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피터] 위장결혼 - 08

🕶x🕷/소설

2025. 6. 21.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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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는 연비가 좋지 못한 편이다. 방사능 거미에게 물린 이후로 힘이 몇 배로 강해지고, 남들보다 빠른 치유력을 갖게 되었지만, 그만큼 들어가는 체력이 많아진 것만 같다. 빨라진 신진대사만큼이나 배꼽시계도 함께 빨라진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피터의 위장은 수시로 영양보충을 요구했다. 특히 스파이더맨 활동을 할 때면 그 간격이 더욱 좁아져서, 틈이 있을 때마다 간식을 먹어주며 패트롤을 돌곤 했다.  분명 어딘가에서는 스파이더맨이 먹보라는 소문이 돌지도 모른다. 종종 도와줘서 고맙다며 장바구니에서 과자 한 봉지나 초콜릿을 꺼내어 쥐어주는 시민들을 보며 피터가 종종 생각하곤 했다.

사실인 걸 어쩌겠어. 얌전히 있을 타이밍이 있다면 그때야 말로 간식 타임이지.

슬슬 해가 저물어갈 시간이 오고, 피터는 웹스윙을 서둘렀다. 너무 늦게 가면 솔드아웃이 되기 일쑤인 가게였다. 약속 장소와는 엇갈린 곳에 있긴 했지만 서두르면 늦지 않을 것 같았다. 결국은 약속보다 늦어버렸지만 말이다. 스파이더맨은 일부러 줄을 서야 살 수 있는 유명 디저트 가게에서 빵 몇 가지와 커피 두 잔을 샀다. 줄을 서는 시간이 꽤 길었는데 그 덕분에 약속에는 또 늦어버리는 입장이 되었다. 그래도 간식은 꼭 필요하니까. 피터는 빵과 커피가 들어 있는 봉투를 한 손에 들고, 다른 한 손으로 웹스윙을 하며 뉴욕의 빌딩 사이를 빠르게 누볐다. 오늘의 무시무시한 피크닉을 위한 메뉴였다.

“늦었네.”

스파이더맨이 옥상에 가볍게 착지하자, 익숙한 목소리가 피터를 나무랐다. 먼저 도착한 데어데블이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피터는 자연스럽게 맷의 옆으로 가서 봉투에서 커피를 꺼내어 건넸다.

“피크닉에 간식은 필수잖아요. 언제 들어갈지도 모르는데.”

“커피에 설탕?”

“그게 달콤한 비결이니까요! 줄서서 산 유명한 가게라구요.”

피터가 투덜거리며 말했다. 단호하게 팔짱을 끼고 있던 맷은 결국 웃어버리며 표정을 풀었다. 빵에는 설탕과 버터가 과하게 들어간 듯했지만, 커피만큼은 딱 좋은 향기여서 시간을 떼우기에는 충분할 듯했다. 장갑을 낀 채로 설탕이 묻혀진 빵을 집어 먹는 피터를 감각으로 훑으며, 동시에 맷은 발밑 아래에 있는 사람들의 움직임과 목소리에 집중하고 있었다. 피터와는 주로 크라이슬러 빌딩이나 다리 위에서 만나곤 했지만 오늘 만남의 장소는 경찰서였다. 일렉트로를 만나는 바람에 쫓지 못했던 경찰이 아무래도 신경쓰여서, 맷은 결국 스파이더맨을 불러냈다. 디저트를 우물거리는 피터의 장갑은 설탕과 기름범벅이다. 오늘 꼭 세탁해야겠다 생각하며 맷이 커피를 마시며 작게 웃었다. 옆에 앉은 스파이디에게서 풍겨오는 디저트의 향기가 과하게 달았다.

