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피터] 불공평한 거래 MCU
🕶x🕷/소설
2025. 3. 31. 13:54
- 퇴고X, 그냥 마구 쓴 글입니다.
- 여전히 노웨홈에 잡혀있음
좋아한다는 감정은 참으로 불공평하다. 그것은 한 쪽으로 기울어진, 무엇을 두어도 반대 방향으로 굴러가는 수평을 잃은 땅이었다. 피터는 그곳에서 맷의 옷자락을 슬며시 쥐고 있었다. 스파이더맨의 균형감각은 이런 기울어진 감정에서도 서게 해주는 걸까. 무게중심을 잃은 저울은 제자리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고장 난 것일지도 모른다.
합격 축하해, 피터. 맷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것 같다. 대학 기숙사에 들어가기 전이었다.
피터는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것은 스스로에 대한 비난이기도 했다. 피터, 너 정말 엉망이구나.
줄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자각했을 때 피터는 제가 포기한 것들을 떠올렸다. 피터의 어린 시절이 묻어 있는 곳, 메이 숙모와 함께 살아온 공간, 피터 벤자민 파커의 따뜻한 집. 따뜻한 침대를 포기한 삶은 피터를 피곤하게 몰아세웠다. 사람들이 넘치는 뉴욕에선 작은 방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부친다. 피터 파커가 홀로 선 뉴욕은 스파이더맨의 시선보다 낮았다. 피터는 푸른 하늘을 활공하는 대신 어두운 밤에 거미줄을 쳤다.
보다 낮아진 스파이더맨의 시선은 한 쪽으로 굴러서 새로운 이웃과의 만남을 이어지게 했다. 낮은 곳을 신경 쓰는 사람. 피터는 그렇게 맷을 다시 만났다. 헬스키친을 지키는 악마, 자신과 마찬가지로 마스크를 쓴 자경단, 그리고 스파이더맨의 편을 들어준 변호사. 어둡고 축축한 골목이 피터가 살아왔던 집의 거실이 되던 순간이었다. 어쩌면 이 시선도 나쁘지 않을지도. 푸른 하늘 아래에서 유쾌하게 웹스윙 할 시간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나쁘지 않아. 그 순간에는 밤에 보는 뉴욕의 뒷골목도 꽤 괜찮은 거 같았다.
늦게까지 이어진 아르바이트는 해가 다 져서야 끝이 났다. 피터는 가방에 스파이더맨 슈트를 넣은 채 두 발로 거리를 걸었다. 잠이 부족해. 잠이 부족한 스파이더맨은 자주 농담처럼 그런 말을 했다. 거미는 낮잠이 자고 싶어요. 버릇처럼 붙은 말은 종종 신발 밑창에 붙은 껌처럼 끈질기게 이어졌다. 달빛이 닿는 옥상도 나쁘지 않았지만, 피터는 종종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는 시간을 떠올렸다. 당분간은 불가능한 일이다. 피터는 골목을 걸으며 맷의 거실을 떠올렸다.
잠깐이면 돼요.
피터는 셔츠에 입술이 눌려 뭉개진 발음으로 말했고 맷은 그냥 그대로 서 있었다. 설거지를 하던 중이었나. 맷이 들고 있던 컵은 피터가 우유를 부어 마시던 컵이었고, 그는 몇 없는 접시를 닦고 있었다. 피터는 소파에 앉아 맷을 쳐다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등에 기댔다. 툭. 다소 충동적인 짓이었다. 맷은 피터가 기댈 수 있는 탄탄하고 넓은 등이 있었고, 피터는 그런 품이 없는 게 조금 미안했다. 피터 파커의 삶은 너무나 작았다.
한동안 가지 못한 옥상이 그립다. 햇볕이 내리쬐는 따스한 풍경 속에 놓인 사람들을 편안히 볼 수 있는 적당한 높이의 장소. 거기서 낮잠을 잔다면 참 좋을 거야. 피터는 시도해보지 않을 바람을 품곤 했다. 햇볕 속에서, 사람들의 평화로운 말소리를 들으며 단잠을 싶다는 작은 소망은 늘 생각으로만 남았다. 피터 파커의 삶은 그런 여유를 허락지 않는다. 단칸방 하나를 유지하는 것도 힘에 부치는 뉴욕에서, 대학생이 된 피터는 피터 파커의 시간을 쪼개어 가며 살아야했다. 그리고 거기에 스파이더맨을 시간을 더하기 위해 잠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다른 것들도 줄이면서. 피터는 차가운 밤공기를 들이마시며 몰려오는 졸음을 몰아냈다. 아, 맷이랑 같이 가면 좋을 텐데. 잠이 부족한 머리는 그런 소망을 다시 끄집어냈다. 한가롭게 낮잠을 자는 변호사와 스파이더맨.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생각 없이 앞으로 걷던 피터는 머리를 울리는 경고음에 고개를 들었다. 잠에 빠진 머리는 상황판단이 느렸다. 이런 늦은 시간에 이런 골목을 평범한 차림으로 걸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까먹을 정도로.
