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U 캠퍼스에서 만난 맷피터
🕶x🕷
2025. 1. 13. 20:55
- 노웨이홈 이후, 컬럼비아 대학 진학한 피터
- 그냥 피터가 위로 받는 게 보고 싶어서 쓰기 시작한 썰..
노웨이홈 이후 대학으로 진학한 피터가 대학교 캠퍼스 벤치에서 혼자 과제하다가 그 대학 졸업생 맷이랑 만나는 이야기 보고 싶다.
도와줬던 머독씨가 맞는데 피터 기억 못 하실 테고(스파이더맨은 하시려나) 파커럭을 생각해봐 피터를 알면 불운이 찾아올 거야- 하며 망설이는데 맷이 먼저 말을 걸었고.. 그렇게 벤치에서 가끔 만나는 사이가 되기. 근데 역시 피터 파커를 알아서 좋을 게 없으니까 망설이다가 결국 맷 잡는 이야기.
Mr. Murdock! 하는 피터랑 Matt이라고 불러요 하는 맷. 같은 대학 졸업생이라는 맷이 일 때문에 왔다가 잠시 포기 기다리며 피터랑 마주치는 거지. 벤치에서 혼자 과제중인 외로운 대학생. 그 나이대는 다 그렇지. 심장소리가 특이하네, 하고 심심해서 듣다가 배고픈 소리도 선명히 들어버림.
거리 두고 나란히 앉아 있는데 피터만 두근두근하는 거지. 그래도 아는 사람이었잖아. 물론 상대는 기억 못하겠지만. 과제하고 있었는데 생각도 안 나고 배도 고픈데 말도 걸고 싶고 맘 복잡한 피터.
맷의 귓가에 피터의 배꼽시계소리나 쿵쾅거리는 심장소리가 뒤섞여 들리는 거야. 손도 안 움직이는 거 같은데.
포기가 부르는 소리가 들리니까 일어서려던 맷이 주머니에 받아둔 초코바가 떠오르는 거지. 어차피 단 거 별로 안 좋아했고.. 심장소리가 특이한 배고픈 대학생에게 말 걸고 주는 맷.
- 그때는 원래 늘 배고파요. 힘내요.
너무 놀라서 고맙다는 말도 못하고 앉아 있는 피터. 심장이 터질 거 같아
그런 만남이 몇 번 있던 거지. 피터 파커의 지정석 같은 대학교 구석 어느 벤치는 맷에게는 나름대로 조용하게 기다릴 수 있는 장소였고.
포기가 주로 진행하는 일이어서 잠깐 같이 상의하다가 계속 기다려야했고(같이 있기엔 불편해서) 특이한 심장소리 가진 대학생이랑 만나는 맷.
초코바 하나 건네준 뒤로는 나름 말도 했음. 어느 과냐고 맷이 먼저 물었고, 피터가 누구 기다리냐고 그 뒤에 물었고, 뭔가 그런 스몰톡하다가 결국 불쌍한 대학생이랑 통성명도 해버리기. 과는 다르지만 대학교 후배잖아. 갈 곳 없이 벤치에서 과제하는 피터를 보며 자기 대학시절 떠올리는 맷.
- 나도 여기 졸업생이에요, 피터.
- 어…, 그럼 선배님이네요? 머독 선배…님? 이상하네요. 머독 씨라고 부르게 해주세요.
머독 씨가 이 대학교 졸업했는지는 몰랐다 싶은 피터. 변호사도 대학교를 나와야하지, 참. 그게 근데 내가 입학한 대학일 줄이야.
그냥 뉴욕에서 다닐 수 있고, 신분이 불안정해도 입학할 수 있는(장학금도 중요해) 곳을 택했을 뿐인데. 본인은 피터 파커를 기억하지 못하지만 도움 받았던 사람이 다녔던 대학이라니까 왠지 기분이 좋았음. 좋은 변호사님이 다녔던 대학. 애착이 좀 생기는 것 같네.
- Matt이라고 불러요. 나도 이미 피터라고 부르고 있잖아요.
시선을 일부러 프린트해둔 과제에 두고 있던 피터가 놀라서 맷을 돌아보는 거지. 피터의 심장이 다시 두근거림.
생각해보니 머독 씨가 이미 ‘피터’라고 불러주고 있었구나. 코끝이 시큰거리는 피터.
Peter, 알던 사람이 불러준다는 것은 또 느낌이 달랐어. 흔해빠진 이름인데 막상 패트롤을 돌 때는 잘 만나지 못했거든. 그랬다면 피터라는 이름을 가진 누군가를 부르는 소리에 무심코 고개를 돌려봤을 거야. 혹시나 피터 벤자민 파커를 불러주지 않을까 기대해버리면서.
갑자기 피터의 심장소리가 쿵쾅거리더니 울 것 같다고 생각하는 맷.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근데 싫어서 우는 것도 아닌 거 같고, 요즘 대학생들 감수성 따라잡기 힘들어. 두근거렸다가 쿵쾅대며 크게 울리다가 다시 잠잠해지고. 음악의 장르가 자꾸 바뀌고 있잖아.
울 것 같던 피터는 눈물을 흘리지는 않고 잠긴 목소리로 “네, 맷.”이라고 대답함. 그 뒤로 잠깐 정적이 흘렀어. 맷은 피터의 물기 어린 숨소리를 듣고 있었고, 피터는 선글라스를 쓴 변호사를 훔쳐봤음. 손이 멈춰 있었어. 맷은 문뜩 피터가 벤치에 나홀로 앉아서 매일 뭘 쓰고 있는 건가 궁금해짐. 요즘에 손글씨라 클래식하네.
- 뭘 그렇게 하고 있나 물어봐도 될까요? 사각거리는 연필소리가 듣기 좋거든요.
- 아…, 별거 아니에요. 개인연구과제인데, 기억의 휘발성에 대해서 공식화할 수 있을까 같은 그런 연구요.
- 기억이라… 공학도랑은 어울리지 않는 말이네요.
- 그래서 그걸 공식으로, 숫자로 표현해보려고 노력 중이에요. 그렇게 하면 다시 기억을 돌릴 방법도―, 아. 죄송해요, 맷. 역시 재미없죠?
피터가 하하,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어. 처음에는 주제를 바꾸려고 했는데 때마침 맷이랑 벤치에서 만나버린 거야. 나만 기억하는 변호사님.
사실 나도 누군가 기억해주길 바랬던 걸까 생각하는 피터. 마법이긴 했지만 휘발되었다는 사실은 여전하고, 그걸 망각과 비슷한 영역으로 본다면… 그냥 방법만 생각해본 거야. 실제로 다시 되돌리겠다는 생각은 아니니까 연구 과제 정도로는 해도 되는 거잖아. 피터는 애써 그렇게 생각했음.
노트를 무릎에 놓고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는 피터. 피터 파커의 삶에 누굴 다시 넣을 생각은 없어. 그냥, 언제든지 다시 기억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위안이 되니까. 그냥 처음부터 다른 걸로 할 걸 그랬어. 스스로가 전기를 흡수할 수 있게 몸의 변화가 일어난 사람의 몸 안에 흐르는 에너지를 어떻게 해야 할지라던가.
저 멀리서 포기가 부르는 소리에 맷이 일어났어. 피터는 제자리에 앉아 있었음. 아마 며칠 뒤에 또 보게 될지도 모르지. 맷은 남겨져 있는 피터에게 남은 무언가를 읽었어. 만날 때마다 노트를 꼭 쥐고 연필을 부러뜨릴 듯 잡고서 쓰던 게 그런 내용이구나.
가까운 사람이 기억을 잃게 되는 병이 있을 수도 있는 일이니까. 인류의 반이 갑작스럽게 사라질 수 있는 세상인 걸.
- 포기하지 마요.
- …네?
- 과제요. 열심히 하던데, 좋은 점수 받아야죠.
법적인 거라면 도와줄 수 있었을 텐데 아쉽게 됐어요. 맷이 지팡이를 펴고 떠났음. 피터는 자리에 남아 노트를 꼭 쥐고 걸어가는 맷을 보는 거지. 맷은 피터의 시선이 자신의 뒤통수를 찌르는 걸 느끼는 거지. 요즘 대학생은 포기하지 말라는 말도 안 좋아하나. 확실히 맷 자신도 그렇긴 했지 싶은 거야.
다시 두근거리는 특이한 심장소리가 울리고 흑연이 종이의 거친 표면에 부딪혀 만들어내는 사각임이 들려왔음. 대학생 연구과제로 무언가 달라질 세상은 아니지만, 피터가 바라는 무언가는 이뤘으면 좋겠다 싶은 맷. 그 뒤로 맷은 한참 피터랑 만나지 못 했음.
일도 마무리 되어가고, 아마 다시 대학교 캠퍼스에 올 일은 없을 것 같은데 인사도 못하고 간다 싶었음. 심장소리가 특이한 대학생, 피터 파커. 공학도라면서 늘 연필을 쓰는 것도 신기했고. 벤치에 앉아 있기 말고도 다른 할 일을 찾을 수 있었을 텐데, 맷은 피터가 있는 벤치를 발견한 뒤로 대학에 올 일이 있으면 거기에 가 있었음. 특이하다는 건 특별하다는 거지. 특별한 것에 집중하면 다른 것들이 별것 아닌 것처럼, 조용한 것처럼 여겨지니까. 캠퍼스는 자유롭지만 청춘은 시끄럽기 마련이니까.
피터가 혹시 있을까 싶어서 샌드위치나 커피를 사왔는데 번번이 없어서 포기가 가져갔음. 그렇게 마지막 날이 되었어. 가을이었고, 추워지기 전이었지. 뉴욕에 겨울을 앞둔 어느 날. 확실히 밖에서 과제할 날씨는 아니었지.
- 피터?
맷은 피터의 심장소리를 들었어. 특이한 소리니까 몇 주 안 들었다고 해서 까먹을 만한 소리는 아니었으니까 확실해. 이 날씨에 벤치에 앉아서 과제를 한다고? 심장소리만 특이한 게 아니구나 싶은 거지. 이럴 때 따뜻한 커피를 들고 있어야했는데, 맷은 빈손이었음.
