺨을 꾹 누른 손을 장난스럽게 쥐었다.
“그리고 나 애 아니거든? 콱 물어버린다?”
“와악! 살려줘! 파커가 날 물어!”
손을 무는 체를 하며 장난을 치는 피터의 목소리가 퍽 쾌활했다. 맷이 주로 아는 것은 스파이더맨으로의 피터이지, 피터 파커로 주위 친구들과 어떻게 지내고 있었는지는 별로 알 일이 없었다. 많이 친한 모양이지. 맷은 당장이라도 다가가고 싶은 마음을 눌러야 했다.
맷은 피터의 버릇이 집 안에서만 한정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았다. 친구에게 지적을 받고 잠깐 행위를 멈췄던 피터는 어느새 다시 제 손가락을 입술에 대고 잘근잘근 씹고 있었다. 차라리 주위에서 버릇없다고 싫어해 주면 좋을 텐데, 피터의 곁에 앉은 이의 심장 소리가 영락없이 호감을 품고 있었다. 피터의 버릇이 시작되고 달라진 빨라진 맥박이 그 증거였다. 피터가 볼에서 손을 떼어내려 잡았을 때도, 물어버린다며 이를 드러내며 웃을 때도 심장 소리는 빨라졌다. 제 손가락을 꾹꾹 씹는 피터의 행동과 맥박의 변화가 역시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는 게 분명하다. 입술 사이로 들어간 손가락, 문뜩 나오는 혀가 보는 이에게도 자극적인 모양이다. 뺨을 누를 때보다 더 빨라진 심장 소리와 눈치 하나 없이 그저 쿵쿵 적당히 울리는 안정된 피터의 소리를 들으며 맷은 그제야 피터의 행동이 문제가 있음을 깨달았다. 감각만이 아니라, 시각적인 부분에서도 피터의 행동은 자극제였다.
저 버릇 나쁜 강아지. 맷은 케인으로 땅을 툭툭 치며 한숨을 뱉었다. 날카로운 감각은 음악 소리와 사람들의 말소리 사이로도 피터의 행동과 음성을 정확하게 잡아냈다. 피터는 본인의 행동에 자각이 없었다.
질투하는 것처럼 보이겠지.
맷은 저보다도 어린 무리에 다가가서 피터의 애인임을 밝히고픈 제 충동을 꾹 눌렀다. 피터에게 괜한 트집잡힐 거리를 제공하고 싶지도 않거니와 억압적인 애인척 굴고 싶지도 않았다. 피터도 맷도 성인이긴 했으나 피터는 어린 편이었고, 둘의 관계에서 어른스러운 역할은 맷이 해야 할 일이었다. 결국 맷은 피터에게 호감을 가진 심장 소리와 그것을 전혀 모르는 애인의 자각 없는 무는 버릇을 온전히 느끼며, 아는 체도 하지 못하고 커피와 디저트를 들고 카페 밖으로 나왔다. 피터가 제 앞에서 저러는 건 귀여우니 괜찮지만 다른 사람에게도 자극적인 행동이라면, 하지 않는 게 나았다. 피터가 알면 질투냐며 놀림거리가 생긴 아이 마냥 그저 웃어넘길 게 뻔한 생각을 하며 맷은 사무실로 걸어갔다.
맷은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에 강아지 같은 애인의 버릇을 고쳐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다. 버릇이라는 것은 무의식적인 행동이라 본인의 자각이 없이는 고치기 힘들게 분명했다. 피터에게 무는 버릇이 나쁘다는 걸 인식시켜야 하는데, 거기서부터가 난관이었다. 잘못하면 괜한 지적으로 보여질 텐데 그러고 싶지 않았다. 피터에게는 가급적 마음 넓은, 다정한 애인으로 보이고 싶었다. 피터가 편히 기댈 수 있던 것도 맷의 그런 태도 덕분이었고, 그렇게 피터와 사귀게 되었다. 그러니 어른스러운 애인을 연기해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피터가 다른 이들에게 유혹적인 태도를, 피터는 동의하지 않겠지만, 보이는 것은 역시나 유쾌한 상황은 아니었기에 제 강아지의 버릇을 고칠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했다. 반론을 준비하는 것보다도 어려운 문제였다.
