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Matt x 616Pe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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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1. 23. 17:53

65맷은 컨트롤프릭 성향인데, 616피터는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에 65맷이 힘들어할 거 같다는 생각.. 성가신 거미에서 다시 나를 이해해줄 상대로 616피터를 보게되는 65맷이 보고싶고.. 결국 65맷의 방식은 자신과 같게 만들겠다고 할텐데.. 피터는 말을 듣지 않는 편이고, 아무튼 그렇게 맷이 의도하지 않은 빌런들이랑 싸우고 상처 달고오는 616피터를 상상하기.. 65맷은 컨트롤프릭이기 때문에 자기가 바라지 않은 빌런에 의해 다친 거미를 보면 화가 날 것 같고.. 그런 관계성의 65맷과 616피터도 보고싶다.

같이 바닥을 함께 굴러주어야만 날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65맷과 스스로가 이미 죄인이어서 죄책감과 자기혐오가 가득한 616피터.. 서로의 자기혐오가 일치하는 것을 보게되고(그 결과로 걸은 길은 다르지만) 애매한 상태로 피터를 잡고 있는 맷이 보고싶다는 생각.. 하지만 맷 스스로 피터에게 말하지 않고, 언제나 가면처럼 웃고 있기 때문에.. 그런데 그거 616피터도 마찬가지 아닌가...?

65지구에서 스파이더맨을 하려다가 경찰이나 빌런에게 다친 피터와 구해주는 맷(자기가 의도한 상황이 아니니까)이 보고 싶다. 피터는 조금 단순한 면이 있기 때문에 그 상황에서 잠깐 착해보이면 선한가..? 라고 착각할 거 같기도 하고, 아무튼 그렇게 피터를 걱정하는 65맷과 맷에게서 선함이 있지 않은가 의식하게 되는 616피터가 보고 싶습니다..

616피터가 차원이동기로 65지구에 간 후 기기 고장으로 갇혀버리는 이야기도 좋다. 65맷과 그렇게 만나는 616피터. 616맷과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분위기와 대화방식에 당황하는 피터와 다시 눈앞에 생겨난 거미를 바닥에 떨어뜨리고자하는 맷 보고싶다..

616맷은 피터의 이상을 지켜주고 싶어했는데, 65맷은 오히려 떨어뜨리고 싶어하는 쪽이라니 재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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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6 Matt X Peter 관계성 잡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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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1. 23. 11:06

1. 맷은 속이 좁은가.. 포기에게 하는 짓이나 엘렉트라와 헤어진 후에 안만나려는 거 보면 좁은데, 피터에게는 멋진 형을 보여주고 있어서.. 피터에게 애쓰는 느낌이 있다. 그렇게 피터에게 잘보이려고 애쓰고, 피터가 보여주는 존경과 동질감에서 자기 위안을 얻는 맷으로 자주 해석하게 됨

2. 피터만큼 데어데블(맷 머독)을 히어로, 이상적인 사람, 존경, 포기하지 않는 사람으로 바라봐주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피터의 그런 생각은 오랫동안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맷은 은근히 피터에게서 위안과 의지를 얻고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될 때가 있다. 둘다 서로의 말은 잘 듣는 편..

3. 맷과 피터가 서로를 거울상으로 보는 것은 맞는데, 피터의 경우에는 이해자로 맷을 보고 있고, 맷의 경우에는 더 이상적인 진짜 선으로 피터를 보는 느낌이 있다.. 그렇게 피터는 맷에게서 이해를 받길 바라고(본인도 그걸 해주고 싶다), 맷은 피터를 보며 스스로의 행동이나 감정을 돌아보기도 함

4. 피터는 맷을 자신의 거울상으로 인지하는 부분이 있어서, DD(2019-2021)에서 맷이 실수로 살인을 했을 때 자신을 비춰보고, 맷을 멈추게 함. 맷은 피터를 이상적인 선으로 보기 때문에 조언에 동의하고, 스스로 마스크를 피터에게 넘겨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맷에게 그만두라고 할 수 있는 피터

5. 피터는 살인한 맷에게 멈추라고 말하는데, 맷은 피터가 자신과 비슷한 경험이 있던 걸 알고도 오히려 안아주고 공감해줌.. 여기서 서로를 대하는 둘의 차이가 보여서 좋아.. 즈다스키런의 맷과 피터 관계 변화는 1960~2000년대까지 발전해간 맷과 피터가 교류하던 방식을 함축한 느낌

 

맷에게서 스스로를 보는 피터, 피터에게서 이상적인 선善을 보는 맷의 관계가 좋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를 대하는 방식이 다르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함. 피터는 본인에게 엄격한 사람인데, 맷을 자신과 동일시하는 경우가 생기고 그래서 맷에게도 엄하게 굴거나 충고를 잘하는 게 아닐까 싶다. 반대로 맷은 피터를 '자신보다 나은 선인 善人'으로 인식해서 피터를 잘 대해주고 위로를 해주거나 돌봐주는 수고를 드는 게 아닌가..

데어데블이 달라졌다고 하면 피터는 조금 흔들리지만 자신을 비춰보고 결국 돌아올 것이라고 믿을 테고,

스파이더맨이 달라졌다고 하면 맷은 피터의 선함을 알기 때문에 그게 거짓말이라고 믿을 거 같다.

616 맷과 피터의 관계는 엄청나게 가까운 친구보다는 히어로라는 위치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의지할 수 있는 관계인데.. 맷은 피터에게 유하고, 피터는 맷과 함께 팀업할 때 편안해한다는 결과로 나오는 거 같아서 귀엽다. 피터도 맷도 히어로 활동에 대한 집착이 있는 편인데, 맷은 자기해소적 측면과 정의를 바라는 마음에서. 피터는 죄책감의 해소와 선의라는 부분일 거 같아서 둘의 차이도 좋다. 피터는 그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맷은 잘 알고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맷에게 위로를 바라는 피터랑 자신이 피터가 생각하는 이상의 사람이 아닌 것을 알지만, 피터를 안아주는 맷이라는 결과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피터는 '이해받고 싶어하는, 자기혐오가 강한 외로운 거미'이고, 맷은 '이중적인 정의와 폭력에 대한 자기혐오'가 있기 때문에 피터를 안아주며 자기혐오를 해소하는 맷과 외로움과 고독을 해소하는 피터를 상상할 수 있다..

연성할 때는 맷이 피터를 신경쓰면서 스스로에 대한 자기혐오나 이중적인 모습을 덮는다던가 하는 식으로 자주 상상하게 됨.. 피터랑 있으면 맷의 행위는 폭력성에 대한 욕구보다는 이상적인 무언가가 될 수 있고.. 반대로 피터는 자기혐오를 공감해줄 수 있는 맷에게 의지하거나 슬쩍 기대는 식으로 상상하는 거 같다. 피터는 자기 욕망을 드러내지 못하는 부류의 거미이기 때문에, 발견해줄 사람이 필요한 게 아닐까... 맷은 욕망에 약하고, 타인의 욕구를 쉽게 알아차리는 사람이기 때문에 피터는 역시 맷에게 이끌리는 거겠지.. 서로 가볍게 자학적인 농담을 주고받는 맷피터 좋아.. 그게 그들에게는 농담거리가 된다는 게.

신나게 자유낙하 내기를 하는 맷과 피터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관계여서 서로를 편하게 여기는 맷피터를 좋아하는 거 같다. https://posty.pe/k57t5h 초기에 연성에서 그다지 캐해석이 달라지지 않은 느낌. 둘다 스파이더맨, 데어데블 활동을 통해 자유를 느끼고 자신의 모습을 숨기고 살아간다는 게.. 그리고 그걸 서로에겐 보여줄 수 있다는 부분이 좋아. 맷은 피터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차리기 때문에, 오히려 피터는 그 사실에 기대서 자기 이야기를 마구 쏟아내는 거 같다.

그렇게 피터가 자신에게 꿈꾸는 이상에 닿지 못하는 맷과, 맷을 이해한다 생각했지만 그렇지 못함을 종종 깨닫는 피터라는 해석을 하게 되는 듯. 피터를 보살피는 행위로 자기혐오, 스스로에 대한 이중적 모습에 대한 혐오를 해소하는 맷이 좋아요.. 피터는 언제나 맷을 이상의 히어로로 봐주기 때문에, 그 시선에서 자기만족을 얻는다던지 하는 변호사를 상상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616맷은 피터의 죄책감을 이해할 수 없고, 피터는 맷의 이중성에 대한 자기혐오를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부분도 좋아. 맷은 처음부터 정의감이 넘치는 소년이었고, 피터는 처음부터 스스로에게 솔직한 소년이었기 때문에.. 하지만 그런 부분도 서로 감싸고 껴안고 있는 맷피터가 좋으니 껴안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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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6 Matt X Pe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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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1. 20. 17:07

- nsf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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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fw 맷피터

 

피터는 키스나 애정표현을 잘하는 이미지인데, 맷은 피터에게는 딱딱한 이미지가 있는 거 같다..

근데 맷은 반대로 애정표현보다는 침대로 가는 일을 잘하기 때문에.. 그 차이도 귀여움.

맷에게 좋아한다며 안겨오고 뽀뽀하는 피터와 담담하게 있는 맷..

근데 좋아하는 정도가 역시 616은 맷이 더 좋아하지 않을까.. 하지만 피터는 맷이 표현하지 않기 때문에 '역시 내가 맷을 더 좋아해'라고 생각할 거 같다. 하지만 피터는 그 사실에 별다른 생각은 없기 때문에 넘어갑니다.. 맷은 침대에서나 평소에 닿아 있는 걸로 은근하게 표현하는 느낌일 거 같다.. 피터는 온몸으로 '좋아해!'라고 외치는 계열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 눈에도 저 둘 괜찮을까 싶을 거 같고.. 하지만 잘 지내겠죠

피터를 언제나 만지고 있는 맷과 그 손길에 별다른 거부반응이 없는 피터..

역시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도 자연스럽게 맷의 손이 닿아 있고, 피터는 신경을 쓰지 않아서 주위 사람들이 눈치를 주는 걸 상상하게 됨. 하지만 맷도 피터도 그런 부분에 신경쓰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붙어버리는 결과가 나올지도 모른다.. 그리고 부부싸움도 사람들 앞에서 마구할 것 같고.

침대에서 끈질긴 맷(일반인)과 금방 지쳐버릴 거 같은 피터(메타휴먼).. 귀여운 거 같다

체력적으로는 맷이 우위이기 때문에.. 역시 침대에서 우는 쪽은 피터겠지.. 그만하고 싶다고 말하기 전에 맷이 말할 수 없도록(기분이 좋져서..) 만들기 때문에 녹아버린 피터의 결과만 나올 거 같다는 생각. 피터는 키스를 좋아하는 이미지여서, 아무튼 뽀뽀해주면 금방 좋아할 거 같고.. 피터는 키스에 집중하고, 맷은 아래에 집중하는 상상이 된다.

피터는 금방 충전되지만, 배도 금방 고파져서 끝나고 먼저 일어나는 건 피터일 것 같고.. 맷은 게으름 부리고 있을 듯한 기분. 하지만 피터가 늦잠자는 날도 있을 거 같고(너무나 피곤했을 때), 그럴 때 맷이 맛있는 거 주면 ' 🕷️신나!! 맷 좋아해!!'느낌이 될 것 같다는 지점이 귀엽다.. 배고파서 와구와구 먹는 피터랑 그걸 별 말 없이 보고 있다가 "🕶️피터, 흘리지 마"정도만 이야기할 거 같은 맷. 언제나 연성할 땐 이런 느낌으로 되어서 피터가 먼저 일어나는 쪽은 크게 안 써본 거 같다..

몸을 혹사시키는데 익숙한 피터를 다른 방식으로 혹사시켜 잠재우는 맷.. 역시 있을 거 같아. 혈을 눌러 기절시키는 쪽은 거칠기 때문에, 잠자리로 잠재우는 맷.. 피터는 지쳐 잠들고, 아무튼 우울함도 거기서 멈춘다네요..!

맷피터는 피터가 맷의 집에 방문하는 느낌이어서. 피터가 자괴감이 드는 기간에 맷의 집에 방문하는 것을 멈추고, 밤낮으로 스파이더맨만 하고 있으면 서로 만나기 어려울 거 같다. 그러다가 우울감을 견딜 수 없는 피터가 데어데블 중인 맷에게 찾아오고... 아무튼 그렇게 맷에게 잔뜩 안기고.. 피터는 거친 걸 바랐지만 맷이 그럴 때는 더 다정할 거 같다는 생각.. 그렇게 잔뜩 예쁨 받는 피터 보고싶고.. 평소에는 피터가 자주 사라져버릴 거 같고, 혼자 일어나는 맷 보고싶다. 스파이더맨 슈트 차림이 대부분인 피터.. 가끔 사복차림으로 찾아오면 벗기는 게 재밌다고 생각하는 맷도 생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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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피터👻

🕶x🕷

2025. 1. 19. 17:09

 

 

스파이더맨의 변호사, 맷 머독

 

 

1.

스파이더맨은 시민들을 구하다가 건물 잔해에서 나오지 못했다고 했다. 마지막까지 사람들을 살피느라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말이다. 정말 피터다운 마지막이어서, 히어로를 칭하고 다니는 동료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거 정말, 스파이더맨답네.”

잔해를 치우는 과정에 몇몇 능력 있는 동료들이 도움을 주었고, 스파이더맨을 찾기까지 꼬박 하루가 걸렸다. 동료들 도움이 아니었다면 며칠이 걸렸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다행히 스파이더맨을 아는 사람이 워낙 많았어야지. 도움을 줄 동료들을 구하는 일은 앞으로의 일에 비하면 아주 간단하고 쉬운 일이었다. 너무도 큰 사고에, 뉴욕에 있던 대부분의 자경단원들이 사고 현장으로 몰려와준 덕분이었다. 빌딩이었음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산산히 부서진 건물, 그 어딘가에 스파이더맨이 있었다.

히어로 동료들이 잔해를 들어 올리는 동안 맷은 흔쾌히 도움을 주는 이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잔해 사이에서 혹 살아 있는 소리가 나지 않을까 감각을 집중하며 다녔다. 심장이 뛰는 소리, 자그마한 숨소리라도 있다면 찾을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느껴지는 것은 엉망으로 뒤섞인 잔해들과 부서진 수도관에서 흐르는 물줄기, 떨어지는 물방울 따위가 다였다. 사실 그중에 스파이더맨이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데어데블은 죽음을 구분하는 능력까지는 없었다. 그저 다른 사람들보다 감각이 뛰어난 사람일 뿐인 데어데블은, 그 대가로 시각을 잃었다. 그의 세상이 어둠이 잠긴 대신 더 많은 걸 느끼게 된 맷 머독은 더 이상 데어데블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없음을 깨달았다. 맷은 사무실로 돌아가기로 했다.

아마 이젠 맷 머독의 역할이겠지. 아직 스파이더맨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맷은 꽤 오랫동안 사무실 구석에 박아둔 상자를 찾았다. 늘 잊고 있다가 사무실을 옮기거나 청소할 때야 떠올리는 상자. 이따금 먼지 쌓인 상자를 본 포기가 버려도 되느냐고 묻기도 하던 그것. 맷도 버릴지 고민하다가도 막상 그러지 못했던 것이었다. 이걸 언제부터 갖고 있었더라?

여전히 스파이더맨을 수색 중이라는 어느 이웃이 보고 있는 뉴스 소식이 맷의 귓가를 울렸다. 세상에. 사람들이 안타까워하는 소리, 그 끈질긴 거미는 금방 어딘가에서 기어나올거라며 웃는 소리, 수많은 소리와 소음들. 사람들의 입에 스파이디가 오르내리는 동안 맷은 차분하게 변호사의 역할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스파이더맨은 동료들이 잘 찾아줄 테니까. 사람들은 여전히 스파이더맨이 살아있길 바라고 있었다. 스파이더맨은 늘 그런 식으로 죽음에서 돌아왔으니까, 빌딩 잔해 아래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아서 나타나 주길 모두가 기도하고 있었다. 신에게 기도한다고 무엇이 달라질까.

맷은 사무실에 늘 놓여 있던 낡은 상자를 챙겨 들었다.

피터는 죽었어.

상자를 들고 덤덤히 생각했다. 그곳에는 피터의 피 냄새로 가득했으니까. 살아 있는 소리가 없다는 건 결국 그런 거지. 데어데블 코스튬을 벗어두고, 변호사다운 차림으로 넥타이까지 잘 맨 맷은 다시 현장으로 향했다. 가는 동안 누군가가 듣고 있던 라디오에서 울린 음이, 다시 맷의 귓가를 찔렀다.

우리의 이웃, 스파이더맨이 오늘 사망했습니다.

온 세상이 스파이더맨 이야기야.

스파이더맨 이야기가 가득해서 어지러움을 느꼈다. 스파이더맨이라는 단어를 이렇게 많이 들은 일도 흔치 않았다. 맷은 일단 빠르게 현장으로 향하기로 했다. 맷 머독 변호사에게는 할 일이 있었으니까. 메이 파커에게 상자 속의 유언장을 전달하는 것. 아마 아주 오래전이라 피터의 마음이 변했을지 모르겠지만 맷이 아는 피터 파커의 유언장은 이게 전부였으니까 해야만 할 것 같았다.

스파이더맨은 마스크를 쓴 그대로 발견되었다.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그 마스크 아래에 있었지만.

“밝히고 싶지 않다면 꼭 밝힐 필요는 없어요, 메이. 경찰 쪽에서도 이해해 줄 겁니다.”

맷은 스파이더맨의 변호사였다. 그의 역할은 그런 거였다.

모든 과정을 메이 파커의 의지대로 진행하기.

오래전부터 그래왔으니까. 피터 벤자민 파커의 변호사이기도, 스파이더맨의 변호사이기도 했던 맷은 다시 제 역할을 상기했다.

동료들과 수색대원들이 스파이더맨을 발견한 뒤, 맷은 집에 있을 메이에게 가서 자신이 스파이더맨의 변호사임을 밝혔다. 소파에 앉아 뉴스 소식을 보던 메이는 이런 식으로 조카의 비밀을 알아버리고 말았다. 스파이더맨의 소식을, 그저 조카가 촬영하던 어느 영웅의 소식으로 보던 메이에게 맷은 담담하게 그 스파이더맨이 피터 파커였음을 밝혀야만 했다. 본래였다면 이 일은 피터 본인이 해야했는데, 마스크 아래의 피터 파커는 차갑게 식어버린 뒤였다. 메이가 스파이더맨을 확인할 때도 맷은 그곳에 있었다. 그렇게 해야만 할 것 같아서 맷 머독은 메이의 뒤에서 조금 떨어진 자리에 섰다.

마스크가 벗겨진 얼굴은 동료들과 수색대, 그리고 가족인 메이 파커만 확인한 상태였다. 잔해에 깔려 있던 몸은 그리 깨끗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온전한 상태여서 알아보는 게 어렵지 않았다. 맷은 메이의 호흡이 달라지는 걸 통해서 피터의 얼굴이 그래도 온전했음을 인지할 수 있었다. 마스크가 벗겨짐과 동시에 떨리기 시작하는 숨소리가, 근육이, 피가, 모든 것이 맷에게 정보를 알려주었다.

차갑게 식은 몸. 호흡도 맥박도 없는 피터 파커.

메이가 피터를 확인할 때, 메이의 심장이 너무 빠르고 강하게 뛰어서 맷이 의사를 부를지 고민했었지만 다행히 쓰러지지 않았다. 메이의 울음소리를 맷은 그냥 온전히 듣고 있었다. 감각은 과하게 메이의 감정 상태를 맷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피터 파커의 죽음 앞에서 메이 파커의 내면이 깊이 무너지는 게 맷에게는 무엇보다 선명히 느껴졌다. 무엇보다 깊고 분명하게, 메이의 감정이 맷의 감각을 붙잡고 소리치는 듯했다. 피터, 네가 왜 거기 있었던 거니. 맷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메이가 피터의 정체가 밝혀지길 원치 않는다면, 변호사 맷은 어떤 수를 쓰든 피터의 비밀을 지켜줄 생각이었다. 어벤저스, 쉴드, 법정에서 싸우던 검사와 판사, 여차하면 피스크까지. 맷 머독과 데어데블이 알고 있는 사람들, 악당들까지 이용해서라도 지켜줄 각오를 마친 뒤였다. 스파이더맨의 가족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받게 될 관심과 독이 될지 모르는 이야기들에게서 메이를 지켜주는 것 또한 변호사로서 할 일이었다.

괜찮아요, 맷. 무너졌던 내면이 어느새 다시 단단하게 붙은 메이가 맷에게 말했다. 메이는 피터 파커가 스파이더맨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길 원했다. 조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스파이더맨은 어떤 이였는지 굳이 숨길 필요가 없다는 게 메이 파커의 말이었다. 단단하게 붙었지만 여전히 떨리는 목소리에는 눈물이 가득해서, 맷은 슬픔에 빠진 메이를 대신해서 피터 파커가 스파이더맨이라는 사실을 알렸다.

매튜가 메이를 대신해서 기자들 앞에 섰다. 그게 스파이더맨의 변호사가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이니까. 맷을 향해 플래시가 터지고, 사람들의 안타까운 마음이 담긴 숨소리와 모두가 궁금해할 비밀을 빨리 전달하려는 기자들의 격양된 목소리가 맷에게는 들렸다. 너무나 선명하고 깨끗하지 않은 욕망들. 악의와 선의가 뒤섞인 이들의 목소리가 맷의 귓가를 울리고, 손끝을 스쳐지나갔다.

스파이더맨의 정체는 피터 벤자민 파커로

지극히 평범한 청년이었습니다.

그렇게 맷은 스파이더맨의 변호사에서 피터 파커의 변호사가 되었다.

유품을 메이에게 인계할 때도 맷은 그곳에 있었다. 빌딩에서 사망한 피터가 갖고 있던 유품은 별거 없었다. 손목에 차고 있던 웹슈터와 입고 있던 스파이더맨 복장. 그마저도 무너진 건물에 깔려 부서지고 찢겨서 온전하지 않았다. 웹슈터는 부품들이 망가졌는지 버튼을 눌러도 용액이 몇 방울 튀어나올 뿐이었다. 그도 아니면 용액이 부족하거나, 다른 작동 방법이 있다거나, 결국은 피터만이 알 수 있을 이유로 망가진 웹슈터는 메이의 품으로 돌아갔다. 메이가 유품을 받는 사이에도 피터가 멀쩡한 모습으로 발견된 것도 기적이라는 이야기가, 그런 작은 수다들은 맷에게는 모두 들렸다.

소리가 들리는 곳을 잠시 돌아봤던 매튜는 다시 앞을 보았다. 스파이더맨에 관해 수다를 떨던 이들은 선글라스를 쓰는 맹인과 눈이 마주칠 수 없는데도 자신들이 하던 말이 무례함을 알았는지 금방 입을 다물었다.

피터 파커의 장례식,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맷은 어지러웠지만 견뎠다. 견뎌야만 했다. 장례식이 치뤄지는 성당 안에도, 그 밖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스파이더맨을 아는 사람들 모두가 온 것 같았다. 그 중에는 스파이더맨의 동료들도 있었다. 스파이더맨과 함께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이들은 슈트 위에 양장을 차려입거나, 혹은 슈트를 입고 스파이더맨의 죽음을 애도했다. 그리고 맷은 그냥 피터의 변호사로 그 자리에 있었다. 데어데블 슈트는 집에 두고 온 채였다.

‘좋은 조카이자 친구, 그리고 모두의 친절한 이웃’

피터가 완전히 죽음을 인정받을 때까지 맷은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 메이 파커를 위해 피터의 오랜 친구였던 메리 제인도 왔고, 피터의 동료들도 많이 와주었지만 여기서 법적인 문제를 해결할 사람은 본인뿐이라는 것을 맷은 알고 있었다. 보험금이나 사소한 법적 문제들을 해결해야 했다.

고맙다는 메이에게 매튜는 스파이더맨에게 도움을 받은 적이 있어서 돕는 것이라고 변명을 했다. 처음 길거리에 나설 때부터 정체를 비밀로 해온 스파이더맨과 마찬가지로, 데어데블도 정체를 비밀로 한 채 살고 있으니까. 메이 파커의 조카와 함께 킹핀을 위협하러 가기도 했다고 이야기할 순 없었으니까.

스파이더맨에게 도움을 받았던 수많은 사람 중 하나, 맷 머독.

맷은 메이에게는 본인을 그렇게 소개했다. 달리 설명할 말도 없었다.

 

 

2.