그냥 벤치에서 몇 분 이야기 나눈 사이일 뿐이긴 했는데, 대학생이라는 피터의 신분이 맷에게 친근감을 불러일으킨 거지. 대학교에서 포기도 만났고, 피터도 만난 거지. 정말 대학을 아주아주 늦게 왔으면 피터에게 선배라고 불렸을지 누가 알겠어?
케인으로 바닥을 툭툭 짚으며 맷이 피터에게 다가갔어. 피터의 무릎 위에는 노트북이 놓여 있었어. 오늘은 뭘 안 쓰는 모양이야.
- 어…? 맷?
맹인이 먼저 알아보고 말을 거는 건 이상해서 피터가 알아봐주길 기대하며 천천히 다가오던 맷이 그제야 웃었어.
- 오랜만이에요, 피터. 오늘은 벤치에서 외롭게 기다리지 않아도 되겠군요.
피터 가까이에 붙어 앉은 맷. 날씨가 추우니까 벤치 표면도 엄청 차가워. 와, 어떻게 여기에 앉아서 과제를 할 생각을 하지?
- 오늘은 공학도답네요?
맷이 피터의 노트북 위에 손을 툭 올리며 말했지.
- 네, 확실히 다들 노트북으로 하는 이유를 알겠더라구요. 노트랑 연필은 좀 이상하죠?
피터가 웃었어. 하던 과제는 어떻게 되어 가냐는 맷의 질문에 피터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가, 발끝으로 땅을 몇 번 찼어.
쿵쿵. 피터가 신은 낡은 스니커즈가 바닥에 닿으며, 피터의 심장소리도 함께 아래로 떨어졌지. 마음처럼 되지 않는 모양이야. 맷은 위로할 말을 고르고 있었어.
- 주제를 바꿨어요.
- …피터가 열심히 하던 거 아니었나요?
- 네…, 그런데 역시 안 될 거 같아서요.
- 원래 상상이 많을 나이잖아요. 물론 답을 내리긴 어렵겠지만요.
- 아, 아뇨! 그런 뜻은 아니었구요! 그냥, 제가 할 일이 아닌 거 같아요. 제가 손대면 안 될 일이에요.
맷이랑 마지막으로 만난 뒤로 다시 생각을 깊이 해본 피터. 메이 숙모를 보러가서 몇 번이나 물어봤어. 그래도 괜찮을까요?
진짜로 하려는 건 아니구요. 그냥 꿈만 좀 꿔보는 건 안 될까요? 사실 메이 숙모는 무엇이든 괜찮다고 하실 거야. 네 탓이 아니라고 말할 거 아는데도 피터는 그렇지 못 했음.
피터 파커랑 엮이면 되는 일이 없어. 다시 피터 파커가 스파이더맨이라는 사실이 알려져서, 변호사님이 길가다 벽돌이라도 맞으면 어떻게 해. 그냥 같은 대학교 출신이란 이유로, 캠퍼스에서 피터 파커의 옆에 앉아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피터는 주제를 바꿨어. 그냥 우주에서 겪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우주적 존재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과 공식을 더 했지. 노트를 들고 다니면서도 다시 펼쳐볼 용기도 나지 않았어. 피터는 과제를 하는 곳을 벤치에서 어느 옥상으로 바꿨어. 스파이더맨 슈트를 입고 스파이더맨이 갔던 우주의 어느 행성 따위를 떠올렸지. 그런 커다란 사건을 떠올리면 지구에서 있었던 소동은 작아질 테니까.
추워져서야 이제 맷도 오지 않겠지 싶어서 벤치로 돌아온 피터. 그리고 맷을 만난 거야.
피터는 메이숙모를 떠올렸어. 그리고 끝내 죽이지 못했던, 노먼을 생각했지. 창문으로 던져진 벽돌도 피터를 막아 세웠어. 피터를 아는 사람에게는 불행이 찾아와. 다치고 말거야. 지켜줄 힘도 없는 주제에. 피터가 아래로 가라앉았어.
- 피터
- ...네? 네, 맷
- 아직도 갖고 있어요? 열심히 쓰던 과제말이에요
- 아... 있어요.
맷은 아무렇게 바닥에 놓인 피터의 가방에 노트가 있다는 걸 알면서 물었음. 피터의 손떼가 가장 많이 묻어 있었거든.
- 읽어봐도 될까요?
- 네?
- 어차피 발표 못할 과제인데 닳는 것도 아니잖아요. 피터가 쓰는 걸 듣는 것도 꽤 재밌었거든요.
- 재미 없으실 거예요.
- 친구를 기다리는 것보다는 낫겠죠.
맷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음. 곧 포기가 올 시간이야. 겨울이 다가오는 캠퍼스는 오래 앉을 곳이 못 되었어.
선글라스 뒤로 언뜻 보이는 맷의 눈이 피터를 흔들리게 만들었지. 피터라고 불러주는, 피터 파커를 알고 있던 변호사님. 지금 피터는 맷에게 단순히 벤치에서 만난 후배일테지만, 피터에게 맷은 스파이더맨과 피터 파커를 모두 알아주던 사람들 중 한 명이었어. 게다가 그 둘을 도우려고 해준 사람.
피터가 떨리는 손으로 노트를 꺼냈어. 맷은 장갑 한쪽을 벗고 종이의 표면을 더듬었지. 꾹꾹 눌러쓴 글씨가 어지간히 간절했던 거구나 싶기도 했어. 얼마나 눌러서, 진하게 썼는지 글씨를 더듬는 맷의 손끝에 흑연이 칠해졌지. 대부분 숫자와 수식이라 맷이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었어.
‘마법의 적용 범위?’ ‘망각의 영역’ ‘P.P/SP’
맷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들은 짧은 도막으로, 스케치처럼 쓰여 있었어. 공대생에게 어울리지 않는 마법이라는 말이 이상하게 느껴지진 했지만 그런 것에 기대고 싶을 정도로 간절할지도 모르지.
P.P는 피터 파커일테고, SP는 무엇의 약자인 모양이야.
맷은 손가락을 내리는 것으로 그 답을 알 수 있었음. 다른 것들에 비해서 연하게 쓰여진 글자였어. 아마 지우려던 모양인데 자국만은 남아 있어서 맷의 손끝에서는 숨길 수 없었지.
‘SPIDER-MAN’
피터의 심장은 낮은 소리로 울리고 있었어. 피터의 시선은 아마 맷의 손에 가 있을 테지.
처음 생각은 스파이더맨을 동경하는 걸까? 였어. 스파이더맨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여전히 그를 좋아하는 팬보이들도 남아 있을 수 있잖아. 맷의 손가락은 지워져 있는 그 단어에 머물러 있었음. 피터는 맷이 무얼 읽고 있는지 알 수 없었지. 피터 파커, 스파이더맨.
스파이더맨은 살인을 할 인물이 아니라는 생각도 덧붙여졌음. 스파이더맨을 만난 적이 있었나? 맷은 자신이 헬스 키친을 벗어난 적이 없음을 상기했어. 스파이더맨에게 도움 받은 기억도 없었지.
피터의 이름과 스파이더맨은 어감이 너무나 잘 어울렸어. 이상할 정도로.
- 피터 파커. 스파이더맨.
맷이 작게 중얼거렸어. 두근. 맷은 커다란 심장소리를 향해 고개를 향했지. 피터의 심장소리가 과하게 빨라졌어. 요즘 대학생들은 흥분이 빠르니까, 라고 생각하기에도 이상했지. 지독하게 잘 어울리는 피터 파커와 스파이더맨이 맷의 혀끝에 맴돌았어. 피터의 심장소리는 과할 정도로 빠르고 컸지.
장르랄게 없는 엉망으로 만들어진 선율. 울고 싶은 것인지 과도하게 흥분한 것인지, 그도 아니라면 분노한 것인지 알 수 없는 커다란 심장소리.
- …괜찮아요?
닫힌 노트북 위에 얹어져 있던 피터의 손등에 제 손바닥을 포개며 맷이 다정히 물었어. 노트를 읽고 있던, 장갑을 벗은 손이었어.
맷의 입에서 피터 파커와 스파이더맨이 동시에 나왔을 때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어. 혹시 노트에 정체를 적었던 걸까? 분명 스티븐이 다 지웠던 거 같은데. 혹시라도 기억이.
스파이더맨과 피터 파커를 동시에 알고 있는 사람은 없어. 애초에 피터 파커를 불러줄 사람들조차도 없으니까. 도망가, 파커.
손등을 덮고 있는 손이 너무 따뜻해서 피터는 눈가가 따가워졌어. 피터의 엉망진창으로 흐트러진 맥박이 맷의 손바닥을 간지럽혔지. 살짝 내려간 선글라스로 변호사의 눈이 보였을 때, 피터는 도망쳐야한다는 걸 알았어. 피터의 삶에 누군가가 끼어들면 안 돼.
- …수업이 있어요! 가볼게요, 변호사님!
피터 파커에게는 선택지가 많지 않았어. 그중에서 피터가 고른 것은 도망친다였지. 혹시나 변호사님이 기억이 돌아왔다면? 일말의 희망이라도 남아 있다면? 그런 생각조차도 사치임을 알고 있는 피터는 맷에게 재빨리 인사를 하고 가방을 잡아 들고 잽싸게 뛰었어.
- …요즘 대학생은 다 저런가?
추운 벤치에 홀로 남겨진 맷이 허, 하며 한숨을 뱉었어. 어린 꼬마가 뭣도 모르고 건반을 치는 것처럼 피터의 맥박은 엉망으로 뒤섞여 있었어. 심장소리처럼 달리는 건 재빠르네. 쫓아가려고 해도 힘들겠어. 맷은 슬슬 몸까지 으슬으슬 떨려서 벤치에서 일어났어.
노트는 안 가져가요? 과제로 안 낸다고 했지만, 노트에 이것저것 여러 가지를 적어둔 것 같은데.
스파이더맨의 팬보이라는 걸 들킨 게 부끄러운 것인지, 그도 아니라면 정말 피터 파커가 스파이더맨과 가까운 사이인 것인지 맷은 알아내지 못했어. 그 전에 피터가 도망쳤거든.
