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피터] 집을 찾습니다

🕶x🕷/소설

2025. 3. 31. 13:56

- 고양이의 날..

 

피터 파커는 고양이었다. 원래부터 그랬냐하면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지금 본인이 고양이인 것을 인지를 할 수 있었다. 입을 벌리면 야옹과 비슷하지만 다른 소리가 튀어나오고, 손에 힘을 주면 복슬복슬한 털 사이로 날카로운 발톱이 나타났다. 앞발을 들어보니 연갈색빛 털들 사이로 분홍빛 발바닥이 보였다. 그래, 피터 파커는 고양이다.

문제는 고양이 이전의 기억이 없다는 거다. 길거리 생활을 하던 편이었나, 어디서 길러지던 거였나, 아무리 곰곰히 생각해봐도 ‘집‘이 떠오르지 않는 거다. 길에서 살았던, 어느 주인에게 예쁨을 받고 살던 지붕 있는 곳이 있을 텐데 머릿속이 텅빈 도화지마냥 새하얗게 변해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곳저곳 발이 닿는대로 다녔다. 지나가는 길에 아이들이 야옹아, 하고 부르기에 그게 저를 부르는 것은 또 알아들어서 쓰다듬을 받아주다가 다시 또 네 발로 걸었다. 그렇게 발이 닿은 곳이 여기였다.

저 위로 올라가고 싶은데 아무리 봐도 3층은 고양이라해도 어렵지 않을까. 생각은 그러했는데, 어느새 몸이 알아서 벽을 타고 있었다. 발톱을 벽돌 사이에 박아넣어 오르는 것인지, 처음부터 벽을 자연스럽게 걸어다닐 수 있는 고양이였는지는 모르겠으나 피터는 목표했던 창문에 닿을 수 있었다. 다행히 열려 있다. 피터는 창문으로 들어가 가볍게 바닥으로 착지했다. 벽을 오르는 사이에 발에 있는 털이 엉킨 것 같아 혀로 정리하는데 발소리가 들려서 귀가 저절로 움직인다. 문이 열리고, 시야가 저만치 높이 있는 남자가 들어온다. 익숙한데. 몸이 먼저 반응을 한다.

야옹. 봐달라고 한 번 울어봤더니 눈은 향하지 않는데, 손이 먼저 다가왔다.

“고양이?”

피터의 복슬한 털을 손바닥으로 누르며 고개를 갸웃거린 그는 결국 두 손으로 피터를 들어올렸다. 그렇게 무겁지는 않은 모양인지 피터의 앞다리 아래를 두 손으로 감싸 쥐어 들어올린 이는 그저 멀뚱히 피터를 들고 있었다. 야옹. 그의 선글라스에 비추어지는 자신을 모습을 보며 피터가 한 번 더 소리를 냈다. 나 알아요? 피터가 묻는데 대답이 없다. 원래 고양이라는 게 사람이랑 대화가 안 되는 거였나. 길바닥 삶에 대한 기억이 없는 피터는 대화가 되는 것인지 아닌지 확신이 나질 않았다.

“맷, 그 고양이 어디서 났어?”

다른 남성이 들어온다. 아, 지금 날 들고 있는 사람 이름이 맷이구나. 머리 좋은 피터는 금방 이해했다. 맷, 어쩐지 익숙한데 불러보려고 하면 제대로 발음이 안 된다.

“나도 몰라. 그냥 여기 있었어.”

맷이 대답한다. 피터는 맷에게 들려서 몸통을 아래로 주욱 늘린 채로 맷맷 하고 이름을 불렀다. 역시나 그들에게는 고양이가 야옹야옹 우는 것으로만 들린다. 손가락 정도로 긴 갈색 털을 가진 고양이. 포기의 말을 빌리면 그랬다. 눈도 갈색이라고 한다. 털이 곱슬기가 있는데 막상 만져보면 부드러워서 맷은 고양이를 든 채로 한참을 포기에게 이걸 어떻게 하냐고 물었다. 원래 고양이가 이렇게 얌전한가. 따뜻한 물덩어리를 만지는 기분인데, 말랑하고 부드럽고 참 묘했다. 창문으로 들어왔을까 생각해봐도 3층에 있는 건물에 무얼 타고 창문까지 올 수 있었을까. 일단 고양이를 내려둔 맷은 주인이 있지 않겠냐는 포기의 말에 그럴지 모르겠다며 소파에 앉았다. 그 사이에도 고양이는 울음소리를 낸다. 무슨 하고 싶은 말이 그렇게 많은지. 스틱에게 배운 것이 사람의 심장소리, 감각을 읽는 방법이었지 동물에 관한 것은 아니다. 그러니 맷이 알 수 있는 정보라고는 고양이는 따뜻하고, 부드럽고, 생각보다 꽤 묵직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좀 얌전해.

포기와 맷이 고양이의 등장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이에, 피터는 폴짝 뛰어 테이블 위에 올라가서 커피 사이를 지나갔다가 다시 폴짝 뛰어서 맷이라는 사람의 무릎 위에 올라갔다. 조금 단단한 허벅지를 앞발로 꾹꾹 누르다가 몸을 웅크려 그곳에 자리를 잡았다. 여기가 좋은 거 같아요. 따뜻해요. 고롱고롱 소리를 내며 피터가 꼬리를 살랑거렸다.

