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 힘이 사라진 피터

🕶x🕷

2025. 1. 13. 20:53

근력을 제외한 거미 능력이 사라져서, 맷네 집에 요양하는 피터 보고싶다....

 

 

피터에게 놓여진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어벤저스 타워에 남아 요양하며 각종 검사를 받는 것과 핑계를 대고 빠져나가는 것, 둘중 하나를 고르라면 당연히 후자다. 건강검진은 늘 정기적으로 받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은 당연히 알고 있다만 피터의 경우에는 다르다. 그래서 피터는 거짓말을 했다.

맷에게 가 있으려고요.

의심이 가득한, 언제든지 다시 친절한 이웃 일을 하기 위해 제 몸을 타오르는 불길 속에 넣을 것이라 단정하는 눈빛이 조금 누그러 들었다. 데어데블은 대체로 헬스키친 안에서 활동하니까. 스파이더맨이 그 옆에 붙으면 해봤자 동네 사건 정도 해결할테지.

왜 하필이면 맷이었을까. 물론 연인이고, 자주 맷의 집에서 잠을 자거나 밥을 먹거나 휴식을 취했지만 이런 거짓말에 맷을 엮어서는 안 되었다. 사실은 맷 머독도 같은 자경단원이라는, 특히나 길거리를 오가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그 마음을 아주 조금을 이해해줄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지.

상냥함을 넘어서는 감시에 밀려 피터는 맷의 집에 갔다. 이대로 집으로 돌아갔다가는 캡틴아메리카든 아이언맨이 피터 파커의 좁디 좁은 월세방에 찾아왔다는 이웃들의 감탄사를 들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이 모임에 가입도 안했을 거야. 피터는 툴툴거리며 현관문에 노크를 했다.

빨리 왔네.

문을 열어주며 맷이 말했다.

누가 감시를 할 거 같아서요. 전화 받았죠?

피터의 말에 맷은 고개를 끄덕이며 가벼운 짐가방을 넘겨 받았다. 힘은 여전히 강한데 환자 취급하기는. 피터는 툴툴거리면서도 가방을 넘겨주고, 빠르게 창가로 가 하늘을 살폈다.

따라온 감시는 없죠?

가만히 누워 있는 건 질색이에요. 그리고 거기 있으면 얼마나 검사를 해대는 줄 알아요? 내가 사람인지 거미인지까지 알아낼 기세라니까요. 전 알고 싶지도 않거든요. 약해진 건.. 시간이 해결해주겠죠. 그러니까 맷! 혹시나 토니가 전화오면 말해줘요. 스파이더맨은 잘 있다고.

짐가방에 든 것들도 필요 없는 것들이었다. 스파이더맨 코스튬만 잘 챙겨 돌아가면 되는 일이다. 피터는 맷이 당연히 자신의 거짓말에 협조해줄 것이라 믿었다. 길거리 자경단으로 공유하는 것들, 연인으로의 믿음 따위들이 있으니까. 변호사니까 더 나은 말로 그들의 걱정을 막아줄 것이라고.

잠깐 쉴거라고 말해뒀어.

짐가방에 무엇하나 피터의 물건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린 맷은 현관으로 향하는 길목에 섰다. 도주로를 막아버렸지만 아직 상황 파악을 못한 피터는 맷이 왜, 무엇을 쉰다는 것인지 눈치채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변호사 일이요? 맷, 아파요?

자연스럽게 걱정을 하며 다가온 피터를 안아주며 맷은 피터의 상처를 살폈다. 겉은 멀쩡했지만 아직 내상이 남아 있었다. 평소라면 빠르게 움직여 상처를 회복했을 피터의 세포들은 이제야 일반적인 감각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는지 아주 느리게 움직였다. 스파이더맨은 정말로 쉬어야한다.

아, 맷은 내 거짓말에 협조할 생각이 없구나. 뒤늦게 그 사실을 알아차린 피터는 현관을 보았지만 몸은 맷에게 들려 침대로 향하고 있었다. 웹슈터를 타워에 두고 오고 말았다. 힘으로 맷을 때릴 수도 없는 일이었다. 거짓말에 협조해주지 않은 연인을 때리고 도망친 스파이더맨, 이상하잖아.