-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말도 못 했네
캠퍼스를 오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말 했어야 했는데. 말하기도 전에 분실물까지 습득해버리고 말았어. 볼일을 마친 포기가 이 추운 날씨에 벤치에서 기다린 거냐며 기특한 강아지를 칭찬하듯 말했지. 맷은 잠깐 미간을 찌푸렸다가 다시 입가에 미소를 둘렀어.
- 포기, 나 잠깐 들릴 곳이 있어.
- 뭐?
- 노트를 주웠거든. 주인 찾아주고 돌아갈게.
피터가 두고 간 노트를 들어 올리며 맷이 말했어. 포기는 어이가 없다는 듯 허? 하고 숨을 뱉었지만 이내 맘대로 하라며 난 추우니까 먼저 돌아가겠다고 말했지. 맷은 고개를 끄덕이고 추위로 삭막하고 조용해진 캠퍼스를 걸었어. 따뜻할 때, 볕이 좋을 때는 너나할 것 없이 밖에 나와 있던 요즘 대학생들은 모두 건물 안으로 피한 모양인지 지독히도 조용했어. 그리고 그건 맷 머독에게 좋은 일이었지. 소음이 덜하다는 거니까. 그리고 장르 없던 그 음악을 찾아내기에도 편하다는 거야.
캠퍼스가 꽤 넓긴 했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닐 거 같았어. 데어데블은 범죄자의 발소리도 쫓아 가는 걸. 요만한 대학생의 쿵쾅대는 심장 소리를 쫓는 것은 그보다 더 쉬운 일이지. 게다가 여긴 맷 머독의 모교야. 변호사가 되기 위해 고생했던 기억이 서려 있는 곳.
케인으로 바닥으로 툭툭 치며 맷은 피터를 떠올렸어. 공대생이라고 했지. 행동반경은 엇비슷할 거야. 수업이 있다는 건 거짓말이 아닌 것 같으니까 여전히 캠퍼스 어딘가에 있을 테지. 맷은 발걸음을 옮겼어. 사실 이렇게까지 돌려줄 이유는 없는데 말이야. 그냥 맷은 그러고 싶었어.
엉망인 심장 소리도 그렇고, 기억 이야기를 할 때 목소리가 딱 울 것 같았거든. 피터라고 부를 때마다 피터의 심장소리가 강렬하게 울리며 말했지. 나 너무 슬퍼요. 자기 이름을 불러줄 때 그렇게 슬퍼하는 사람이 어딨어. 맷은 피터의 심장 소리도, 그 안에 감추어진 감정에도 신경이 쓰였어. 호기심일지도 모르지. 그리고 스파이더맨과 피터 파커가 이상하게 입에 익은 이유가 궁금해졌거든. 피터가 고민하던 과제의 적용 대상이 누구인지 물어본다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 같았지. 아, 찾았다.
수업이 있다는 말이 거짓말은 아니었던 모양인지 피터는 어느 커다란 강의실의 구석진 자리에 앉아 있었어. 쿵쿵 울리는 심장 소리가 딱 피터의 것이었거든. 보통의 대학생들과는 다른 심장 소리가 강의실에 있는 다른 학생들의 웃음소리와 맥박들 사이로 아주 강하게 제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지.
강한 힘으로 펌프질을 하는 심장, 손을 움직일 때마다 몸의 근육들이 움직이는 소리들이 들렸거든. 보통 사람이면 갖고 있지 않은 소리들이었어. 그렇게 보면 피터는 특별한 장르일 거야.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장르, 강한 힘으로 엉망으로 울리는 어린아이 울음소리 같은 멜로디.
아직 수업이 시작하지 않은 강의실로 마음대로 들어간 맷은 피터의 옆자리에 앉았어. 눈치 채지 못하고 노트북을 쓰고 있던 피터는 옆자리에 맷이 앉고서야 잠깐 눈길을 주었지. 강의실에 자리도 많은데, 일부러 구석진 자리를 골랐던 건데, 옆에 누가 앉는 일이 흔치 않았거든.
피터는 잠깐 고개를 돌렸다가 자신을 향해 빙긋 웃는 변호사를 발견하고 비명을 지를 뻔했지만 겨우 삼켜냈어. 대신 피터의 심장이 소리를 질렀지. 쿵쾅거리며 빨라지는 리듬. 드럼을 마구 잡이로 두드리는 것 같았어.
- 맷…?
- 피터? 우연이네요.
맷이 놀랐다는 투로 말했음. 피터는 노트북을 덮어둘 생각도 못하고 옆자리에 앉아 있는 맷을 멍하니 쳐다봤어.
왜 변호사님이 강의실에 있어요? 우연이라는 말이면 일부러 찾아온 것도 아닐 거 같은데, 졸업하셨다고 하지 않았나요? 공대 학위가 필요하셔서 새로 다니시는 건가? 그러다가 어쩌다보니 내 옆자리에 앉은 거고? 피터, 침착해! 침착하게 묻는 거야. 뭘 물어야하지? 자리를 옮기면 이상하게 보시겠지?
피터의 머릿속이 시끄러워졌어. 호흡이 흐트러졌지. 도망갈 구석이 없어.
- 피터?
노트북에 올려져 있던 피터의 손 위로 맷의 손바닥이 덮였어. 밖에서도 따뜻하다고 생각했는데, 안에 들어와도 역시 따뜻한 손이야. 피터는 마지막으로 누군가와 이렇게 가까이 있었던 적이 있었던가 떠올렸어. 집 계약을 하거나, 친구들이 보고 싶은 마음에 갔던 카페에서 잠깐 커피를 건네받을 때나, 스파이더맨 슈트를 입고 이웃들을 도울 때는 좀 더 많았지. 이런 저런 사람들을 돕고, 여전히 살인범이라는 소문이 돌지만 그래도 스파이더맨을 아는 사람은 많으니까. 피터 파커를 스쳐지나가는 사람들보다는 많을 거야.
손등을 덮은 맷의 온기만으로도 피터는 충분하다 생각했어. 욕심내지마, 피터. 그날을 떠올려.
- 아, 아니요. 맷이 공학에 관심이 있는지 몰라서… 좀 놀라서요!
- 하하. 변호사도 가끔 공학적 지식이 필요하거든요.
- 그래서 학부생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예요?
피터의 밝은 물음에 맷은 잠깐 무슨 소리인가 싶어서 고개를 갸웃거렸어. 그리고 곧 피터가 자신이 재입학을 한 것이라고 오해하고 있음을 깨달았지. 물론, 배움에 빠르고 느림은 없다지만 변호사 사무실을 차렸는데 대학까지 다시 다니려면 너무 바쁘지 않을까요. 피터? 물론 피터는 맷이 어떤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는지 전혀 모르고(금전적인 이득을 많이 얻기에는 매우 좋지 못한, 아주 작은 변호사 사무실이라 칭하자), 그저 같은 대학을 졸업한 법학부의 어느 변호사로 생각할 테니까 그 어려움을 모를 테지만 말이야. 맷이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저었어. 아니에요, 피터. 맷이 크게 변명하기 전에 교수가 들어와 수업이 시작되었지.
- 사실 피터를 쫓아온 거예요.
맷이 피터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은 소리로 속삭였어. 피터가 깜짝 놀라서 맷을 돌아봤는데, 맷의 눈은 눈앞의 강의에 가 있었지. 사실 시선만 옮긴 거지 보이지 않아서, 결국 피터의 심장소리나 호흡을 듣고 있었어. 이러다 피터의 심장이 터지는 게 아닌가 모르겠어. 대학생을 괜히 놀리는 기분이 되어버려서 맷은 입꼬리를 당겨 미소를 지었지.
피터의 머릿속은 아까보다 더 엉망이었어. 맷이 피터 파커와 스파이더맨을 함께 불렀던 것도, 지금 맷이 피터를 쫓아 왔다는 것도 모두 꿈처럼 아득하게 느껴졌지. 혹시나 맷이 기억을 찾은 걸까 생각하며 슬쩍 눈길을 돌려봐도 색안경을 쓴 변호사님의 마음은 알 수가 없었어. 아닐 거야. 마법이 그렇게 쉽게 풀릴 리가 없지. 어떤 각오로 한 일인데. 모든 걸 다 버릴 각오로 저지른 일이야. 피터는 수업 내용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어.
- 거기 학생은 어느 과죠?
- 네??
- 학생 말고, 그 옆에 잘 차려입은 분.
수업을 하던 중 교수님이 피터 쪽을 보며 질문을 했음. 머릿속이 복잡하던 피터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그 질문이 자신의 옆에 앉은 맷을 향한 말임을 알았어. 확실히 공학부에서 정장을 잘 차려입은 학생은 보기 드물지. 게다가 맷은 대학생보다는 나이도 있잖아(피터는 이 생각을 하면서 맷에게 조금 미안해졌어). 맷도 곧 그 질문이 자신을 향한 것이라는 걸 깨닫고 눈썹을 으쓱이며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보였어. 공대생을 쫓아 들어와서, 우연히 수업이 시작하여, 청강을 하게 되었다고 변명하면 이상하게 들리려나.
맷이 그럴싸한 이유를 생각하여 말하려던 사이에 피터가 먼저 입을 열었어.
- 법학부 친구인데…, 부전공에 관심이 있다고 해서 청강 중이에요!
법학부라는 말에 교수도 고개를 끄덕였어. 그쪽은 연령이 또 다양하니까. 위기를 어떻게든 넘긴 피터는 작은 한숨을 푹 쉬며 맷을 슬쩍 바라봤어. 맷은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피터에게 “변명 고마워요.”하고 말했지. 피터는 강의 내내 맷에게 묻고 싶었어. 왜 날 쫓아왔어요? 피터 파커를 기억해요? 제가 스파이더맨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나요? 맷, 저 사실 힘들고 무서워요. 세상에는 친절하고 다정한 사람들 많은 만큼, 무서운 사람들도 많아요.
나를 향해야할 것들이 주위 사람들까지 다치게 만드는 것이 너무 두려워요. 스파이더맨은 모든 걸 망쳐버릴 테니까.