“도대체 이 고양이는 어디서 나온거야?” 포기가 묻는다.

“나도 모른다니까.” 맷이 짜증섞인 투로 대답했다.

“널 좋아하는 거 같은데?”

그르릉 소리를 내는 고양이를 옮기지도 못하고 무릎을 내어준 맷은 이것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졸지에 사무실에 짐승 한 마리를 기르게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역시나 주인을 찾아주어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무릎 위에 묵직하고 따끈한 것이 올라가 있는 게 나쁜 감촉은 아니다. 고양이라는 게 정말 몰캉하고 이상하구나.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감각들과는 다른 것들이 전해진다. 자그마한 몸에서 움직이는 혈류, 살랑거리는 꼬리를 움직이는 작은 근육, 갸르릉거릴 때마다 느껴지는 진동 같은 것들이 새롭긴 했다. 어쨌거나 사무실에서는 키울 수 없다. 고양이의 등에 손바닥을 얹었다. 따뜻하고 보드러운 게, 이렇게 염치없는 것이 참 누굴 닮았다는 생각이 문뜩 든다.

“피터?”

그래, 피터를 닮은 거 같다. 피터가 자신을 설명할 때 늘상 하는 소리가 갈색 눈에, 갈색 머리칼이고 조금 곱슬기가 돈다는 그런 말들이었다.

“야옹”

이름에 반응한 피터가 대답했다. 나 불렀어요? 역시 나 알죠? 계속해서 우는 고양이를 무릎에 둔 맷은 그저 피터라는 이름을 좋아하는 가보다 생각할 뿐이다. 그래, 주인을 찾기 전까지 피터라고 부르자. 맷이 이름을 붙여버리자 포기가 정들지 않게 조심하라며 장난스레 말했다.

피터는 그렇게 넬슨 앤 머독 사무실 고양이가 되었다. 여기가 지붕도 있고, 따뜻하고, 맷도 좋으니까 ‘집’인가보다. 퇴근 길에는 맷에게 안겨 다른 집에 갔다. 다른 집도 꽤 익숙해서, 피터는 나쁘지 않다고 울었고 맷은 피터 하고 이름을 불러주었다. 고양이의 삶도 나쁘지 않아. 맷에게 쓰다듬을 받으며 피터가 생각한다. 이전의 삶이 무엇이었던 간에 지금 삶이 포근한 걸. 맷과 포기가 일하는 동안 사무실에서 햇볕을 받으며 낮잠자는 것도, 가끔 나가서 아이들이나 사람들에게 예쁨받는 것도 좋아. 피터는 이 삶에 만족을 했다. 문제는 그거다. 맷이 다른 피터를 찾는다.

피터를 쓰다듬어주다가도 맷은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받지 않으니 걱정어린 한숨을 쉰다. 또 어딜 간 거야, 피터. 맷의 말에 있는 피터가 저인 줄 알고 피터가 야옹, 하고 울면 맷은 그저 씁쓸하게 웃었다. 그래, 피터. 피터는 제 이름이 피터 파커인 것은 알았다. 보송보송한 발을 가진 고양이, 피터. 맷이 퍽 우울해보여서 침대에 누운 맷의 옆에 가서 꼬리를 살랑거리며 붙었다. 저도 피터예요. 야옹야옹 울며 고양이가 말하면 맷은 그저 등만 대충 쓰다듬어 주었다. 확실히 날 찾는 게 아니구나, 피터는 알았다.

찾는 피터가 되어줄 수 없어서 미안해요. 한숨 짓고 잠드는 맷을 보며 피터는 생각한다. 내 이름도 피터인데, 맷이 찾는 피터는 아니다. 그런데 계속 피터를 찾는 맷을 보니 기분이 이상해서 이제 이 집도 내 집이 아니구나 싶어지는 거다. 나갈까. 원래 길바닥 삶이니까 괜찮을 거라며, 기억에도 없는 길바닥 생활을 피터는 각오한다. 그래서 맷이 일하는 동안 무릎 위에 마음껏 앉아 있다가, 맷에게 놀아달라고 앞발로 괜히 손을 눌러도 봤다가, 그리고 집으로 와서 잠든 맷의 옆에 앉았다. 나 나갈 거예요. 미안해요. 피터가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귀여운 발바닥으로 얼굴에 도장하나 남겨주거나, 어디든 나간다고 물컵을 바닥으로 떨어뜨린다던지 하는 것 밖에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피터는 그런 사고치는 일 대신에 맷의 얼굴을 핥았다. 까칠한 혓바닥에 맷이 잠에서 깨서 피터를 쓰다듬었다. 왜 그래, 피터. 맷이 물어서 피터는 야옹 울면서 미안해요, 하고 답한다. 당연히 맷은 못알아 듣는다. 그래서 피터는 맷의 입술도 핥아주었다. 촉촉한 혓바닥이 맷의 입술에 닿으니까 왠지 이상한 기분이었다. 이런 걸 키스라고 하나?

“피터?”

“맷, 미안해요.”

야옹거리던 목소리가 이젠 분명한 발음이 되어 나온다. 맷, 하는 발음도 잘 되었다. 피터는 눈을 끔뻑이며 웃통을 벗고 앉은 맷의 놀란 얼굴을 보다가 제 손을 보았다. 이것은 분명한 사람의 손이다. 피터는 그제야 기억이 났다. 여기가 ‘집’이구나.

피터 파커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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