저 정말 괜찮거든요. 피터의 변명을 무시하며 침대에 눕혀 이불로 온몸을 돌돌 감아버린 맷은 솜덩어리 에벌레가 되어버린 피터의 옆에 누웠다. 세상에 내 편은 없어. 맷도 한패라니 실망이에요. 이불에 감겨 투정을 부리던 피터는 마주한 맷의 얼굴을 보고서야 입을 다물었다.

걱정시켜서 미안해요.

차라리 타워에 있을 걸. 피터는 후회했다. 초감각이 있는 사람에게 감시당하는 것보다는, 요양하는 체를 하며 슬쩍 카메라와 첨단 감시를 피해 나가는 게 더 나은 선택지였다. 연인에게 나 아파요, 하며 찾아와서는 안 아프다고 변명해달라고 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었음을 피터는 스스로 인정했다.

나 때문에 데어데블을 못하면 안 되잖아요.

우유에 불어터진 시리얼을 숟가락으로 휘저으며 피터가 투정처럼 진심을 담아 걱정하면 맷은 자신의 귀를 툭툭 두드릴 뿐이었다. 난 귀가 좋아, 피터.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나갈 테니 괜찮다는 맷의 말에 피터는 결국 포기를 했다. 그래, 여긴 천국이야.

뛰쳐나가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다. 맷도 피터도 성미가 그랬다. 천국 같은 감옥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었고, 연인이라는 이름으로 감시 중이던 맷은 몇 번이나 사라졌다. 그렇게 보면 데어데블도 좋은 감시역은 아닌데도 이상하게 믿어주는 눈치라 피터는 기분이 상하기도 했으나 티는 내지 않았다. 나이가 주는 뭐 그런 신뢰감 같은 건가. 나도 적게 먹은 편은 아니라 생각하던 피터는 결국 내가 나이를 먹으면 그 인간들도 나이를 먹고, 맷도 나이를 먹는다는 지극히 당연한 상식을 떠올렸다. 몸관리 하나 제대로 못하는 어린애 취급 받는 것도 그러려니 해야한다는 것이다.

예전이었으면 애취급이냐 화냈을 텐데 나이를 먹은 파커는 입을 닫을 줄 알았다. 가끔은 이런 취급이 나쁘지 않다는 걸 알았다. 피터도 때로 자기보다 나이 어린 히어로들을 열다섯의 자신을 떠올리며 기특하게 보기도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 천국 같은 감옥에서 교도관이 사라졌을 때가 기회인 줄 알면서도 침대와 부엌, 소파 위만 오갔다. 가끔 창밖을 보면서 지나가는 행인들도 구경하면서 그렇게 맷을 기다렸다. 내가 어쩌다 맷이랑 연애라는 걸 해서, 투정 섞인 투로 혼잣말을 하고 있다가 혹시나 싶어 벽을 짚었다. 스파이더맨의 전매특허인 벽 타기를 까먹은 것처럼 손바닥도 발바닥도 미끄러졌다. 오히려 감사해야하는데 이게 왜 이렇게 억울하고 슬픈지 몰라서 피터는 미끄러진 그대로 바닥에 한참을 누워 있다가 다시 일어나 몸에 묻은 먼지를 털었다. 웹슈터라도 다시 찾아오면 덜 서글플 거 같은데.

피터는 타워로 무단침입하고 싶은 욕구를 누르며 소파에 누웠다가 침대로 다시가 누웠다가 맷이 쓰던 베개에 괜히 얼굴을 박았다. 그러다가 코스튬을 입은 맷이 창문으로든 어디로든 들어오면 피터는 얌전히 있었다는 티를 내며 착한 강아지 마냥 꼬리를 흔드는 대신 두 팔을 벌렸다.

안아줘요, 맷.