스파이더맨의 변호사로서 맷은 피터 파커의 보험금을 받기 위해 포기와 애썼다. 빌딩을 소유한 회사에서 건물 사고 관련으로 보험이 들어 있었고, 이것은 사고사이니 충분히 받을 수 있는 사안이라는 게 맷이 내린 결론이었다. 스파이더맨의 죽음은 사고가 아니라 일종의 ‘자살’로 보아야 한다는 보험사의 문제 제기가 있어서 그 언쟁을 하느라 시간이 걸렸지만, 맷은 다행히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재판까지 가면 메이가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으로 잘 풀어간 결과였다. 넬슨 앤 머독 변호사들은 언제나 의뢰인에게 최선의 방법을 찾아주었다.

한참을 사무실에서 씻고 자던 맷이 드디어 집에 갈 수 있다는 말이기도 했다.

진짜 피터의 죽음을 인정받던 날

스파이더맨이 사고로 죽었음을 인정받은 날

보험사에서 추후에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도 있었지만, 스파이더맨에 대한 여론이 상당히 좋은 편이어서 어려울 것이라고 맷은 생각했다. 차라리 지급해 준 뒤에 좋은 이미지를 가져가는 것이 그쪽에도 유리할 정도였으니까. 스파이더맨이 소속되기도 했던 어벤저스, 길거리 자경단 동료들, 그리고 스파이더맨이 구한 수많은 시민들이 메이의 편이었다. 스파이더맨의 그간의 행실이 이룬 결과였다. 맷과 포기는그 부분을 잘 이용해서 원만하게 합의를 끌어낼 수 있었다.

“스파이더맨은 폭발로 인한 ‘사고’로 죽었습니다. 만약 그곳에 사람들이 있지 않았다면 밖으로 나왔을 테죠. 애초에 빌딩이 무너지지 않았다면 스파이더맨이 죽을 일도 없었을 겁니다. 자살을 택했다고 하셨습니까? 스파이더맨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 그곳에 있었습니다.

타인을 구하기 위해 사고에 휘말린 것을 자살로 부른다면, 어느 누가 타인을 도우려고 할까요? 스파이더맨은 평범한 사람으로, 그저 빌딩이 무너지는 순간에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 그곳에 있었습니다. 빌딩에서 모두를 살리고, 자신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것이죠.”

메이에게 보험금이 지급될 것이라는 말을 전하고서야 맷은 드디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사고소식을 들은 뒤로 집에 제대로 들어간 적이 없었다. 사무실에서 씻고 자며 메이의 집에 찾아가던 시간이 힘든 것은 아니었지만, 휴식이 없는 삶이었고, 맹인 맷 머독을 계속 연기해야하는 시간이었다. 피곤하고 지쳤다. 사무실에서 씻고 자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까. 모처럼 현관 앞에서 열쇠를 찾았다. 주머니 속에서 열쇠를 찾아 사람이 한동안 없었다고 벌써 먼지 냄새가 나는 집에 문을 열고 들어가던 맷은 창문이 열려 있음을 깨달았다. 열려 있는 창문으로 도시의 매연 냄새, 시끄러운 소음들이 창틀을 넘어 집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너무 급해서 창문도 열어두고 나갔나. 맷은 지친 다리를 움직여 창문을 닫으려다가 움직임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봤다.

“피터?”

심장 소리나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데, 피터가 느껴진다.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호흡도, 체취도 없는데 어떻게 확신하고 불렀는지 본인도 이해할 수 없는데도. 게다가 아까 스파이더맨의 죽음을 확정 짓고 왔는데?

너무 피곤해서 감각도 엉망이 된 걸까?

맷은 선글라스를 벗고 주위를 둘러봤다. 캄캄하고, 느껴지는 것은 여전히 도시의 냄새와 소음들이 다였다. 여전히 사람들로, 희망과 악의로 가득차 있는 도시.

“유령은 못 본다고 하지 않았어요?”

웃음 섞인 목소리가 소음을 가르고, 맷에게 닿았다. 피터의 목소리다.

맥박도 호흡도 체취도 없으니까 피터가 있다는 확신을 할 수가 없는데, 목소리는 명확하게 들렸다. 맷은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무얼 볼 수 있는 게 아님에도 그냥 습관적으로 그랬다. 목소리가 향하는 곳으로 쓸모없이 시선을 돌리고 고개를 까딱였다.

“피터?”

너무 놀라 말이 나오지 않아서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름만 불렀다. 진짜 잘못 들었나. 그렇게 착각으로 넘기려는데, 다시 목소리가 들렸다.

“오랜만이네요, 맷.”

“피터, 내가 미친 거야?”

“그걸 나한테 물으면 어떻게 해요. 미친 거 같아요?”

“아니.”

“나 느껴져요?”

“아니.”

“저도 이런 거 좀 이상하거든요. 죽어봤어야 말이죠. 그래도 대화는 된다니까 재밌네요.”

“넌 이게 재밌어? 온 세상이 네가 죽은 이야기로 가득해. 돌아올 거라면 더 빨리… 했어야지.”

스파이더맨이 죽었다고 온 세상에 발표된 날에 찾아오는 건 너무하다고 맷이 생각했다. 온 세상에 스파이더맨이 죽었다고 전해졌는데, 완전히 마무리되었는데 이제야 돌아오면 어쩌자는 거야.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데도 피터가 눈앞에 존재한다고 맷은 확신했다. 왜 이제야 나타났냐고, 메이에게 가야 했던 게 아니냐는 맷의 말에 피터가 웃었다. 맑게 울리는 피터의 웃음 소리는 맷의 청각을 두드리고, 부스러져 사라졌다.

맷, 저 유령이라니까요? 죽은 게 맞아요.

“메이 숙모에게 갔으면 너무 놀라실 거 같아서요. 스파이더맨이라는 걸 알려드린 것만으로도 서프라이즈 이벤트는 충분할 거 같거든요.”

“그런 농담이 나오는 걸 보면 정말 스파이더맨이 맞는 거 같네….”

농담치는 목소리가 영락없이 진짜 피터 파커여서 헛웃음이 나왔다.

진짜 너야.

영원한 안식이 있다고들 하는데, 피터 넌 왜 그런 곳에 가질 않고 여기 온 거냐고 맷은 묻고 싶었다. 왜 여기에 왔느냐고 다그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면 또 헛것을 들은 것처럼 사라질 거 같다는 망설임이 맷의 충동을 붙잡았다. 그렇게 맷은 옷도 갈아입지 못한 채로 계속 피터를 불렀다. 차라리 만져지거나 심장 소리가 들렸다면 좋았을 텐데. 무덤에서 나오는 게 더 나을 거 같아. 그럼 차가운 몸이더라도 만져서 확신할 수 있을 테니까. 맷은 차마 그런 말을 하지 못하고 그저 피터의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맷은 피터의 목소리만 들을 수 있었다. 체온도, 형태도, 체향도 무엇도 없이 그저 목소리만 들리는 피터 파커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사람들은 다 살았나요?”

한참을 히히덕 웃던 피터가 물었다. 그 목소리만큼은 진지하고 떨려서, 맷은 이 목소리가 진짜 피터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그래, 빠짐없이 다.”

“다행이다. 저는 맷이랑 달라서 좀.. 덤벙거리잖아요? 혹시나 거기 남아 있던 사람이 있으면 어쩌나 했어요.”

“다행이라고 말하는 너도 정말…”

“바보 같다고요?”

“아니, 너답다고. 정말이지 유령으로 나타나서 하는 말이…, 정말 피터 너야.”

맷이 힘없이 웃으며 말했다. 목소리 말고는 무엇도 확신할 수 없는 피터를 확신시켜주는 것은 결국 피터를 스파이더맨으로 만들어주었던 그런 의지들이었다. 강하고, 단단한, 언제나 앞을 향하고 있는 그런 내면. 옷도 안 갈아입고 계속 열려 있는 창문 앞에 서서 찬바람 맞는 맷에게 피터가 말했다.

“피곤해 보이는데 좀 쉬는 게 어때요?”

누구 때문에 그랬다고 생각해? 피터의 사고 소식 이후로 제대로 잔 기억도 없었다. 현장을 지휘하느라, 메이의 곁에 있어주느라, 보험금 문제를 해결하느라, 스파이더맨을 부르는 목소리가 가득한 곳에서 맷은 몇날 며칠을 서 있었다.

지금 죽은 유령이 누굴 걱정하는 거야. 헛웃음 지으며 소리치고 싶은 마음을 누르며 맷이 고개를 끄덕였다.

맷은 샤워도 하고, 오랜만에 편한 옷을 입고, 소파에 앉았다. 그동안 피터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차가운 물을 머리에 한참을 맞고 나와 젖은 채로 소파에 앉은 맷은 겨우 입을 뗐다. “피터” 하고.

“네.”

진짜 꿈이 아니구나. 맷은 드디어 자신이 헛소리를 듣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망상에 빠지지 않았음을 알았다. 유령이든 뭐든 간에 피터는 정말로 맷의 앞에 나타난 거였다.

맷은 피터와 더 긴 이야기를 하지 않고 그냥 잠에 들었다. 피곤했고, 여전히 남은 과정도 많았다. 피터의 숙모가 해결해야 할 과정을 모두 다 도와주기 위해서 ‘변호사 맷 머독’은 정말로 바빴다. 조카가 뉴욕의 친절한 이웃이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메이는 충분히 힘들어 보였으니까. 맷은 메이 파커를 도와야만 했다. 피터의 변호사는 쉴 틈이 없었다.

한참을 자고 눈을 뜬 맷은 자연스럽게 일어나 냉장고를 열어 물을 꺼내 마시고, 여전히 시끄러운 바깥의 소음을 듣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사람들의 입에 스파이더맨과 피터라는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을 듣고 싶지 않은데도 뛰어난 청력은 창문을 넘어서, 벽을 넘어서 사람들의 목소리를 실어왔다. 어제의 보험사와의 합의로 피터 파커가 스파이더맨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증명한 꼴이 되었으니까, 어느 신문사에서 기사를 실은 모양이었다.

피터의 시신은 공개하지 않았으니까 보험사와의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여전히 말이 많았다. 돈으로 세상을 평가하는 이들은 보험금이 지급된다는 소식에야 스파이더맨이 완전히 죽었음을, 그리고 그가 그저 뉴욕의 시민 중 한 사람이었음을 인정했다. 스파이더맨이 고작 평범한 청년이라니. 갑자기 나타난 맹인 변호사의 말을 의심하던 사람들은 이제야 사실을 받아들였다. 스파이더맨은 지극히 평범한 피터였다.

“다시 돌아오면 이젠 마스크 벗고 살아야 할 거야.”

“괜찮아요. 쓸 일 없을 테니까.”

다시 돌아오는 대답에 맷은 긴 숨을 뱉었다. 정말 피터였다. 바깥의 소음에도 피터의 목소리는 곧고 분명했다.

스파이더맨, 너는 왜 여기 있는 거야?

맷은 묻는 대신 메이 파커에게 향하기로 했다. 기자들이 몰렸을 게 분명하다. 기사의 조회수, 신문의 판매 부수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기자들은 메이 파커를 끈질기게 괴롭힐게 분명했다. 맷은 메이를 홀로 둘 수 없다고 생각했다. 변호사니까.

메이 파커의 집으로 향하며 맷은 피터에게 말을 걸었다. 주변에는 혼잣말하는 사람으로 보이겠지만, 맷이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아서 가능한 일이었다. 사람들의 시선은 중요치 않았다. 맹인 연기만으로도 충분하니까.

“보험금은 지급될 거야. 이것 때문에 포기랑 며칠을 고민했는지. 그쪽에서 재판으로 몰고 가지 않아서 다행이었어.”

재판으로 갔으면 다른 히어로들까지 불렀어야 했을 거라는 맷의 말에 피터가 “고마워요” 하고 답했다.

“메이 숙모에게 그런 거라도 남길 수 있어서 다행이네요. 맷 덕분이에요.”

“아직 끝나지 않은 일이 많아. 기자들이 몰렸을 거야. 메이에게 너의 사적인 이야기를 요구하겠지.”

“피터 파커 이야기요? 별거 없을 텐데….”

“사람들은 그런 별것 아닌 것들에 관심이 많아. 애인은 있었는지, 평소에 스파이더맨으로 의심되진 않았는지 물을 거야.”

“숙모가 제 어린 시절부터 이야기하시겠네요. 메이 숙모는 그런 이야기할 때 제일 즐거워하시거든요. 기자들이 시간이 많아야 할 텐데. 우리 파커 여사님도 꽤 수다쟁이거든요.”

너는 정말 유쾌하구나, 피터. 퀸즈까지는 택시를 타고 가야 해서 맷은 택시를 잡아탔다. 택시 기사가 틀어둔 라디오에서는 계속 스파이더맨에 관련된 소식이 나오고 있었다. 사실 최근의 속보들이 모두 스파이더맨에 대한 이야기였다. 뉴욕에서 스파이더맨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사람들의 관심사가 모두 이곳에 쏠려 있을 터였다.

스파이더맨의 정체가 밝혀졌습니다.

“피터.”

맷이 피터를 불렀다. 택시 기사는 여전히 앞을 보고 있다.

“이 부근에는 사람이 많네요.”

그때 기사가 혼잣말하듯 말했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맷의 귓가를 찌르고 있었다.

 

 

3.

메이의 집이 가까워질수록 사람이 많아졌다. 퀸즈의 한적한 주택가는 몰려온 인파로 소란스러워져 있었다. 메이 숙모 집 근처는 조용하고, 거미줄 붙일 곳도 없다던 피터의 말과는 상반되는 소음은 택시 안에 앉아 있던 맷을 다시금 흔들고 있었다. 맷은 목적지와 거리를 두고, 택시에서 내려서 멀리 돌아가는 쪽을 택했다. 지금 상황이면 현관으로는 못 들어갈 테니까 다른 집의 울타리를 넘어서 뒷문으로 들어가는 게 빠를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현관은 이미 기자로 깔려 있을 것이고, 메이는 집안에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맷은 지팡이를 접고 뛰기로 했다. 시각 장애인이라는 신분은 지금에서는 중요치 않았다.

“괜찮을 거예요! 메이 숙모는!”

피터가 소리쳤지만, 맷은 무시하고 발을 앞으로 내딛었다.

재킷은 벗어서 손에 들고, 넥타이를 느슨하게 한 뒤에 퀸즈 주택가를 두 발로 가로질러 피터의 옆집으로 들어가 울타리를 사뿐히 넘어 뒷문으로 향했다. 기자들도 유족에 대한 예의는 아는 모양이야. 현관 쪽만 시끄러울 뿐 뒷마당을 지켜보는 이들이 없었다. 다행히 문은 열려 있었고, 문고리를 잡은 맷은 집안에 메이와 MJ가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리고 맷은 들어가길 잠깐 주저했다. 가족도 아닌, 단순한 변호사가 끼어들어도 괜찮을까. 메이와 메리 제인이 상의하는 목소리가 매튜의 발을 잡았다. 맷 머독은 저 사이에 있을 자격이 없었다.

“맷, 안 들어가요?”

맷이 발을 멈춘 그때, 피터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가 일으킨 소동을 어떻게 정리할지 생각 중이야.”

“하하, 맷에게 해결하기 힘든 일도 있어요? 뭐든지 무죄판결 받아주는 변호사인 줄 알았는데.”

“그 과정에 얼마나 큰 노력이 들어가는지 넌 모를 거야, 피터.”

결국 문손잡이를 잡고 들어갈 결심을 했다. 부엌에 있는 탁자 앞에 메이와 메리 제인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밖에 카메라를 들고 몰려온 기자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파커, 스파이더맨, 정체…. 여러 단어가 들렸지만 역시 다들 메이 파커가 직접 말해주길 바라는 눈치였다. 맹인 변호사의 발표와 보험사의 서류로는 여전히 확신할 수 없다는, 큰 기삿거리가 되지 못한다는 투로 메이가 나서길 바라고 있었다.

맷은 조심스럽게 부엌으로 향했다.

“메이, 기자들에게는 제가 말할 테니 걱정하지 말아요.”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란 메이와 메리제인의 시선이 맷을 향했다. 그 시선을 맹인은 알 수 없을 테지만, 맷은 고개가 자신을 향한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 쿵쿵 뛰는 심장소리에 답하듯 맷은 손으로 뒷문을 가리켰다.

“열려 있더라고요.”

그제야 메이가 고개를 끄덕이고, 메리 제인은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긴장이 풀어진 메이가 말했다.

“어제 일로도 충분히 도움이 되었어요. 계속 도와줄 필요 없어요.”

“아닙니다. 말했다시피 제가 스파이더맨에게 정말… 큰 도움을 받았거든요. 이 정도는 하게 해주세요. 기자들도 경찰을 부른다고 하면 금방 돌아갈 겁니다.”

맷이 차분히 말했다. 정말로 큰 도움을 받았던 사람인 것처럼, 변호사라는 직업은 신뢰를 쉽게 쌓을 수 있게 만들었다. 앞으로도 계속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는 단단한 목소리, 맷은 제 마음을 가다듬었다.

“Mr. Murdock.”

“Matt으로 불러주세요.”

“맷, 저는 조카를 잃었어요. 하지만 뉴욕은 이웃을 잃은 거죠. 스파이더맨이 어떤 일을 해왔는지 봤어요. 그 뒤에는… 피터가 스파이더맨이라는 게, 모든 사실이 납득이 되더군요. 정말 벤과 닮은 거죠. 어떤 계기로 그렇게 되었는지 메리 제인에게 듣고 이제야 그 애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어요.”

메이는 차분했고 맥박도 안정적이었다. 떨렸던 목소리는 단단하게 스파이더맨을 말하고 있었다. 이해한다는 말, 피터를 처음 확인하던 때랑은 달랐다. 왜 그곳에 있어야 했느냐고 묻던 메이의 목소리는, 이제는 피터를 두둔해 주었다. 조카의 죽음을 이야기할 준비가 되어 있던 메이 파커. 맷은 더 이상 할 말을 찾을 수 없었다.

“변호사님, 메이 숙모는 괜찮으실 거예요. 사실 저희가 피터에 대해 할 이야기를 같이 정리 중이었거든요.”

메리 제인이 메이의 편을 들며 힘차게 말했다.

“왓슨 양, 저는 기자들을 믿지 않아요.”

“그래도 누군가는 피터에 관해 이야기해야 하잖아요. 지금이에요. 다른 이야기들이 오가기 전에 저희가 기억하는 피터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요.”

맷은 결국 두 손을 들어 보이며 항복을 표했다. 강한 의지에 허탈한 웃음이 나올 따름이었다.

“역시 파커에게는 이길 수가 없네요.”

맷이 정리를 하고, 메리 제인까지 함께 어떤 이야기를 할지 고르다가, 결국 메이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냥 우리 조카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이렇게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있나요?”

그리고 메이는 일어나서 현관으로 향했다.

메이 파커에게는 망설임이 없었다. 현관 앞에서, 도로를 점거하고 스파이더맨에 대한 소식을 무엇이라도 이야기해달라 기다리는 기자들에게, 자신을 향해 터지는 빛을 향해 메이는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맞섰다.

“피터가 처음 제 품에 오던 날을 기억해요. 피터는 작고 어렸죠. 제가 그 아이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밤이 어둡지 않도록 온 집안에 불을 켜두고 살았어요.

피터는 평범하고 바르게 자랐죠. 이웃을 돌볼 수 있는 아이였어요. 벤과 제가 기른 피터는, 그런 아이였어요. 친절한 이웃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안 것이 조금 슬플 따름이에요. 알았다면 잘하고 있다고 피터를 응원했을 테니까요.

그곳에 있었던 피터의 선택을, 저는 이해합니다. 그런 힘이 없어도 그랬을 거예요. 모두가 피터의 이웃이에요. 이젠 우리가 그 이웃이 되어 사람들을 도우면 됩니다.”

메이는 마치 오래전부터 준비한 사람처럼 차분히 말을 이었다. 언젠가 이런 일이 생길 것을 알았던 것처럼, 스파이더맨이 사고를 당하기 전부터 메이는 이런 일을 예감이라고 한 듯이 당당히 피터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피터의 이웃들에 대해서도, 메이는 피터 파커가 친절한 이웃이 된 이유이자 시작점이었다.

기자들의 질문은 맷이 끼어들어 정리해 주었고, 무례하지 않은 부분만 대답하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사실 아무도 메이에게 무례하게 굴 수 없었다. 메이 파커는 누구보다 강인한 사람이었으니까. 맷은 그제야 피터의 말을 이해했다. 메이는 괜찮을 거야. 터지는 플래시 앞에서도, 기자들의 시선과 소란에 놀라 나온 이웃들 앞에서도, 메이 파커는 강인했다. 마스크 아래의 상처투성이 조카를 확인하며 눈물을 흘리던 여인은 어느새 다시 단단한 영웅이 되어 있었다.

피터의 오랜 친구이자, 피터 파커가 스파이더맨이라는 사실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메리 제인 왓슨은 피터가 왜 스파이더맨을 시작했는지 이야기해 주었다. 피터 파커의 오랜 후회였던 그 순간을 이야기하는 메리 제인은 담담했고 유쾌하기도 했다. 배우이기도 했던 메리 제인은 자신이 어떻게 말해야 할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를 아는 프로였다. 피터 벤자민 파커가 뉴욕의 친절한 이웃이었던 이유. 뉴욕을 사랑했던 이유. 메이와 메리 제인은 그것들을 전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아마 장례식 때부터 그들은 피터를 보내줄 준비를 마쳤을 것이다. 맷은 그 뒤에서 조용히 그들의 강인한 울림을 느끼고 있었다.

“넌 좋은 가족을 뒀구나, 피터.”

맷이 작게 중얼거렸다. 메이와 메리 제인은 한참 동안 기자들과 이야기했고, 겨우 집에 들어올 수 있었다. 저녁을 먹고 가라는 메이의 말을 거절하려던 맷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메이의 권유가 강해서 차마 계속 거절할 수가 없던 탓이었다. 결국 맷은 메이가 준비하는 동안 메이의 집을 구경했다. 부엌에서 쫓겨난 탓에 할 수 있는 것은 그것 뿐이기도 했다. 둘러보라는 메리 제인의 말에 맷은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사실 그저 남은 피터 흔적을 더듬는 거지만.

메이 파커의 집은 피터가 어려서부터 살았던 집이라고 했다. 피터의 목소리가 메이의 집에서 보냈던 어린 시절을, 벤 삼촌을 이야기하던 것을 맷은 조용히 들으며 거실을 둘러보았다. 피터에게는 추억이 담긴 집이, 맷에게는 피터의 흔적이 더욱 잘 느껴지는 곳이었다. 체취 같은 것들이 정말 깊이 남아 있는 것을 맷은 알 수 있었다. 익숙하고, 그리운 체취와 어쩐지 따스한 느낌이 드는 그런 것들. 특히나 2층에서 감각이 강해진다는 것도. 맷은 피터의 방이 2층에 있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리운 감각에 가까워질 수 있다. 계단을 앞에 두고 잠시 망설였다.

맷 머독은 그냥 피터의 변호사니까.

“2층에 내 방이 있는데.”

피터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왜 안 올라가냐고 묻고 싶은 모양이었다. 목소리만으로 존재하는 피터는 체취도, 온기도 무엇도 없어서 2층으로 올라가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알아, 그래서 고민 중이잖아.”

“고민도 할 줄 알았어요? 저는 두려움이 없는 남자니까 마구 해낼 줄 알았죠.”

“지금은 맷 머독이야.”

아무래도 이건 아니지 싶어서 맷은 다시 부엌으로 돌아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아무리 맹인이라지만 집안을 더듬으며 돌아다니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부엌으로 오려는 맷을 알아차린 메리 제인이 고개를 들었다.

“피터 방은 2층이에요!”

저녁은 아직 멀었으니까 편하게 보라며 맷을 떠민 메리 제인은 메이와 함께 있었다. 메리 제인과 메이가 가볍게 수다를 떨면서, 식사를 준비하는 소리를 맷은 들을 수 있었다. 슬픔을 잊기 위해 노력 중인 것도. 맷은 잠깐 고민하다가 천천히 계단을 올라갔다. 집이 오래되었다는 것을 증명하듯 계단은 낡은 소리를 냈다. 나무 사이의 간격이 넓어지고, 섬유질이 연약해지며 나는 오래된 소리. 맷은 오히려 이런 것이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걸 알았다. 도시의 것들과는 다른 시간의 소리였다.

계단을 오를수록 피터의 체취가 선명하게 나서 맷은 피터의 방이 어디인지 금방 알 수 있었다. 벽을 더듬지 않고, 앞으로 망설이지 않고 걸어간 맷은 피터의 체취가 강하게 느껴지는 방의 문고리를 잡고 돌렸다. 낡은 나무문이 소리를 내며 열리고, 뛰어난 감각은 피터 파커의 형태를 맷에게 옅은 색으로 돌려주었다.