피터는 두 손은 무릎 위에 모으고 손을 꼼지락거리며 입술을 씹었어. 다 말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지. 피터 파커에게는 대화 대상이 필요했어. 스파이더맨으로 여러 이웃들에게 농담을 떠드는 것도 좋지만, 피터 파커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 하지만 동시에 이런 욕심을 내서는 안 된다는 이성이 경고를 했지. 메이 파커를 기억해. 노먼을 떠올려봐. 너 때문에 다친 친구들을 생각해. 강의시간 내내 피터의 머릿속은 다시 그날로 돌아가는 것만 같았어. 메이 파커를 잃었던 날.
이름을 부를 때마다 심장소리가 우는 것 같은 피터. 쿵쿵 울리는 소리가 아주 낮게 가라앉아 있는 것 같았어. 이런 대학생이 힘들만한 일이 무엇일까. 물론 많겠지. 여긴 사연이 많은 뉴욕이니까. 하지만 보통은 본인의 이름을 부른다고 해서 그렇게 슬프게 울지 않는단 말이야. 이름에 서글픈 사연이라도 있는 걸까. Peter. 흔하디흔한 이름인데, 이상하게 입에 익었어. 맷은 그 이름을 혀끝으로 굴려봤지. 피터 파커와 스파이더맨. 이 연결고리를 도저히 알 수 없단 말이야. 그런데 이상하게 익숙했어.
피터가 간절하게 떠올리는 기억을 잃은, 혹은 잃어가는 사람이 스파이더맨 사건에 관련된 피해자라면? 피터가 스파이더맨의 혐의와 관련이 있어서 뉴스에 오른 적이 있었나? 스파이더맨이 어떤 사건에 연관되어 있었지? 미스테리오 말고도, 스파이더맨이 있었던 사건.
- …I’m sorry, May.
피터가 두 손을 모으고 아주 작게 말했지. 정말 작은 소리여서 한숨처럼 들리는 그런 말이었어. 하지만 맷의 귓가에는 무엇보다 정확하게 들렸지. 죄송해요, 메이. May…. Peter Parker, SPIDER MAN, May… Parker. 맷은 메이 파커라는 이름을 떠올렸어. 의뢰인이었던 거 같은데. 보통 의뢰인의 이름을 까먹지 않는데, 메이 파커가 어떤 사건의 의뢰인이었는지는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지. 하지만 스파이더맨과의 연관성은 알고 있었어. 데일리 뷰글에서 얼마나 시끄럽게 떠들었는지, TV가 없는 맷의 집에서도 들릴 정도였거든.
스파이더맨이 가는 곳마다 혼란과 참사가 잇따릅니다.
메이 파커는 폭파 사건의 사망자였어. 그때 도우러 가야하나 고민했던 기억이 났지만 맷은 무엇을 도우려 했는지는 명확히 생각나지 않았어. 메이가 의뢰인이었던가? 그러면 피터는 메이의 가족이고, 스파이더맨이 벌인 일의 유가족일까. 스파이더맨이 연관 있다는 추측만 있을 뿐 그 사건은 제대로 된 결론도 내지 못하고 종결되었을 거야. 증거가 부족했다고 들었으니까. 연관된 피의자가 있었다면 포기의 연락망에 금세 닿아서, 참견하기 좋아하는 변호사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거거든. 맷은 빠르게 메이와 피터, 스파이더맨의 연결점을 머릿속으로 이었어. 피터는 스파이더맨의 팬보이가 아닐지도 모르지. 하지만 스파이더맨을 미워하는 사람도 아닐 것 같아. 이건 데어데블의 추측이었어.
메이를 생각할수록 피터는 자신이 이러면 안 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을 수 있었어. 메이처럼 또 다른 사람을 잃게 된다면 견딜 수 없을 거야. 그러니까 누구에게도 기대면 안 돼. 온전히 네 힘으로 서야해. 스파이더맨, 넌 혼자여야만 해.
그런 생각을 할수록 피터는 일어날 수 없을 것만 같았어. 혼자니까 더 강인해져야하는데 눈가가 시큰거렸지. 강의도 무엇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어. 맷이 피터 파커를 기억하는지, 변호해주었던 그 날을, 벽돌을 재빠르게 잡아주었던 그 순간을 기억하느냐고 묻고 싶었어. 그게 아니라면 왜 나를 쫓아왔어요? 피터 파커가 무엇이 특별하다고, 이렇게 관심을 주는 걸까. 피터는 두 손을 맞잡고 호흡을 고르기 위해 애썼어. 얼른 강의가 끝나서 도망치고 싶을 뿐이었지. 조금만 더 있다가는 맷에게 무엇이든 술술 불어버릴 것만 같았거든.
- 괜찮아, 피터.
맷의 손이 피터의 허벅다리 위에 닿았어. 가볍게 손바닥으로 허벅지를 툭툭 두드려준 맷이 피터를 슬쩍 돌아보며 말했어. 무엇이? 피터는 맷이 피터에 대해서 무엇을 알고 있는지 묻고 싶었어. 그냥 같은 대학을 다니는 후배가 아니라, 진짜 피터 파커를 알고 있냐고 옷자락을 꽉 붙잡고 애원하고 싶었지. 날 기억해줘요. 욕심을 내면 안 된다고 생각할수록 맷이 다가와. 피터는 자꾸만 흔들렸어. 그래서 과제도 주제를 바꿨는데, 맷이 자꾸만 피터의 의지를 시험하는 것만 같았어. 메이 숙모, 저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피터와 맷은 서로에게 집중한 채로 수업이 끝난 줄도 모르고 말없이 앉아 있었어. 맷은 메이 파커와 피터 파커의 연관성을, 피터의 바닥까지 떨어진 심장소리가 아프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피터는 자꾸만 먼저 말을 걸어오고 다가오는 맷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을, 솔직하게 말하고 싶은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애써야했거든. 학생들이 모두 나가고 강의실이 조용해지고서야 피터가 주위를 둘러봤어.
…수업 하나를 제대로 집중도 못하고 날려버렸네.
- 맷, 역시 공학 이야기는 재미없죠?
피터가 가벼운 농담조로 말했어. 심장소리는 전혀 웃고 있지 않은데 말이야. 맷은 천천히 눈을 깜빡이다가 긴 숨을 뱉고 웃었어.
- 사실 피터에게 노트 돌려주러 찾았던 거예요.
맷이 품에 숨기고 있던 노트를 꺼내어 책상 위에 올렸어. 피터는 그제야 자신이 노트를 돌려받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어.
- 아, 죄송해요! 제가 이걸 잊고 가버렸네요!
피터가 책상에 올려진 노트에 손을 뻗는데 맷이 냉큼 노트를 반대 손으로 잡고 들어버렸어. 피터의 손이 뻗은 게 무색하게 말이야. 피터는 맷의 손에 들려 있는 자신의 노트를, 그러니까 욕심쟁이의 바람이 들어있던 노트를 올려다보다가 다시 맷의 얼굴을 쳐다봤지. 맷이 자신과 뭘 하려는지 예상도 할 수가 없었어. 장난치시는 건가.
- 피터, 우리 좀 걸을까요?
- 네?
- 피터에게 묻고 싶은 게 있어요. 카페로 가도 좋고요.
결국 캠퍼스를 걷기로 했어. 추운 날씨인데도 말이야. 어쩔 수 없었어. 피터는 지금 위기였거든. 지금 따뜻한 카페에 가서 포근한 마음으로 변호사님과 마주 앉으면 묻는 게 무엇이든 술술 벌어버리고 말거야. 그게 변호사님을 다치게 한다고 해도. 차라리 차가운 바람을 쐬면서, 칼날 같은 바람이 뺨을 긁고 지나가면 마음이 냉정해질 수 있을 거 같았어. 피터 파커의 나약한 마음을 다잡아야해. 피터는 오른손으로 왼쪽 가슴 위의 옷자락을 꽉 잡으며 스스로에게 말했어. 냉정해져, 피터. 기대고 싶어 하지 마. 변호사님이 다칠 거야. 피터 파커와 함께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추운 날씨 때문에 붉어진 맷의 코끝과 뺨을 보며 피터는 맷의 말대로 카페를 가야했나 잠깐 후회했어. 변호사님이 추워 보이잖아. 미안해지는 마음을 애써 외면하며 피터는 발끝을 보며 걸었어. 피터의 낡은 스니커즈 옆으로 맷의 케인 끝이 톡톡 땅을 두드리고 있었지.
- 이렇게 대학교 캠퍼스를 걷는 것도 오랜만이네요.
- 자주 오지 않으셨어요?
- 그때마다 벤치에 앉아 있었잖아요. 피터 옆에서.
맷이 까먹었냐는 듯 말했지. 피터는 아, 하고 소리를 냈다가 고개를 끄덕였어. 벤치에서 과제를 할 때마다 맷이랑 마주쳤던 게 늘 맷이 캠퍼스에 올 때마다 벤치에 왔기 때문이구나. 그러고 보면 처음부터 맷이 피터를 찾아주었다는 생각이 들었어. 기억하든 못하든. 초코바를 준 것도 그렇고 말이야. 정의로운 변호사님이니까 주변에 관심이 많은 거겠지.
- 사실 오늘이 대학교 오는 마지막 날이거든요. 하던 일이 끝나서요.
- 아…, 이젠 맷이랑 못 만나겠네요.
- 그래서 궁금했어요. 무슨 과제이기에 그렇게 열심히 하나…, 진짜 주위에 기억이라도 잃은 사람이 있나 싶을 정도로 열심히 적었잖아요. 피터, 물어봐도 돼요? 아, 싫으면 싫다고 해도 돼요. 그런 권리는 보장해야죠, 변호사로서.