코스튬도 안 벗은 사람에게 포옹을 요구하는 게 맞는 일인가 하면 피터는 잘 모르겠다고 답할 것이다. 어쨌거나 맷도 피터도 정상적인 사고라는 것을 이미 오래 전에 잃어버린 뒤여서 서로 코스튬을 입고 팀업도 하고 밥도 먹고 포옹도 하고 그러며 연애라는 것을 시작하였으니, 집에 기다리던 값으로 안아달라는 요구는 간단하지 않냐는 게 피터의 태도였다. 팔을 벌리고 있는 꼴을 보이지 않는다는 듯-안보이는 건 맞지만- 잠깐 쳐다보던 맷은 피터가 팔을 내릴 즈음이 되어서야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다가왔다. 피터는 그제야 맷이 왜 자신을 벌을 받는 사람마냥 두 팔을 벌리고 세워두었는지 깨달았다. 평범함이란 게 사라진 인생이란 그런 법이다. 잠옷 삼아서 입고 있던 맷의 회색빛 셔츠에 붉은 물이 들어서 피터는 배에서 느껴지는 축축함과 그제야 코끝에 닿은 혈향에 미간을 찌푸렸다.

감시역으로 데어데블은 정말 아니지 않아?

이번에는 피터가 맷을 안아들었다. 괜찮다는 말에도 무시하고 소파까지 데려가 눕혀놓고 눈 감고도 찾을 수 있는 자리에 있는 구급함을 찾아냈다. 붕대나 바늘, 실, 소독약 따위가 담겨 있는 상자에서 필요한 것을 빠르게 골라내는 것은 쉬운 일이다. 상처가 깊은지 얕은지 확인하고 소독을 했다.

사귀면서 익숙해지는 게 키스나 포옹, 잠자리 따위가 아니라 실과 바늘이라는 게 더 재밌는 거 같다며 농담이나 치면서 피터는 상처를 봉합했다. 깊진 않으니까 관리만 잘하면 아물 것이고, 어쨌거나 오늘도 포옹하고 하기는 글렀다 생각하며 피터는 맷을 소파에 눕혀둔 채로 바닥에 앉았다.

내가 아니라 맷이 검사를 해봐야하는 거 아니에요?

붉게 물든 옷을 보며 피터가 한숨쉬듯 말했다. 피터 넌 신뢰감이 부족하거든. 이참에 강습이라도 받던지. 소파에 누워 있던 맷이 몸을 일으키며 답했다. 장갑낀 손이 머리칼에 닿아서 피터는 그냥 얌전히 순한 짐승마냥 쓰다듬을 받았다.

이번에는 피터가 맷을 이불로 감아두고 껴안고 있었다. 그러고 누워 있으니 억울함이라는 게 차올라서 문뜩 이대로 뛰쳐나갈까 생각할 즈음에는 잠에서 깬 맷이 경고하듯 이름을 불렀다. 다쳐오는 쪽은 맷인데도 감시역이라는 역할은 변치 않는 게 이상할 따름이었다.

내일은 진짜 쉴래요? 우리 둘다.

천국 같은 감옥, 감옥 같은 게 아니라 천국 같지만 결국 감옥이라 부르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피터 파커는 사랑에 약했다. 맷은 어떠할지 몰라도 피터 벤자민 파커는 사람들을 구하고 다쳐굴러도 집에 돌아와 사랑을 온몸으로 느껴야 하는 사람이었다.

일반적인 사고방식을 아득히 뛰어넘은 피터의 삶을 유지해주는 것은 그런 것들이었다. 포옹하고 같이 밥을 먹고 그런 단순한 것들, 그게 피터 파커가 스스로 만든 감옥이었다. 나갈 수 있는데도 못나가는 것은 그 뒤에 벌어질 일 때문이다. 내가 맷을 사랑하지만 않았어도 휙 나가버렸을 텐데, 하고 속으로 투덜거리며 피터는 차마 밖으로 못나갔다. 그러니까 어쩌겠는가 맷에게 같이 감옥생활 좀 할래요 권유할 수 밖에 없다.

우리 둘다 사고뭉치니까 같이 수감생활 좀 하자고요.

피터의 당돌한 권유에 맷은 웃음을 터뜨렸다가 꿰맨 자리가 아팠는지 인상을 썼다가 다시 비뚜름하게 미소를 지었다.

환자는 너야, 피터. 난 멀쩡하거든.

배에 칼자국 난 사람치고 너무 당당해서 피터는 어이가 없어 입을 벌리고 있다가 이불에서 톡 튀어나온 맷의 얼굴만 잡고 입가에 도장을 찍었다. 그래요, 환자한테 잡혀서 어디 한 번 도망쳐보시던가요.