사실 맷이 방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크게 없었다. 벽에 붙여진 포스터가 낡았다는 것, 침대도 피터가 지금의 덩치로 자기에는 조금 작다는 것, 사진으로 추정되는 것들이 벽 이곳저곳에 붙어 있다는 것 정도였다. 시각을 잃은 맷이 알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그런 것들뿐이었다. 보이지 않는 것들이 가득한 알 수 없는 피터의 공간. 낡은 책상에는 피터가 줄곧 쓰던 웹슈터 용액 냄새가 배어 있었다.

여기가 스파이더맨의 시작이었네.

이곳에서 피터가 처음 스파이더맨을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썼을 침대는 지금의 피터가 쓰기에는 조금 작았고, 많이 낡았으며, 침대 아래에는 장난감 상자 같은 것들이 들어가 있음을 알았다. 피터의 체취가 여전히 남아 있는 침대에 걸터앉아서 맷은 책상에 앉아 거미줄 용액을 만들던 열다섯 살의 피터를 상상했다.

그때는 만난 적이 없으니까. 일곱에 만났을 때보다는 심장 소리가 더 컸겠지.

스파이더맨 활동도, 거짓말도 서툴렀을 거야. 그런 생각들.

“여기서 거미줄을 만든 거야?”

맷이 침대를 손바닥으로 쓸며 물었다. 낡은 직물은 맷의 손길에 부드럽게 보풀을 일으켰다.

“처음엔 그랬죠. 용돈 모아서 만드는 게 그때는 꽤 힘들어서 학교 과학실도 자주 갔거든요. 감각으로 그런 것도 알아요?”

“네 체취랑 화학용품 냄새가 잔뜩 풍기거든.”

“메이 숙모네에서는 안 만든 지 꽤 됐는데…”

“원래 흔적은 오래도록 남는 거야, 피터.”

낡아서 색이 바란, 맷에게는 그저 오래된 용액 냄새가 밴 것으로 느껴지는 책상을 만지며 맷이 말했다.

벽에 있는 사진도 살펴봤지만 맷은 사진의 매끈한 표면만 느낄 수 있었다. 아무리 만져도 사진은 알 수 없어서, 피터가 사진을 찍던 때에도 몇 번이나 설명을 들었던 것을 떠올릴 수 있었다. 원래라면 설명해줄 사람이 없어서 매끈한 감촉을, 미끄러지는 느낌만을 간직해야 했던 맷은 다행히 피터와 함께였다. 맷이 사진을 손끝으로 조심스럽게 더듬으면 피터가 무슨 사진이었는지 설명해 주었다. 목소리뿐인 피터와 피터의 체취와 흔적이 가득한 사진들은 꿈 같기도, 현실적이기도 했다.

처음 뷰글에 스파이더맨 사진을 팔 때 찍었던 사진이나 대학생 때 친구들이랑 커피빈에서 찍은 사진 같은 것들이었다. 조나가 사진을 살 때 얼마나 가격을 짜게 책정했는지, 스파이더맨 사진이 마음에 안 든다며 던졌다거나, 고생했던 것을 이야기하는 피터의 목소리는 높기도 낮기도 했다. 조나의 목소리를 흉내내는 장난스러운 목소리에 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찬찬히 흔적을 더듬어가던 맷의 손이 어느 사진 하나에 닿았다.

“아, 그건 맷이 가져가요.” 피터의 목소리가 가볍게 울렸다.

지금 죽은 사람 물건을 슬쩍하라는 거야?

“피터, 그러면 난 파렴치한 도둑이 될 거야.”

“주인이 허락한다잖아요.”

“네가 진짜 피터 파커 유령인지, 아니면 내 머릿속의 환청인지 아직 확신이 없거든.”

“하하, 의심도 많으셔라. 마음대로 해요. 하지만 저는 맷이 가져갔으면 좋겠어요. 뭐, 아니면 나중에 메이 숙모가 다 정리해주시겠죠.”

아래층에서 저녁 준비가 다 되었다는 메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맷은 잠시 망설이다가 피터가 가져가라던 사진 한 장을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나중에 들키면 정말 형편없는 도둑으로 보일 텐데, 그런 고민에도 결국 사진은 주머니에 넣어두고 계단을 천천히 내려갔다.

“피터, 이거 뭘 찍은 거야?”

계단을 내려가며 맷이 물었지만, 줄곧 대답을 주던 피터는 대답이 없었다.

피터?

지독하게 조용하고 가라앉은 공기만 느껴질 뿐이었다.

 

 

4.

맷은 대답 없는 피터를 계속 찾고 있을 수 없었다. 메이와 메리 제인이 준비가 되었다며 맷을 불렀고, 먹음직스러운 냄새가 맷의 후각을 자극했다. 맷이 피터의 이름을 몇 번이고 불렀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적막, 그리고 그보다도 큰 사람들의 소리들. 수많은 감각들. 맷은 부엌으로 가서 식탁 앞에 앉았다. 메리 제인이 맷의 팔을 가볍게 잡아 비어 있는 의자로 안내를 해주었다. 맹인 변호사를 저녁 식사에도 초대해 준 좋은 사람들. 맷은 메이가 권하는 것들을 먹으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눴다. 대부분은 피터의 어린 시절 이야기였다. 메이가 기억하는 피터 파커의 모습을 그리며 맷은 그 기억 위에 자신이 알던 스파이더맨의 이미지―시각이 아니라 맷의 감각이 만든 어렴풋한 형태에 가까웠다―를 덧씌웠다. 메이는 모르는 스파이더맨의 모습을 맷은 말해줄 수 없었다. 메이의 이야기에 MJ도 맞장구를 쳐주며 화기애애한 저녁이 되었다.

“피터―, 스파이더맨과는 어떻게 알게 된 거예요, 맷?”

대화가 계속되던 중 메이가 물었다. 피터랑 어쩌다 알게 되었냐고. 궁금증이 어린 목소리와 시선이 맷에게는 느껴졌다. 깊은 인연이 닿았으니 스파이더맨의 변호사를 자처한 것이라고 생각한 메이의 물음은 진지했다. 맷은 웃음으로 무마하려고 했지만 메이 파커의 기세에 밀려 결국 입을 열었다.

“시비가 걸렸을 때 스파이더맨이 도와준 적이 있습니다. 그땐 파커 군도 열일곱 정도 되었겠네요.”

“오래전 인연이네요?”

“네, 그 뒤로도 몇 번이나 도움을 받았죠. 파커 군은 정말 좋은 이웃이었으니까요.”

맷은 스파이더맨과 함께 했던 여러 소동을 떠올렸다. 꽤 오래된 사이였다는 걸 그제야 깨닫기도 했다. 스파이더맨과 데어데블이 알아 온 시간은 정말 길었다. 시간이 흐르며 뉴욕이 바뀌는 동안에도 맷과 피터는 그곳에 있었다. 이렇게 오래 되었는 줄도 몰랐다는 사실을 맷은 뒤늦게 자각했다. 피터의 고등학교 시절부터 함께 있었으니까, 꽤 긴 시간이었다. 그동안 뉴욕에는 여러 시장들이 당선되고, 자리를 떠나갔으며 피터도 자랐다. 무모하고 사람들에게 비난을 듣던 열일곱 피터가 이젠 모두가 사랑하는 이웃이 되어 있었다. 앞만 볼 수 있을 것만 같던 무모한 스파이더맨은 어느새 주위를 둘러보며 이웃을 살피는 자상한 영웅이 되었다.

데어데블이라는 사실을 빼고서는 메이에게 전해줄 수 있는 말이 많지 않은 맷은 시간이 늦어서 가보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택가여서 택시 잡기 어려울 거라는 메이의 걱정에 곁에 앉은 메리 제인이 자신이 콜택시를 불러줄 테니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메리 제인이 휴대폰을 챙겨드는 사시에, 맷이 먼저 현관 밖으로 나갔고 집 앞에 늘어져 있는 크고 작은 인형들이나 초들을 발견했다. 아마 사람들이 피터를 추모하려고 가져다 두었을 것이다. 현관 앞에 좁은 계단과 마당에는 이웃들의 마음이 가득 놓여 있었다.

맷에게는 그저 형태만 보일 뿐이다. 인형의 동그란 머리통이나 촛불이 타며 흐르는 촛농, 이곳을 오간 여러 사람들의 흔적들만이 맷이 느낄 수 있는 전부였다. 스파이더맨의 형태라는 건 어떤 거지? 데어데블의 코스튬에 뿔이 있는 것처럼 스파이더맨을 상징하는 거미가 그려져 있는 인형일까. 만져보아도 알 수 있는 것은 인형 위에 자수로 이런저런 선이 그려져 있다는 사실 뿐이었다. 맷은 그것이 피터의 슈트에 그려져 있다는 거미줄을 표현한 것이라는 걸 한참을 만져본 뒤에야 깨달을 수 있었다. 스파이더맨 인형 하나를 쥐고 손끝으로 만져보고, 보이지 않는 눈으로 응시하던 맷은 다가오는 메리 제인을 알아차리고 인형을 제자리에 두었다.

“콜택시는 안 불렀어요, 변호사님.”

“맷이라고 불러주세요, 왓슨 양.”

“저도 MJ로 불러주시고요. 왠지 택시를 원하진 않을 거 같으셔서 안 불렀어요.”

메리 제인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그 웃음을 따라 맷도 웃는 체를 했다.

“감사합니다. 잠깐 걸을까 생각 중이었거든요.”

“피터도 이런 밤에 꼭 혼자 어딜 나가곤 했죠. 무리하진 마세요, 맷.”

그런 말을 남기고, MJ는 메이 숙모 찾아서 집 안으로 들어갔다. 피터도―. 메리 제인의 말을 잠시 이해하지 못하던 맷은 잠깐 멍하니 서 있었다.

왓슨 양이 내 정체를 아는 기분이 드는데, 피터?

맷은 퀸즈의 주택가를 천천히 걸었다. 도심에서 벗어난 주택가는 고요하고 차가웠다. 피터의 월셋방이 있던 맨해튼과는 다른 분위기는 도시가 아니라 어느 시골과도 같았다. 헬스키친의 축축함과는 다른 또 다른 삭막함. 도심까지 가려면 꽤 시간이 걸릴 것이다. 가다가 택시를 타든지 해야만 했다. 일단 지금은 조용히 걷고 싶었다.

“피터.”

아까부터 대답이 사라진 피터를 불러야 했으니까.

“피터? 아까 환상이라고 해서 화난 거야?”

맷은 조용한 거리를 걸으며 혼잣말처럼 피터에게 말을 걸었다. 울퉁불퉁한 보도블럭을 이리저리 피하며 피터를 불렀다. 누군가 본다면 미친 사람으로 알 것이지만, 다행히 맷은 주위에 사람이 없음을 알 수 있었다. 집안에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들은 가족들과 마주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역시 스파이더맨과 피터의 이야기였다.

스파이더맨, 빌딩, 피터

파커, 대피, 붕괴, 사망

단어들이 뒤섞여서 맷의 귓가에, 손끝에 닿았다. 그 장소에 맷도 갔으니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메이 파커가 한 이야기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 그때의 상황을 생존자가 이야기해 주고 있을 것이다. 스파이더맨이 어떻게 이웃들을 구했는지, 대피 시켰는지, 한 바퀴 돌아보고 오겠다는 유쾌한 농담과 남기고 깊숙이 들어가던 것을 보았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매튜를 흔들었다. 스파이더맨은 친절한 이웃이면서 영웅이에요.

피터, 온 세상이 네 이름이야.

맷은 어쩐지 속이 울렁거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음이라도 한 것처럼. 스파이더맨의 이름을 너무 들어서 속이 뒤집힐 수가 있는 걸까?

맷은 걸음을 멈추고 잠시 길가에 앉았다. 정말 이상하게 보일 것이다. 길가에 주저 앉아 있는 정장 차림의 선글라스를 쓴 맹인. 피터의 동네는 조용한 편인데도, 맷에게는 너무 시끄러웠다.

귀를 막아서 안 들린다면 나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세상은 계속 스파이더맨의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붕괴 현장에서도, 스파이더맨이 발견되어 나왔을 때도, 장례식에서도, 보험금 문제에서도, 그리고 지금도. 스파이더맨이 피터 파커였다는 사실을 세상이 알게 되었다. 피터가 두려워했던, 그리고 맷 또한 걱정하곤 했던 상황이었다.

‘이게 네가 바랬던 상황이야, 피터? 온 세상에 네 죽음을 가십 기사처럼 써먹는 거?’

제발 소리가 들리지 않았으면 생각하며 맷은 길가에 주저앉은 채로 그저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피터, 넌 최악이야..”

“와, 그 말은 좀 아픈데요.”

피터의 목소리였다.

“피터?”

“네?”

“어디 갔었어?”

“음…, 그냥 여기저기요. 근데 맷은 왜 거기 앉아있어요?”

피터 목소리가 들려서 맷은 정신이 들었다. 피터 파커의 목소리가 사실은 환상이라 사라진 것이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또 피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분명하고 맑은, 언제나 맷을 찾던 그 목소리가 유쾌하게 다시 매튜를 부르고 있었다. 시끄럽던 소음에서 피터의 목소리에 집중하니 왠지 울렁거림이 나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네가 없는 동안 어지러운 일이 있었거든.” 맷이 마른 세수를 하며 피터를 향해 웃었다.

와, 메이 숙모가 어려운 질문이라도 했나 봐요?

“숙모가 가끔씩 그래요. 인생에 제일 어려운 질문을 던져주시죠. 우리 파커 여사님은.”

“그러게, 정말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질문이었어.”

“맷이 어려워하는 것도 있네요? 뭐든 다 해내는 줄 알았어요.”

웃음기가 가득한 목소리를 들으며 맷은 다시 일어났다. 도심으로 돌아가야 했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았다.

“피터, 넌 뭘 보고 온 거야?”

“공짜 핫도그 주던 가게 아저씨?”

“메이 파커를 두고 간 곳이 거기라고?”

미간을 찌푸리며 맷이 되물었다. 만약 피터가 육체가 존재했다면 근육을 움츠리며 눈치를 슬쩍 봤을 테지만, 목소리만 남은 피터의 감정을 맷은 쉽게 알 수 없었다.

“가끔 거리 세를 내놓으라고 깡패들이 오거든요. 스파이더맨의 단골 가게여서 한동안은 괜찮았는데, 걱정돼서요. 이젠 없잖아요.”

“가는 길에 들려야겠네. 밤 영업은 한대?”

“아마도요?”

맷은 피터랑 이야기하며 걸었다. 피터의 목소리는 다시 농담과 즐거운 이야기를 맷에게 늘어놓고 있었다. 피터의 목소리만 들릴 뿐이고, 그 외에는 무엇도 느낄 수 없는 맷의 마음 한 구석에는 피터가 환청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또 그런 소리를 했다가 이 목소리가 사라지면 다시 다른 소음에 시달려야 했으니까. 지금은 친절한 이웃의 걱정거리를 덜어주기로 했다. 목적지는 스파이더맨의 단골 핫도그 가게였다.

큰길이 나와서는 택시를 잡아탔다. 여기도 역시 라디오를 켜두고 있었다. 다행히 이번에는 뉴스가 아니라 오래된 팝송이 흘러나오는 인기 없는 채널이었다. 맷은 노랫소리를 더 키워달라고 말했다. 그래야 피터랑 이야기를 할 수 있을 테니까. 노래를 따라 흥얼거리는 택시기사의 관심을 피해 맷은 피터에게 말했다.

“어디 갈 땐 간다고 말해줘.”

“유령도 통금이 있어요?”

“그래, 이제부터.”

매튜는 데어데블 슈트 입고, 피터가 자주 가던 핫도그 집에 들렀다. 피터의 걱정처럼 수금을 하러 온 깡패 몇 명이 주인을 협박하고 있었다. 이 정도는 간단하지. 맷은 단숨에 가게 안으로 들어가서 주인의 멱살을 쥐고 있던 녀석부터 얼굴을 걷어차고, 다른 녀석들도 빌리클럽을 던져 막았다. 데어데블에게 어려울 것은 없었다.

“다시 여기 온다면 두 발로 서지 못할 줄 알아!”

깡패의 얼굴에 주먹을 휘두르며 데어데블이 말했다. 얼굴 뼈에 닿은 주먹에서 느껴지는 통증, 터진 얼굴에서 느껴지는 혈향, 끓어오르는 감각과 방향을 잃은 분노. 맷은 다시 일어나지 못하는 녀석들은 대충 가게 앞에 던져두고 경찰에 신고를 해달라고 했다. 데어데블이 여기까지 웬일이냐며 주인은 친근하게 물었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듯 주인은 데어데블의 갑작스러운 등장에도 놀라지 않은 모양이었다. 스파이더맨의 단골 가게답네. 맷은 잠시 침묵했다가 입을 열었다.

“친절한 이웃의 부탁입니다.”

깡패들을 때려주고 가려던 맷에게 가게 주인이 잠시 기다리라고 말하고는 종이봉투를 쥐여주었다. 봉투를 열지 않아도 내용물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칠리 도그, 피터가 좋아하는 거였다. 가게 주인은 다음에 또 와도 좋다며 앞으로도 이곳은 열려 있을 거라며 데어데블를 향해 친근하게 말했다. 데어데블은 그 친절과 따스함이 스파이더맨을 향했던 것임을, 그리고 지금도 그러하다는 걸 알았다.

스파이더맨의 단골 메뉴. 맷은 피터가 가끔 제게 건네던 핫도그의 출처를 알아차렸다.

“지금까지 공짜 핫도그로 생색을 냈던 거군.”

“에이, 패트롤 돌던 노력도 들어 있거든요?”

피터와 자그마한 말다툼을 하면서 맷은 옥상에 올라가 주위 소리를 들었다. 오늘은 악당도 쉬는 날인지 평소보다 몇 배로 조용했다. 누군가를 더 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끓어 오르지만 풀 곳이 없었다. 맷은 대신 종이봉투를 확인해 봤다. 케첩과 머스타드, 칠리소스가 엉망으로 칠해진 종이 봉투 안에는 핫도그 두 개가 들어 있었다.

“혼자서 2개는 과한데.”

“저는 다 먹을 수 있는데요.”

“많다고 나 하나 주던 거 아니었어?”

맷이 장난스럽게 물었다. 피터의 숨이 당황으로 흐트러지는 걸 맷은 알 수 있었다.

“아, 그건…! 제가 다 먹을 수 있다고 하면 맷이 양보할 거 같아서요. 맷한테 양보해 주려고 거짓말했죠. 저 엄청 잘 먹어요. 근데 지금은 못 먹어드리네요.”

맷은 봉투를 잠시 들고 있다가, 다시 닫았다. 입맛이 없었다.

누군가의 얼굴을 패주고 싶은 기분이었지만 오늘따라 뉴욕은 조용했다. 헬스 키친까지 그랬다. 소리에 집중하면 피터의 이름만 가득했다. 스파이더맨은 일주일도 더 전에 죽었는데, 세상은 이제야 스파이더맨이 정말 죽은 것처럼 계속 스파이더맨이 죽었다고 말하고 있었다. 이젠 어떻게 죽었는지까지 말하잖아. 매튜는 높은 빌딩 위에서 피터 파커의 이름을, 스파이더맨의 마지막 모습을, 메이 파커가 말하던 피터를 들어야만 했다. 뛰어난 감각은 맷에게 듣지 않을 권리를 제공해주지 않았다.

결국 누구를 패준다는 생각을 접고 집으로 돌아가서 쉬기로 했다. 그리고 잠이 들 때까지 맷은 피터에게 말을 걸었다.

온 세상이 네 이름이야.

유명인이 된 기분은 어때?

나 내일부터는 그냥 변호사 일도 해야 해.

피터의 변호사 역할은 보험금만 지불되면 끝날 거야.

내가 하늘을 볼 수 있었다면 네가 보였을까.

맷은 일어나자마자 사무실로 출근 준비를 했다. 오늘도 사람들의 입에는 스파이더맨 이야기가 가득 채워져 있었다. 넥타이를 매는 동안에도 무너진 빌딩 이야기가 계속 들려왔다.

“사무실로 가는 거예요?”

“그래. 네 일을 처리한다고 의뢰받은 일도 못 했거든.”

“이젠 진짜 변호사로 돌아가야겠네요.”

“피터, 넌 뭐 할 거야?”

재킷을 챙겨 입으며 매튜가 물었다. 피터의 목소리는 장난스러운 콧소리를 냈다.

“맷 구경하기? 아니면 패트롤 돌던 곳 둘러보기? 음, 걱정되는 곳들이 있긴 하거든요. 뭐, 유령이 간다고 해서 도움 되는 건 아니지만.”

“그럼 갈 필요 없잖아.”

“그래도 가서 봐야지 안심이 될 거 같아서요.”

맷은 사무실로 가면서도 피터랑 대화를 나눴다. 지팡이로 턱을 짚으면서도 피터에게 말을 걸었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주위에 관심이 없다. 맹인이 혼자 이야기를 하고 있어도 그저 스쳐 지나갈 뿐이었다. 이웃에게 관심이 많던 사람은 스파이더맨뿐이었을 거다. 맷은 피터의 목소리에 집중하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작은 가게의 라디오도 TV도 모두 스파이더맨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사무실로 간 맷은 미뤄두던 의뢰를 정리하고 살피고 포기랑 이야기를 나눴다. 포기가 어제 메이 씨의 연설을 봤다며 먼저 운을 띄웠다.

“맷, 너 나한테 말도 안 하고 갔더라?”

“기자들이 몰려갈 줄 몰랐어. 너도 같이 갔어도 같았을 거야. 메이가 워낙 강경했거든.”

맷이 장난스럽게 웃었다.

“역시 스파이더맨의 숙모다우시네.”

“그래, 정말 강하셨지. 왓슨 양도 그랬어.”

“메이 씨가 정말 조카가 스파이더맨이었다는 걸 모르셨던 걸까? 너무… 담담하게 말하셨잖아.”

“포기, 메이는 정말 몰랐어. ‘우리’는 이런 일에는 정말 예민하잖아.”

“같은 ‘길거리 동료’들?”

포기가 되물었음. 맷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 길거리 자경단원들.

개인 사무실로 들어가려는 맷의 뒤통수를 향해 포기가 물었다.

“맷, 넌 언제부터 스파이더맨의 변호사가 되기로 한 거야? 나한테는 한 번도 말해준 적이 없잖아. 상담 중에 갑자기 뛰어나가서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맷은 문고리를 잡은 채로 잠시 서 있다가 그냥 웃었다.

“좀 됐어.” 짧은 대답을 준 맷은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서류를 손가락으로 더듬는데, 주위가 조용했다. 스파이더맨 이야기가 시끄럽다고 생각했더니 이제는 또 지독하게 조용하다. 서류를 두고 잠시 눈을 끔뻑이던 맷이 피터, 하고 익숙한 이름을 불렀다.

“피터, 내가 청각이 나간 걸까?”

“이젠 저 안 들려요?”

“아니, 네 목소리는 들리네.”

사실 미친 게 아닐까.

포기나 누군가에게 피터의 목소리가 들린다고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죽은 스파이더맨이 유령처럼 와 있는데, 내가 맹인이라 그를 확인할 수 없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런데 사실 유령조차 아니라면? 내가 미쳐버린 거라면? 스파이더맨의 죽음에 왜 맷 머독이 미쳐버리는 거야. 그래서 누구에게도 피터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가 없었다. 헛웃음이 터졌다.

일이 되는 걸 보면 미친 것은 아닐 거라고 맷은 스스로를 위로했다. 다시 점자로 된 자료들을 훑는 동안 피터는 잠시 말이 없었다. 맷도 잠깐 피터를 부르지 않았고, 짧은 적막이 이어졌다. 거친 종이 위의 잉크를 더듬는 맷의 손끝은 계속 새로운 감각을 찾아 움직였다. 그러다 먼저 입을 연 쪽은 피터였다.

“제가 처음 부탁했을 때 기억나요?”

“뭘?”

“그, 유언장이요.”

피터의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그래… 기억하지. 그때 너 정말 바보 같았거든.”

맷이 힘 없이 웃으며 답했다. 맷이 간직하고 있던 상자. 그러니까 스파이더맨의 유언장은 피터가 스무 살 때 쓰인 것이었다. 맷이랑 알고 지낸 지 거의 3년이 될 무렵, 그리고 피터가 5년 차 스파이더맨으로 지내고 있을 때였다. 그리고 피터 파커가 위태로운 위기를 겪었던 날이었다. 눈앞에 죽음이 닥쳐왔던 날, 피터 파커는 그럼에도 그곳에 버티고 서 있었다.

그래도 그날의 스파이더맨은 일어났고, 사람들을 구했다.

