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피터] 흉터 없는 피터 조각글

🕶x🕷/소설

2025. 5. 6. 17:37



오래된 상처는 점점 옅어지지만, 결코 처음으로는 돌아가지 못한다. 피터는 맷의 몸에 남은 흉터들을 이따금 눈에 담곤 했다. 총을 맞았다거나 칼에 베였다거나 저마다의 사연으로 매튜의 몸에 새겨진 기억들은 어떤 것은 분명하고, 또 어느 것은 옅게 흐려져 있었다. 피터는 그 흉터들을 빤히 바라보다가 맷의 허락도 없이 멋대로 손을 뻗어 손가락으로 그것들을 더듬어보곤 했다. 잠에 빠져 있는 맷은 그때만큼은 예민한 감각도 둔해진 것인지 피터의 손길에도 조용히 눈꺼풀을 닫고 잠에 빠져 있었다. 방안을 비추는 것은 달빛이나 뉴욕의 야경뿐이고, 그 희미한 빛으로 보는 맷의 몸은 단단하지만 동시에 많은 기억들이 담겨 있어서 피터는 그 기억들을 부드럽게 매만졌다. 피터의 몸에는 결코 남지 않는 그런 것들. 방사능 거미에게 물린 이후로 흉터가 남지 않는 몸이 된 피터는 총에 맞아도, 칼에 찔려도 며칠이면 상처 하나 없이 나아버렸다. 사나이의 상처라던가, 흉터는 상징이라던가 하는 말을 믿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해서 언제나 처음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그렇게 유쾌한 일이 아니다. 처음으로 돌아간다는 건, 기억해야 할 것들을 잊어버리고 만다는 것과 같다.
피터는 잠들어 있는 맷의 얼굴이나 가슴팍의 흉터들을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침대를 빠져나왔다. 해가 막 뜨기 시작한 도시는 아직 어둠에 내려앉아 있었지만 그 사이로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언뜻언뜻 보였다. 오늘도 도시를 살펴야지. 던져둔 슈트를 주워 입으며 피터는 새벽의 차가운 밤공기를 맞을 각오를 했다. 사실은 침대에서 좀 더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튼튼한 몸은 그런 여유를 허락해주지 않았다. 가볍게 긁힌 정도는 하루 아침에 나아버리는 몸은 슈트에 남은 날카로운 흔적과는 달리 피부는 매끈했다. 어차피 나을 텐데, 그 상처를 더듬으며 혼내듯 꾸짖던 맷이 떠올라서 피터는 조금 어깨를 움츠렸다가 소리 없이 웃었다. 맷이 깨기 전에 동네를 다 돌아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아침에 여는 괜찮은 커피집을 떠올리며 피터가 생각했다.
피터는 조심스럽게 창문을 열고 밖으로 발을 내밀었다. 어제의 기억을 잊은 스파이더맨은 다시 도시를 지킬 준비를 마친 뒤였다.




시작은 가벼운 입맞춤이었다. 뺨을 누르는 조금 메마른 입술, 욕구보다는 장난기가 가득한 키스였다. 뺨에 남은 우유의 잔향이 재밌어서 맷의 입가에도 피터를 따라 웃음이 스며들었다. 멋대로 우유를 꺼내 마신 우유 도둑은 볼키스 정도로 그 값을 지불했다는 듯 당당하게 굴고 있었다. 맷은 손을 뻗어 피터의 등을 더듬었다. 맷의 행동에도 놀라지 않는 피터는 그저 간지럽다는 듯 웃음을 터뜨리며 맷의 어깨에 이마를 대고 작은 숨을 뱉어낼 뿐이었다. 맷은 그런 피터를 끌어안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얇은 스판덱스 슈트에는 이런 저런 냄새들이 남아 있어서 맷은 피터가 하루종일 패트롤을 돌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위를 손바닥으로 가볍게 쓸어내리다가 허리를 더듬고 탄탄한 슈트 안쪽으로 손을 넣으면 숨겨져 있던 맨살이 손에 닿았다. 땀이 메마른 피부는 부드럽기도 하고 끈적하기도 하다. 더듬는 손길에 흐트러지는 피터의 숨결도 꽤 재밌게 느껴져서 맷은 피터의 등 언저리를 손가락으로 천천히 쓸어내렸다. 흉터 하나 없는 살결은 피터가 스파이더맨이라는 사실을 종종 잊게 만드는 것이기도 했다. 며칠 전에 생겼던 상처는 언제 그랬냐는 듯 말끔히 사라져서 매끈한 피부만 만져질 뿐이었다. 맷은 그 자리를 집요하게 엄지로 쓸어내리며 피터의 목에 입술을 대고 입술을 찍었다. 욕구가 분명한 손길에 피터의 호흡이 점차 달아오르고 웃음기 가득했던 목소리는 어느새 옅은 신음으로 바뀌었다.
“맷-, 흣. 간지러워요…”
“오늘도 예민하네, 피터.”
맷이 태연하게 말했다. 아무런 의도도 없다는 투에 피터가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저 상처를 살펴볼 뿐인 것처럼 맷은 손가락으로 피터의 맨살을 부드럽게 쓸었다. 며칠 전에 있었던 상처, 그 전에 있었던 상처. 그리고 더 이전에 있었던 것들을 떠올려보지만 만져지는 것은 부드럽고 말랑한 살결 밖에 없었다. 상처 하나 남지 않는 피터의 몸은 탄탄한 근육과 맨살만 만져질 뿐이어서, 맷은 그 자리에 다시 입술을 대고 자국을 새겼다. 결국엔 또 사라질 것들. 끌어올려진 슈트가 피터의 가슴팍을 감고, 피터는 호흡을 애써 참으며 맷의 어깨를 슬며시 잡았다가 이내 시트를 꽉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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