“아.”
딱 봐도 위험한 사람들. 피터는 가방 안에 든 것이 얇은 스파이더맨 슈트라는 사실을 이야기해야할까 고민했다. 저는 아무것도 없는 빈털터리 대학생이고, 이 가방에는 신문사에 보내도 퇴짜 맞을 형편없는 슈트 밖에 없답니다, 아저씨들. 소매로 가리고 있는 웹슈터를 써야할까. 피터가 고민하던 사이에 뒤에 무언가가 날아왔다. 피터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숙였고, 피터의 머리를 스쳐지나간 그것은 위협적인 자세로 서 있던 남성의 머리에 맞았다. 붉은 색의 단봉. 피터는 그것이 맷의 것임을 알아차렸다. 사실 그것이 날아오기 전부터 이미 맷을 만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수평을 잃은 곳은 늘 한 쪽으로 몰리기 마련이라는 사실을 피터는 지독하게 이과적인 머리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기숙사로 향하는 방향도 아니면서 굳이 여길 걷고 있었을까. 피터는 스스로도 모를 질문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마스크를 쓴 변호사가 피터의 시선이 닿는 곳에 서 있었다.
“대학생이 되니까 많이 바쁜가 보네.”
맷이 머그잔을 피터의 손에 쥐어주며 말했다. 피터는 다시 맷의 거실에 돌아와 있다. 졸린 눈을 끔뻑이며 맷을 따라오니 금방 이곳이다. 맷이 피리 부는 사나이도 아니고, 쪼르르 따라온 스스로가 우스워서 피터는 괜히 손을 꼼지락거리며 컵을 잡았다. 머그잔에는 적당한 온도로 데운 우유가 담겨 있었다. 그것을 두 손으로 쥐고 소파에 앉은 피터는 자연스럽게 서 있는 맷을 바라봤다. 데어데블 슈트를 갈아입은 그는 얇은 셔츠에 편한 바지를 입고,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기숙사에 들어가기 전에 자주 보았던 차림이다. 뭐 하러 온 거야, 피터. 스스로의 바보 같음에 화를 내면서도 피터의 시선은 맷에게 머물러 있었다. 오랜만에 본 탓이다.
“좀… 바빴어요. 아르바이트 하느라 정신이 없었거든요.”
투정하듯 말했던 피터가 곧 변명처럼 말을 덧붙였다.
“아, 친절한 이웃 일도 쉬진 않았어요!”
“그런 거 같네. 피곤한 것 같은데.”
맷이 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다정한 변호사님이 사실은 초감각을 가진 데어데블이란 사실을 알고 있는 피터는 이젠 그의 말에 당황하지 않을 수 있었다. 어차피 숨겨도 알아버릴 테니까. 감각이 좋은 맷은 피터가 깨닫기도 전에 알아차리곤 했다. 졸린 것이든, 피곤한 것이든, 무엇이든. 그래서 맷에게 기대고 싶은 걸까. 피터는 다정함이 섞인 맷의 목소리에 기울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스파이더맨의 경험은 이럴 때 도움이 되었다. 기울어진 관계에서 넘어지지 않는 법을 아는 피터는 선을 유지하기 위해 애썼다. 맷의 애정에 손을 올리고, 줄 수 있는 것 하나 없이 등을 빌리는 것. 그것은 피터의 양심을 찌르는 일이었다. 좋아한다고 말하려면 무언가 줄 수 있어야하는데, 지금의 피터는 맷에게 무엇도 줄 수 없었다. 그것은 정말로 미안한 일이다. 좋아한다는 것은 너무도 불공평해서, 피터는 기울어진 저울에서 맷의 다정함을 빌렸다. 그것은 친절한 이웃답지 못한 일이다. 차라리 맷이 길거리에 있는 수많은 시민 중 한 명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피터는 그런 생각을 하곤 했다. 그냥 길 안내를 해주고, 짐을 들어주며 친절을 베풀 수 있는 그런 사람 중 한 명이었다면 맷에게 미안해하지 않았을 텐데. 스파이더맨이 아닌 피터는 무엇 하나 가진 게 없는, 제 삶의 공간 하나도 유지하기 버거운 초라한 대학생이었다.