사무실에서 있었던 일은 피터에게 어렴풋한 기억으로 남았다. 맷은 거의 정신을 잃어 있는 피터에게 겨우 제 옷을 입혀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가서 챙겨둔 여분의 옷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피터가 입고 있던 스파이더맨 슈트 위에 셔츠와 자켓을 입히는 것이 땀과 체액으로 젖어 있어서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어떻게든 해낸 매튜는 집까지 피터를 배달했다. 어두운 밤에 정신을 잃은 누군가를 업고 가는 맹인이 사람들에게 보이기라고 하면 이상하게 보일 것 같아서, 집근처에 도착해서는 피터를 안아들고 옥상까지 올라서 집으로 들어가야 했던 것이 조금 어려웠지만 어떻게든 해냈다. 둘다 땀으로 엉망이 되어 있어서 욕실에 들어가야했지만 그걸 포기할 정도로 맷은 지쳐 있었다. 과도한 업무와 갑작스러운 사건으로 욕망까지 해소해버린 매튜가 피터를 껴안고 잠드는 것은 그리 얼마 걸리지 않았다.

 피터가 정신 차렸을 때 이미 맷의 침실에 있는 침대 위였고, 맷은 오랜 야근으로 이미 곯아떨어진 상태였다. 온몸이 끈적하다. 매튜의 단단한 팔에 갇혀 꾸물꾸물 맷을 깨우지 않고 나오려 노력하던 피터는 결국 깨어난 맷과 함께 욕실로 들어갔다. 따뜻한 욕조의 물은 엉망인 피부를 깔끔하게 씻어줌과 동시에 피로도 깔끔하게 날려주었다.

수염쟁이의 키스는 따갑다는 상식을 알았어요.

넌 즐기는 것 같던데.

작은 욕조 안에서 맷의 두 발 사이로 마주 앉은 피터는 수염으로 엉망인 맷의 얼굴을 보며 농담을 던졌고, 맷도 장난스레 맞받아쳤다. 사이가 어색해질 수도 있었는데 맷의 담담한 태도가 도움이 되었다. 위장부부이긴 했지만 일단은 부부사이니까 키스 이상도 할 수 있는 거야. 피터는 머릿속의 죄책감에게 소리치며 태연한 태도를 유지하기 위해 애썼다. 조각조각으로 떨어진 기억 사이로 울었던 것이나 맷에게 매달렸던 것이 떠올라서 부끄러웠지만 어떻게든 감정을 눌렀다. 어떤 이유에서든 이성을 잃었다는 사실이 창피했다. 맷에게 또 민폐를 끼쳐버린데다가 사무실도 엉망으로 만들었을 게 분명했다. 찰랑이는 수면 아래로 피터가 손가락을 꼼질거리는데, 맷이 발끝으로 피터의 엉덩이를 쿡 찔렀다. 결국 피터도 다리를 뻗어 맷의 옆구리를 엄지발가락으로 꾹 누르며 장난을 받아주었다. 어떤 사건이 있어도 맷과의 관계는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피터에게 큰 안정감을 주었다.

“맷, 경찰은 몇 시에 퇴근이에요?”

입가에 묻은 가루를 혀로 핥으며 피터가 맷에게 바짝 붙었다.

“나한테 부스러기 닦지마, 피터.”

피터의 옆구리를 가볍게 찌르며 맷이 말했다. 안 닦아요. 피터는 맷의 잔소리를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맷의 옆에 쪼그려앉았다.

“아직 멀었으니까 인내심을 가져.”

“지루한 건 질색인 걸요! 그래도 간식이 있어서 다행이에요.”

역시 간식을 사오길 잘했어. 봉투에서 다시 간식을 하나 더 꺼낸 피터는 여전히 먹을 것이 남아 있음에 감사했다. 설탕에 버터, 밀가루 같은 것들이 내는 맛은 혀를 즐겁게 해주었다. 이 정도만 먹어도 금방 기분이 오르는데, 그날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렇게 과도한 흥분에 사로잡혔던 것인지. 이리저리 생각해보아도 의심해볼 것은 그날 잡았던 강도들이나 보석 정도였다. 경도가 약한 다이아몬드. 피터의 이야기를 들은 맷이 이후에 장갑이나 슈트를 살펴주었지만 남아 있는 것을 찾지는 못했다. 공기에 휘발되는 물질이거나 액체 따위에 쉽게 사라지는 것이거나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의심만이 남았고, 결국 제대로 된 증거는 남아 있지 않았다. 일단 지금 당장의 일에나 집중하자. 스파이더맨 일로 이상한 일을 겪는 것이 익숙한 피터는 맷과 있었던 일을 쉽게 밀어내고 경찰을 감시하는 으스스한 피크닉에 신경을 쏟기로 했다.