결국 해가 다 지고, 뉴욕이 조금 소란스러워지는 시간까지 답을 내리지 못한 채로 맷은 퇴근을 했고, 언제나처럼 먼저 와서 소파에 누워 있던 피터가 벌떡 일어나 맷을 반겼다. 아침에도 같이 있었는데 오늘 처음 만나는 것 마냥 반가워하는 피터의 목소리에 맷은 또 잔소리를 접어두어야 했다. 강아지처럼 반겨주는 애인에게 ‘버릇 좀 고쳐’라는 말을 할 수가 없어서, 맷은 그저 피터를 두 팔로 꽉 안아주는 것으로 말을 대신했다.
간단하게 저녁을 해결하고 맷은 소파에 앉아 집까지 가져온 일거리를 살폈다. 오전에는 손가락을 우물거리던 피터가 주던 감각이 떠올라서, 그리고 오후에는 피터의 뺨을 꾹 누르던 이의 목소리가 떠올라서 살펴보지 못한 사건 케이스들이었다. 맷이 서류를 한 손으로 들고 다른 손끝으로 잉크를 더듬어 조금씩 읽어나가는데 피터가 슬금슬금 다가와 무릎을 차지하고 소파에 누워버렸다. 그 행동이 정말 나 좀 봐달라고 시위하는 것 같아 한숨처럼 웃음이 새어 나왔다. 이래 놓고 어린 것 같다고 말하면 냉큼 일어나 이제 대학도 졸업한 성인이라며 쫑알거릴 게 뻔해서 그저 머리칼을 두어 번 쓰다듬어 주고는 다시 서류로 손을 옮겼다.
피터가 머리통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사이에도 맷의 손은 묵묵히 서류를 읽고 있었다. 점자가 아닌 일반 잉크로 인쇄된 자료를 읽으려면 초감각으로도 꽤나 집중이 필요했다.
“맷, 요즘 많이 바빠요?”
결국 인내심이 바닥난 것은 피터였다. 맷의 허벅지에 머리를 대고 다리를 쭉 뻗고 있는 피터가 조르듯 물었다. 허벅지를 베고 누운 탓에 피터의 시선에서는 맷의 턱 끝과 선글라스만 조금 보일 뿐이었다. 맷이 고개를 조금만 숙여주면 얼굴이 잘 보일 텐데, 생각하면서도 고개를 내려달라 부탁하진 않고 그저 수염이 올라온 턱만 째려보고 있었다. 저녁을 먹자마자 일하느라 바쁜 애인에게 나 좀 봐주세요, 여기 봐주세요, 하고 말하는 게 폼이 나질 않아서 그냥 무릎에 누워만 있으려고 했는데 막상 맷이 계속 종이만 쳐다보고 있으니 가만히 누워만 있는 게 지루했다. 계속 볼 거면 저도 뭔가 다른 일을 해야할 듯 싶었다.
“심심해?”
“조금요. 아, 바쁜데 놀아달라는 거 아니에요!”
바쁘게 입을 움직이며 변명을 하는데 그제야 맷의 얼굴이 보였다. 그저 소리가 아래에서 나니까 고개도 절로 소리가 나는 피터의 얼굴 쪽으로 향한 게 분명했다. 그래도 얼굴이 보이니까 아래에서 보는 전망도 나쁘지 않다. 그런 생각으로 제게 향한 얼굴을 마냥 보고만 있던 피터는 “피터?”하고 부르는 맷의 목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맷이 바쁘면 저도 일 좀 할게요!”