피터의 심장소리가 다시 쿵쾅거리며 울렸어. 사실 이런 건 천천히 물어봐야하는 건데, 맷 머독의 성질이 느긋하지 못한 탓이지. 맷은 피터에게 메이 파커의 이야기를 하게 된다면 어떨까 고민했어. 더 아프게 할 생각은 없지만, 피터 파커와 스파이더맨의 관계,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메이 파커의 죽음이 이상했거든. 변호사는 탐정이 아니지만, 스파이더맨이 연관되어 있다면 데어데블이 도움이 될지 누가 알겠어. 맷이 오지 않아도 피터는 계속 노트를 품에 담고 살 테니까. 대학생의 가슴 아픈 고민 정도는 해결해줄 수 있으면 좋잖아. 맷은 애써 자신의 호기심을 포장했어. 호기심인지 기시감인지 알 수 없는 그것. 피터와 벤치에 나란히 앉기 전부터 이 대학생을 알고 있었던 것만 같은 그런 기분 말이야. 스파이더맨과 피터 파커의 이름이 유달리 입에 익은 것처럼.
피터는 잠시 말이 없었어. 쿵쾅거리며 엇박으로 울리는 피터의 심장소리가 그 속마음을 대변해주고 있었지. 망설임. 고민. 두려움. 여러 가지 감정들이 뒤섞인 특이한 피터 파커의 음악. 그 음악에 이름을 붙여준다면 무엇이 될까.
-제 생각을 말할게요, 피터. 어디까지나 추측한 거예요.
입술을 혀로 축이며 맷이 말을 이었어.
- 당신은 스파이더맨이 연관되어 있던 폭파 사고로 어머니, 혹은 가까운 친척이던 메이 파커를 잃었어요.
피터의 호흡이 빨라졌어. 맥박도 빠르게 올랐지.
- 그 사고는 제대로 밝혀진 게 없죠. 그 뒤에 스파이더맨에게 죄를 물어야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증거가 부족했고요. 하지만 피터 파커…, 피터는 스파이더맨이 범인이 아니라고 알고 있는 거죠. 그 폭발사고에 관련된 기억을 누가 잊기라도 했을까…, 여기까지가 내 추측이에요.
주먹을 꽉 쥔 손에 강한 힘이 들어간 게 느껴졌어. 하지만 그 주먹이 맷을 향한 것은 아닌 것 같았지. 그저 꽉 쥔 채로 감정을 꾹꾹 눌러 담는 것 같았어. 피터의 나이가 신체로 보았을 때 고작 열여덟에서 열아홉으로 보이는데, 이런 나이에 감정을 누르며 산다는 게 이상할 정도야. 피터의 심장은 솔직한데 그 솔직함이 밖으로 나오지는 못하는 것 같았지.
‘스파이더맨이 범인이 아니라고 알고 있다.’ 피터는 맷의 말에 진정을 할 수 없었어. 스파이더맨이 아니라면 누가 범인이겠어. 물론 폭탄을 던진 것은 노먼이었지만, 그렇게 된 과정에는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가 얽혀 있었으니까. 피터는 묻고 싶었어. 내가 아니라면 누가 메이를 죽게 만든 거죠? 저는 누구를 원망해야 해요? 스파이더맨이 망친 것이 아니라면 누가 그런 거예요?
- 조심해요!
탁.
멀리서 날아오던 공이 피터의 눈앞에서 멈췄어. 분명 피터 팅글의 경고를 듣고 손을 뻗었는데, 피터의 손에는 공이 없었지. 공을 쥐고 있던 것은 맷이었어. 맷이 들고 있던 케인은 어느새 던져져 있었지. 야구공. 피터는 맷에게서 공을 받아들고 날아왔던 곳을 쳐다봤어. 캐치볼을 하던 대학생들이 공을 잘못 던진 모양인지 미안하다며 달려오고 있었지. 피터는 공을 다시 가볍게 그쪽으로 던져주고 다시 맷을 쳐다봤어. 창문을 깨고 벽돌이 돌아왔을 때도 맷이 막아줬었지.
- 어떻게 하신 거예요?
- 난 유능한 변호사니까.
맷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어. 그날처럼 맷이 스파이더맨에 대한 일도, 피터 파커에 관한 일도 해결해주었으면 좋겠다하는 생각이 들었지. 피터 파커는 지쳤어. 이야기를 쏟아놓고 묻고 싶었어. 정말 스파이더맨이 모든 것을 망쳤나요? 내가 존재해서 주위 사람들이 다친 걸까요? 전 이대로 평생 혼자 견뎌야하나요?
눈을 꽉 감았다 뜨며 피터는 길게 숨을 들이마셨어.
- 변호사님은 스파이더맨이 그랬다고 생각하세요?
긍정도 부정도 아닌 물음으로 피터가 대답했어. 맷은 메이 파커에 대한 추측이 맞았음을 예상할 수 있었지. 메이 파커는 피터와 가까운 가족이었고, 폭파 사고로 사망했어. 그리고 맷 머독이 어떤 연유로 알고 있던 의뢰인이었을지도 모르지. 그 날 맷은 메이 파커의 사고 소식을 들었고, 스파이더맨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도우러 가야한다고 생각했어. 무엇을? 변호사 맷 머독이 도와야할 일이 무엇이 있었지.
스파이더맨이 그랬을까? 맷은 마주한 적도 없는, 그저 이름으로 알고 있던 자경단 동료일 스파이더맨을 떠올렸지. 그의 나이도 어떤 사람인지도 아는 것 하나 없었어. 그런데 이상하게 그를 옹호해주고 싶었지. 그것은 데어데블 본인에 대한 변명일까. 맷은 어떤 대답이 피터에게 도움이 될지 골라야했어. 피터는 피해자 유가족이지. 하지만, 이상하게 스파이더맨을 미워하지 않을 것 같았어.
- 전 스파이더맨이 그랬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른 진범이 있었을지도 모르죠. 막지 못한 사고일수도 있겠군요. 모든 영웅이 모든 시민을 구해내는 영화 같은 일은 현실에서 좀처럼 일어나기 어려워요, 피터.
맷은 입술을 혀로 적시고, 피터의 호흡을 읽었지. 오히려 차분해진 호흡.
- 우리도 실수를 하니까요. 중요한 건 다시는 그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는 거겠죠.
슈퍼히어로가 모두를 구해내는 해피엔딩만이 존재하는 영화 속 장면은 일어날 수 없어. 피터는 어릴 적 보았던 수많은 영화들을 떠올렸어. 결국 모두를 구하고 웃는, 그런 해피엔딩이 존재하는 영웅들의 이야기 말이야. 스파이더맨은 그런 엔딩을 결코 볼 수 없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생각은 없어.
피터의 발이 멈춰 있던 사이에 맷이 앞으로 걸어갔어. 피터는 맷의 등만을 볼 수 있었지.
- 볼 수 있던 마지막 날인데 자꾸 물어서 미안했어요, 피터.
맷이 앞으로 천천히 걸어가며 손을 흔들었지. 맷이 들고 있던 케인은 아래에 떨어진 채였어. 맷은 지팡이 없이 앞으로 잘 걷고 있었어. 그 모습이 어쩐지 이상하면서도 꿈같아서, 현실감이 사라졌지. 스파이더맨의 편을 들어준 변호사님. 혹시 피터 파커의 편이 되어줄 생각은 없나요. 실수를 할 때마다 별거 아니라고 말해줄 수 없나요. 피터가 차마 발을 움직이지 못하고 맷의 등을 바라봤어.
Go, Peter.
차마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데 누군가의 목소리가 피터의 등을 떠미는 것 같았어. 피터는 그제야 제 발을 앞으로 뻗을 수 있었지. 숨 한 번 고르지 않고 빠르게 맷에게 달려간 피터는 처음으로 변호사의 옷자락을 쥐었어. 손목이나 다른 곳을 쥐면 맷이 다칠 것만 같아서, 겨우 잡은 게 재킷이었어.
- Mr. Murdock…, 제 이야기 들어주실래요?
맷은 재킷을 잡은 피터의 손이 떨리고 있다는 걸 알았어. 겁에 질린 사람처럼 떨리는 손, 울 것 같은 목소리, 하지만 심장은 맷이 피터를 벤치에서 만난 그 어느 날보다도 강하고 우직하게 울렸지. 뒤죽박죽으로 흩어진 음들이 드디어 하나가 되어 울렸어. 건반을 힘주어 누르는 소리, 펌프질을 통해 뜨거운 피가 피터의 몸 곳곳으로 돌고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하고 있었어. 피터가 용기를 낸 순간이겠지. 맷은 거절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어. 이상하게 피터에게 기우는 마음이 그랬거든. 지금 거절하면 넌 평생 후회할 거라고. 결국 맷은 고개를 끄덕였지.
- 어디 따뜻한 카페라도 갈까요, 피터?
추위에 붉어진 코가 된 맷이 웃으며 물었지. 피터의 팔을 슬며시 쥐었어. 앞으로 들을 상식을 뛰어넘는 이야기를 모르는 맷은 그저 피터와 스파이더맨의 연결고리를 떠올릴 뿐이었지. 거기에 닥터스트레인지이니, 다른 차원이니 하는 이야기들을 엮는 것에는 조금 긴 시간이 필요했어.
맷에게 팔 한 쪽을 내어주고 걸으며 피터는 처음으로 편안히 웃었어. 피터. 그 이름을 누군가가 불러주는 게 이렇게 따뜻할 일일까. 피터, 일어나. 피터, 학교 가야지. 피터, 네 잘못이 아니야.
그 날 이후로 처음, 피터는 누군가와 함께 길을 걸었어.
메이 숙모, 피터 파커는 이제 외롭지 않을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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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 힘이 사라진 피터
🕶x🕷
2025. 1. 13. 20:53
근력을 제외한 거미 능력이 사라져서, 맷네 집에 요양하는 피터 보고싶다....
피터에게 놓여진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어벤저스 타워에 남아 요양하며 각종 검사를 받는 것과 핑계를 대고 빠져나가는 것, 둘중 하나를 고르라면 당연히 후자다. 건강검진은 늘 정기적으로 받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은 당연히 알고 있다만 피터의 경우에는 다르다. 그래서 피터는 거짓말을 했다.
맷에게 가 있으려고요.
의심이 가득한, 언제든지 다시 친절한 이웃 일을 하기 위해 제 몸을 타오르는 불길 속에 넣을 것이라 단정하는 눈빛이 조금 누그러 들었다. 데어데블은 대체로 헬스키친 안에서 활동하니까. 스파이더맨이 그 옆에 붙으면 해봤자 동네 사건 정도 해결할테지.