피곤한 머리는 자주 선을 잊어버리고 만다. 비어 있는 잔을 들고 가는 맷의 등을 보며 피터는 충동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맷에게 미안할 짓하지 마. 그런 다짐들은 이미 맷의 구역에 제 발로 들어올 때부터 버린 뒤였을지도 모른다. 다 졸린 탓이라고, 피곤한 탓이라고. 피터는 애써 자신에게 변명했다. 등에 기대는 것은 정말 비겁하다. 얇은 셔츠에 얼굴을 묻고 눈물 자국이나 만들면서 끌어안지 못하고 옷자락이나 쥐는 손은 스스로의 이기적인 마음이었다. 맷의 다정함에, 사랑에 기대고 말았다. 불공평한 감정이다.
“피터.”
맷이 가만히 선 채로 피터를 불렀다. 등이 축축해지는 게 느껴졌지만 돌아서진 않는다. 피터의 심장소리가 귓가에 닿았다. 그것은 낮고 슬프지만 다정한 소리였다.
좋아해요. 그래서 미안해요. 피터의 애정은 지독하게 정직해서 맷은 그 감정을 쉽게 알 수 있었다. 뒷골목에 서 있을 때부터 올곧게 향하던 울림. 스파이더맨이 왜 맷 머독을 그렇게 좋아하는지 모른 채로, 맷은 그 애정에 손을 댔다. 지쳐 있는 피터를 끌어당기고 그 마음에 기대어 섰다. 피터, 넌 나를 왜 그렇게 좋아하는 거야. 이유를 묻지 못한 곧은 애정은 따스하다. 겨우 등에 기대는 것만으로 만족하며 미안해하는 피터의 울림이 우스워져서, 그 욕심 없는 마음이 자신과 달라서 맷은 손을 뻗고 있었다. 어두운 골목에 들어선 피터가 누구를 기다리는 줄 알고 있었다. 계속 스스로를 혹사 시켜 지친 몸은 반응이 느렸지만, 심장 소리는 숨길 수가 없다. 맷은 도움이 필요하지 않을 스파이더맨에게 나타났다.
“껴안아도 될까?”
맷이 등을 돌리지 않고 다정히 물었다. 피터는 대답하지 않았고, 맷은 피터의 심장소리를 듣고 천천히 뒤돌아섰다. 지친 것을 뻔히 알면서, 그래서 이성적이지 못할 것이란 사실을 알면서 두 팔을 뻗어 피터를 껴안았다. 심장소리가 빠르게 울린다. 맷은 바라면서 말하지 못하는 피터의 정직한 애정에 기대어 있었다. 피터가 바라는 따뜻함을 만들어두고 그를 기다리는 마음은 그렇게 순수하지 못해서, 맷은 피터에게 미안해졌다. 쏟아지는 피터의 호흡과 체온은 따스하고 곧았다. 오직 맷을 바라는 그 마음은 욕심조차 없었다. 미안해하는 피터에게 괜찮다며 어른스러운 척 끌어당기는 것은 비겁한 행위다. 맷은 그걸 알면서도 피터를 끌어안은 두 팔에 힘을 풀지 않았다. 네가 날 필요로 했으면 좋겠어.
“자고 가도 돼요?”
맷의 가슴에 코를 박고 있던 피터가 먼저 말했다. 당연하지. 다정하게 대답하며 뺨에 입을 맞추는 입술이 따스해서, 수염은 따끔거리기도 해서 피터는 두 팔로 그를 끌어안았다. 침대에 누워 햇볕이 쏟아질 때까지 함께 잠을 자고 싶다. 피터는 손을 뻗어 맷의 눈을 가리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겼다. 결국 다시 돌아오고 말았다. 좋아한다는 말도 제대로 못하는 관계는 다시 이어지고 말았다. 기울어진 감정의 땅은 오늘도 서로에게 굴러가며 필요한 것을 얻어낸다. 좋아한다는 것은 참 불공평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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