맷은 간식을 먹을 여유도 없는 모양인지, 아무런 대답도 해주지 않고 조용히 앉아 있었다. 저럴 때 말을 걸면 조용하라며 화만 낼 것이다. 맷과 오랜 시간 알아온 피터는 데어데블 활동을 할 때에는 그가 예민해진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옆에서 커피와 간식을 먹는 게 중요한 역할이지. 피터는 맷에게 주려던 작은 파운드 케이크를 한 입 먹으며 맷이 무언가를 알려주기를 기다렸다. 이런 피크닉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게 흠이었다.

 


 

뭔가 이상해.

피터와 만나기 전, 맷은 교도소에 들렀었다. 책상에 앉아서 포기와 고민해봤자 한낱 변호사의 역할로는 풀리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맷을 사로잡았고, 여전히 개인 사무실에 남아 있는 체취 때문에 집중하기 어려웠던 탓도 있었다. 닦아냈고 환기도 제대로 했지만, 맷의 초감각은 아주 미묘하게 남은 피터의 냄새까지도 감지해내고 말았다. 상태가 이상했던 피터를 떠올라서, 그리고 그것이 일반적인 상태에서는 나올 수 없는 반응임을 아는 맷은 결국 스파이더맨이 잡아넣은 보석 강도를 확인하기 위해 교도소로 갔다. 변호사라는 지위는 이럴 때 참 유용하다. 맷이 맡은 사건이 아님에도, 맹인 변호사 맷 머독을 잘 아는 관계자들은 또 귀찮은 일에 손을 대러왔나보다 하며 쉽게 문을 열어주곤 했다.

정신을 차리고 제대로 깨끗이 씻은 뒤에 늦은 아침을 우물거리며 피터는 맷의 사무실에 도착하기 전까지의 일을 기억나는대로 이야기해주었다. 사과파이를 사무실에 배달해주고, 뷰글에 들러서 사진을 팔고, 가게의 강도를 잡았던 일. 그리고 다이아몬드를 실수로 부숴버려서 너무 당황했다는 것까지가 피터가 온전히 기억하는 부분이었고, 그 뒤는 조금 흐릿하다는 게 피터의 설명이었다. 맷을 대신해서 경찰을 찔러봐주었던 벤 유릭도 최근 강도 사건이 늘었다고 했다. 맷은 어쩐지 찜찜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교도소에서 스파이더맨이 잡은 범인들을 확인해보면 무언가 알 수 있지 않을까. 택시를 타고 교도소로 향한 맷은 제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애썼다. 결국 해결된 것은 무엇도 없었지만 말이다. 스파이더맨의 설명에 따르면 범인은 적어도 서너 명이었는데, 맷이 교도소에서 만나고 들은 강도는 한 명뿐이었다. 갑자기 증발해버린 인원을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 모양이다. 거미줄로 묶어두었다는 강도들이 그것을 끊어내고 도망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맷은 책상 위에서 거미줄 용액을 만들던 피터를 떠올렸다. 한 시간 뒤에는 녹지만 그 전에는 강한 탄성을 갖고 있어서 일반인이 끊어내긴 어려웠다. 그러니 역시 잡힌 뒤에 풀어줬다는 게 지금으로서는 타당한 의심이다.

맷은 굳이 피터에게 이 일을 설명해주지 않았다. 스파이더맨은 잡아둔 범인을 돌아보는 일은 거의 없는 편이었고, 굳이 제가 잡은 범죄자들이 누군가의 의도로 다시 세상의 빛을 보고 있음을 알게해서 피터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 겉으로 보여지는 도시를 사랑하는 피터에게 굳이 밑바닥의 더러운 부분까지 알게할 필요는 없어. 헬스키친의 깊고 엉망인 부분까지도 잘 알고 있는, 그래서 그곳을 떠나지 못하는 맷은 그냥 각자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맡기로 했다.

 


 

“아, 저 차야.”