그곳에서 살아남은 피터는 언제든 이런 일이 올 수 있음을 그제야 자각하게 되었다. 크고 작은 사건은 많았지만 ‘진짜 죽음’을 앞에 둔 적은 그렇게 많지 않았으니까.

만약 스파이더맨이 죽는다면? 피터 파커가 죽는다면?

그렇게 쓰인 게 스파이더맨의 유언장이었다. 변호사의 공증이 필요하다는 것도 검색으로 알았다. 그때의 피터는 아직 서툴렀고, 그저 정한 것을 굽히지 않는 강인함 밖에 없던 때였다.

피터는 종이에 펜으로 대충 쓴 걸 유언장이라며 맷에게 들고 왔다. 문을 두고 창문을 두드린 피터는 정말 진지했다.

‘그런 걸 유언장이라고? 피터, 네 나이가 아직―’

‘스물이요. 청춘이죠. 근데 저 진짜 진지해요, 맷. 아는 변호사가 당신밖에 없거든요.’

‘그래…. 원하는 게 뭐야, 스파이더맨?’

요구사항은 별거 없었다. 보관해 뒀다가 죽으면 가족에게 전해달라는 게 다였다. 사실 변호사가 필요도 없는 부분이었다. 피터가 대단한 자산을 가진 것도 아니고, 그냥 마스크 쓴 자경단이라는 것 말고는 특별한 게 없는 대학생이니까. 맷은 그럼에도 그것을 거절하지 않고 받아 들었다. 상자를 가져가자 안심하며 웃던 피터의 숨소리와 안정되는 심박이, 그리고 남아 있는 상처에서 스미는 혈향이 매튜의 결정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쓰인 게 한 장. 그 뒤로도 몇 장이 모여서 상자에 들어갔다. 대부분 스파이더맨에게 어떤 일이 발생한 때였다.

죽을 위기가 생기면 냉큼 새로운 유언장을 작성해서 맷을 찾아오던 피터는 어느 날부터는 빈손으로 찾아오기 시작했다.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 더 이상 유언장을 적는 것을 그만두었다. 죽고 남겨질 이들을 한참을 걱정하고 떠들던 피터는 다시 앞만 보고 나아갔다. 그냥 가끔 맷의 사무실에 있는 상자를 혼자 열어보고 다시 제자리에 두기만 했다. 맷이 아는 한 피터가 새로운 유언장을 더하는 일은 없었다.

그래서 스스로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이젠 하지 않는 줄로만 알았다.

잠깐 그러고 넘어갔던 일이었다. 그 뒤로도 피터는 여러 위험에 처했지만 늘 일어났으니까. 맷도 가끔 사무실을 정리할 때야 그 상자의 존재를 깨달았다. 사과만 가득한 유언장. 초라한 편지로 남겨진 유언들은 피터 파커가 스파이더맨을 하며 만들어야 했던 수많은 비밀, 그것들에 대한 미뤄두던 고백과 용서를 바라는 이야기였다. 피터가 써온 것들을 대부분 살펴보았던 맷은 그 내용을 대충 알고 있었다.

이런 일을 겪게 해서 미안해요.

그때 피터 파커가 남은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게 전부였다.

“그 뒤로 너도 유언장을 잊고 있었잖아, 피터.”

“에이, 잊은 게 아니거든요? 그냥 필요 없겠다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이미 그걸 메이에게 통째로 전해줬으니까, 후회해도 늦었어. 네가 늦게 나타난 탓이지.”

“맷.”

“응.”

“난 제 이웃이 걱정이에요.”

“피터.”

“네.”

“난 네가 죽어서도 그런다는 게 걱정이야.”

피터가 웃었다. 맷은 소리만을 들을 수 있을 뿐이다. 유쾌하기 그지없는 피터의 웃음소리. 피터 파커가 죽었다는 사실이 거짓말처럼 느껴지게 하는 소리. 맷은 피터를 따라 미소를 지었다.

 

 

5.

스무 살 피터에게 유언장을 받고 맷은 피터의 변호사가 되어주기로 했었다. 사실 반은 장난에 가까웠던 것이지만, 비용은 나중에 샌드위치나 핫도그로 받은 셈 치기로 했다. 피터와 제대로 협상을 본 것은 아니었으나 맷은 멋대로 그렇게 셈을 치렀다. 스파이더맨과 데어데블은 자주 만나서 팀업도 하고, 점심이나 저녁을 같이 먹곤 했으니까.

그때마다 무료 핫도그를 가져온 거네.

맷은 일하는 동안 피터와 이야기를 나눴다. 피터와 맷은 전처럼 의미 없는 농담을 주고받았다가 이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냥 그런 대화들이 오갔다. 평범하고 일상적인 문장들은 피터의 죽음이 꿈이었던 것처럼 아득하게 만들었다. 정말 죽게 된다면 할 말이 그렇게 많을 것 같았던 스무 살의 피터는 이제는 이웃에 대한 걱정만 남아서 정작 죽은 본인은 신경을 쓰지 않는 것만 같다고 맷은 생각했다. 매튜가 만들어낸 환상이어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맷, 너 누구랑 이야기를 그렇게 해?”

사무실에서 계속 들려오는 맷의 혼잣말에, 이상함을 눈치챈 포기가 들어왔다.

“…피터.”

“뭐?”

“장난이야. 그냥 혼잣말이었어.”

“너 집에 가서 쉬는 게 낫겠다. 스파이더맨 죽었을 때부터 이상했다니까.”

포기가 걱정어린 투로 말했다. 맷은 고개를 저었다. 죽은 피터의 유령이 찾아와서 목소리가 들리지만, 난 멀쩡해. 맷은 그렇게 스스로를 변호하고 싶었다. 그저 목소리만이 남은 피터와 계속 이야기를 나눴을 뿐이니까 아무것도 아니라며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유령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미친 소리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나 멀쩡해, 포기.”

“됐어! 당장 집으로 가. 슈트 입을 생각은 하지도 마.”

포기가 검지를 경고하듯이 들고 있다는 걸 알지만 맷은 대답하지 않고 일어났다.

“아, 포기. 피터 보험금은?”

“내일 메이 씨랑 가서 사인만 하면 바로 입금이야.”

“그래.”

“그런 걱정하지 말고 가서 쉬라니까. 너 진짜 피곤해 보여.”

“내일도 내가 메이랑 갈게.”

“맷.”

“내가 해야 해, 포기. 내가 피터의 변호사니까.”

그런 말을 남긴 뒤에 맷은 사무실을 나갔다. 맷은 자신이 이 정도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스파이더맨의 변호사니까. 그게 피터에게 한 약속이었다고, 맷은 자신의 책임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맷은 집으로 가지 않고, 또 피터가 돌았던 패트롤 루트를 돌았다. 데어데블이 다니는 것보다도 넓고 복잡한 길과 골목들을 거미줄 대신 와이어를 사용하는 데어데블이 누볐다. 가끔 시비가 걸린다는 노숙자 친구들, 스파이더맨이 자주 살피던 종종 혼자 남아 있던 아이, 나이가 있으셔서 외출이 힘든 할머니와 같은 이웃들이 그곳에 있었다.

“몸이 하나라도 모자랐을 것 같은데 어떻게 여길 다 돈 거야, 피터?”

“그냥 어쩌다 보니 점점 많아져서요.”

“이젠 이웃들 걱정은 그만해.”

“데어데블이 해줄 테니까?”

“가능한 정도까지만.”

“그 정도도 괜찮아요. 그냥 가끔만 둘러봐 줘요. 그리고 나중에는 까먹어도 탓 안 할게요.”

피터가 가볍게 말했다. 맷은 피터랑 자주 만나던 크라이슬러 빌딩 위에 있었다. 차가운 바람이 맷의 뺨을 스쳐지나가며 멀어지는 정신을 붙잡아주었다. 꿈과 현실 사이에서 맷은 제가 서 있는 곳이 꿈이 아니라고, 망상이 아니라고 몇 번이고 스스로를 향해 말해야 했다. 옆에 있을 피터는 여전히 목소리뿐이어서, 혼자 있는 것만 같았다.

포기가 누구랑 이야기하냐고 묻던 게 떠올라서, 맷은 피터의 목소리가 정말 자신에게만 들린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피터의 목소리는 맷에게만 들리는 모양이었다. 어렴풋이 알고 있긴 했으나 이제야 명확해졌다. 유쾌하고 맑게 울리는 목소리를 맷은 제외한 누구도 듣지 못하는 건 어째서일까. 진짜 유령이라면 눈으로 볼 수 있었을까. 내가 볼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피터 네가 옆에 있었을까. 맷은 답을 내릴 수 없는 물음 앞에 있었다. 누구도 대답해 줄 수 없는, 앞으로도 그러할 질문은 쌓여만 갈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정말 이상하다 싶었다. 심장의 두근거림도 호흡도 없는데 목소리는 진짜 같아서. 맷은 피터가 가짜라고, 망상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빌딩 위는 바람 소리만 가득할 뿐이었다. 스파이더맨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들리지 않고 정말 피터 목소리랑 차갑고 날카롭게 부는 바람의 입김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맷은 이제 인정하기로 했다.

넌 피터가 맞아. 환상이라기에는 너무 스파이더맨이잖아. 죽어서도 웃을 수 있는 애는 너밖에 없을 거야, 피터.

그리고 생각했다. 피터가 들리는 것은 여전히 피터가 쥐고 있는 걱정을 해결해달라는 요청이 아닐까, 하고 맷은 멋대로 제 역할을 늘렸다. 메이를 돕는 것 말고도 변호사 역할이 남아 있다고 확신했다. 원래는 같이 여기 앉아 샌드위치를 나누어 먹었을 피터는 이제 없으니까, 그럼에도 피터는 존재하니까 누군가는 해야할 일들이 있었다. 실체가 없는 피터가 할 수 없는 일들.

도움이 필요할 때면 피터는 늘 맷을 찾아왔으니까. 맷은 이번에도 피터가 그렇게 찾아왔을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어떻게든 이유를 만들어 내던 만남은 늘 그랬다. 변호사에게든 데어데블에게든, 도움이 필요하다며 창문에 노크하던 스파이더맨은 염치라는 걸 몰랐다. 멋대로 창틀을 넘어서 들어와 천장 위에 붙어서 즐거운 웃음소리를 내던 피터는 언제나 갑작스럽게 찾아오고, 멋대로 도망치길 반복했다. 당연히 도와줄 거라는 걸 믿는 피터에게 어떻게 싫다고 말하겠어. 피터도 맷의 부탁을 거절한 적이 없는걸. 이번에도 그래서 찾아온 게 아닐까. 맷은 멋대로 피터를 추측하면서도, 피터에게 묻지 못했다.

정말 이웃들을 도와달라고 온 것이라면 유쾌하지 않을 것 같았으니까. 죽어서까지 그런 걱정을 하고 있냐며 좋은 소리가 나올 것 같지 않았다.

무너진 잔해 속에서 겨우 그런 것들을 안고 있었어? 잔해 속에는 네 피 냄새만 가득했어, 피터. 그 빌딩에 남은 건 너 혼자였어. 그런데도 이웃들이 걱정이야?

맷은 피터를 향해서 소리치고 싶었다.

“여기 경치가 끝내주네요.”

목소리에 여전히 즐거움이 묻어 있었다. 맷은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돌아봤다. 느껴지는 것은 없어도 분명 피터가 있는 것이겠지. 맷은 그냥 목소리를 따라 웃어버리기로 했다. 농담이나 하는 피터의 목소리가, 언제나 즐거움을 찾는 피터의 시선을 좋아했으니까 더 이상 탓하고 화내고 싶지 않았다. 맷은 유령이 경치 구경할 여유도 있냐며 괜히 핀잔을 주다가, 나는 안 보여서 모른다고 장난스럽게 말했다. 자학적인 농담. 그런 것에도 웃을 수 있는 사이여서 피터가 편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냥 여긴 조용해서 좋아. 저 아래는 너무 시끄럽거든. 사람들이 지겹도록 널 불러, 피터.

맷은 정말 악당을 패주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분노인지 모를 마음이 가슴이 뭉쳐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빌딩에서 뛰어내리기로 했다. 바닥과 부딪힐지도 모른다는 스릴, 위험에 다가가는 본능을 쫓았다. 맷의 몸이 허공으로 던져지고, 중력에 의해 속도를 더하며 추락했다. 더욱 거칠어진 바람 소리가 맷의 감각을 먹어 치웠다. 이렇게 높았나. 피터랑 내기하며 떨어질 때보다 더 오래 걸린다는 기분이 들었다.

스파이더맨 죽었을 때부터 이상했다니까.

포기의 말이 떠올랐다.

“맷―!”

아. 바닥과 부딪히기 직전에 맷은 와이어를 다른 곳에 감아서 다시 위로 몸을 던질 수 있었다. 피터의 깜짝 놀란 목소리가 맷의 이름을 몇 번이고 불렀다. 그래, 이상하네.

그 뒤 맷은 헬스 키친에서 문 닫은 가게를 털던 도둑을 발견했다. 총 3명, 총은 하나. 참 좋은 타이밍이네. 맷은 가게의 조명을 꺼버리고 총을 쥔 도둑의 손에 빌리 클럽을 던졌다. 이젠 데어데블의 시간이다. 주먹과 발차기 몇 번이면 되는 일이었다. 맷은 제 끓어오르는 피터가 바라는 대로 움직였다. 과장된 감각은 도둑의 작은 움직임도 자신을 향한 위협으로, 반격을 위한 움직이라고 멋대로 결론을 내려버렸다. 조금 과한, 일방적인 폭력이었다.

매튜는 결국 폭력으로 제 안에 있는 것을 쏟아냈다. 피터가 돌봐 달라던 이웃들에게는 다정하지만, 헬스 키친에서 벌어진 일에는 그렇지 못한 헬스 키친의 악마는 자신의 모습을 찾았다. 포기하지 않고 덤비는 남성의 얼굴에 주먹질을 하던 맷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이유 없이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맷, 진정해요!”

피터가 다급히 말했다.

어차피 말리지도 못하면서.

맷은 피터를 무시하고 그냥 되는대로 주먹을 휘둘렀다. 피터는 몇 번이고 맷을 부르다가 나중에는 “매튜!” 하며 소리쳤다. 매튜, 매티, 그만해요! 당황으로 가득 찬 목소리의 떨림이 무엇보다 분명하고 현실적이었다. 맷은 피떡이 된 사람은 던져두고 호흡을 골랐다. 멍과 상처로 가득한 강도들은 더 이상 반항할 기운도 남아 있지 않았다. 갈 곳 없는 분노만 남았다. 맷은 경찰에게 도둑들을 데려가라고 연락하고 집으로 향했다. 피터가 몇 번인가 맷을 불렀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입술을 고집스럽게 꾹 다물고 그저 앞으로 걸었다.

맷은 샤워하며 찬물로 정신 차리고, 위스키 몇 잔을 마시고, 소파에서 죽은 듯이 잠을 청했다. 걱정하는 목소리가 들렸지만, 맷은 대답해 주고 싶지 않았다. 또 사라질까 걱정이 들어서 애원하며 붙잡고 싶은 마음이 들면서도 그랬다. 머독의 고집은 정말 지독하네. 맷은 스스로를 자조하면서 눈을 꾹 감았다.

‘스파이더맨은 정말 위대한 영웅이에요.

그의 마음은 영원히 이곳에 남아 있을 겁니다’

깨어났을 때는 오후였다. 시간을 알리는 딱딱한 기계음에 놀란 맷은 급하게 일어나 옷을 챙겨 입었다. 메이 파커가 피터의 보험금을 수령 하는 날이었다. 서류에 사인만 하면 끝나는 일이지만 맷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었다.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의 죽음이 마무리되는 날이자, 피터가 사고로 죽은 게 증명되는 날이다.

급하게 넥타이를 매던 맷은 문뜩 고개를 들고 이리저리 주위를 둘러보았다. 정말 아무것도 없는, 적막한 집안의 풍경만 느껴질 뿐이었다.

“피터?” 맷이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왜요.”

“다행이다, 있었네.”

분명히 들려오는 목소리에 맷이 안심하며 웃었다.

“화나서 없어질 줄 알았어요? 저 이래 봬도 맷이랑 오래 알고 지냈거든요? 당신이 화내던 거 한두 번인 줄 알아요? 으, 성격도 진짜…”

맷은 투덜대는 피터의 목소리를 들으며 택시를 잡아탔다. 귓가에는 스파이더맨의 보험금이 얼마일지 추측하는 이야기가 들렸다. 발표되지 않은 액수에 대해 추측하는 수군거림이 어지러울 정도였다.

희생, 빌딩, 찬란한 죽음,스파이더맨

액수, 숭고한 정신, 사망, 잔해, 영웅, 보험

이제 스파이더맨의 죽음은 액수가 되었다. 영웅의 희생에도 가치가 매겨지다. 사람들의 시선은 결국 그랬다. 깨끗한 희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의도적인 게 아니었냐며 웃음 섞인 목소리로 비난하는 말들. 그리고 다시 남은 유족들을 헐뜯는 말들이 맷의 청각을 사로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메이가 아무리 피터에 관해 이야기해도 결국 보험금 이야기를 할 것이다. 스파이더맨의 죽음은 얼마일까. 이러면 다들 영웅이 되어 죽으려 하지 않겠냐는 말들이 농담처럼 떠돌았다. 맷은 그 소리를 모두 듣고 있었다.

이게 최선이었지만, 피터에게 옳은 일일까 궁금해졌다. 메이도 맷도 스파이더맨의 행동은 자살이 아니라는 증명을 받고 싶었을 뿐이었다. 피터는 죽기 위해 살지 않았으니까. 구하기 위해 살았던 거니까. 하지만 세상은 결국 액수를 기억할 것이다. 다른 영웅이 이렇게 사라지면 다시 그 가치를 따질 것이며, 피터 파커의 이름이 다시금 오르내릴 것이다. 스파이더맨이었던 피터 벤자민 파커가 숫자로 남아버려서, 결국에는 그렇게 영영 농담거리로 사용되는 게 아닐까 맷은 겁이 났다.

“피터, 난 네 변호사야.”

“네.”

‘네 마스크를 벗겨야만 했을까. 피터 파커가 스파이더맨으로 죽었다고 인정받는 게 맞았을까?’

맷은 그런 생각들을 곱씹으면서도 차마 말하지 못했다.

‘무엇이 널 위한 결정이었는지 모르겠어.’

택시가 목적지에 멈추고, 맷은 다급하게 건물로 달려 올라갔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려다가 결국 비상계단으로 향했다. 시각장애인용 지팡이도 던져두고 맷은 빠르게 달렸다. 계단을 성큼성큼 올라가며 차오르는 호흡을 뱉어내고 다시 들이마셨다. 급히 올라 도착한 위층에는 메이와 메리 제인, 포기가 있었다. 비상구에서 급히 올라오는 맷을 보고 놀란 포기가 다가왔다.

“늦었잖아, 맷! 곧 서류를 가져올 거야. 이제 우리 역할도 끝이야.”

포기가 맷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메이 파커는 이미 준비가 된 모양이었다. 심장 소리가 안정적으로 울리는 걸 맷은 알았다. 메이는 사고로 죽은 조카의 사망보험금을 지급 받겠다는 서류에 사인을 하고, 소식을 어디서 주워듣고 달려올 기자들에게 다시 피터의 죽음을 이야기할 것이다.

피터 파커는 사고로 사망했습니다.

피터는 스스로 죽음으로 들어간 게 아닙니다.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서 그곳에 남았을 뿐입니다.

맷 머독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역할이었다. 피터의 죽음을 사고사로 인정받고, 그의 가족에게 보험금을 받아주기. 데어데블은 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피터가 걱정하던 것들을 다 해결해 주기? 피터에게 또 다른 이웃이 없냐고 물어보자고 맷은 생각했다. 그리고 퀸즈에 가서 스파이더맨의 이웃들을 살피고, 그 뒤에는 헬스 키친도 돌아야 할 것이다.

그래, 그러면 변호사 일로 바쁘면 안 되겠네.

 

 

6.

포기가 합의된 내용을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가 없다는 뜻이었다.

“이제 사인만 남았네요.”

방안의 사람들은 차분했지만 그렇다고 우울하지도 않았다. 피터 파커는 스파이더맨이고, 그는 사고사로 사망했다. 그렇기에 이에 따른 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 간단한 내용이었다. 액수는 처음 맷이 불렀던 것과 비슷한 금액이었다. 메이 파커가 여생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액수. 포기가 과연 보험사에서 들어줄지 모르겠다고 만류했던 금액이었지만 맷은 굽히지 않았다. 피터의 변호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은 겨우 그런 것뿐이니까. 그땐 피터도 이것을 원할 거라고 생각했다. 피터는 메이를 끔찍이 사랑했으니까. 유일한 가족이라며 숙모 이야기를 하던 피터의 목소리는 슬프고, 단단해서 맷은 피터였다면 이렇게 하는 걸 바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이젠 확신이 없어.

메이는 담담하게 서류를 살피고 펜을 들고 사인을 했다. 메리 제인이 메이의 손을 꼭 잡아주고 있었다.

‘그래. 네 가족은 정말 강해, 피터.’

단단하게 울리는 심장 소리가 그들의 다짐을 알려주는 것 같다고 맷은 생각했다. 그들은 괜찮을 거다.

“두 분 다 피터를 위해 애써줘서 고마워요.”

메이가 다정하게 말했다. 밖으로 나가서 또 기자들을 마주해야겠지만 이미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았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시나요? 택시를 잡아드릴게요, 메이.”

“괜찮습니다, 포기. 저랑 메리 제인은 피터를 보러 갈 거예요.”

“아, 그러셔야죠. 이제 진짜 끝났으니까요. 스파… 파커 군도 가족들이 보고 싶을 거예요.”

포기가 유쾌하게 말했다. 그런 분위기였다. 애도의 기간이 지나고, 이젠 정말로 보내줄 수 있게 된 시기일지도 몰랐다.

“괜찮다면 두 분도 같이 가시겠어요? 피터를 위해 애써주셨잖아요.”

메리 제인이 말했다. 맷이 대답하지 않자, 포기가 맷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가볍게 찔렀다. 다른 생각에 빠져 있던 맷이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왓슨 양. 가족들만의 시간을 보내셔야죠.”

담담하게 거절하는 맷의 대답에 포기가 힘을 주어 맷의 등을 쳤다. 같이 가라고 말하는 눈치였지만 맷은 입을 꾹 다물었다.

아니, 포기. 내가 거길 어떻게 가.

메리 제인은 무언가를 더 말하려던 눈치였지만 곧 알겠다며, 나중에라도 보러 가달라고 말했다. 늦게라도 좋으니까 피터가 기다릴 거라며 말하는 메리 제인의 목소리는 곧고 단단했다. 맷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래야죠.”

역시나 건물 앞에는 또 기자들이 가득했다. 플래시가 터지는 소리,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 메이와 메리 제인은 이번에도 당당히 걸어 나갔다. 무엇하나 부끄러울 게 없다는 듯 당당하게 선 두 사람은 피터 파커의 가족이었다. 이번에는 맷도 그들을 돕겠다고 말하지 않고, 뒤를 지켰다. 맷 머독이 도울 수 있는 일은 이제 끝났다.

맷은 메이와 메리 제인과 조금 거리를 두고 서 있었다. 메이는 전보다도 더 단단해진 모습으로 기자들 앞에 섰다.

“제가 바란 것은 돈이 아니라, 피터의 죽음에 대한 인정이었습니다. 희생에 대한 인정이죠. 그곳에서 사람들을 구하기로 결정했을 때, 저와 벤이 기른 아이라면 분명 자신의 죽음조차 생각하지 못했을 거예요. 죽을 줄 알았다면 어느 누가 그곳에 남아 있길 택했을까요.

피터 벤자민 파커, 저의 하나뿐인 조카는 그냥 사람들을 돕고 싶었던 청년이었어요. 다시는 벤처럼 자신이 구하지 못하는 사람이 없길 바라며 스파이더맨이라는 이름으로 이웃을 도왔을 뿐이죠.

큰 힘이 없더라도, 우리 모두가 이웃을 도우며 살고 있잖아요. 모두가 피터의 이웃이에요.

그리고 피터도 그 이웃들의 도움으로 설 수 있었어요. 이 금액은 모두 기부할 생각입니다. 피터가 남긴 것을 헛되이 쓰고 싶지 않으니까요. 사람들을 돕기 위해 남은 조카를 위해서,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결정입니다. 이 돈은 피터의 이웃들을 위해서, 우리의 이웃들을 위해서 사용될 것입니다. 그게 옳은 일이니까요”

맷도 포기도 처음 듣는 내용이었다. 놀란 맷의 동공이 커지고, 포기의 심장이 쿵쿵 크게 울렸다. 모두 기부할 생각이라니.