왜 하필이면 맷이었을까. 물론 연인이고, 자주 맷의 집에서 잠을 자거나 밥을 먹거나 휴식을 취했지만 이런 거짓말에 맷을 엮어서는 안 되었다. 사실은 맷 머독도 같은 자경단원이라는, 특히나 길거리를 오가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그 마음을 아주 조금을 이해해줄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지.
상냥함을 넘어서는 감시에 밀려 피터는 맷의 집에 갔다. 이대로 집으로 돌아갔다가는 캡틴아메리카든 아이언맨이 피터 파커의 좁디 좁은 월세방에 찾아왔다는 이웃들의 감탄사를 들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이 모임에 가입도 안했을 거야. 피터는 툴툴거리며 현관문에 노크를 했다.
빨리 왔네.
문을 열어주며 맷이 말했다.
누가 감시를 할 거 같아서요. 전화 받았죠?
피터의 말에 맷은 고개를 끄덕이며 가벼운 짐가방을 넘겨 받았다. 힘은 여전히 강한데 환자 취급하기는. 피터는 툴툴거리면서도 가방을 넘겨주고, 빠르게 창가로 가 하늘을 살폈다.
따라온 감시는 없죠?
가만히 누워 있는 건 질색이에요. 그리고 거기 있으면 얼마나 검사를 해대는 줄 알아요? 내가 사람인지 거미인지까지 알아낼 기세라니까요. 전 알고 싶지도 않거든요. 약해진 건.. 시간이 해결해주겠죠. 그러니까 맷! 혹시나 토니가 전화오면 말해줘요. 스파이더맨은 잘 있다고.
짐가방에 든 것들도 필요 없는 것들이었다. 스파이더맨 코스튬만 잘 챙겨 돌아가면 되는 일이다. 피터는 맷이 당연히 자신의 거짓말에 협조해줄 것이라 믿었다. 길거리 자경단으로 공유하는 것들, 연인으로의 믿음 따위들이 있으니까. 변호사니까 더 나은 말로 그들의 걱정을 막아줄 것이라고.
잠깐 쉴거라고 말해뒀어.
짐가방에 무엇하나 피터의 물건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린 맷은 현관으로 향하는 길목에 섰다. 도주로를 막아버렸지만 아직 상황 파악을 못한 피터는 맷이 왜, 무엇을 쉰다는 것인지 눈치채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변호사 일이요? 맷, 아파요?
자연스럽게 걱정을 하며 다가온 피터를 안아주며 맷은 피터의 상처를 살폈다. 겉은 멀쩡했지만 아직 내상이 남아 있었다. 평소라면 빠르게 움직여 상처를 회복했을 피터의 세포들은 이제야 일반적인 감각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는지 아주 느리게 움직였다. 스파이더맨은 정말로 쉬어야한다.
아, 맷은 내 거짓말에 협조할 생각이 없구나. 뒤늦게 그 사실을 알아차린 피터는 현관을 보았지만 몸은 맷에게 들려 침대로 향하고 있었다. 웹슈터를 타워에 두고 오고 말았다. 힘으로 맷을 때릴 수도 없는 일이었다. 거짓말에 협조해주지 않은 연인을 때리고 도망친 스파이더맨, 이상하잖아.
저 정말 괜찮거든요. 피터의 변명을 무시하며 침대에 눕혀 이불로 온몸을 돌돌 감아버린 맷은 솜덩어리 에벌레가 되어버린 피터의 옆에 누웠다. 세상에 내 편은 없어. 맷도 한패라니 실망이에요. 이불에 감겨 투정을 부리던 피터는 마주한 맷의 얼굴을 보고서야 입을 다물었다.
걱정시켜서 미안해요.
차라리 타워에 있을 걸. 피터는 후회했다. 초감각이 있는 사람에게 감시당하는 것보다는, 요양하는 체를 하며 슬쩍 카메라와 첨단 감시를 피해 나가는 게 더 나은 선택지였다. 연인에게 나 아파요, 하며 찾아와서는 안 아프다고 변명해달라고 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었음을 피터는 스스로 인정했다.
나 때문에 데어데블을 못하면 안 되잖아요.
우유에 불어터진 시리얼을 숟가락으로 휘저으며 피터가 투정처럼 진심을 담아 걱정하면 맷은 자신의 귀를 툭툭 두드릴 뿐이었다. 난 귀가 좋아, 피터.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나갈 테니 괜찮다는 맷의 말에 피터는 결국 포기를 했다. 그래, 여긴 천국이야.
뛰쳐나가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다. 맷도 피터도 성미가 그랬다. 천국 같은 감옥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었고, 연인이라는 이름으로 감시 중이던 맷은 몇 번이나 사라졌다. 그렇게 보면 데어데블도 좋은 감시역은 아닌데도 이상하게 믿어주는 눈치라 피터는 기분이 상하기도 했으나 티는 내지 않았다. 나이가 주는 뭐 그런 신뢰감 같은 건가. 나도 적게 먹은 편은 아니라 생각하던 피터는 결국 내가 나이를 먹으면 그 인간들도 나이를 먹고, 맷도 나이를 먹는다는 지극히 당연한 상식을 떠올렸다. 몸관리 하나 제대로 못하는 어린애 취급 받는 것도 그러려니 해야한다는 것이다.
예전이었으면 애취급이냐 화냈을 텐데 나이를 먹은 파커는 입을 닫을 줄 알았다. 가끔은 이런 취급이 나쁘지 않다는 걸 알았다. 피터도 때로 자기보다 나이 어린 히어로들을 열다섯의 자신을 떠올리며 기특하게 보기도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 천국 같은 감옥에서 교도관이 사라졌을 때가 기회인 줄 알면서도 침대와 부엌, 소파 위만 오갔다. 가끔 창밖을 보면서 지나가는 행인들도 구경하면서 그렇게 맷을 기다렸다. 내가 어쩌다 맷이랑 연애라는 걸 해서, 투정 섞인 투로 혼잣말을 하고 있다가 혹시나 싶어 벽을 짚었다. 스파이더맨의 전매특허인 벽 타기를 까먹은 것처럼 손바닥도 발바닥도 미끄러졌다. 오히려 감사해야하는데 이게 왜 이렇게 억울하고 슬픈지 몰라서 피터는 미끄러진 그대로 바닥에 한참을 누워 있다가 다시 일어나 몸에 묻은 먼지를 털었다. 웹슈터라도 다시 찾아오면 덜 서글플 거 같은데.
피터는 타워로 무단침입하고 싶은 욕구를 누르며 소파에 누웠다가 침대로 다시가 누웠다가 맷이 쓰던 베개에 괜히 얼굴을 박았다. 그러다가 코스튬을 입은 맷이 창문으로든 어디로든 들어오면 피터는 얌전히 있었다는 티를 내며 착한 강아지 마냥 꼬리를 흔드는 대신 두 팔을 벌렸다.
안아줘요, 맷.
코스튬도 안 벗은 사람에게 포옹을 요구하는 게 맞는 일인가 하면 피터는 잘 모르겠다고 답할 것이다. 어쨌거나 맷도 피터도 정상적인 사고라는 것을 이미 오래 전에 잃어버린 뒤여서 서로 코스튬을 입고 팀업도 하고 밥도 먹고 포옹도 하고 그러며 연애라는 것을 시작하였으니, 집에 기다리던 값으로 안아달라는 요구는 간단하지 않냐는 게 피터의 태도였다. 팔을 벌리고 있는 꼴을 보이지 않는다는 듯-안보이는 건 맞지만- 잠깐 쳐다보던 맷은 피터가 팔을 내릴 즈음이 되어서야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다가왔다. 피터는 그제야 맷이 왜 자신을 벌을 받는 사람마냥 두 팔을 벌리고 세워두었는지 깨달았다. 평범함이란 게 사라진 인생이란 그런 법이다. 잠옷 삼아서 입고 있던 맷의 회색빛 셔츠에 붉은 물이 들어서 피터는 배에서 느껴지는 축축함과 그제야 코끝에 닿은 혈향에 미간을 찌푸렸다.
감시역으로 데어데블은 정말 아니지 않아?
이번에는 피터가 맷을 안아들었다. 괜찮다는 말에도 무시하고 소파까지 데려가 눕혀놓고 눈 감고도 찾을 수 있는 자리에 있는 구급함을 찾아냈다. 붕대나 바늘, 실, 소독약 따위가 담겨 있는 상자에서 필요한 것을 빠르게 골라내는 것은 쉬운 일이다. 상처가 깊은지 얕은지 확인하고 소독을 했다.
사귀면서 익숙해지는 게 키스나 포옹, 잠자리 따위가 아니라 실과 바늘이라는 게 더 재밌는 거 같다며 농담이나 치면서 피터는 상처를 봉합했다. 깊진 않으니까 관리만 잘하면 아물 것이고, 어쨌거나 오늘도 포옹하고 하기는 글렀다 생각하며 피터는 맷을 소파에 눕혀둔 채로 바닥에 앉았다.
내가 아니라 맷이 검사를 해봐야하는 거 아니에요?
붉게 물든 옷을 보며 피터가 한숨쉬듯 말했다. 피터 넌 신뢰감이 부족하거든. 이참에 강습이라도 받던지. 소파에 누워 있던 맷이 몸을 일으키며 답했다. 장갑낀 손이 머리칼에 닿아서 피터는 그냥 얌전히 순한 짐승마냥 쓰다듬을 받았다.
이번에는 피터가 맷을 이불로 감아두고 껴안고 있었다. 그러고 누워 있으니 억울함이라는 게 차올라서 문뜩 이대로 뛰쳐나갈까 생각할 즈음에는 잠에서 깬 맷이 경고하듯 이름을 불렀다. 다쳐오는 쪽은 맷인데도 감시역이라는 역할은 변치 않는 게 이상할 따름이었다.
내일은 진짜 쉴래요? 우리 둘다.