감옥 생활의 문제점은 그거다. 어쨌거나 두 사람의 양식은 스스로 해결해야했다. 배달로 해결하는 것도 슬슬 지겨워져서 피터는 피 묻은 붕대를 갈고 있는 맷에게 장이나 보러가자며 외출을 제안했다. 그러니까 저 혼자는 아니잖아요. 사실 그냥 바깥 공기가 필요해서 그런 것도 있었다. 천국 같은 감옥은 결국 감옥이고, 어벤저스 타워에 비하면 작고 뭐든 자동으로 주어지는 게 아니어서 피터는 바깥 공기가 필요했다. 스파이더맨을 쉬라는 거지 장도 보지 말고 평생 누워 있으란 뜻은 아닐 테니 피터는 장난스럽게 물었다.

같이 갈래요? 싫으면 혼자 가죠 뭐.

우유에 버터에 고기도 사야하고, 성인 남성 두 명이 일주일을 버틸 분량의 먹거리를 샀더니 두 팔이 가득했다. 맷의 배에 여전히 아물지 않은 상처를 떠올리며 피터가 장본 것들을 두 팔로 안아 들었다. 힘이 그대로라 참 다행인 점이죠. 피터가 냉큼 말했더니 맷은 보란듯이 한숨만 쉬고 계산을 했다.

며칠만에 바깥에 나와서 피터는 기분이 좋았다. 매일 저 하늘 아래를 마음껏 웹스윙하던 시절이 아득히 오래된 기분이었다. 손목은 여전히 허전했지만 일단 밖에 나온 것만으로도 숨이 트였다. 앞으로 맷의 집에서 며칠이나 버틸 수 있을까 피터는 제 인내심을 테스트하는 기분이었다 동시에 맷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것이기도 했다. 뛰쳐나가는 게 본능인 사람 둘이서 감옥생활을 얼마나 잘하겠는가. 피터는 맷이 뛰쳐나가면 힘으로 붙잡을 것이고, 피터가 나갈라치면 맷이 쳐다만 봐도 발목이 잡힐 것이다. 이럴거면 그냥 내 거짓말에 동참해주질 그랬어요.

돌아가서는 피터가 요리라는 것을 했다. 네가 요리도 할 줄 알았느냐는 맷의 말에 피터는 한소리를 내뱉으려다가 생각해보면 사귀는 사이인데 요리하는 꼴을 보인 적이 없다는 걸 깨닫고 제가 사랑받는 이유가 있다니까요 하며 가벼운 농담으로 넘겼다.

기가막힌 요리는 못해도 적당히 그럴 듯한 요리 정도는 할 줄 알았다. 그 이상을 해보려면 시간과 인내심이 있어야했는데 피터 파커의 인생사는 요리에 그렇게 많은 시간을 투자할 틈을 주지 않아서 그냥 가끔 이벤트처럼 해주는 정도의 요리실력에 머물러 있었다.

맷은 얌전히 있어봐요, 제가 모처럼 실력 좀 보여줄 테니까.

소파에 집주인을 앉혀두고 피터는 모처럼 칼을 쥐었다. 이것 참 새로운 이벤트이긴 했다. 맷의 집에서 내가 요리를 하고 있네. 분명 사귄지는 꽤 되지 않았던가 생각하다가 매일 밖에서 만나고, 맷의 집에서 만나서 잠이나 자다가 밖에서 사먹는 게 일상이었구나 싶어서 피터는 잠깐 마음이 풀렸다. 그런 방심이 늘 사고를 부른다. 아픈 채도 안내려고 입술을 꾹 물었는데 감각이 예민한 맷은 한숨을 푹 쉬며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구급함을 다시 열고 있어서 피터는 칼을 놓고 손가락을 내밀 수 밖에 없었다.

평소면 금방 아물 정도의 상처는 피가 조금 배어나올 뿐 그대로 였다. 벽타기 능력만 사라진 게 아니라는 허탈함에 피터는 손가락에 난 상처를 멍청히 쳐다보다가 다시 맷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래도 맷을 붙잡을 힘은 있어서 다행이네요. 농담하는 사이에 맷은 반창고를 찾다가 포기했다. 간단한 상처에 붙일 반창고를 사는 걸 까먹은 탓이었다. 붕대든 봉합할 의료용 실과 바늘이나 테이프는 많으면서 반창고 하나가 없었다. 이 상황이 맷도 피터도 서로 어이가 없어서 그저 멍하니 피가 나는 손가락을 쳐다보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지금 뭘 찾은 거죠,우리?