“강인한 분이야.” 옆에 있던 포기가 감탄했다.

맷은 대답하지 않고 메이의 단단한 울림이 기자들을 삼키는 것을 듣고 있었다. 메이 파커의 말에 모두가 엄숙해졌다. 스파이더맨의 죽음에 매겨졌던 가치가 이웃에게 돌아갈 거라는 말에 어느 누가 입을 뗄 수 있을까. 세상은 다시 메이 파커를 통해, 피터 파커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맷도 마찬가지였다.

메이와 메리 제인이 피터를 보러 가고, 맷은 포기에게 피곤하다는 핑계를 대며 홀로 걸었다. 포기가 보기에도 피로해 보였으니까 쉽게 이해를 받을 수 있었다.

“좀 쉬어, 맷. 진짜 우리 역할은 끝났잖아.”

포기가 맷의 등을 토닥여주며 말했다.

‘아니, 포기. 데어데블은 남았어’

맷은 대답하지 않고 뒤돌아 걸었다. 앞으로 성큼성큼 발을 내딛었다.

“이제 진짜 끝났네요.”

피터의 목소리다. 맷은 그저 앞으로 걸었다. 지팡이도 펼치지 않고 걸었지만, 맷은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았다. 행인들을 볼 수는 없어도 감각으로 인지할 수 있었으니까. 지금 맷이 인지할 수 없는 건, 피터뿐이었다. 목소리만 남은, 피도, 심장도, 호흡도 없는 스파이더맨. 그마저도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은 맷 머독 밖에 없었다. 맷은 주먹을 꾹 쥐고 거리를 가로질렀다. 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데어데블이 되어야 해. 내가 이웃을 살펴주길 바라는 거잖아.

맷은 변호사 차림을 벗어두고 데어데블이 되어 밖으로 나섰다. 크고 작은 사람들의 비명, 총소리, 여전히 도움이 필요한 스파이더맨의 이웃들. 그들이 걱정되는 거잖아. 하지만 막상 피터에게 묻지 못했다.

정말 그래서 피터가 맷의 곁에 온 것이라면? 데어데블이 필요해서, 여전히 남아 있는 사람들을 걱정해서 안식에 닿지 못한 것이라면?

져야만 했던 경기에서 버텨내어 끝내는 이겨버린 아버지를 떠올릴 때처럼, 자신의 목숨은 생각지도 않고 그저 앞으로 가버린 피터를 원망하지 않을 자신이 없었다. 그냥 타협할 수는 없었느냐고, 그 선택의 기로에서 다른 선택지를 택할 수는 없었느냐고 묻고 싶어질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 질문은 다시 맷 본인을 향할 것이다. 맷은 그래서 피터에게 묻지 않았다. 그냥 멋대로 피터의 마음을 추측하고, 행동할 뿐이었다.

 

 

7.

그렇게 데어데블은 며칠간 바쁘게 살았다. 그동안 피터랑 이야기를 나누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맷의 역할이 끝나도 피터는 계속 곁에 있어 주었다. 사라질까 걱정한 것이 무색할 정도로 피터의 목소리는 맷을 계속 따라다녔다. 맷은 무리하지 말라는 피터를 무시하다가도 수시로 피터를 불렀고, 그때마다 피터는 대답을 해줬다. 약속대로. 떠날 때는 말을 해주기로 했으니까. 적어도 피터가 어딘가를 다녀온다고 말하기 전까지는 계속 대답해 줄 것이라고 맷은 생각했다. 피터가 약속을 잘 지키는 편은 아니지만, 매정하지 못한 이라는 걸 맷은 알았다.

악당들을 때려잡는 과정에 상처 하나 남기지 않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맷은 감각이 좋은, 몸놀림이 조금 뛰어난 일반인이었고, 스스로를 혹사 시키는 활동은 맷의 몸에 생채기를 남겼다. 겨우 온 힘을 다해서 상대를 이기고 집으로 오면 머릿속이 윙윙 울려댔다. 입안에는 피 맛이 돌았다.

데어데블의 활동이 길어진 만큼 맷 머독은 사라졌다. 갑자기 잠적하듯 사무실로 나오지 않는 것을 이상히 여긴 포기가 전화를 걸고, 집을 찾아 왔지만 맷은 대답하지 않았다. 문을 두드리는 포기의 목소리, 걱정으로 가득한 한숨, 다시 계단을 내려가는 발소리를 듣고서도 맷은 답하지 못했다. 적막한 집 안에 있으면 다시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린다. 맷은 말소리를 죽이기 위해서 주먹을 쥐었다. 피터의 이웃들을 지키는 게 자신의 사명처럼 여겨졌다. 그게 할 수 있는 전부인 것처럼 매튜는 밖으로 나섰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돌아버릴 것 같았다. 맷은 자신이 이상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나 이상한 거 같아. 피터의 유령이 들리더니, 이젠 헬스 키친까지 넘어서 피터의 구역이었던 곳까지 다니며 주먹질을 하고 다니잖아. 헬스 키친의 데블이 선을 넘어버렸어. 이게 다 친절한 이웃이 그어주던 선이 사라져서 그래.

맷은 일주일을 그렇게 보냈다. 집에 돌아와 피를 닦고, 상처를 치료하는 대신에 진통제에 위스키를 삼켰다. 끓어오르던 감각은 고통과 알코올에 무뎌지고, 뭉개졌다. 터진 손등의 피가 소파에 닦이고 아물지 않는 상처의 쓰라림이 현실을 일러주었다. 피터의 목소리는 여전히 맷을 걱정하고 있었다.

“맷, 제발 그만해요!”

피터의 목소리가 소리쳤다. 슬픔, 걱정, 분노, 많은 것들이 뒤섞인 애원이었다.

“날 막아, 피터! 정말 이웃을 걱정한다면! 멱살이라도 쥐란 말이야!”

못하잖아. 허공을 향해 화를 내듯 으르렁거리던 맷은 너덜너덜한 몸을 일으켰다. 이제 사람들의 입에서 스파이더맨도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다. 망각이 빠른 이들은 다시 다른 것을 찾아 헐뜯기 시작했다. 스파이더맨은 지나가는 것들 중 하나였다. 하지만 여전히 시끄러워. 맷은 소음들을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다시 마스크를 썼다.

“피터….”

“네?”

“네가 그리워.”

그리고 맷은 또다시 밖으로 나섰다. 피터가 말려도 그냥 몸이 움직였다. 맷의 감각은 도움이 필요한, 맷이 필요한 장소를 빠르게 알려주었다. 맷은 그렇게 사람들의 비명, 플라스틱과 나무가 탈 때 나는 냄새, 불길이 거세지는 소리를 감지했다. 데어데블은 불타고 있는 집을 찾았다. 소방차가 오는 모양인지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지만 아직 거리가 있었다. 불타는 집안에서는 사람들의 맥박과 울음소리가 들렸다. 불길에 기둥이 무너지기 시작하고, 천장도 불타며 집안이 뒤집히고 있었다. 맷은 망설임 없이 안으로 들어가서, 화염을 피해서 불길 속에 남은 사람을 구했다. 서너 명을 탈출시키고서 다시 불길 앞에 선 맷은 남은 사람이 더 있지 않은지, 감각을 집중했다. 그리고 2층에서 작은 소리를 들었다. 아직 남은 사람이 있었다. 망설일 여유 따윈 없었다.

뜨거운 불길에 온몸이 땀에 젖어 들고, 피부가 뜨거움을 넘어서 타오르는 듯했다. 슈트 일부분이 불에 탔다. 데어데블은 두려움이 없는 남자였다. 맷은 발을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무너지는 잔해들을 피해 2층으로 올랐다. 작게 울리던 심장 소리의 주인은 아이였다. 맷은 다급히 아이에게 다가가 이미 정신을 잃은 아이를 안아 들고 창문으로 향했다. 바깥에서는 도착한 소방관들이 혹여 2층에서 사람이 떨어지지 않을까 받아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이입니다!”

데어데블이 소리쳤다. 소방관들이 아이를 받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모두가 사람을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하나가 되어 아이를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데어데블은 사람들이 단단히 붙잡고 있는 천 위로 아이를 던졌고, 아이는 안전하게 구조되었다. 더 남은 사람은? 맷은 다시 감각을 집중했다. 생존자는 더 없는 것 같았다.

그때였다.

구해줘서 고마워요, 스파이더맨.

피터 덕분에 더 나은 삶을 꿈꿀 수 있게 될 거예요.

창문으로 뛰어내리려던 맷의 귓가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타닥타닥 타들어 가는 불길과 함께 맷의 감각을 사로잡은 목소리가 찢어지듯 울렸다. 그건 사람이 내는 소리가 아니었다. 집안 어딘가에 TV나 라디오가 켜져 있었던 모양이었다. 더 나은 삶. 피터는 가지지 못했던 그런 삶. 맷은 창문 앞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결국 마지막까지 타인을 위해 쓰이는 피터의 이름이 맷의 발목을 붙잡았다. 불길에 무너지는 나무 기둥, 오래된 계단이 타들어 가며 연기를 뿜어댔다. 맷이 발을 딛고 있는 바닥도 붉게 물들고, 까맣게 그을리기 시작했다.

“맷! 여기에는 아무도 없어요!”

피터가 외쳤다. 그 목소리에도 맷은 멈춰 서 있었다. 나가라는 피터의 목소리에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타오르는 불길 속에 스파이더맨에 대한 이야기도 점점 흐려지더니, 곧 찌지직거리며 소리가 끊어졌다. 뜨거운 불길에 맷의 슈트도 그을리며 틈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죽을 줄 알았다면 어느 누가 그곳에 남아 있길 택했을까요’

맷은 불길 속에서 피터의 마지막을 떠올렸다. 모두가 빠져나간 빌딩 속에서 너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무너지는 잔해를 피하려고 노력했을까. 아니면 사람들이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 안을 헤매고 있었을까. 빠져나가려고 할 때 이미 몸이 깔려 있었던 걸까. 그냥 포기하듯 멈춰 서 있었던 것은 아닐까.

피터, 넌 무슨 생각으로 거기에 있었던 거야?

“피터”

“이제 나가야 해요!”

피터가 소리쳤다. 맷은 그저 피터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을 보고 있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무섭진 않았어?”

맷이 물었다. 다정한 목소리로 맷은 피터에게 말을 걸었다. 너는 거기 남기로 택했던 거야? 피비린내가 가득한 빌딩의 잔해. 맷은 여전히 거기 서 있는 것 같았다. 잔해 위에서 데어데블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동료들이 스파이더맨을 찾아주길 바라며 옅은 숨소리를 찾던 순간에 맷은 여전히 머물러 있었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만 같아서 괴로웠다.

너를 찾기도 전에 네가 죽었다는 걸 알았지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어.

피터의 변호사는 그저 담담하게 스파이더맨이 장난처럼 두고 간 유언장이 모인 상자를 찾았고, 스파이더맨이 발견되자 그것을 유족에게 전달했다. 살아 있으리라는 희망도 가지지 않았다. 맷의 감각은 언제나 정확하게 사실을 안겨주었다. 피 냄새로 가득한 그곳, 모두가 희망을 찾던 그곳에서 맷은 누구보다도 먼저 피터 파커의 죽음을 알았다. 희망조차 가질 수 없다. 그리고 지금은 피터를 감지할 수도 없었다. 맷은 그저 불길 속에 서 있었다. 그리고 피터의 마지막 순간을 그저 상상할 뿐이었다.

피터, 넌 그곳에서 죽음을 각오했던 거야?

 

 

8.

[맷! 점심 같이 먹을래요? 맛있는 핫도그 집을 찾았거든요:)]

전화가 편한 것을 알면서 굳이 문자로 보내는 심보는 뭘까. 맷이 딱딱하게 흘러나오는 기계음의 목소리를 들으며 생각했다. 메뉴도 제멋대로 자기 위주로 정해버린 문자에 웃음이 터졌다. 서류를 살피느라 시간도 모르고 있었는데, 곧 점심시간이 된다는 것도 문자메시지를 받고서야 알았다. 일단 답을 해야 하니까 전화를 걸어야 하나, 전화를 못 하는 상황일지 맷이 고민하는데 메시지 하나가 또 도착했다.

[아, 전화할까요?]

전화하자는 말도 문자로 보내는 게 무슨 생각인지. 피터에게 전화. 맷이 말하자 곧 통화 연결음이 들렸다. 맷은 핸드폰 액정을 볼 수 없으니까 그냥 피터에게 전화를 걸고 있구나 추측하며 연결음이 끊어지길 기다렸다. 그리고 곧 피터의 목소리가 들려서 제대로 걸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내가 걸려고 했는데!”

“메시지만 보냈으면서?”

“에이, 진짜 하려고 했다니까요? 그래서 점심 같이 먹을 거예요?”

“응, 그러려고 전화했어. 어디 있어?”

맷은 통화에서 들려오는 소리로 피터가 있는 곳을 추측했다. 걷고 있는 듯하고, 사람들이랑 자동차도 지나고 있고, 어느 거리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넬슨 앤 머독 사무실 근처요. 맷이 거절하면 울 뻔했어요.”

피터가 우는 체를 하며 말했다. 그 목소리가 재밌어서 맷은 웃음기가 어린 말로 피터를 나무랐다.

“언제는 사무실까지 금방이라며?”

“제가요? 맷이 한 번 퀸즈에서 지하철 타고 와봐요! 멀다고요.”

사무실에 없었으면 어쩌려고 했냐고 말하니 피터가 그건 생각 안 해봤다며 웃었다. 똑똑하다는 애가 이럴 땐 왠지 모자란 거 같다니까. 맷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겉옷을 챙겼다. 피터랑 점심시간을 같이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같이 밥이나 먹고 걸으면 시간은 금방 갈 것이다.

퀸즈에서 헬스 키친까지 의외로 가까운 거 알아요?

아, 거미줄로 다니면 말이에요! 제 기준에선 맷도 제 이웃인 거죠.

도와드릴까요, 변호사님?

내가 피터를 언제 처음 만났더라. 이런 만남이 몇 번이나 있었지.

어디 가냐는 포기에게 맷은 장난처럼 데이트라고 말해버렸다. 그리고 냉큼 몸은 사무실을 벗어나고 있었다. 데이트가 아니지만 아무렴 어때. 맷은 장난스러운 걸음으로 밖으로 향했다.

일단 사무실을 내려와 피터를 찾으려는데 “맷!”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느새 도착한 피터가 손을 흔들며 맷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피터가 있는 방향으로 케인을 짚으며 걸었다. 맷이 보지 못한다는 것을 잊은 사람처럼 손도 흔들고 있는 피터를 향해 맷은 한숨을 쉬었다가 웃었다. 피터에게 다가간 맷은 자연스럽게 피터의 팔을 슬쩍 잡고 걸었다. 팔이 잡힌 피터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 앞으로 걸어가고, 맷은 피터의 발에 걸음을 맞췄다. 그래서 오늘의 맛집은 어디야?

역시나 피터가 말한 가게는 맷의 사무실과 거리가 있어서 지하철을 타고 가야 했다. 교통카드를 어디 뒀더라, 헤매는데 피터가 주머니에서 꺼내주었다. 사람들과 섞여 덜컹거리는 전철에 올라 피터와 마주 선 맷은 여전히 피터의 팔을 붙잡고 있었다. 이야기를 나누며 오니까 금방이긴 했다. 맷은 피터를 따라 핫도그 집에서 줄을 서서 기다렸다.

“여기 칠리 도그가 그렇게 맛있대요.”

줄을 기다리는 동안 피터가 기대감이 가득한 목소리로 계속 떠들고 맷은 그래, 하며 대답했다. 주문한 핫도그를 받고, 몇 없는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고작 핫도그를 먹으러 오기에는 헬스 키친과 퀸즈는 그렇게 가깝지 않은데, 피터가 굳이 여기까지 데려온 것은 이유가 있을 거라고 맷은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한 입을 먹은 맷은 결국 그럼 그렇지, 하며 웃음이 터졌다.

“피터, 네가 맛있다고 하는 곳은 늘 퀸즈야.”

“퀸즈에 맛집이 많으니까요?”

“늘 피자나 햄버거나 그런 것들이고.”

“맛있으니까요?”

피터가 어깨를 으쓱이며 머스타드와 케첩이 묻은 입술로 웃어 보였다. 자기 몫의 핫도그를 모두 해치운 피터에게 맷은 자기 몫을 양보했다. 괜찮다는 피터에게 맷은 “그렇게 안 보여.” 하며 제 몫을 내밀었다. 다시 주문하려면 또다시 긴 줄을 서야 했으니 결국 피터가 맷의 것도 받아 들었다. 먹보처럼 보이는 게 신경 쓰이는지 피터가 “그렇게 티 나요?” 하면서도 맷의 몫까지 먹어 치우는 걸 맷은 웃으며 듣고 있었다.

“다음에는 내가 좋아하는 걸 먹으러 가자.”

핫도그랑 같이 주문한 커피를 마시면서 맷이 말했다. 고객이랑 만나려고 갔던 곳 중에 피터와 가면 좋을 듯한 레스토랑이 몇 개 있었다. 피터는 핫도그 2개를 가뿐히 해치우고 “그래요, 그럼.” 하고 대답하며 입술에 묻은 케첩을 손가락으로 닦아내고 있었다. 맷이 커피를 모두 마실 때까지 피터가 떠들고, 맷이 듣거나 고개를 젓는 대화가 계속되었다. 주로 피터가 말하고, 맷이 들어주는 게 다인 대화였지만 무엇보다 즐겁다고 느껴졌다.

커피가 바닥을 드러내고는 피터랑 맷은 팔짱을 끼고 거리를 걸었다. 피터의 심장 소리를 듣는 것도 재밌었다. 별것 아닌데도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니까. 맷은 피터가 과장되게 떠드는 소리를 들으며, 중간중간 틀린 농담에 지적을 하며 웃었다.

그러다가 문뜩 익숙한 소리가 맷의 청각을 사로잡았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 합성된 화학물질의 향, 단단한 끈 같은 것이 벽에 붙는 소리 같은 것들이 맷의 감각에 들러붙었다. 오랫동안 들어왔던 것 같으면서도 어쩐지 낯선 감각들은 허공을 가르고 빠르게 지나쳐갔다. 맷이 잠깐 멈춰 섰다.

“스파이더맨이네요.”

별거 아니라는 투로 피터가 말한다.

“제가 저 사람 사진을 뷰글에 판 적이 있잖아요. 스파이더맨만 보면 조나 목소리가 떠올라요.”

으으, 하며 질색하는 피터의 목소리 떨림이 재밌어서 맷이 웃었다. 그렇게 맷은 사무실로 들어가는 것도 까먹고 피터랑 하루 종일 같이 있었다. 그리고 해가 다 질 때쯤에야 피터와 헤어지고, 집으로 갔다. 홀로 집으로 가는 길은 정말 조용했다. 아마 피터가 수다스러워서 그런 모양이라고 매튜는 적막에 이유를 붙였다. 수다쟁이에게 익숙해지니까 정말 이상하다고 맷은 생각했다.

점심부터 같이 있다가 헤어졌는데 또 피터 목소리가 듣고 싶잖아.

포기에게는 장난으로 데이트라고 말했는데, 진짜 데이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가서 소파에 앉아 있던 맷이 고민하다가 결국 휴대전화를 쥐고 말했다.

“피터에게 전화”

음성 명령을 따라 통화 연결음이 이어졌다.

“맷? 우리 아까 헤어지지 않았어요?”

갑자기 전화가 와서 놀란 투였다. 맷은 “그랬지.” 하고 장난스럽게 대답했다. 아까 헤어졌는데 네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고 맷은 솔직하게 말하지 못했다.

“내일 저녁에 한가하냐고 물어보려고 전화했어.”

“음…, 네! 괜찮아요! 내일도 제가 그쪽으로 갈게요.”

“내일은 내가 갈게.”

맷이 단호하게 말했다.

“보고 싶은 사람이 먼저 가야지.”

피터가 잠깐 숨을 삼키는 게 들렸다. 깜짝 놀란 숨소리, 그리고 이어져서 터지는 탄식에 가까운 웃음소리가 맷의 감각을 간지럽혔다. 그 뒤로 또 가벼운 이야기들이 오가고 통화가 끊어졌다. 이보다도 평화로운 하루가 있을까. 맷은 이런 삶을 오래도록 바랐을지도 모른다. 고요함과 수다스러움을 오가는 삶 속에서 매튜는 제 균형을 찾을 수 있었다.

그렇게 몇 번의 단조롭지만 평화로운 저녁과 점심들이 지나갔다. 맷이 피터를 찾기도 하고, 피터가 찾아오기도 하며 서로 이유를 만들어 낸 약속이 계속 이어졌다. 내가 피터랑 언제 처음 만났더라. 함께 걷는 피터와 어디서 시작되었나 생각하려고 노력해도 기억이 물감처럼 뭉개져서 생각나질 않았다. 이상하다 싶다가도 피터랑 만나서 이야기하고 있으면 그런 생각들은 곧 사라졌다. 피터의 호흡과 심장 소리에 집중하면 그걸로 충분했다. 지독하게 아무것도 아닌 하루. 맷은 뭉개진 그림의 색을 볼 수 없어서 신경 쓰지 않는 쪽을 택했다. 맷과 피터가 그냥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밥을 같이 먹고, 거리를 걷다가 헤어지는 나날이 이어졌다.

그러다 맷의 일상에 구멍이 생겼다. 처음에는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하며 눈을 돌렸지만, 그 구멍은 어느새 커져서 곳곳이 그것으로 가득찼다. 피터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는데, 휴대폰에서는 낯선 음성이 들렸다. 처음 듣는 목소리라고 생각이 들면서도 익숙해서, 듣고 싶지 않은데도 듣게 되어서, 맷은 휴대폰을 끄지도 못한 채로 서 있었다.

그곳에 있었던 피터의 선택을, 저는 이해합니다.

그런 힘이 없어도 그랬을 거예요. 모두가 피터의 이웃이에요.

메이의 목소리, 메이 파커의 연설. 맷은 이 연설을 들은 적이 있었음을, 메이 파커의 단단하고 강인한 심장과 목소리를 마주한 적이 있음을 알았다.

“맷! 저 지금 사무실 근처인데 가도 돼요?”

다시 또 피터의 웃음기 섞인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래, 포기에게는 말해둘게.”

맷이 대답하며 일어났다. 이건 지독한 꿈이다. 맷은 초감각을 얻은 이후로 세상이 이렇게 조용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세상은 맷에게 적막을 준 적이 없었다. 지독하게 시끄러운 세상이 이렇게 고요하다니, 거짓말이 분명했다. 다시 창밖에서 웹스윙 소리가 들렸다. 맷은 창문으로 다가가서 창문을 열었다. 열린 창문으로 스파이더맨이 지나간 자리에 남는 화학물질 냄새가 났다. 거미줄 용액 냄새. 화학물질에 첨가한 향기까지, 맷은 웃음이 터졌다. 스파이더맨이 지나간 자리에는 특이한 향과 체취가 남았다. 피터가 사무실 계단을 오르는 소리가 들렸다. 맷은 이런저런 것들이 꽂힌 책장을 더듬어서 상자를 찾았다. 중요한 게 들어있었다는 게 생각은 나는데 무엇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낡은 상자를 찾아내도, 열어서 안에 든 것을 손가락으로 더듬어 봐도 무엇도 느껴지지 않았다. 피터가 진지하게 가져왔던 편지들이 들어 있었을 게 분명한데도, 무엇도 적혀 있지 않은 빈 종이처럼 느껴졌다. 피터의 유일한 유언인데 이래서는 안 되잖아. 맷은 빈 종이를 더듬으며 한 줄이라도 느껴지길 바랐다. 손으로 더듬어 보아도 매끈한 용지의 결은 맷에게 무엇도 알려주지 않았다. 피터?

사무실을 노크도 하지 않고 열고 들어온 피터의 손에는 종이봉투가 쥐어져 있었어. 칠리 도그 두 개가 담겨 있을 것이다. 맷은 자연스럽게 예상할 수 있었다. 맷은 피터를 눈앞에 두고, 상자 속 종이들을 책상 위에 펼쳐두고 이리저리 뒤적였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종이들을 치우고, 치워서, 그 사이에서 점자가 적혀 있는 메모 하나 발견했다. 작은 메모는 맷의 기억에는 없던 것이었다. 점자로 된 걸 피터가 가져왔던 기억은 없었다. 맷은 메모를 들고 울퉁불퉁한 표면을 손끝으로 느꼈다. 점자인데 읽을 수 없었다. 맷은 이걸 읽어본 적이 없었으니까. 스스로가 알지 못하는 걸 환상이 알려줄 수는 없는 법이었다.