맷이 옥상의 난간 위로 올라섰다. 맷의 말에 잠시 주위를 둘러보던 피터도 이제 막 경찰서를 떠나는 자동차를 발견하고 난간 위로 폴짝 뛰어올랐다. 구식의 낡은 자동차. 적어도 부자동네는 안가겠구나 싶은 모양새였다. 맷이 말하기도 전에 먼저 난간에서 뛰어내려 건너편 건물에 거미줄을 단단히 고정한 스파이더맨은 자동차 위를 빠르게 지나가며 작은 거미모양 기기를 그 위로 떨어뜨렸다. 불빛을 깜빡이는 작은 거미는 안정적으로 자동차 천장 위에 찰싹 들러붙었다. 피터가 자주 쓰는 거미 모양의 작은 추적기였다.

“이제 놓쳐도 걱정 없어요. 어디로 가는 걸까요?”

“저번에는 부둣가로 가던 것 같았어.”

“뭔가 숨겨두긴 좋은 장소이긴 하네요.”

“일렉트로를 만나는 바람에 놓쳐버렸지만.”

그때 생긴 상처 때문에 한동안 피터가 우울해했던 것을 떠올리며 맷은 빌리클럽을 먼저 옥상에서 몸을 던져 자동차를 쫓았다. 일렉트로 이야기에 바로 우울해지는 피터의 관심을 돌리기엔 움직이는 것이 제일이었다. 여전히 본인의 담당 빌런에 맷이 다친 일에 죄책감을 갖고 있는 피터는 맷의 상처가 나았음에도 그때를 생각하면 울적해졌다. 전기 화상으로 흉진 얼굴을 일어날 때마다 마주했던 것이 떠올라서 피터는 거미줄을 주먹으로 꽉 쥐고 맷을 따라 갔다. 오늘 일렉트로가 나타나면 제대로 때려줄 생각이었다.

예상과 달리 자동차가 멈춘 곳은 한적한 주택가였다. 피터가 결혼 전에 살던 맨션과 비슷한 건물들이 즐비한 동네였다.

“자기야, 아직도 화난 거야?” 차에서 내린 남자가 건물의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현관문을 여러 번 두드리며 하는 말을 들어보니 아마도 싸운 모양이라고 피터는 짧게 생각했다. 스파이더맨 일로 갑자기 연락두절이 되기도 했을 때, 사람들을 화나게 했을 때 피터도 종종 문 앞에서 불쌍한 남자가 되곤 했다.

“오늘은 꽝인가 봐요.”

뻔한 로맨스 스토리 같은 장면을 지켜보던 피터가 옆에 서 있는 맷을 보며 말했다. 부두로 갈 생각도 없고, 그냥 사과만 잔뜩하는 남자를 봐서는 오늘은 범죄현장을 잡을 수 없을 듯 싶었다. 피터의 투덜거림에도 무엇이 신경쓰이는지 조용히 있던 맷이 먼저 건물 위에 있는 창문으로 가더니 난간에 붙어 피터에게 손짓했다. 멋대로 들어가도 되는 건가. 일반인의 집이 분명한데 맷이 거침없이 창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에 잠시 망설이던 피터도 곧 그 뒤를 따라 집안으로 들어갔다.

물건이 어지럽게 바닥에 흩어져 있는 집안은 무슨 사고라도 일어난 듯 보였다.

“우리가 강도인 거예요, DD?”

물건을 이리저리 피해 걸으며 피터가 물었다. 

“굳이 말하면 보석 강도지.”

거침없이 방안의 다른 문을 열고 집안을 수색하면서도 맷은 망설임이라는 게 없었다.

맷의 뒤를 졸졸 쫓아가며 집안을 이리저리 살펴보던 피터는 곧 이 집이 어느 여성이 사는 집이라는 걸 알았다. 정말 평범한 사람 같은데. 액자에 걸린 사진을 봐서는 그냥 정말 평범하게 생활하는 사람 같았다. 범죄와는 연이 없어보일 듯한 사진만이 가득한데, 맷의 생각은 다른 모양이다.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듯 앞장선 맷은 망설임 없이 침실의 문을 열어젖혔다. 느릿하게 뛰는 심장소리가 아무리 작아도 맷의 감각은 잡아낼 수 있었다. 침대 위에 죽은 듯 누워 있는 여성. 호흡도, 심박도 느려진 여성에게 다가간 맷은 가볍게 목에 손을 올려 상태를 살폈다. 죽은 것은 아니었다. 약물에 오래 노출되어 있었던 게 분명하다. 맷은 그녀의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빠르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스파이디, 손대지마.”