피터가 벌떡 일어나서 침실로 쪼르르 갔다. 심장 소리가 쿵쾅거리는 게 피터가 가져온 일은 없는 모양인데, 그냥 엉겁결에 내뱉은 말이 분명해서 맷은 고개를 얕게 저으며 웃었다. 그냥 솔직하게 놀아달라고 해도 되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피터 딴에는 애처럼 보이는 게 싫은 모양인 듯하여 그저 넘어가 주기로 했다. 침실에 대충 던져두었던 배낭에서 노트북을 가져와서 냉큼 다시 옆자리를 차지하고 앉는 게 영락없이 주인을 쫓는 강아지였다. 소파에 무릎을 세워 앉아 그 위에 노트북을 올려둔 피터가 슬금슬금 기대어 와서 맷은 그저 말없이 피터의 머리통을 어깨로 받치고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서 종이의 글자를 살폈다. 두근대는 심장 소리가 그저 지금만으로도 만족한다는 듯 울리고 있었다.
또, 시작이다.
맷이 손을 내어주지 못하는 상황이 오니 피터가 다시 제 입술이나 볼 안쪽을 씹기 시작했다. 방사능 거미에게 물린 덕분에 가벼운 상처는 금방 흉 없이 사라졌지만, 맷의 감각이 남다르다는 게 문제였다. 혀가 움직이는 소리나 젖은 소리, 거기에 이가 낸 작은 상처가 빠르게 아물어 가는 감각이 자극적이었다. 노트북으로 인터넷 서핑이나 하는 게 분명한 피터는 지금도 자각 없이 제 볼 안쪽에 상처를 내고 있었다. 피터가 입으로 숨을 내뱉을 때마다 작은 상처에서 배어나온 옅은 혈향이 맷의 코끝에 감돌았다. 저러니까 가만둘 수가 없지. 제 말랑한 입술을 씹던 이빨이 손가락을 물어오던 게 생각이 나서, 맷은 읽던 종이를 소파 앞에 놓인 테이블에 올려두고 제게 온몸을 기댄 채로 노트북에 시선을 두고 있는 피터의 입술 사이로 손가락을 꾹 밀어 넣었다.
“피 난다니까, 피터.”
“웁!”
갑자기 예고도 없이 입술을 비집고 들어온 손가락에 놀랐던 피터가 맷을 째려보다가 맷의 손가락을 살살 물었다. 간지러울 정도로 가벼운 입질이었다. 피터에게 물린 손가락 끝으로 맷은 방금까지 피터의 이가 신나게 씹고 있던 여린 살을 더듬었다. 봐, 상처 남았잖아. 이로 뜯겨서 울퉁불퉁한 점막 표면이 닿고, 빠르게 재생 중인 세포의 움직임이 맷의 감각에 만져졌다. 축축하고 부드러운 점막을 더듬는 손가락의 움직임에 입술 사이로 삼키지 못한 타액이 흘렀다.
“매앳…?”
피터가 입안에 손가락을 물려 뭉개진 발음으로 맷을 불렀다. 맷은 상처 난 입안이 매끈하게 돌아갈 때까지 빼줄 생각이 없는지 손가락으로 연신 볼 안쪽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눈을 끔뻑이며 맷을 쳐다보던 피터는 이게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맷의 입가를 통해 알았다. 슬며시 올라간 입꼬리가 영락없이 즐거워하는 눈치였다. 분명 또 잘 생각이야. 무는 버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맷이 하는 행동에 있다고 피터는 생각하고 있었다. 손가락을 꾹꾹 씹는 걸 핑계 삼아 맷이랑 잤던 게 몇 번인지. 피터는 오늘만큼은 맷의 페이스에 말리지 말자고 생각하면서도 제 볼을 씹는 것보다 단단하고 단정한 손가락을 꾹꾹 이빨로 눌러보는 것을 멈추지 못했다. 얼른 맷을 밀어두고 간식이라도 잔뜩 꺼내어 먹을까. 뭐든 씹고 먹으면 해결되지 않을까.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곧고 거친 손가락을 차마 힘주어 깨물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빼내지도 못했다. 상처 난 점막을 눌러보던 손은 어느새 피터의 혀를 꾹 누르고 있었다.
“피터”
혀를 짓누르고, 그 위를 손톱으로 가볍게 긁어내리는 손길이 간질러웠다. 타액으로 축축하게 젖은 손가락이 입술 사이로 빠져나갔다.
“노트북 떨어지겠는데?”
“네? 어?? 와악!!”