“피터.”

“왜요, 맷?”

“넌 스파이더맨이야.”

“제가요?”

“빌딩이 무너질 때 네가 거기 있었어.”

맷은 눈앞의 피터가 피터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허공을 가르는 거미줄 소리가 여전히 들리고 있었다.

넌 스파이더맨이야.

누군가가 켜둔 TV에서 속보가 전해졌다.

붕괴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대피를 돕던 스파이더맨이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그 소식을 듣자마자 사무실을 뛰어나갔던 기억이 났다. 그래, 이건 진짜 꿈이네. 정말 나쁜 꿈이야. 피터 파커가 스파이더맨이 아닌 세상이 꿈이 아니고서야 뭐겠어? 맷은 자조하고, 일어섰다.

기억을 더듬어서 자신이 뛰어갔던 그 길을 그대로 걸어갔다. 피터를 부르며 달렸던 길은 기억보다 가깝고, 멀지 않았다. 맷은 다시 사고 현장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숨이 차지도 않았다. 맷은 건물 잔해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무너졌어야 할 빌딩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고, 그 안에는 오직 단 한 사람의 심장 소리만 들렸다. 간절히 바랐지만 찾지 못했던 것이 그곳에 있었다.

소리를 따라 맷은 안으로 들어갔다. 피터가 그곳에 남았던 것을 이해하면서도 원망했었나 보다. 시민들은 모두 나왔는데, 피터는 나오지 못했잖아. 맷은 스스로가 이런 터무니 없는 꿈을 꿨던 이유를, 스파이더맨이 아닌 피터 파커를 만들어 냈던 이유를 변명했다. 스파이더맨이 아닌 피터 파커는, 피터 파커가 아닌데도 말이다. 맷은 앞으로 나아갔다.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피터를 만나고 싶었는데, 소리는 더 멀어졌다. 심장이 뛰는 소리가, 익숙한 체취가 저곳에 있는 걸 아는데도 가까워지지 못하고 있었다. 피터를 향해 가는데, 감각은 잘못되지 않았는데, 반대로 가는 기분이 들었다.

“피터…. 내가 갈게.”

맷이 계속 앞으로 향했다. 보고 싶은 사람이 가는 게 맞잖아. 근데 더 멀어지는 거 같아. 꿈에서도 피터를 찾을 수 없었다. 분명 여기 있을 텐데, 호흡이 들리는데도 발견하지 못했다. 피터의 심장 소리가, 희미해지는 호흡이 분명히 들리는데 다가갈수록 흐려졌다. 맷은 제 감각으로 건물 안을 더듬었다. 시각을 잃고, 얻은 과도한 감각은 피터의 위치를 분명히 알려주고 있었다. 그런데 왜 가까워질 수 없는 거지.

그 아래에서 혼자 무서웠을 수도 있다. 혼자서 빌딩의 잔해 속에 파묻혀서 피터가 죽어갔으니까. 나오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누구도 피터를 돌아보지 않았으니까. 누군가 뒤를 돌아봤다면 스파이더맨을 구했을지도 몰랐다. 등이 아니라, 출구로 향하는 피터를 발견했을 것이다. 시민들이 모두 대피한 자리에 남은 스파이더맨은 혼자였다. 혼자 남겨진 피터를 찾아가려고 맷은 다리를 움직였다.

피비린내만 가득했던 그곳처럼 피터의 소리는 맷이 빌딩 안으로 깊숙이 들어갈수록 사라졌다. 가까워져야 하는데 이상했다. 맷은 결국 발걸음을 멈춰야 했다. 피터의 숨소리가, 심장 소리가 완전히 사라져서 길을 잃은 기분이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데어데블이 피터를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사라지고 말았다. 맷은 건물 안에서 길을 잃었다. 어디고 앞이고 뒤인지, 피터가 어디에 있는지, 어디서 홀로 죽어가는지 알 수 없어졌다. 맷은 혼란스러운 감각 속에서,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머릿속에서 헤메고 있었다.

그때 건물 밖에서 피터의 목소리가 들렸다.

“맷, 거기서 뭐 해요?”

두려움도 슬픔도 없이, 그저 웃음기가 가득한 목소리였다. 피터는 이 안에 있는데, 목소리는 계속 맷에게 나오라고 말하고 있었다. 얼른 나오라며 조르는 목소리가 장난스러워서 맷은 눈물을 닦아내며 웃었다.

“변호사님이 그렇게 무모해서, 나 없이 어떻게 살려고 그래요?”

언제나 장난스럽게 나타나는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의 목소리다. 피터는 늘 유쾌하고 즐거웠다. 데어데블과 다르게 긍정적인 스파이더맨은 언제나 밝은 점을 보았다. 얼른 나와요. 피터의 목소리가 바깥에서 들려왔다. 맷은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 작은 목소리지만 선명하게 들을 수 있었다. 맷이 발견하지 못하는 것은 피터의 심장 소리뿐이니까. 피터의 다정하고 맑은 목소리는 맷에게 방향을 알려 주고 있었다.

결국 맷은 다시 밖으로 돌아가는 걸 택했다. 들어올 때는 그렇게 길게 느껴졌는데, 되돌아가는 길은 짧았다. 빌딩을 빠져나간 맷은 다시 피터를 찾았지만, 목소리가 울리던 그 자리에 피터는 없었다. 맷의 감각 속에는 빌딩도 무엇도 남아 있지 않았다. 텅 빈 공간만이 있는 자리에 맷은 홀로 서 있었다. 다시 들어갈 수 없는 곳을 돌아보며 맷은 쓰게 웃었다. 빌딩으로 들어갈 길도 무엇도 남지 않았다.

그래, 네가 바라는 게 이거구나. 피터. 이곳에 남아 있는 사람이 없길 바랐던 거구나.

 

 

9.

맷이 눈을 뜬 곳은 병실이었다. 소독약 냄새와 기기음으로 맷은 자신이 병원에 있음을 알았다. 진짜 꿈을 꿨구나. 맷은 눈을 끔뻑이며 고개를 돌렸다. 보이는 것은 없지만 감지되는 것이 많았다. 화상을 입은 몸에는 붕대가 감겨 있었고, 산소 호흡기를 쓰고 있었다. 맷이 몸을 일으켜서 호흡기를 벗으려는데 깜짝 놀란 간호사들이 달려왔다.

“데어데블? 정신이 들어요?”

슈트는 치료를 위해 갈아 입혔지만 마스크는 벗겨지지 않았다. 맷은 자신의 신분이 여전히 비밀리에 유지되고 있음을 알았다. 데어데블과 넬슨 앤 머독이 가까운 사이이니까, 그쪽으로 연락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는 사실은 나중에야 알았다. 꼬박 일주일을 자고 있었다는 이야기도 포기에게 들을 수 있었다.

화재로 죽은 시민은 없었다. 정신을 잃은 데어데블을 소방관들이 구조했고, 병원에서는 마스크를 벗기지 않기로 했다고 포기가 말했다. 신원 불명의 히어로를 그대로 두는 게 예의라고 생각한 의사들은 데어데블을 악마로 남겨두었다. 스파이더맨을 떠나보낸 이웃들은 마스크를 존중하는 법을 알았다. 그리고 또 같은 방식으로 이웃을 그곳에 홀로 남겨둬서는 안 된다는 사실도. 데어데블은 스파이더맨이 사랑했던 이웃들을 구하다가, 다시 그 이웃에게 구해졌다. 맷은 마스크를 쓴 채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마스크 아래를 궁금해하는 이들이 있었지만, 누구도 데어데블에게 마스크를 벗으라 말하지 않았다.

화상은 심각하지 않았고, 맷이 정신을 잃었던 원인이었던 일산화탄소 중독도 가벼운 수준이었다. 맷이 쓰러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소방관들이 사다리를 타고 진입해서 그를 구해줬다고 포기가 설명했다. 데어데블은 “그렇구나” 하고 대답하며 씁쓸하게 웃었다.

더 이상 이웃을 잃을 수 없다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데어데블의 옆에는 화재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그리고 뉴스를 본 시민들이 찾아와서 준 인형이나 꽃, 풍선이 놓여 있었다. 인형에는 데어데블을 뜻하는 작은 뿔이 달려 있었다. 맷은 그 인형을 더듬어 만져보며 긴 숨을 내뱉었다. 사람들에게는 이런 형태로 보일 것이라고, 인형을 통해 다시 데어데블을 그렸다.

구해줘서 고마워요, 데어데블.

며칠을 병실에서 쉰 데어데블은 퇴원을 결정했다. 계속 마스크를 쓴 채로 병실에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데어데블은 맷 머독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니까.

포기가 의사에게 변명을 해준 덕분에 맷은 겨우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먼지 냄새가 나는 조용한 집이었다. 포기가 맷을 대신해서 문을 열어주고, 너 때문에 걱정이 없는 날이 없다며 잔소리를 했다. 걱정이 가득한 목소리에 맷은 대충 미안하다며 사과를 했다. 그리고 맷은 소파에 몸을 기대고 앉았다. 그간의 피로가 몰려오는 것 같았다.

“너 창문을 열고 다녀?”

맷의 부엌에 먹을 것은 있나 살피던 포기가 창문 앞에 서서 물었다. 열려 있는 창문으로 뉴욕의 냄새가 들어왔다.

“닫아줘.”

맷이 피곤한 몸을 소파에 기댄 채 말했다. 고개를 끄덕여준 포기는 맷에게 더 이상의 잔소리를 하는 것을 포기하고, 창문을 닫고 잠금장치를 걸었다. 이제 도둑은 안 들겠네. 포기의 말에 맷은 대답하지 않고 그냥 웃었다. 어느 누가 감히 데어데블의 집에서 도둑질을 할 생각을 하겠어. 맷은 소파에서 일어날 기력이 없었다.

그곳으로 들어올 이웃은 이제 없어.

맷은 소파에 몸을 놓아두고 눈을 꾹 감았다. 이제는 없는 사람이니까 창문을 닫아둬도 괜찮을 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바닥에 대충 널브러진 맷의 옷가지를 보며 고개를 젓던 포기가 옷을 대충 주워주다가 떨어진 사진을 발견했다. 맷 머독과 제일 안 어울리는 게 사진이라, 포기가 의외라는 듯 사진을 주워들었다. 피터의 방에서 가져온 사진이었다. 죽은 피터가 준 사진.

“스파이더맨이랑 친했으면 말하지.”

포기가 사진을 주워서 보면서 맷을 돌아봤다. 맷이 무슨 말이냐 물으니 포기가 사진을 보며 말했다.

“이거 너랑 스파이더맨이잖아?”

그것도 몰랐냐는 듯 말하는 목소리에 맷은 그제야 피터가 가져가라던 사진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데어데블과 스파이더맨의 팀업이 있었던 여러 날 중 하나일 것이다. 몇 년 전일 테지. 피터가 뷰글에 스파이더맨의 사진을 팔곤 했으니까. 그때 카메라를 설치해 뒀다가 같이 찍혔을지도 몰랐다.

“스파이더맨이 죽어서 슬픈 거잖아. 맷, 힘들면 힘들다고 말해. 혼자 앓지 말고.”

포기가 맷의 손에 사진을 쥐여주고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걱정 어린 토닥임이었다. 맷은 초점이 맞지 않는 눈으로 포기가 있는 쪽을 보다가 손에 쥔 사진을 내려다봤다.

“스파이더맨이 옆에 앉아 있는데, 넌 웃고 있어. 어느… 빌딩인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 같은데…”

포기에게 설명을 들어봐도 맷의 손가락 끝에는 매끈한 용지의 감촉만 느껴질 뿐이었다. 언제 찍은 사진인지 피터가 말해주지 않으면 아마도 평생 모를 게 분명했다. 영원히 알 수 없겠지. 맷은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사진 속의 데어데블과 스파이더맨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했다. 포기가 보기에도 둘은 꽤 친해 보인다고, 그렇게 말하는 목소리가 정말 몰랐다는 듯해서 맷은 피터와의 이야기를 주변에 그다지 전하지 않았음을 알았다. 둘만의 비밀이 되어버린 사진은 피터만이 아는 비밀이 되어버렸다. 완전히 마스크를 쓰고 있는 스파이더맨은 데어데블 옆에 앉아 과장된 제스처를 취하고 있었고, 데어데블은 즐겁다는 듯 웃고 있었다. 포기도 맷이랑 오래 봐온 사이니까, 맷이 진짜 즐겁게 웃는지 그냥 시늉인지 정도는 알아본 모양이었다. 맷은 자신이 그렇게 웃었나 싶어서 턱을 손으로 더듬다가 그냥 힘없이 입꼬리를 올렸다.

스파이더맨의 농담에 웃으며 대꾸해 주는 데어데블.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맷이 볼 수 없으니까 알지 못하겠지. 언제 찍은 사진인지 설명해 줄 피터가 없으니까.

피터는 어쩌다 찍힌 사진을 인화해서 집에 대충 붙여두고 있었을까. 맷에게 말해줘도 어차피 사진은 못 볼 거고, 뷰글에 데어데블을 팔 수는 없으니까 그냥 갖고 있던 것이었지. 맷은 피터의 행동을 쉽게 그려볼 수 있었다. 스파이더맨은 그렇게 어려운 인물이 아니다. 하지만 이 사진만큼은 알 수가 없다는 게 서글퍼졌다. 이제는 데어데블과 스파이더맨의 관계를 이야기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증거가 될 것이다.

“응, 그랬나 봐. 피터를 보내기 싫었던 거 같아.”

맷이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하고 힘없이 말했다. 보이지 않는 사진을 꽉 쥔 손이 조금 떨렸다.

변호사보다는 이쪽이 나은 거 같네. 적어도 친해 보이긴 하잖아.

맷 머독과 피터 파커의 관계는 사진 한 장으로 남아 있었다. 맷은 냉장고에 자석으로 사진을 붙여두었다. 냉장고에 붙이면 자주 보게 되겠거니 생각해서였다. 볼 수는 없지만 상상할 수는 있으니까. 피터랑 함께였던 많은 나날 중의 하나일 거야. 맷은 제 시야가 닿는 위치에 사진을 붙여두고 다시 사진을 더듬었다. 매끈한 용지는 여전히 맷에게 무엇도 알려주지 않았다.

 

 

10.

맷은 드디어 피터를 찾아가기로 했다. 장례식에는 메이와 함께 있었지만, 묘지에는 간 적이 없었다. 이제는 가야만 한다고 맷은 스스로를 재촉했다. 피터가 어디에 있는지 포기에게 물어볼까, 하다가 포기도 아직 못 가봤을 것 같아서 고민하던 맷은 메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메이는 차분하게 이야기를 듣고, 메리 제인에게 부탁해 보겠다고 대답했다. 맷은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며 거절하려다가, 그냥 부탁한다고 답했다. 어차피 설명해 줘도 묘비를 하나하나 만져보지 않고서는 피터를 찾기 어려울 테니까.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찾아갈 수 없을 게 분명했다.

맷은 다음날 메리 제인과 만났다. 공동묘지에는 묘비들이 너무 많았다. 메리 제인이 같이 와주지 않았으면 찾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제 한 번 와봤으니까 다음은 어렵지 않겠지. 맷은 메리 제인을 따라 묘비 사이를 걸었다. 발걸음이 멈춰서고, 맷은 제 앞에 있는 묘비가 피터의 것임을 알았다. 무엇도 느껴지지 않는 차가운 묘비. 묘비 앞에는 여러 사람이 다녀간 흔적이 남아 있었다. 인형과 꽃다발이 가득했다. 무슨 인형인지 알지 못하지만 피터의 코스튬을 흉내 낸 스파이더맨 인형일 것이다. 그리고 맷이 가장 늦게 온 사람일 거야. 맷은 쓰게 웃으며 그 앞에 서 있었다.

‘좋은 조카이자 친구, 그리고 모두의 친절한 이웃’

그리고 맷 머독의 의뢰인

이곳에 오는 게 무엇보다 간단한 일인데, 제일 어려운 일처럼 느껴졌다. 피터의 앞에 서는 게 맷에게는 무엇보다 하고 싶지 않던 일이었음을 깨달았다. 여전히 빌딩 아래에 있을 것 같은 피터가 묘비 아래에 있다고 생각하니까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돌아가는 건 혼자 할 수 있다는 맷에게 메리 제인이 종이 한 장을 건네 주었다. 피터가 남긴 상자에서 발견했다는 작은 메모지. 아무리 봐도 점자로 보이는데 메리 제인과 메이가 아는 사람 중에서 점자를 알 것 같은 사람은 맷 밖에 없었다는 게 설명이었다. 혹시나 메모의 주인이 아니라면 누구에게 쓴 건지 알려달라고 했다.

“고마워요, MJ.”

맷은 종이를 받아들고 웃었다. 이번엔 읽을 수 있었다.

메리 제인은 자리를 피해주었다. 먼저 할 일이 있다며 떠다는 메리 제인의 숨소리와 심박으로 맷은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음을 알았다. 피터랑 둘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 준 배려였다. 맷은 메리 제인이 피터의 가장 친한 친구였음을 떠올렸다. 그리고 자신의 정체도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피터는 거짓말을 못하는 편이니까. 포기가 맷 머독이 데어데블이라는 사실을 아는 것처럼, 메리 제인도 피터 파커가 스파이더맨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까. 피터가 맷의 비밀을 말해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쉽게 이어졌다. 맷은 힘없이 웃으면서 피터의 묘비에 섰다.

“피터, 넌 정말 바보 같아.”

맷은 이제 피터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화재에서 나오지 않았을 때 화가 났을지도 몰랐다. 그도 아니라면 다른 곳을 구경 갔을지도 모른다. 걱정이 많은 편이니까 어디든 제일 걱정되는 곳에서, 그곳을 지키고 있을지도 모르는 피터를 맷은 탓하지 않기로 했다. 어디에 간다는 말도 해주지 않고서 그렇게 가버린 걸까. 맷은 메리 제인이 주고간 작은 종이 위에 쓰인 점자를 더듬었다.

피터의 이웃을 부탁해요, DD

- 맷의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

여기서도 이웃이 걱정인 피터 생각에 웃음이 터졌다. 어디까지 친절한 이웃일 모양인지. 맷은 이제 알고 있었다. 피터가 걱정한 이웃이 헬스 키친에 있다는걸. 피터는 이웃이 걱정되어 떠나지 못했던 거였다. 그곳에서도 피터가 이웃을 걱정하며 남아 있었을지 모른다고 맷은 생각했다. 그러니까 이제 걱정하지 말라고 등을 떠밀 수 밖에 없었다. 피터의 멈춘 발을 다시 움직여 주어야 했다.

너의 이웃은 내가 잘 돌볼게, 스파이더맨.

맷은 피터의 부탁이 뜻하는 바를 알았다. 가끔 그리워하고, 가끔 스파이더맨의 이웃들을 살피고, 피터가 걱정하는 사람을 자주 신경 쓰기. 피터가 남겨준 데어데블의 역할은 그런 거였다. 이런 날이 오기 전에 말했다면 무언가 달라졌을까 생각이 들었다. 변호사나 이웃이 아니라, 다른 관계로 부를 수 있지 않았을까. 이미 늦었지만. 맷은 뒤늦은 후회를 이곳에 남겨두었다.

묘비 앞에 한참을 서 있던 맷은 또 오겠다는 인사를 남겼다.

네가 그리울 때마다 찾아올 거야.

I Love You, Peter.

 

 

11.

스파이더맨에 관한 이야기가 점차 들리지 않게 되었다. 맷은 스파이더맨의 이야기를 떠들어도 덤덤히 넘길 수 있게 되었다. 이웃들은 더 강해지고, 피터의 이름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천천히 사라질 것이다. 대신 스파이더맨이 남긴 것들이 있었다. 무너진 빌딩에는 새로운 것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이웃들을 위한 공원이 될 수도 있고, 공립도서관이 될 수도 있을 터였다. 무엇이 되었든 그곳에 스파이더맨이 이웃들을 위해서 남아 있었다는 사실은 남겨져 있었다. 친절한 이웃은 여전히 모두의 이웃으로 존재할 것이었다.

넬슨 앤 머독 변호사 사무실은 곤란한 이웃들을 돕고, 데어데블은 이웃들의 안전을 살폈다. 여전히 뉴욕에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았다. 맷은 그런 사람들을 도우며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이제는 상처가 생기면 치료하고, 쉴 줄 아는 삶을 살면서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변호사와 데어데블, 그 균형을 맞추며 맷은 자신을 돌보는 삶을 살았다. 이웃을 돌본다는 건 그런 거니까.

메이 파커는 이사를 결정했다고 했다. 피터가 사랑했던 뉴욕을 떠나는 게 슬프지만, 영원히 피터를 그리워할 수는 없다는 메이의 결정은 무엇보다 강인했다. 메이는 F.E.A.S.T.에 피터의 보험금을 모두 기부했다. 이웃과 노숙자들을 돕는 쉼터와도 같은 자선단체였다.

“그곳이라면 피터도 안심할 거 같았거든요.”

메이가 말했다.

메이는 이제 피터를 완전히 보내준 듯했다. 피터의 이웃들을 돕고, 뉴욕을 떠나면 메이 파커 자신의 이웃들을 돕겠지. 맷은 피터의 선하고 강한 마음이 메이 파커에게서 왔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게 피터가 가족을 걱정하지 않았던 이유였다. 그들은 이겨낼 테니까. 그래서 파커들에게 머독은 늘 질 수밖에 없는 거다.

메이가 이삿짐을 싸기 전에 맷은 다시 한번 피터의 방에 갔다. 역시나 알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열다섯 피터 파커가 스파이더맨을 시작했던, 그리고 어린 시절을 보냈던 방을 맷은 볼 수 없었으니까. 그 시절은 맷이 피터를 알지 못하던 때였다.

맷은 낡은 나무 책상을 손으로 만져봤다.

저번보다 더 흐려진 체취와 거미줄 용액 냄새, 작은 침대. 곧 사라질 낡은 방, 스파이더맨의 흔적.

“잘 가, 피터.”

스파이더맨의 변호사는 드디어 피터를 보내줄 준비를 마쳤다.

“피터, 네가 빨리 보고 싶었는데…. 그럴수록 네가 멀어진다는 걸 깨달아버렸어. 네가 있는 곳에는 그런 식으로 갈 수 없겠지.”

피터가 두고 간 흔적은 옅어져도, 냉장고에 붙여둔 데어데블과 스파이더맨의 사진은 남아 있을 거라고 맷은 스스로를 위로했다. 말을 하는 사이에도 벌어졌던 곳이 조금 아파서 호흡이 흐트러졌지만 다행이 눈물이 흐르지는 않았다. 맷의 어깨가, 손이 조금 떨렸다. 완전한 작별을 준비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나중에 다시 보자.

뒷말은 애써 삼켰다. 이것은 피터가 싫어할 것만 같아서였다.

“잘 있어요, 맷.”

피터의 목소리였다. 울음기가 섞인 목소리였다. 피터? 맷은 목소리가 향한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눈을 깜빡여봤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심장이 없는 유령을 맷은 발견할 수 없었다. 어릴 적 사고 이후로 맷의 두 눈은 무엇도 담지 못했으니까. 데어데블의 뛰어난 감각으로도 감지할 수 없는 심장이 없는 피터 파커는 맷의 세상에서 존재할 수 없는 실체 없는 유령일 뿐이었다. 맷은 유령을 느낄 수 없었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방안에서 피터의 목소리만은 분명해서, 맷은 몇 번이고 피터의 이름을 불렀다. 닿는 것도, 감지되는 것도, 아무것도 없다.

목소리가 들린 곳에는 오래전 피터가 남긴, 약해져 가는 흔적만이 남아 있었다. 바스러질 흔적들에 작별을 고하는 목소리만이 맷이 느낄 수 있는 전부였다.

I Loved You, Matty.

그날 피터가 정말 떠났다.

 

 

 


맷피터에 치이고 초반에 쓴 썰 중 하나입니다..

스뉴버, 코믹스와 PS스파이더맨, 고전 코믹스 맷의 환상보는 부분 등 다양한 부분을 참고했습니다..

썰이었던 것을 바꾼 것이기 때문에 어색할 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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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6 MATT X PETER 장면 잡담

📖

2025. 1. 16. 17:15

ASM # 16 맷과 피터의 첫만남

맷은 처음 만남부터 이후까지 꾸준히 피터에게 호의적인 인물로 나오는게 좋다.. 그런데 첫만남은 스파이더맨이 맹인 맷 머독을 도와준 것이고.. 그렇게 맷이 사랑에 빠졌다고 제멋대로 생각해버림. 저 뒤로 맷은 늘 피터에게 호의적이었고.. 거미 편이었고..

스파이더맨 혹은 피터 파커를 도와주는 변호사로 나타나는 맷..