피터가 소리나게 웃으며 엎어져 있으려는데 맷의 손은 피터의 손가락을 꽉 붙들고 놓아주질 않았다. 반창고도 없는데 이 작은 상처에 뭐 붕대라도 감을 생각이냐 묻던 피터는 제 상처에 닿은 말랑한 혀끝에 입을 벌렸다.

나 요리 중이거든요?

이따가 계속하면 되지.

맷 배에 칼자국도 있잖아요.

참아볼게.

맷이 어깨를 으쓱여서 그게 뭐 침대에 가겠다는 욕구를 참는다는 줄 알았다. 그래 그게 칼자국에서 피가 다시 터져나오는 걸 참겠다는 뜻인 줄은 눕혀지고야 알았다. 이런 일이야 자주 있긴했지만 낫지 않는 상처에 어디가 하고 싶다로 이어지는지 피터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 여긴 허울 좋은 감옥이다. 매튜가 생각했다. 두 블럭이 지나면 있는 거리에, 누구도 없는 빈 가게를 털기 위해 범죄자가 모여 있다. 족쇄를 대신하고 있는 피터는 곯아떨어져 있지만 여전히 힘은 넘치는지 놓아줄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피터를 깨울까. 잠깐 다녀올테니 이것 좀 풀어보라할까.

붙잡을 힘은 남아 있어 다행이라던 피터는 맷의 허리를 두팔로 감고 일어날 생각이 없었다. 피터를 깨우려다가, 이 팔 좀 치워보라고, 다녀오겠다고 말하려던 맷은 여전히 낫지 않은 피터의 작디 작은 상처를 떠올렸다. 그리고 그것보다 깊고 큰 제 배에 남은 상처도. 손이 닿는 곳에 휴대전화가 있다.

잠깐의 고민, 찰나의 시간이 아득하게 느껴졌다. 그 사이에 사이렌 소리가 울리고, 사람들이 흩어지고, 몇몇은 경찰에게 체포가 되었다. 맷..? 감고 있던 팔이, 수갑이 풀리고 잠에 젖은 소리로 피터가 맷을 불렀다. 무슨 일 있어요? 밤에 깊이 잠들지 못하는 버릇이란 게 그랬다. 지독한 불안증.

밤이 되면 더 예민해졌다. 뛰쳐나가는 게 일상이고, 지금처럼 평화롭게 누워 잠이나 퍼질러자는 것이 비일상적인 행위다. 피터의 팔이 느슨해지고, 언제든 빠져나갈 틈을 주었다. 뛰쳐나간대도 막진 않을게요. 밤이 되면 지독하게 불안하다. 그것은 피터도 마찬가지여서 맷에게 틈을 주었다. 피터 파커는 좋은 교도관이 못 된다.

한바퀴 돌고 오는 동안 얌전히 있을게요.

잠에 젖은 목소리였다.

대신 여기 터져오면 그땐 어벤저스를 불러버릴 거예요.

붕대가 둘둘 감긴 배 위에 손을 올린 피터가 장난스럽게 웃었다. 사이렌 소리가 멀어진다.

작은 동네 일은 관심 없을 걸.

흠, 그건 그러네요.

됐어, 경찰이 해결했어.

다시 슬금슬금 품으로 들어오는 맷이 말했다.

어차피 그러고 또 나갈 거면서.

피터는 맷이 다가온 만큼 몸을 뒤로 물렸다. 침대 끄트머리도 꽤 안정감이 있었는데, 사라진 균형감각 때문인지 몸이 기우뚱 기울었다. 아야. 결국 침대에서 툭 떨어진 몸이 바닥과 만났다.

'🕶x🕷'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당의 신부님과 스파이더맨  (0) 2025.01.13
피터랑 문자하는 맷  (0) 2025.01.13
MCU 캠퍼스에서 만난 맷피터  (0) 2025.01.13
누명써서 슬펐던 피터  (0) 2025.01.13
피터가 도망쳤다면?  (0) 2025.01.13
2025.01.13
myosk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