피터가 소리를 지르며 아래로 몸을 던져 아슬아슬하게 무릎에 걸쳐져 있던 노트북이 바닥에 떨어질 뻔한 것을 가까스로 잡아냈다.
“요즘 스파이더센스도 믿을 게 못 돼요.”
“큰 위협이 아니어서 안 울렸나 보지.”
“제 주머니에는 엄청난 위협인걸요! 이거 부서지면 일하느라 두 달은 저 못 볼 걸요.”
우당탕 소리를 내며 소파 아래로 엎어진 피터가 노트북을 꼬옥 쥐고 대답했다. 시선을 올려 맷을 보는데 소파에 앉은 채로 웃고 있는 매튜의 입매와 선글라스에 비추어진 제 모습에 웃음이 터졌다. 지금 상황이 웃기긴 했다. 완전 자기 직전의 분위기였는데 무거웠던 분위기는 금방 사라져 있었다. 그래도 노트북이 살아서 다행이야. 겨우 살려낸 노트북을 테이블에 두고 일어나려는데 소파에 앉은 맷이 타액으로 반들거리는 손가락으로 제 색안경을 벗는 게 눈에 들어왔다. 저 얼굴이 문제야. 피터가 입술을 삐죽이며 절로 침이 넘어가는 건 어쩔 수 없는 본능에 가까운 거라고 스스로에게 변명하는 사이에 맷의 손가락이 다시 피터의 입술로 향했다. 입술을 문지르는 손가락에 조금 열이 오른 것 같았다.
“그만할 거야?”
“맷…, 그거 꼭 물어봐야 해요?”
가벼워진 분위기를 다시 달아오르게 하는 것은 아주 간단한 일이었다. 피터, 하고 맷이 입술을 더듬으면 결국 지는 쪽은 언제나 피터였다. 꾹 닫혀서 열어주지 않으려 애쓰던 입술이 결국에는 맷의 손가락을 삼켰다. 맷은 상처가 났던 피터의 볼 안쪽을 손가락 끝으로 더듬었다. 빠르게 나은 상처는 흉 없이 매끈해졌고, 피터의 입은 이미 아문 상처에서 남긴 옅은 피 냄새를 머금고 있었다. 굳이 만져보지 않아도 알고 있던 것을 손가락의 감각으로 확인한 뒤에 말캉거리는 혀를 손끝으로 문지르고 누르자 넘친 타액이 손을 더럽히고 있었다. 타액으로 손가락이 축축하게 젖을 때까지 입안을 휘젓던 맷은 손가락을 빼내고 타액으로 반들거리는 입술 위에 입을 맞췄다.
“연인사이라도 동의는 중요하니까.”
“누가 고소라도 한대요?”
피터가 장난스레 대답하며 맷의 입에 다시 도장을 찍었다. 가벼운 입맞춤이 좋아서 피터가 혀를 내밀면 오히려 입술을 강하게 빨았다. 부드럽게 빨아 감각이 무뎌진 입술을 이로 물고, 다시 아프다 싶으면 부드럽게 훑으며 질척이는 소리가 났다. 맷에게 맞추기 위해 피터는 열심히 애써봤지만, 능숙하게 입술을 물고 이로 훑는 맷과 그저 무는 것만 아는 피터 사이에는 좁힐 수 없는 차이가 존재하는 것 같았다. 분명 같은 동작을 해보는데도 영 느낌이 나질 않았다. 결국 그 차이를 노력으로 극복해 보자며 피터는 노련한 키스에 맞춰 움직이는 수 밖에 없었다.
강아지 같다니까. 열심히 맷의 입술을 살짝살짝 물고 빠는 게 여전히 서툴러서 강아지의 입질처럼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피터가 키스에 열중하며 맷의 아랫입술을 입에 머금는 사이, 맷은 능숙하게 피터가 입은 헐렁한 트레이닝복 바지 사이로 손을 넣었다. 늘 그렇듯 맷의 옷장에서 나온 것이어서 피터에게는 조금 허리가 남아 손을 넣기 딱 알맞았다. 피터의 타액으로 젖은 손가락이 들어간 곳은 늘 그렇듯 피터의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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