천국 같은 감옥, 감옥 같은 게 아니라 천국 같지만 결국 감옥이라 부르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피터 파커는 사랑에 약했다. 맷은 어떠할지 몰라도 피터 벤자민 파커는 사람들을 구하고 다쳐굴러도 집에 돌아와 사랑을 온몸으로 느껴야 하는 사람이었다.
일반적인 사고방식을 아득히 뛰어넘은 피터의 삶을 유지해주는 것은 그런 것들이었다. 포옹하고 같이 밥을 먹고 그런 단순한 것들, 그게 피터 파커가 스스로 만든 감옥이었다. 나갈 수 있는데도 못나가는 것은 그 뒤에 벌어질 일 때문이다. 내가 맷을 사랑하지만 않았어도 휙 나가버렸을 텐데, 하고 속으로 투덜거리며 피터는 차마 밖으로 못나갔다. 그러니까 어쩌겠는가 맷에게 같이 감옥생활 좀 할래요 권유할 수 밖에 없다.
우리 둘다 사고뭉치니까 같이 수감생활 좀 하자고요.
피터의 당돌한 권유에 맷은 웃음을 터뜨렸다가 꿰맨 자리가 아팠는지 인상을 썼다가 다시 비뚜름하게 미소를 지었다.
환자는 너야, 피터. 난 멀쩡하거든.
배에 칼자국 난 사람치고 너무 당당해서 피터는 어이가 없어 입을 벌리고 있다가 이불에서 톡 튀어나온 맷의 얼굴만 잡고 입가에 도장을 찍었다. 그래요, 환자한테 잡혀서 어디 한 번 도망쳐보시던가요.
감옥 생활의 문제점은 그거다. 어쨌거나 두 사람의 양식은 스스로 해결해야했다. 배달로 해결하는 것도 슬슬 지겨워져서 피터는 피 묻은 붕대를 갈고 있는 맷에게 장이나 보러가자며 외출을 제안했다. 그러니까 저 혼자는 아니잖아요. 사실 그냥 바깥 공기가 필요해서 그런 것도 있었다. 천국 같은 감옥은 결국 감옥이고, 어벤저스 타워에 비하면 작고 뭐든 자동으로 주어지는 게 아니어서 피터는 바깥 공기가 필요했다. 스파이더맨을 쉬라는 거지 장도 보지 말고 평생 누워 있으란 뜻은 아닐 테니 피터는 장난스럽게 물었다.
같이 갈래요? 싫으면 혼자 가죠 뭐.
우유에 버터에 고기도 사야하고, 성인 남성 두 명이 일주일을 버틸 분량의 먹거리를 샀더니 두 팔이 가득했다. 맷의 배에 여전히 아물지 않은 상처를 떠올리며 피터가 장본 것들을 두 팔로 안아 들었다. 힘이 그대로라 참 다행인 점이죠. 피터가 냉큼 말했더니 맷은 보란듯이 한숨만 쉬고 계산을 했다.
며칠만에 바깥에 나와서 피터는 기분이 좋았다. 매일 저 하늘 아래를 마음껏 웹스윙하던 시절이 아득히 오래된 기분이었다. 손목은 여전히 허전했지만 일단 밖에 나온 것만으로도 숨이 트였다. 앞으로 맷의 집에서 며칠이나 버틸 수 있을까 피터는 제 인내심을 테스트하는 기분이었다 동시에 맷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것이기도 했다. 뛰쳐나가는 게 본능인 사람 둘이서 감옥생활을 얼마나 잘하겠는가. 피터는 맷이 뛰쳐나가면 힘으로 붙잡을 것이고, 피터가 나갈라치면 맷이 쳐다만 봐도 발목이 잡힐 것이다. 이럴거면 그냥 내 거짓말에 동참해주질 그랬어요.
돌아가서는 피터가 요리라는 것을 했다. 네가 요리도 할 줄 알았느냐는 맷의 말에 피터는 한소리를 내뱉으려다가 생각해보면 사귀는 사이인데 요리하는 꼴을 보인 적이 없다는 걸 깨닫고 제가 사랑받는 이유가 있다니까요 하며 가벼운 농담으로 넘겼다.
기가막힌 요리는 못해도 적당히 그럴 듯한 요리 정도는 할 줄 알았다. 그 이상을 해보려면 시간과 인내심이 있어야했는데 피터 파커의 인생사는 요리에 그렇게 많은 시간을 투자할 틈을 주지 않아서 그냥 가끔 이벤트처럼 해주는 정도의 요리실력에 머물러 있었다.
맷은 얌전히 있어봐요, 제가 모처럼 실력 좀 보여줄 테니까.
소파에 집주인을 앉혀두고 피터는 모처럼 칼을 쥐었다. 이것 참 새로운 이벤트이긴 했다. 맷의 집에서 내가 요리를 하고 있네. 분명 사귄지는 꽤 되지 않았던가 생각하다가 매일 밖에서 만나고, 맷의 집에서 만나서 잠이나 자다가 밖에서 사먹는 게 일상이었구나 싶어서 피터는 잠깐 마음이 풀렸다. 그런 방심이 늘 사고를 부른다. 아픈 채도 안내려고 입술을 꾹 물었는데 감각이 예민한 맷은 한숨을 푹 쉬며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구급함을 다시 열고 있어서 피터는 칼을 놓고 손가락을 내밀 수 밖에 없었다.
평소면 금방 아물 정도의 상처는 피가 조금 배어나올 뿐 그대로 였다. 벽타기 능력만 사라진 게 아니라는 허탈함에 피터는 손가락에 난 상처를 멍청히 쳐다보다가 다시 맷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래도 맷을 붙잡을 힘은 있어서 다행이네요. 농담하는 사이에 맷은 반창고를 찾다가 포기했다. 간단한 상처에 붙일 반창고를 사는 걸 까먹은 탓이었다. 붕대든 봉합할 의료용 실과 바늘이나 테이프는 많으면서 반창고 하나가 없었다. 이 상황이 맷도 피터도 서로 어이가 없어서 그저 멍하니 피가 나는 손가락을 쳐다보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지금 뭘 찾은 거죠,우리?
피터가 소리나게 웃으며 엎어져 있으려는데 맷의 손은 피터의 손가락을 꽉 붙들고 놓아주질 않았다. 반창고도 없는데 이 작은 상처에 뭐 붕대라도 감을 생각이냐 묻던 피터는 제 상처에 닿은 말랑한 혀끝에 입을 벌렸다.
나 요리 중이거든요?
이따가 계속하면 되지.
맷 배에 칼자국도 있잖아요.
참아볼게.
맷이 어깨를 으쓱여서 그게 뭐 침대에 가겠다는 욕구를 참는다는 줄 알았다. 그래 그게 칼자국에서 피가 다시 터져나오는 걸 참겠다는 뜻인 줄은 눕혀지고야 알았다. 이런 일이야 자주 있긴했지만 낫지 않는 상처에 어디가 하고 싶다로 이어지는지 피터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 여긴 허울 좋은 감옥이다. 매튜가 생각했다. 두 블럭이 지나면 있는 거리에, 누구도 없는 빈 가게를 털기 위해 범죄자가 모여 있다. 족쇄를 대신하고 있는 피터는 곯아떨어져 있지만 여전히 힘은 넘치는지 놓아줄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피터를 깨울까. 잠깐 다녀올테니 이것 좀 풀어보라할까.
붙잡을 힘은 남아 있어 다행이라던 피터는 맷의 허리를 두팔로 감고 일어날 생각이 없었다. 피터를 깨우려다가, 이 팔 좀 치워보라고, 다녀오겠다고 말하려던 맷은 여전히 낫지 않은 피터의 작디 작은 상처를 떠올렸다. 그리고 그것보다 깊고 큰 제 배에 남은 상처도. 손이 닿는 곳에 휴대전화가 있다.
잠깐의 고민, 찰나의 시간이 아득하게 느껴졌다. 그 사이에 사이렌 소리가 울리고, 사람들이 흩어지고, 몇몇은 경찰에게 체포가 되었다. 맷..? 감고 있던 팔이, 수갑이 풀리고 잠에 젖은 소리로 피터가 맷을 불렀다. 무슨 일 있어요? 밤에 깊이 잠들지 못하는 버릇이란 게 그랬다. 지독한 불안증.
밤이 되면 더 예민해졌다. 뛰쳐나가는 게 일상이고, 지금처럼 평화롭게 누워 잠이나 퍼질러자는 것이 비일상적인 행위다. 피터의 팔이 느슨해지고, 언제든 빠져나갈 틈을 주었다. 뛰쳐나간대도 막진 않을게요. 밤이 되면 지독하게 불안하다. 그것은 피터도 마찬가지여서 맷에게 틈을 주었다. 피터 파커는 좋은 교도관이 못 된다.
한바퀴 돌고 오는 동안 얌전히 있을게요.
잠에 젖은 목소리였다.
대신 여기 터져오면 그땐 어벤저스를 불러버릴 거예요.
붕대가 둘둘 감긴 배 위에 손을 올린 피터가 장난스럽게 웃었다. 사이렌 소리가 멀어진다.
작은 동네 일은 관심 없을 걸.
흠, 그건 그러네요.
됐어, 경찰이 해결했어.
다시 슬금슬금 품으로 들어오는 맷이 말했다.
어차피 그러고 또 나갈 거면서.
피터는 맷이 다가온 만큼 몸을 뒤로 물렸다. 침대 끄트머리도 꽤 안정감이 있었는데, 사라진 균형감각 때문인지 몸이 기우뚱 기울었다. 아야. 결국 침대에서 툭 떨어진 몸이 바닥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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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명써서 슬펐던 피터
🕶x🕷
2025. 1. 13. 20:06
- ASM(1999) #587
맷한테 괜히 업어 달라고해서 업혀가는 피터가 보고 싶네.. 살인 누명쓴 스파이더맨의 재판이 무죄로 마무리되고, 며칠 내내 입고 있던 슈트는 넣어두고 피터 파커로 법원 빠져나가는 피터. 익숙하게 언론사랑 인터뷰 중인 맷 발견하고 '맷 덕분에 잘 끝났네….'싶다가 갑자기 서러워지면 좋겠음.