피터가 쓰러진 여성을 보고 급하게 달려오는 것을 맷이 막아세웠다. 저번 같은 일이 여기서 벌어져서는 안 된다. 피터를 몇 걸음 떨어져 있도록 한 맷은 차분하게 쓰러진 여성의 왼손 약지에서 반지를 빼냈다. 반지에 박혀 있는 작은 큐빅은 맷이 얼마 전에 보았던 가짜 보석과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코팅이 얇아져서 안에 있는 약품이 조금씩 새어나오고 있었다. 확실히 다이아몬드는 아니다. 잠시 반지를 들고 고민하던 맷은 침실에 있던 아무 통에 반지를 넣고 제 주머니에 그것을 챙겼다. 경찰을 믿을 수 없던 탓이었다.

구급차와 경찰차 사이렌이 울리고, 데어데블과 스파이더맨은 빠르게 현장을 벗어났다. 평소라면 맷은 남아서 경찰에게 사정을 이야기했을 테지만 지금으로서는 도움이 안될 듯했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경찰도, 검찰도 믿을 수 없어진 맷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스파이더맨으로 건수를 잡아보려하는 요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멀쩡히 굴러가는 권력이란 게 존재하지 않는 듯했다. 맷은 주먹을 꽉 쥐었다.

“반지 강도라, 오늘 일이 들키면 JJJ가 절 또 무시무시한 거미 괴물로 만들겠어요.”

굳어 있는 데어데블의 입매를 보며 스파이디가 즐겁게 말했다. 스파이더맨, 반지를 훔쳐가다! 벌써 조나가 어떤 기사 제목을 쓸 것인지까지 훤히 떠올랐다.

“고소하고 싶으면 말해, 피터.”

”그랬다간 피터 파커도 엮여버려서 그럴 수가 없어요.“

피터가 장난스레 웃었다. 가벼운 농담. 진지하지 않은 태도. 피터가 자주하는 행동들은 가끔은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맷에게 안정감을 주기도 했다. 피터는 분위기를 가볍게 만들어주는 재주가 있었다. 가짜 다이아 반지. 이것을 어찌해야 할지 당장 생각할 필요는 없지. 맷은 사무실 책상에 넣어둔 반지를 떠올렸다. 피터에게 주려고 샀던 반지는 최근 일어난 사건들로 인해 여전히 책상에 박혀 있었다.

“달아.”

집에 돌아와 마스크를 벗은 피터에게 맷이 툴툴거렸다. 피터의 입술을 가볍게 혀로 핥은 맷이 표정을 찡그리고 있었다. 단 것을 싫어하진 않았지만 피터가 좋아하는 것들은 유독 더 단맛이 강했다. 그래도 확실히 단 것이 화를 가라앉히는데는 도움이 된다. 맷은 닦이지 않은 빵부스러기와 설탕조각들을 달고 있는 피터의 입가를 가볍게 입술로 쪼았다.

“유명한 곳이라구요! 다음엔 같이 가요, 맷!”

자연스럽게 맷에게 안긴 피터가 말했다. 평소 같으면 어색하게 뻣뻣하게 굳어 서 있었을 피터는 이제는 정말로 익숙해진 모양인지, 그도 아니면 집이어서 편안한 것인지 긴장하지 않았다. 커피에 설탕. 쓴맛에 올려진 달달한 것들. 굳이 할 필요는 없지만 하고 싶어서, 맷은 피터와 입을 맞췄다. 흐트러진 피터의 호흡이나 아까 먹은 달달한 것들이 맷의 감각을 바로 잡아주었다. 잠시 갈곳을 잃었던 피터의 손은 맷의 어깨를 부드럽게 쥐고 호흡을 맞췄다. 부부니까. 변명은 언제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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