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x🕷

2025. 2. 2. 23:12

자신을 용서할 수 없는 밤이 있다. 푸른 하늘 아래에서는 무엇이든 웃으며 넘겨버릴 수 있을 것 같았는데,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오면 피터는 종종 뒤를 쳐다보고 말았다. 앞만 봐야한다는 다짐은 캄캄한 어둠 앞에서는 잊혀지고, 이루지 못한 것들, 하지 않은 것들이 남아 발밑부터 스멀스멀 차오르는 때가 있다. 뉴욕의 야경은 언제나 화려하고 멋지지만 번화가를 벗어나면 그런 야경은 금방 사라졌다. 피터는 그런 곳에서 어두운 방을 떠올린다. 불을 켜지도 못하고 그저 이불을 덮어쓴 채 떨었던 어린 시절의 두려움이 발을 붙잡고, 속삭이곤 했다. 넌 참 이기적인 아이구나. 그 목소리를 향해 아니라고 말하지도 못하고 피터는 그저 떨리는 마음을 누르며 농담으로 그것을 덮어버렸다. 그 아래에는 누구도 함께할 수 없다. 언제나 방안의 불을 켜주던 메이숙모에게도 말할 수 없다. 피터는 자신의 오래된 죄를 더듬어보다가, 한숨처럼 웃었다가, 발이 무거워졌음을 깨달았다. 오늘은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날이다.

너덜해진 몸으로 어딜 가면 좋을까. 딱 짧은 잠만 잘 수 있는 곳이 어디가 있을지 고민하다가 피터는 결국 마음대로 창문을 열 수 있는 곳을 떠올렸다. 집주인은 설거지를 하라던가, 치워달라는 말만 할 뿐이지 피터의 방문에 정말 화를 낸 적이 없었다. 그래서 결국 헬스키친으로 향한다. 그냥 소파만 빌렸다가 다시 동네를 둘러보자며 피터는 제 행동을 변명했다. 언제나 열려 있는 창문을 열고 들어가서, 마음대로 소파에 누웠다. 맷이 있는지 없는지 생각할 여유도 남아 있지 않아서, 쏟아지는 잠에 져버리고 그냥 눈을 감아버렸다. 푹신하고 보드라운 소파. 어쩌면 맷의 집에 있는 소파는 피터의 침대보다도 더 폭신할지도 모른다. 익숙한 느낌, 따뜻함. 누군가의 온기가 있는 집에서 자는 게 오랜만이어서 피터는 눈을 감고, 꿈을 꿀 준비를 했다.

아마 오늘은 좋은 꿈을 꿀 것 같아.

흐릿해진 현실과 꿈의 경계에서 피터는 편안한 기분으로 웃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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