피터를 나무 위에 올려두고 가는 맷..

맷이 피터를 어리지만 든든하고, 동료로 생각하고.. 고양이로 생각하는 걸까 싶기도.. 왜 나무에 올려뒀을까..

이거 너무 메이숙모에게 인사온 맷 머독 같다. 피터는 놀라버리지만, 눈도장 찍었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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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MATT X 616 PETER

📖

2025. 1. 15. 09:48

X에서 존잘님의 연성을 보고 불타올라버렸던.. 정리해둠

 

1. 거미 안에서도 세컨찬스를 믿는 건 대체로 피터 뿐이어서, 65맷에게 기회가 없었던 게 조금 슬프다

2. 616피터는 자신이 강도를 막지 않아서 그 결과 벤 삼촌이 죽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본인이 스파이더맨을 함으로써 그 잘못을 다시는 행하지 않는다, 사람을 바뀔 수 있다, 그게 세컨찬스를 강하게 믿는 이유여서 처음부터 선해서 스파이더우먼을 시작한 65그웬과는 전혀 다른 인물이다..

근데 이게 처음부터 노인을 돕기 위해 나서서 시각을 잃은 616맷과 전혀 다른 지점이어서.. 616피터의 세컨찬스를 616맷은 깊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점도 좋아해.. 616맷의 세컨찬스는 법적인 부분에서 이루어지고, 616피터의 세컨드찬스는 자기 자신의 인간에 대한 믿음에서 시작되어서 범위가 달라

DD(2022)#10 에서 616맷이 피터를 "우리 중 최고이고, 좋은 사람이지만, 나이브하다"고 이야기한 지점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서로의 믿음에 대한 범위가 다르기 때문에, 616피터의 시선이 616맷에는 빛나면서도 나이브해보일 수 있겠지

616피터 파커는 전 차원의 거미 중에서도 가장 세컨드찬스를 믿고, 행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65맷에게도 기회를 주려고 할 것 같다.. 스파이더맨은 늘 그런 이야기이기 때문에 65맷도 어쩔 수 없습니다. 616피터 파커가 그러기로 결정했다면 바뀌지 않아요..(고집이 강한 거미라서.

3. 616피터는 자기 지구만으로도 충분히 힘들기 때문에, 다른 차원에 대한 일은 신경쓰지 않으려고 하지만.. 강제로 65차원으로 보내져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스파이더맨이기 때문에 65지구에서도 사람들을 구하는 거미가 될 거 같다… 그렇게 65맷에게 걸리는 이야기의 시작이 떠오름.

  - 65그웬을 만나고, 끝까지 이해받지 못하고 쉴드에 갔던 65맷

  - 아직 자살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죄악감이 가득하고 휘청휘청 65맷

어느 쪽이든 좋아... 그런데 전자는 맷이 65그웬을 찾으니, 616피터가 그웬을 보호하기 위해 더욱 고집스럽게 굴 거 같다. 말 안 듣는 거미.. 후자는 616피터의 마음이 금방 풀려버릴 거 같습니다.. 피터 파커는 휘청이는 악인에게 약하다

4. ピタくんはマットさんから自分を見ることが良くあるから、65マットさんの自己嫌悪から自分自身を見るかもしれないと思うと…(好き

善人から自分と同じものを感じ、同じように落とそうとする65マットさん

悪人から自分の姿を見てセカンドチャンスを与えようとする616ピタくん

1. 616 피터가 범죄를 저지르려던 프라울러(호비)을 막으며 하는 말 / 2. 죄악감에 자살하려던 65 맷이 그웬을 보고 추락시키겠다 결심한 순간


5. 선인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추락시켜서 이해받으려는 65맷. 악인에게서 자신의 처음 모습을 보고, 그 상황을 막아서 자신과 같은 사람을 만들지 않으려하는 616피터. 둘다 상대에게 자신을 보고, 하는 행위가 반대인 점이 좋다.. 616피터는 자신을 이해해줄 사람이 없어도 견디기 때문에..

6. 65맷이 아무리 괴롭혀도 616피터에게 자신의 아픔은 크게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맷의 죄악감과 자기혐오를 읽어버리면 역시 65맷을 구하려고 하겠지. 하지만 동시에 616피터도 자기혐오가 심해서, 그 행위가 기만적이기 때문에 65맷이 616피터를 더욱 싫어하거나 화낼 가능성도 있고.. 아무튼 결국 피터가 맷에게 닿으면 상호이해까지 가능하단 지점이, 616피터는 바닥이 아니지만.. 스스로는 그렇게 느끼기 때문에.. 65맷의 바닥을 조금은 알아줄지도

7. 616피터는 오래전부터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 시민들, JJJ가 존재해도 꾸준히 스스로 선을 행했기 때문에.. 그 선에 대한 보답이 언제나 나쁜 쪽으로 돌아오는 65세계관과 어울리지 않으면서도, 어울리는 느낌. 65의 피터는 학교폭력으로 인해 결국 스스로 리자드가 되어버렸지만.. 616피터는 거미의 힘을 얻고, 그 과정에서 벤삼촌을 잃으며 강한 선에 대한 의지를 얻었기 때문에. 65지구의 세계관에서도 꿋꿋할 거 같고, 65맷에게 그 점이 짜증날 거 같다. 하지만 그래서 더 좋아할 거 같다는 생각...

8. 65맷도 결국 본인이 한 행동에 죄책감, 자신의 손이 피로 칠해졌고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다, 누구도 막아주지 않았다는 원망.. 같은 것들로 자살을 택하려 했기 때문에.. 역시 616피터의 입장에서는 아직 기회가 남아 있는 사람이겠지. 막아줄 수 있는 사람을 은근히 바래왔을 65맷은 뒤늦게 생긴 귀찮고, 잘 막아주고, 일어나는 거미를 어떻게 생각하려나... 사랑밖에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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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끄적인 글

 

그냥 나쁜 사람이야. 이런거 자주 겪었잖아, 파커. 피터는 스스로의 행동을 멈추기 위해 몇 번이고 스스로를 다그친다. 이름만 같은, 전혀 다른 사람이라는 거 알잖아.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하지만, 행동은 언제나 피터를 배신하고 말았다.

🕷️ 스스로가 바닥이 된다는 거, 그거, 정말 슬프지 않아요?

웃으면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어느새 입가엔 미소가 걸리고 말았다. 눈에 힘을 주고, 잔뜩 화난 척을 해야하는데 자신의 아픔보다 눈앞의 사람이 우선인 피터 파커의 본능은 언제나 피터를 배신했다. 어차피 알았을지도 모르지. 피터는 표정을 볼 수 없는 사람을 향해 웃어보였다.

 

9. 기존 616맷도 616피터에게 왕자님 같은 인상인데, 피터의 초창기에 도와준다는 명목으로 나타난 65맷 보고싶다. 616피터의 초창기에는 정말 과격하고, 화가 많고, 주위에서 다들 피터에게 겁을 먹거나 오해하는 상황인데.. 그런 피터에게 조나나 경찰을 막아주며 다가오는 65맷(왕자님인가 악마인가).  616피터가 초창기에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화가 많은 건 결국 본인도 이 상황에 겁먹고 당황해서, 아직 어려서 눈앞의 일밖에 보지 못해서인데.. 그렇게 피터 그루밍시작하는 65맷 생각나는.. 아무튼 조나가 나쁜기사 못내게 해주는 65맷.

616맷은 피터의 선함을 알고, 경찰이 오해하면 말로 풀어주지만 그게 피터에게 큰 도움이 되지는 않고..(피터가 놀라긴함) 65맷은 즉각적으로 강압적이지만 피터를 도울 수 있는 지점이.. 616에서 이런 류의 빌런은 없었는데.. 이번 애니에 노먼이 이런 쪽으로 나올지도 모르겠다 싶지만. 616피터는 강압적으로는 안되는데.. 65맷이 피터에게 빨간 명함주고, 주위 나타나고 사라지기 반복하면.. 근데 “애새끼들은 이래서 안돼”라는 소리하면 616피터 욱 해버릴듯

616맷처럼, 피터 도와주면서 은근히 쪼물딱 만지작하는 65맷.. 자연스러운 스킨십이 가능한 거미라네요

10.

616피터는 지치지는 않지만 돌아볼 사람이 너무 많다는 큰 문제점을 늘 갖고 있는 듯 .

616피터는 안지칠 거 같은데, 65맷 쪽이 자기만 안봐주고 다시 눈돌리고 악인에게 기회주고, 몸던지는 피터 못견딜 거 같아요. 옆에서 그릉그릉 애완거미 원했는데 무슨 죽기위해 사는 거미 생김. 616피터의 최고 장점이 의지로는 누구에게도 안 진다는 점인데.. 피터는 맷만 볼 수 없고, 모든 사람들을 봐야하는 거미이기 때문에.. 세컨찬스도 65맷에게만 주는 게 아니라, 그 지구의 모든 사람에게 줄 것이고.. 아무튼 그거 견뎌야함. 616피터가 악인에게 내미는 세컨찬스, 새로운 기회는 사실 피터 본인의 자기만족성이기 때문에..(그렇게 해야만 본인이 살 거 같음). 65맷이 같이 바닥 굴러줄 사람을 만드는 것처럼, 616피터는 자기처럼 되지 않도록 악당을 막으면서도, 어린 히어로들은 행동하도록 만든다 생각해..

11. 65맷은 자신과 함께 피를 묻혀서 똑같이 되어서, 본인을 이해해줄 사람을 바라겠지만.. 616피터는 악인을 막고, 구원하고, 기회를 주지 않으면 스스로 견딜 수 없는 죄책감을 갖는 사람이어서.. 결국 616피터의 의지가 이길 거 같다 . 둘다 스스로를 가장 싫어할 것 같다는 지점이 어울린다.. 65맷이 아무리 자기가 죄인이고, 자신의 길에는 피 밖에 없었다고 외쳐도.. 616피터 파커가 제일 원망하고, 싫어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일 것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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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MATT X 616 PETER

📖

2025. 1. 14. 21:11

- nsfw, 주절주절 이야기입니다

 

65맷이 616피터를 괴롭힌다면.. 어떤 느낌일까에 대한 고찰

더보기

-nsfw

 

ne님의 연성을 보고.. 65맷은 616피터를 괴롭힌다면 어떻게할까 생각이 많았는데.. 역시 침대에서는 그렇게 아프게 할 것 같지 않다는 인상의 맷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65맷도 정보나 원하는 것을 위해서 여성과 잔다던가 묘사가 나온 편인데, 막상 스스로의 손을 더럽히는 일은 잘 하지 않을 것 같고 침대에서 강압적으로 굴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그렇다면 616피터를 괴롭히는 상황이더라도, 역시 부끄럽게 하거나 너무 좋게 해서 반대로 싫어하게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616피터는 고집이 강하고, 스스로가 휩쓸리는 거 싫어할 테고, 침대 생활을 좋아한다는 인상이 없기 때문에..(성욕보다는 애정욕구가 커보이는..) 요즘 피터와 대학생 피터의 느낌이 조금 다르지만, 어느 쪽이든 침대생활을 좋아한다기보다는 상대에게 끌려가는 느낌이라 65맷이 갑자기 그런식으로 괴롭히기로 하면 당황할 거 같다.. 65맷은 맷 머독씨이기 때문에 당연히.. 잘하겠죠.. 피터가 너무 좋아서 울 것 같은 인상. 그렇게 울어버린 피터, 자존심에 스크래치도 나지만, 무엇보다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이런 식으로 했다니 굉장히 불쾌할 거 같고, 속상할 거 같고.. 65맷에게 잔뜩 괴롭힘 받아서, 머리가 멍해진 피터라던가 볼 수 있는 게 아닐까. 폭력에는 오히려 더 강경하게 나오는 피터이지만, 쾌감에는.. 알 수 없네요. 데이터가 없습니다.

616피터에게 젠틀하게 다가오기도 하고, 여러 방법으로 숨통을 조여오는 65맷을 생각해보지만.. 616피터에게 통할 방법은 크게 모르겠다는 지점에서.. 65맷이 갖고 있는 죄책감을 616피터가 발견하는 순간, 피터의 눈이 초롱초롱해질 거 같다. 피터의 자존심도 건들일 겸, 심심해서 침대에서 괴롭혀본 65맷.. 머리가 말랑말랑해져서 65맷을 껴안는다던가 하는 616피터 생각이 들어버림. 하지만 그러고 또 금방 두면 부활해서, 65맷을 노려보며 화를 내고 아무튼 사람을 다치게해서는 안된다건가.. 히어로적인 이야기를 늘어놓을 거 같은 616피터. 피터를 괴롭히는 건 그렇게 큰 타격이 없어서, 금방 회복할 거 같아서 좋아요.. 근데 슈트 대신에 뭔가 다른 옷 입혀두면 그건 좀 부끄러워할지도.. 65맷도 어차피 볼 수 없으니 상관없는데도, 피터는 부끄러워할 거 같다..

616피터가 65맷에게서 죄악감을 읽는 것도, 65맷이 오히려 616피터에게서 죄악감을 읽는 것도.. 어느쪽이든 좋아. 취향은 늘 침대 이후로 감정이 격해진 뒤에 이런 이해가 시작되는 것이어서. 65맷도 왠지 혼자서 자살하려고 했었고, 혼자 있으면 생각이 많을 거 같은 타입인데 616피터도 그렇기 때문에.. 피터 혼자서 훌쩍이다가, 혹은 다시 스스로를 자학하다가 초감각이 있는 65맷에게 발견되는 순간도 좋아함. 아니면 피를 많이 보게 된 날, 616피터 앞에서 웃으면서 자기 이야기를 즐거운 듯 늘어놓는 65맷도 좋다. 616피터는 그 웃음에서 위태로움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고, 죄책감을 잘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 아무튼 그렇게 사랑이 시작되는 거겠죠.

65맷에게 괴롭힘 받지만 별로 타격 없는 피터. 묶인 채로 웅크려 있다가 집에 가고 싶다고 중얼거려보지만, 막상 집에 돌아가도 기다릴 사람이 크게 없다는 지점에서 스스로도 흔들릴 거 같다. 메이숙모가 계시지만 내가 없어서 더 나은 게 아닐까 같은 생각을 할지도 모르는, 자존감 하락의 616피터. 이런 중얼거림도 초감각이 있는 65맷에게 들리겠지만..

집에 가지 못하고, 스스로의 존재가 조금 희미해진다는 느낌이 들 때, 오히려 65맷에게 붙어오는 616피터도 상상을 해봤다.. 65맷처럼 피터가 피를 묻힐 수는 없지만, 그 어둠을 이해할 수 있는(맷에게는 이게 기만으로 느껴질지 몰라도) 사람이라는 지점이.. 616피터의 세컨찬스란 대단한 거구나 싶어짐.

아무튼 침대에서 616피터를 이렇게 저렇게 괴롭히며, 녹아버린 피터가 "제발.."같은 평소에 안하는 애원을 하는 것이 보고싶다. 65맷 보면서 616맷을 떠올리는 피터도 생각나. 다정한 맷이 그리운 피터. 엉망진창으로 자고, 침대에 같이 누워 있어야하는 65맷x616피터를 생각하면 귀엽다. 피터.. 멘탈 강하니까 괜찮아... 아무튼 그런 상상.

616피터는 65맷이 일부러 괴롭히며, 얍얍 찔러도, 본인을 향한다면 견딜 사람이기 때문에.. 괴롭힐 때만 울먹이고, 아닐 때는 열심히 지지 않고 말하는, 거미 힘도 사라진 616피터가 짜증나는 65맷 생각나며.. 근데 그 짜증이 결국 자기가 바래왔던 것임을 깨달을 때, 사랑이겠죠... 사랑이에요. 65맷은 평소에 과장되게 웃을 이미지이기 때문에, 오히려 그 표정이 깨지고, 무표정이나 슬픈 얼굴 같은 게 나오면 616피터의 마음을 흔들 거 같다. 악인의 빈틈에 약한 피터.. 그렇게 침대에서 65맷 안아주는 616피터 보고싶다.

역시 65맷을 구원해줄 616피터를 선물로 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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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절한 이웃과 변호사 정리

🕶x🕷

2025. 1. 13. 22:18

- PS4~5 SPDER-MAN의 피터도 맷 머독에게 명함을 받았고, 찾아갔기 때문에.. 마음대로 상상했다

 

1.

인섬니악 세계관이면 맷머독은 일반인할 거 같음.. 데어데블 안하고 그냥 포기랑 변호사하고 살 거 같은..? 어벤저스는 어디 가 있지만, 대충 스파이더맨들이 지켜드립니다.

스파이더맨들이 너무 최신이고 해킹도 잘하고, 어플로 도움요청도 받고, 경찰무전도 다 듣고.. 헬스 키친도 돌잖아..? 거미1부터 시작이 킹핀 감빵보내버리기여서.. 일반인이지만 초감각에 가끔 때리고 다니는 맷 머독(피터는 모르겠지

무전듣고 호다닥 갔더니 범인들 싹 어디 맞아서 쓰러져있고, 정리된 것만 발견하는 일이 헬스 키친 갈 때만 가끔 생기는 플스 피터 생각하니.. 좋은데..? 헬스 키친 온 김에 친한 변호사 사무실 들려서 커피 얻어 마시고 가기.

“가끔 이 근처에 무전 듣고 오면 현장이 싹 정리되어 있더라니까요? 참 이상하죠. 뭐, 좋은 사람이 그랬다고 생각해야죠.”

“그러네요. 헬스 키친에 또 자경단이 있는 것도 아닐텐데. 커피 더 마실래요, 스파이더맨?”

“아, 괜찮아요, 맷! ..근데 잔 비어 있는 거 어떻게 알았어요?”

 

2.

스파이더맨이 아침부터 웹스윙하고 날아다니는 소리로 시작하는 플스 맷 머독의 하루가 보고 싶음. 오늘도 시끄럽네

맷 머독이 아직 데어데블이 되지 않은 세상, 이라고 생각하면 정말 평화로운 거 같음..(피터는 안 평화롭지만) 스파이더맨의 세계관이라 생각하면 적어도 잔인하고 괴롭진 않을 거 같아

그냥 지친 스파이더맨에게 커피 한 잔 주고, 이야기 나눠주고 힘내서 가겠다는 거미에게 손 흔들어주는 맷 머독 보고싶다. 그러고 가끔 깡패 때림

스파이더맨이 갱단수사나 여기저기 껴서 다 해결하고 다녀서. 그냥 갱단이나 킹핀까지 안파고 들고 가끔 스파이더맨이 늦는 사건에 깡패나 때려주고, 뒤늦게 온 스파이더맨이 ???하는거나 듣고 커피나 내리는 맷 머독. 헬스 키친에 왔으니 또 놀러오겠지

 

3.

헬스키친 공기질 검사하고 다니는 스파이더맨 웹스윙 소리 맷은 다 들릴 거 같음. 공기질 개선하고 이젠 사람들이 상쾌하고 숨쉴 수 있겠지! 하는 피터 조잘거림 다 듣는 맷머독 생각하니 조은..

피터가 현장가면 싹 정리되어 있는데, 가끔 너무 심하게 맞은 애들이 있어서.. 흠.. 하다가 흔적 분석해서 쫓아가면 어뜨캄. 핏방울 같은 거 찾아서 유전자 분리해서 흔적 쫓아가는 플스 피터. 이상하게 아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흔적이 사라지네..? 분석기가 고장났나? 하는 피터

일단 또 창문 두드려보는데.. 맷은 전혀 모른다는 듯이 굴어서 에효, 이 기계가 또 고장인가봐요. 이래서 슈퍼악당들은 자기 개인 연구실을 갖고 있다니까요? 하며 사무실에서 떠들다가 가는 그런거나 생각함. 과학적인데 의심은 잘 못하는 피터

 

4.

피터의 주된 관심사가 세상 더 좋게하기, 같은 일이라는 거 좋네.. 일반 사람들이 한 사람을 돕는 거 정말 좋아할 것이고.. 넬슨앤머독에서 무료 변호하는 거 알면 헉 역시 좋은 분들! 그런데 제가 커피 얻어마셔도 되나요… 하는 피터 보고 싶네. 친절한 이웃에게 커피 정도 줄 수익은 있답니다

 

5.

플스 피터가 나 친한 변호사 있어서 괜찮다는 말 하니까, 616피터가 설마 맷 머독은 아니지? 하는 거 생각나네.. 616피터에게 변호사의 비밀을 들어버려서 와앗..? 하며 눈땡그랑해지며 충격먹는 플스 피터.

“우, 우리 변호사님은 그럴리 없어! 우리 친하다구!”

나중에 돌아온 플스 피터가 맷에게 손가락 들고 이거 맞춰 보라함.. 맷이 알지만 다르게 말하니까 휴ㅡ 안심하며..

“아니 제가 다른 차원의 스파이더맨을 만났는데, 거기서는 맷이 데.. 뭐 데블? 이라는 거예요! 밤에는 악당들을 마구 때리고 다닌다던가? 변호사님도 그럴까봐 걱정했어요!”

“그렇군요.”

그뒤로 맷이 커피 더 줄까요? 하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지만 결국 의심 안하고 역시 변호사님은 눈치가 좋으시구나~하며 커피나 얻어마시는 PS피터

 

6.

플스 피터는 밤에도 활동 자주하고, 밖에 옥상에서 피자도 먹고.. 밖에서 밥먹기에는 추운 날씨에 변호사 사무실 빌려서 피자 같이 시켜먹고 그런 게 보고싶네.. 아니 요즘 밖이 너무 춥지 않아요? 이렇게 입고 다니면 감기 걸리기 딱 좋다니까요! 페퍼로니 피자에 페퍼로니 추가 좋아하세요?

커피 맨날 얻어마시니까 피자는 살게용, 하면서 인당 한 판씩 시켜버리는 플스 피터 생각나기.. 플 피터 혼자 라지 한 판 다 먹잖아.. 맷이랑 포기가 남긴 거 보고 "헉 제가 젤 좋아하는 피자집인데 별로였나요?!" 하는..

"아뇨, 스파이더맨.. 저희가 한 판씩은 못먹습니다.."

피터가 친한 변호사라고 말할 정도면 한두 번 본 게 아닐 거 같고.. 사무실 자주 놀러 갈 거 같아.. :안녕하세요, 스파이더맨인데용."하고 전화거는 피터 진짜 생각할수록 웃기고 귀여움. "사무실이 어디라고 하셨죠? 제가 꼭 상담드리고 싶은게 있거든요."

 

 

플스 피터가 변호사 사무실에 그냥 심심해서요, 하면서 와 잇는 거 생각하면 귀엽다니까.. 의뢰인이 왔다가 스파이더맨보고 깜짝 놀라면 "앗, 저는 신경쓰지 마세용. 그냥 소파만 빌리러 왔어요!"하면서 앉아 있음. 스파이더맨이 이상하게 자주 있다간다는 넬슨앤머독 변호사 사무실(강도가 못옴

커피 마시면서 심각한 얼굴로 데일리뷰글 신문을 읽고 있는 스파이더맨. 그리고 스파이더맨이너무 익숙해서 그냥 두고 일하는 맷과 포기. 이따금 포기가 맷에게 "어쩌다가 스파이더맨이 우리 사무실 단골 커피 도둑이 된거야?"라고 묻는데, 맷은 그냥 "덕분에 요즘 헬스 키친이 조용하잖아"라고 답하기

경찰 무전이 뜨면 커피잔이랑 신문 두고 호다닥 창문으로 뛰어나가버리는 스파이더맨. 거미줄소리랑 깡패들이 맞는 거, 농담치는 소리들을 들으며 '커피 값은 해주잖아' 생각하는 맷. 포기가 스파이더맨이 두고 간 커피 치우려고 하면 다시 오는 중이니 두라고 하기. 거미줄 소리가 들리거든.

가끔 다른 스파이더맨도 와서 시끌벅적해지기. 스파이더맨이 자주 있으니까 걱정스럽게 찾아왔던 사람들도 친절한 이웃도 이용하는 곳이라고 마음을 놓고, 진짜 어려운 사람들도 쉽게 올 수 있는 곳이 되는 넬슨앤머독 생각하면 귀엽다니까.. 오늘도 지나가다 "좋은 아침이에요, 변호사님!"하는 거미

변호사님의 초감각도, 가끔 깡패들 패러 다니는 것도 눈치채지 못하는 세계관에 갇힌 인섬 피터 생각하면 귀여움.. 하지만 맷 변호사님은 친구라고 생각하는..

 

 

 

플스 피터가 맷네 사무실에서 이야기하고 떠들다가 악마의 숨결 사태 이야기 나와서.. 가라앉은 스파이디랑 대충 피터 읽고 그 사태로 누군가 다치거나 죽었구나 예상하는 맷 머독 보고 싶음. 그래도 스파이더맨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구했죠. 하고 넘어가는 이야기

농담치던 스파이더맨이 잠깐 진지해지는 순간을 느낀 맷 머독 보고싶은.. 포기가 숨겨둔 간식이 있는데 커피랑 어울릴 거 같네요. 하며 사무실 구석에 간식 꺼내오는 맷. 이유는 모르고 그냥 오늘도 간식이나 잔뜩 먹고 가는 피터

 

 

플스 맷이 두건쓰고 깡패 때리는데 피터랑 마주치기.. 도망치는데 피터가 "그냥 우리 이야기만 해요! 악마씨? 좀 멈춰보세요!"하며 너무 쫓아와서 결국 냅따 머리 치고 기절시키는 맷.. 쓰러진 스파이더맨을 옥상에 올려두고 일단 두건 벗고 건물 근처에 맷 머독으로 서 있기..

금방 깨어나는 거 느껴져서 안심하고 가려는데 피터랑 또 마주쳐버리고.. 능청스럽게 놀라는 척하고, 피터랑 걷는 맷 보고 싶음.

“아니 제가 그 데블 씨를 본 거 같은데.. 쫓아가다가 필름이 끊긴 거 같아요.”

“그것 참 이상한 일이네요. 머리는 괜찮나요?”

“흐으음, 뒤통수가 좀 얼얼해요! 왜지..?”

들킬 거 같으면 일단 기절시키는 맷 머독.. 옥상에서 필름 끊기고 맹인 변호사 만났으나 의심은 못하는 플 피터 보고픔

플스 거미 세계관이라면 맷 머독은 정체 들키기보다는 친절한 이웃 기절시키기를 택할 거 같음

 

 

플스 피터는 친한 변호사에게도 멋져요 회이팅 남들을 돕는 것은 멋지죠 스파이더맨보다 그런게 더 멋져요 하며 긍정에너지 줄거 같음+본인 스파이더맨 자낮

“스파이더맨이 오늘도 사람들을 구했다더군요. 다른 시선도 좋지만 가끔은 제임슨의 팟캐스트는 안듣는 편이 낫겠어요, 스파이더맨. 커피 더 마실래요?”

“으음.. 가끔만 들어야겠어요. 악성팬의 댓글도 참고해야 자기반성이 되니까요. 커피는 사양하지 않을게요! 변호사님네 커피는 맛있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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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랑 말다툼한 맷

🕶x🕷

2025. 1. 13. 22:06

 

피터랑 싸워서 우울한 변호사 맷머독 보고 싶네.. 포기가 무슨 일이냐하면 스파이더맨이랑 싸웠다고 할 수가 없어서 아는 동생이랑 말다툼했다고 말하는 맷. 요즘 20대 애들은 뭘 좋아할까? 같은 말을 해서 포기가 당황했음 좋겠다. 맷, 너 이제 어린 애들이랑 만나?? 친구 걱정하는 포기

싸운 이유: 팀업 도중에 좀 예민해진 맷이 농담 그만하고, 진지하게 하라고 해서평소였으면 그냥 따박따박 이야기하면서 싸웠을 건데, 이번에는 정말 화났는지 ‘좋아요, 입 다물어 줄게요’하고 정리하더니 그대로 휙 웹스윙해서 사라져버린 피터와 사과 타이밍 놓쳐버린 맷이 보고싶어.

포기에게 대충 20대 중반 남자애고, 카메라 좋아하는 거 같고, 단 거 좋아하는데 가리는 건 없는 거 같고.. 등등 쓸모없는 정보들 나열하면서 어떻게 하냐고 물었으면 좋겠음. 여자 문제는 잘 하면서 ‘아는 지인’이랑 싸웠다면서 왜 그렇게 고민하냐는 포기. 너 그 애 좋아해? 머리에 피도 안 말랐겠다.

일을 해야하는데 자꾸 한숨 쉬고, 정신사나운 맷을 포기가 얼른 화해하라며 쫓아냈으면 좋겠음.

“전화해서 만나자고 하고, 사과해. 잘못했다고. 맷, 네 단점이 뭔 줄 알아? 사과가 늦다는 거야.”

“그 말은 아프네.”

“당장 가서 사과해. 누군지 몰라도 걔도 많이 참아줬을 거야!”

일단 사무실에서는 쫓겨나버린 맷 머독. 그냥 시간이 지나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나타나주려나 싶다가도 정말 화난 목소리였지, 뒤도 안 돌아보고 갔어, 망설임도 없었지.. 싶어서 한숨 쉬기. 자, 이제 사과할 준비는 되었고 문제는 스파이더맨을 찾아야한다는 거네.

화난 피터를 찾아다니는 우울한 변호사 맷머독이 보고 싶다해야하나. 피터가 대학원 다닌다는 말을 했었지. 대학교가 분명 엠파이어 스테이트 대학에 닥터 코너스가 교수랬고.. 같은 기억들 더듬어서 일단 택시타고 무작정 피터 찾기 가는 맷. 뉴욕에서 피터 파커 찾기.

정말 바보 같은 짓이야, 맷.

포기가 전화하라고 했지만 사실 이미 몇 번이나 시도해봤으면 좋겠음. 화난 피터는 문자도 전화도 대답해주지 않고.. 아 진짜 화났다. 진지하라고 했더니 진짜 화가 났나보다. 아직 어린데 내가 말이 심했지.. 하며 가보는 맷. 조교랬으니까 피터 이름만 대면 찾는 건 어렵지 않겠다고 생각하기.

피터가 늘 풍기는 화학물 냄새가 있어, 사실 그런 걸 풍기는 사람들이 흔치 않으니까. 쉽게 피터가 연구하는 건물은 찾았고, 앞이 안 보이는 맹인에게 사람들은 친절하니까 피터 파커 이름을 대면 좋겠음.

“아는 동생인데, 연락이 잘 안되네요.”

학생들이 ‘아, 파커 조교님이요?’해서 금방 찾을 줄 알았지

잠깐 어디 갔다고 해서 기다리는데 안 오면 좋겠음. 의자에서 어색하게 앉아 기다리는 거 보고파. 괜히 챙겨주려는 피터 동료들도 부담스럽고, 계속 있어봤자 눈에 띄겠다는 생각에 앉아 있다가 벌떡 일어나서 볼일이 있다며 나서는 맷. 대충 속삭이는 걸 들어봐도 피터가 자주 없어지는 모양이고.

“파커씨는 어디 간 거래?”

“그 녀석, 자주 없어지잖아. 교수님덕분에 아직 우리 팀에 있는 거지.”

여기서도 평판이 아주 형편없는 걸, 피터. 건물을 나서며 어디로 가야할까 고민하는 맷. 있어야할 곳에 없다면 다른 있어야할 곳에 있을 게 분명하겠지. 스파이더맨이 필요한 곳.

스파이더맨의 문제는 구역이 넓다는 거야. 대충은 퀸즈, 정확하게는 어디든 그가 있는 곳이 구역이니까. 구역의 개념이 없는 애잖아. 그러니 맷이 피터를 자주 만나게 되었던 거지. 그런데 싸우고 헤어진 뒤로는 마주칠 일이 없었음. 그렇다는 건 피터가 일부러 헬스 키친을 피하고 있다는 거고.

20대 중반의 남자, 카메라를 자주 다뤘고, 지금은 대학원 조교이며, 핫도그나 피자 등을 자주 먹고, 간식거리들을 좋아하는 피터 파커. 일단 사람이 많은 곳을 무작정 걸으며 피터 떠올리는 맷이 보고픔. 걷는 길에 피터가 좋아할만한 간식류를 사는 것을 잊지 않았음. 칠리 핫도그, 좋아했잖아?

한 손에는 케인, 한 손에는 핫도그가 등 종이봉투를 들고 있다가 점점 늘어나서 손이 묵직해지면 좋겠다. 이거 좋아했었지. 하는 생각에 과자도 사고, 그냥 이것저것 사보는 맷. 손이 꽤나 묵직해졌을 때 문뜩 포기의 ‘너 그 애 좋아해?’라는 말이 생각나서 미간 찌푸리면 좋겠음.

내가? 아니거든.

‘내가 피터랑 만났을 때가 그 애가 몇 살인지 알아, 포기? 물론 나이를 알면서도 같이 팀업을 가끔.. 자주 하긴 했지. 피터는 좋은, 지인이잖아. 말이 좀 많아서 흠이지만.. 사실 그 농담과 장난도 즐겁긴 해. 나는 그런 마음으로 자경단활동을 할 수 없으니까. 같이 있으면 조금 가벼운 기분이 들지.’

포기에게 하지도 않은 말들을 혼자 머릿속으로 쏟아내며 걷는 맷. 그때 피터에게 진지하라고 말한 건 정말 실수였어. 그땐 좀 예민했지.. 감각이 너무 좋으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니까? 상대가 닥쳐줬으면 좋겠다, 하는 그런 바보 같은 생각. 화를 내고나서야 그 자리엔 소음만 남는다는 걸 깨달아.

지하철, 낡은 배관에서 물이 새는 소리, 사람들의 심장소리. 많은 소리에 시달리다보니까 실수를 하고 마는 거야. 그것들을 들리지 않게 해주는 사람들의 중요성을 잊는 거지. 사소한 것들에 신경 쓰다가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말아.

피터에게 제대로 사과하자. 내가 잘못했어, 난 네 농담이 좋더라.

피터 생각하며 걷다가 문뜩 큰소리가 나고 있음을 뒤늦게 깨달은 맷. 스파이더맨을 찾았어. 근데 좀 안 좋은 상황에 찾아버렸지. 상대는 이미 거미줄에 묶여 있는 모양이지만, 도로가 부서진 게 느껴졌음. 폭발? 전기 능력? 스파이더맨의 옷이 여기저기 찢어졌음을 알 수 있었음.

천과 살이 타는 냄새, 거칠어진 호흡, 빠르게 뛰는 심장. 도로가 엉망으로 부서졌으니 꽤 큰 싸움이었을 거야. 스파이더맨의 담당 악당이 유독 이상한 능력을 가진 애들이 많다는 걸 맷은 떠올릴 수 있었음. 문어, 코뿔소, 전기.. 그러 녀석들 말이야. 피터는 지쳤는지 긴 숨을 내쉬며 주저앉아 있었음.

피는 흐르지 않지만 화상을 입은 모양이고, 당장은 움직일 생각이 없네. 맷은 지팡이를 던져두고 먹거리가 담긴 봉투만 들고 피터에게 다가갔으면 좋겠다. 호흡을 고르던 피터가 맷을 발견한 건 거의 근처에 그가 왔을 때여서 자리를 피할 타이밍을 놓쳐버림.

“아…, 맷.”

작게 중얼거리는 게 들렸음.

맷을 발견한 피터는 잠깐 반가웠다가, 곧 미간을 찌푸림. 맷도 눈치 챌 수 있었음. 솔직한 심장소리가 알려줬으니까. 앉아 있던 스파이더맨이 몸을 일으켜서 팔을 뻗었을 때, 맷은 피터가 웹스윙을 할 생각임을 알아차렸어. 일단 또 도망가버리면 찾기 어렵다는 걸 아니까 지금 잡아야했음.

“스파이디.”

“당신이랑 말하기 싫어요.”

“내가 말실수를 했어.”

“조용히 있으시라고 떠나준다니까요?”

“일단 이야기 좀 하자!”

“농담치고 가벼운 애는 싫다면서요? 어디 무거운 사람 찾아서 이야기하세요!”

“피터….”

피터의 팔을 맷이 꽉 쥐었음. 쥐고 있던 봉투가 땅에 떨어졌음. 핫도그는 뭉개진 게 분명해.

“내가 정말 잘못했어, 피터.”

“이름은…! 아, 진짜! 그거 반칙인거 알죠? 뭔 변호사가 우리 규칙을 안 지켜요!”

주위에 사람이 없다는 거 알고 말했지만 일단 맷은 어깨를 으쓱였음. 내가 특이한 변호사잖아. 잠깐 화를 내려던 것인지 입술 꾹 깨물던 피터는 결국 맷이 떨어뜨린 종이봉투를 주워 들었음.

그러고 맷 허리에 팔 두르고 웹스윙해서 어느 옥상 갔으면 좋겠음. 도로에서 스파이더맨이랑 맹인이랑 말싸움하는 걸 누가 보기라도 하면,

[스파이더맨 시민의 위협!]

같은 기사가 날 테니까. 뭔가 한가득 들어 있는 봉투를 들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피터. 여긴 헬스 키친도 아닌데 무슨 짐이 이렇게 많아요.

“피터 너 주려고.”

“아, 먹을 걸로 달래시겠다?”

“배고플 시간이잖아. 배고픈 거 같네.”

눈치 없는 배꼽시계, 그걸 듣는 맷도 정말 싫다고 생각하는 피터. 사과 안받아줘도 되니까 일단 먹으라는 맷의 말에 종이봉투 냅다 열어서 뒤적거리면 좋겠다.

뭉개진 핫도그, 과자 2봉지(안 보여서 아무거나 샀어), 좀 고급스러운 초콜릿 한 상자, 미지근해진 음료수 2병. 일단 빵이 좀 찌그러진 핫도그를 먹는 피터랑 옆에 앉아 있는 맷 보고 싶음.

“좀 힘을 써야하는 빌런들이랑 싸우면 칼로리가 부족해져서 그래요.”

괜히 변명하며 우물거리는 피터.

“다친 곳은?”

“내일이면 나아요. 진지하라면서요?”

“말실수였지.”

“최악의 말실수네요.”

“너 대학에서 평판이 별로던데.”

“갔어요? 와 세상에, 변호사가 아니라 스토커셨네요.”

“사과하러 갔지. 헬스 키친에는 올 생각이 없는 거 같아서.”

“제 현란한 말솜씨를 어느 누구가 시끄럽다고 했거든요.”

“그 누구가 후회중이라니까.”

“알아요. 그런 거 같네요.”

“화 푸는 거야?”

“제가 간식거리에 넘어가는 어린애 같아요? 허, 제 상처는 정말 깊거든요!”

핫도그 다 먹은 피터가 ‘가는 길에 사무실에 내려줄까요?’하고 묻는 거 보고 싶음. 알아서 갈게 하는 맷. 내가 데어데블이라서 알아서 내려갈 수 있거든.

과자랑 남은 먹을거리는 가져가라는 거 듣고 잠깐 머뭇거리다가 봉투 챙겨들고 가려던 피터가 한 마디 툭 하고 가면 좋겠다.

“나중에 밥 사요! 비싼 걸로.”

그러고 웹스윙하고 가버린 스파이디랑 남겨진 맷 머독. 화는 풀렸네. 이미 핫도그 먹을 때부터 피터가 화 풀렸다는 거 알고 있는 거 보고픔.

옥상에 앉아서 ‘머리에 피도 안마른’, ‘좋아하는 거야?’ 같은 말 떠올리며 잠시 생각하는 맷. 피터가 화내고 간 뒤로 기분이 안 좋았고, 피터에게 사과하고 싶었고, 머리도 복잡했고. 지금은 가벼운 기분이 들어서, 웃음 터지면 좋겠음. ‘나 화났어요’를 보여주면서 핫도그 맛있게 먹었고, 이미 화는 풀렸고.

괜히 심술부리겠다고 하는 말이 밥 사라는 말이라는데 재밌잖아. 가져가라니까 야무지게 간식거리 챙겨들고 가는 것도 그렇고. 피터가 남기고간 체취가 흐려지는 동안 괜히 생각에 빠져 있는 맷. 체취가 완전히 사라졌을 때 맷도 돌아감.

다음날 저녁에 헬스 키친에 스파이더맨이 다시 왔다는 소식.

 

그리고 다시 맷이

‘요즘 20대 애들은 뭘 좋아하지?’

‘저번에 고객 만났던 레스토랑은… 너무 과할까?’

‘20대 중반에 남자앤데 핫도그 같은 거 좋아하는….’

같은 소리로 포기 귀찮게 만드는 거 보고 싶음.

“맷, 너 그 애 좋아해?”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를?”

“좋아하네! 너 지금 데이트 짜는 거잖아!”

저 양심도 없는, 누구든 쉽게 잘 사귀는 친구가 누구 비위를 맞추며 쩔쩔매나 궁금해하던 포기. 나중에 맷 머독 변호사님한테 볼일 있다며 사무실에 피터 파커라는 애가 찾아오고. 급하게 들어온 맷을 보고 눈치 채는 맷의 오랜 친구가 보고 싶음. 그가 스파이더맨인 건 모르지만.

피터 농담이나 장난을 좋아하면서 본인 자각 없다가, 막상 사라지니 깨닫는 맷과… 진지함 지적하면 버튼 눌리는 피터 좋음. 피터가 ‘당신 진짜 싫어요’해서 억장 무너지는 맷도. 맷이 화내도 별로 타격 없던 피터가 화나서 안 오니 그제야 ‘나 얘 좋아하네?’깨닫는 맷의 피터 꼬시는 이야기 보고픔

그리고 고통은 포기가 받습니다. 요즘 20대 애들을 볼 일이 있어야지. 근데 걔가 스파이더맨이고, 너드라는 내용은 쏙 빼먹은 맷 덕분에 요즘 유행하는 곳이나 추천해주는 포기. 막상 맷이 추천받은 곳에 데려가면 피터는 떨떠름한 그런 게 보고 싶음. 보통 분위기와 얼굴로 꼬셨지만, 피터는 그 얼굴 본지 10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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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의 신부님과 스파이더맨

🕶x🕷

2025. 1. 13. 21:59

데어데블(2022) 이후로 맷의 죽음을 알게 되고, 맷의 죽음에 대해서 혼자 죄책감 가진 피터가 우연히 성당 앞에 있던 맷과 마주치면 좋겠다.
스파이더맨으로 순찰을 돌다가 그냥 지나간 거였는데 붉은색 머리칼보고, 그게 흔한 머리칼은 아니니까. 잠깐 놀라서 보다가 아무리 봐도 맷이어서.. 죽었다는 거 또 거짓말이었나? 하며 괜히 화도 나고 복잡한 마음으로 스파이더맨으로 괜히 신부님에게 다가간 거임. 스파이더맨은 성당에 거미줄을 타고 거꾸로 매달려서

"안녕하세요~“

하며 자연스럽게 인사하는데 맷은 잠깐 어디서 들리는 소리지? 하다가 곧 감각으로 공중에 메달린 사람이 건네는 인사임을 깨닫고..

"특이한, 방문객이시네요. 기도하러 오셨나요?“

하는 맷. 피터가 메타휴먼이라서 심박이나 근육의 탄성이 평소에 보던 사람들과 전혀 달라서, 강한 힘을 가진 사람이구나만 느끼는 맷. 아무리 봐도 맷인데 신부님 복장이고, 전혀 자신을 아는 눈치가 아니어서 잠시 어떻게하지 하던 피터가 거미줄에서 내려와서 맷 앞에 서서 "저 꽤 유명한데. 모르시나요? 뉴스에도 자주 나와요."하고 말함. 맷은 이전 기억이 없고, 최근에는 뉴스를 잘 안보니까 어떻게 대답해주지하다가 그냥 솔직하게

"제가 TV를 잘 안보거든요. 눈이 이래서.“

하고 대답함. 피터는 진짜 맷이 아니구나, 닮은 사람이구나 하고, 무례했다고 사과함. "제가 아는 사람이랑 착각했나봐요."하고 가려는 거 보고 싶다. 웹스윙하려고 다른 벽에 거미줄을 붙이고 가려는 피터를 잠시 감각으로 느끼던 맷이 피터가 슬퍼하고 있다는 걸 맥박과 목소리로 느껴서 "혹시 이름을 물어봐도 될까요?"하는 게 보고 싶음. 피터는 잠깐 고민하다가 그냥 웃으면서

"당신의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하고 가버림.
왠지 목소리나, 심장소리가 익숙한데. 일반인과 전혀 달라서 분명 익숙할리가 없는데. 이상하게 생각하는 기억 잃은 맷 신부님.. 자기 보면서 그렇게 실망하고 슬퍼했으니까 다시 안오겠거니, 생각하는데. 아이들 도와주는 가난한 성당에, 자꾸 시비를 걸어오는 사람들이 있고. 맷은 몸에 남아 있는 경험으로 그들을 늘 때려서 쫓아냈는데.. 또 찾아온 남자들 무리가 이번에는 칼과 총을 들고 왔고.. 싸우기 직전에 아이들 우선 잠깐 피하게 하고 문을 닫아놓고, 심호흡하는 맷.. 그런데 문을 두드리던 사람들이 갑자기 이리저리 날아가고, 쓰러지는 게 느껴지는 거 보고 픔. 문열었더니 분명 있던 남자들은 어디 구석에 다 붙어 있고, 칼과 총을 모아서 하나하나 손으로 부수고 있는 친절한 이웃만 서 있었음. 그 뒤로 몇 주가 지난 뒤에 본 스파이더맨의 모습에 맷은 이상하게 반가움이 앞서고..
"이런 곳에서도 나쁜 짓을 하려는 사람들이 있네요. 에휴, 그러다 천벌 받는다구요! 뭐, 저는 매일 괴롭힘을 받고 있지만.. 아, 신부님! 경찰 좀 불러주실래요? 제가 옷이 이래서, 휴대폰이 없어요."
"아- 물론 그래야죠. 감사합니다, 스파이더맨."
"친절한 이웃인 걸요. 이런 일이 자주 있나요? 순찰을 이쪽도 돌아야겠네요"
"순찰을 돌아요? 매일 밤마다?"
"네, 매일 밤. 우리 일이 그래요. 아, 여기서 우리는 히어로들이요. 안 도는 슈퍼히어로들도 있긴한데, 저는 그냥 이웃이니까요. 사람들이 곤란한 걸 두고 볼 수 없잖아요? 그럼 저는 이만! 좋은 밤 되세요!"
하고 가려는 피터를 잠깐 붙잡는 맷 보고 싶음. 경찰은 불렀으니 잠깐 성당에 앉아 쉬다가라며, 숨도 안고르는 메타휴먼을 굳이 안으로 데려와 앉혀놓는 맷.. 피터는 얼떨결에 슈트 입은 채로 성당에 들어와서 앉아 있는 거 보고 싶다. 성당에 이러고 있어도 되나..? 싶은데 맷이 아이들 주던 젤리 가져와서 건네주고. "배고플 것 같아서요"하는 거.. 피터는 아 내가 배꼽소리가 컸나? 하면서 받아들고.. 조용히 앉아 있는 맷 괜히 힐끗거리면서 긴 한숨을 쉼. 맷이 아니라는 거 아니까 더 기분이 이상해서, 맷을 닮았는데.. 맷은 죽었지. 배가 고프니까 자꾸 이런 생각하는 거라면서, 젤리봉지를 뜯어서 마스크 슬쩍 올려서 하나 집어먹는 피터. 맷은 그냥 옆에 앉아 있음 좋겠음.
"친구분이 저랑 닮았나봅니다"
맷이 먼저 말문을 열고, 그냥 젤리 우물거리던 피터가 잠깐 콜록거리다가 입에 있던 거 삼키고.
"제가 말을 했나요?"
"아, 아니요. 추측이에요. 처음 만났을 때, 반가웠다가 슬퍼지는 게 느껴졌거든요. 아- 날 누구랑 착각했나보다, 하고 생각했죠."
"아.. 많이요. 많이 닮으셔서, 제가 착각했어요" 하고 대답하는 피터..
"소중한 사람이었나보군요."
"마지막으로 봤을 때 너무 힘들어 보였거든요. 그때 제가 어떻게든 더 잡아줘야했는데…. 그러질 못했어요.“

젤리봉지를 괜히 만지작거리면서 피터가 말하고.. 맷 생각나서 괜히 더 우울해지는 피터.
"제 잘못처럼 느껴져서요. 그 사람은 저한테 솔직하게 대해줬는데, 저는 그러질 못했어요. 저도 솔직하게 했더라면 다른 결과가 있었을까.. 그런 생각들이 들어요."
물기 어린 목소리에 맷은 아, 내가 괜한 이야기를 했나 생각하고.. 상관없는 신부님께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람! 하며 정신차린 피터는 먹던 젤리 봉투를 그대로 두고 성당을 나감.

"이야기 들어줘서, 감사해요! 젤리두요!“

하고 가버린 피터가 앉아 있던 자리에는 먹다만 젤리봉투만 놓여 있고.. 맷은 남아 있는 젤리를 손에 들고 일어남. 어떤 위로를 해줘야했을까? 생각하는 맷. 내일 또 근처에 패트롤을 돌러 와줄까, 생각하며 젤리가 남아 있는 봉투를 잘 접어 주머니에 넣는 맷 신부님이 보고 싶음. 친절한 이웃의 순찰지역이 조금 넓어졌다는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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