사람구하다가 살인누명까지 써야해? 싶어 서러워진 피터가 법원 계단에 웅크려 앉는 것이다. 눈물이 막 나고 그러지는 않은데 수감되어 있던 생각하니 코끝이 찡해져서 무릎에 얼굴 박고 있는 피터. 눈에 띌 것 같았지만 스파이더맨 재판 등으로 사람이 많아서 계단 구석은 생각보다 좋은 자리였음
어디서든 잘 주저앉을 수 있는게 피터의 장점이지. 계단에서 웅크려 앉아 인생의 회의감을 잔뜩 느끼고 있는 것이다. 스파이더맨을 계속 해야할까? 맷이 도우러 안왔으면 마스크가 벗겨질 위기였어. 며칠을 수감되어 있었어. 난 도망갈 수 있었는데.. 무릎에 얼굴을 묻고 한참 생각하는 피터
정의의 승리입니다, 같은 멋진 말 좀 하던 맷은 기자들 물러나고 피터 찾으면 좋겠음. 슈트 입고 나가면 기자들이 몰릴테니까(사실 웹스윙으로 도망갈 수 있지만) 입을 옷도 전달했고, 나왔을 거 같은데 근처에는 없는 피터를 찾아서 다시 법원으로 들어가려다가 피터의 맥박과 숨소리를 찾은 맷.
계단 구석에 웅크려 있는 피터에게 가려는데 숨소리가 흐린 게 울고 있나 싶어서 잠깐 멈칫하면 좋겠음. 스파이더맨이 잘 우는 이미지도 아니고, 피터는 유쾌하잖아? 물론 울만한 상황이긴 하지만. 천천히 피터에게 걸어가서 피터 머리 툭 치는 맷.
“고생 많았어, 피터.”
“전 교도소 체질이 아닌가 봐요.”
다행히 우는 건 아닌 거 같은데 무릎에 얼굴 박고 일어날 생각 없는 피터 옆에서 잠깐 이야기 나눠주는 것이다. 재판 과정이 길었고, 그동안 스파이더맨으로 마스크도 못벗고 수감생활을 해야했으니까. 스파이더맨이 잡아넣은 범죄자들이랑. 접견하러 갈 때마다 더 기죽어가던 목소리가 생각나는 맷.
“피터, 지금 하고 싶은 거 있어?”
“누명 씌운 녀석을 잡아다 한 대 치는 거요?”
“…그런 거 말고. 피터 파커로 할 수 있는 일.”
피터 옆에 붙어 앉아서 한 손으로 피터 어깨 감싸준 맷이 나 오늘은 한가하니까 너랑 붙어서 놀아줄 수 있거든, 같은 이야기 해주는 거 보고 싶음.
소원 있으면 지금 말해.
맷도 스파이더맨 누명 벗어주느라 며칠간 잠도 잘 못자고 재판 준비해야 했지만, 피터가 코맹맹이 소리 내는 게 울기 직전인 거 같아서 집에 들어가서 쉬기보다 피터 풀어주기를 택한 것이다. 집가서 씻고 편한 침대에 눕기 보다는 인생의 회의감을 느끼고 있는 오랜 자경단친구랑 같이 있기를 택하기.
피터가 술을 마시는 것도 아니어서, 한 잔 산다고 해봤자 맷 혼자 마시고 피터는 옆에서 오렌지주스요 같은 말이나 할 게 뻔해서 소원 들어주겠다고 하는 맷이 보고 싶음. 얼굴 박고 있던 피터가 그제야 고개 들고 맷 쳐다보면서
"소원이요?“
하면 좋겠음.
"그래, 뭐든 들어줄게.“
하는 맷.
“업어줘요”
“겨우 그거야?”
“뭐든 들어준다면서요.”
“소원을 멍청하게 쓸 줄은 몰랐지.”
“저 지금 길거리 생활 은퇴할 일생일대의 위기거든요. 누가 좀 데려가서 씻겨주고 재워줘야 할 거 같아요.”
“업어주고, 씻겨주고, 재워 달라? 진심이야?”
“먹여도 주면 좋구요. 맷, 저 정말 피곤해요.”
피터가 괜히 눈물 나올 것 같이 코끝이 찡해져서 훌쩍이면 좋겠다. 지금 피터 파커에게 필요한 것은 그냥 따뜻한 온기랑 푹신한 침대라는 걸 잘 알아서 맷이 준 소원권을 바보처럼 사용하기. 스스로도 바보 같은 거 알지만 오늘은 정말 기운이 없으니까.
며칠을 무서운 범죄자 아저씨들이랑 보냈어요. 물론 그 사람들을 제가 거기 가뒀죠.
슬슬 주위에서도 남자둘이서 나란히 계단구석에 앉아 있는 걸 이상하게 생각하기 시작하고, 피터는 그냥 맷 어깨에 머리기대는 거 보고 싶다. 맷이랑 접견할 때는 유리벽이 있었고, 재판할 때는 조용히 앉아 있어야했고, 구치소 침대는 딱딱했고.. 나란히 앉아 있는게 어쩐지 꿈 같아지는 거 보고픔.
가벼운 한숨 쉰 맷이 자리에서 일어나 등 대주는 게 보고 싶음. 방금까지 스파이더맨 변호하던 맹인 변호사가 누굴 업고 간다니 정말 이상하게 보일텐데 피터는 신경쓰지 않는 눈치니까
“시각장애인에게 업혀가고 싶다니, 정말 바보 같은 소원이야.”
“가는 길에 넘어지는 척 떨어뜨리지만 말아요.”
냉큼 맷 등에 업혀서 목에 팔두르고 어깨에 얼굴 묻고 있는 피터가 보고 싶음. 피터 안고 다닐 일이 자경단활동 때도 많지 않아서(반대가 많지) 괜히 어색한데 재판 때문에 정장차려입고 피터는 맷이 가져다준 편한 옷 입고 업혀가는 것이다. 그냥 힘들어서 맷한테 어리광부려보는 피터 보고픔
누구한테 말할 수도 없는 일이고, 변호해준 맷만 아는 일이니까 괜히 맷한테 기대기. 떨어뜨리지도 않을건데 두 팔로 맷 꽉 감싸 안고 얼굴 묻은 피터가 그냥 안심돼서 소리 없이 울면 좋겠음. 숨소리도 그렇고, 재킷이 젖어가는 게 울고 있구나 싶은 맷. 집으로 가려면 택시 타야하는데 어쩌지.
맷 집에 먹을거리가 없어서 장보러 가는데도 업혀 있고 내려올 생각을 안 하는 피터 보고 싶음. 맷은 피터 때문에 선글라스 벗고 걷게 되는.. 피터 떨어질까봐 단단하게 다리잡고 장본 것들 팔에 걸고 걷는 맷이랑 등에 업혀서 기운없이 있는 피터가 좋다.
오늘은 스파이더맨이 은퇴의 위기입니다.
말 그대로 씻겨주고 먹여주고 입혀주는 맷이랑 평소에 안하는 어리광 다 부리는 피터 보고 싶음. 소원권 정말 제대로 쓰는구나, 싶으면서 셔츠 대충 팔만 걷어서 피터 머리 감겨주는 그런 거.
“맷도 며칠 구치소에 있다나오면 제가 다 해줄게요.”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긴 한데, 전제조건이 너무한 걸.”
밥까지 배불리 먹고 나란히 누워서 너무 피곤하니까 잘 수가 없어서 뒤척이는 것이다. 너무 긴 과정을 거쳐와서 이게 꿈인지 뭔지…. 피터는 침대가 안 딱딱하니까 여기가 맷네 집이 맞긴하구나 싶고.
“평생 거기서 살면 어쩌지 걱정했어요.”
“그랬으면 당장에 탈옥했겠지. 피터 네 성격이면.”
“아름다운 변호사를 믿어서 꾹 참았죠. 다 부수고 나갔으면, 맷이 곤란하니까요.”
“이런, 내가 고마워해야 하는 거야?”
“접견할 때 유리벽 안 부수고 얌전히 있었잖아요.”
“그래, 그건 고마워. 사고를 안쳐준 덕분에 재판이 수월했지.”
힘들다면서 눈만 끔뻑이고, 입은 여전한 피터 때문에 웃는 맷.
“몇 번이고 꺼내줄 테니까 얌전히 기다려.”
너무 당당하게 말하는 맷 목소리에 어이없어서 웃는 피터. 믿고 기다리긴 했지만 몇 번이나 또 누명쓰고 수감되어 기다리라니 너무한 고백아닌가 싶어서 웃다가 맷 손 잡았으면 좋겠다.
“그럼 저는 다 부수고 탈옥시켜 줄게요.”
“꽤나 터프한 고백인걸.”
수배될 텐데 어쩌냐는 말에 '우리가 그러려고 마스크 끼잖아요. 데어데블이랑 스파이더맨 말고 다른 정체성이라도 만들죠 뭐' 하며 조잘조잘 떠드는 피터랑 재판 끝나고 듣는 유쾌한 수다가 즐거운 맷. 침대에 나란히 누워서 손 꼭 잡고 떠들다가 그냥 지쳐 잠들었으면 좋겠음. 이런 대화가 그리웠지.
한가롭게 둘이서 낮잠 충분히 자다가 밤에 일어나서 패트롤이나 돌러가면 좋겠다. 스파이더맨의 은퇴 위기를 어리광 받아주기로 막아낸 헬스 키친의 악마. 맷이랑 예전부터 알아와서 가끔 어리광 마구 부렸으면 좋겠음.. 그때마다 피터랑 처음 만날 적 생각나서 받아주는 맷. 맷 등짝에 업혀 다녀라.
데어데블이 오해사서 수감되니까 정말로 “탈옥 도와줄까요?” 하고 온 스파이더맨이 보고 싶네. 부수고 나가는 거 전문인거 알잖아요? 하면서 와서 맷 수갑 뽀사주는 피터가 좋다. 자긴 법적으로도 못 도와주고 부수는 거 잡는 거만 해줄 수 있어서 자기방식대로 하기.. 포기가 화내겠네 하며 나가는 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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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가 도망쳤다면?
🕶x🕷
2025. 1. 13. 20:04
- ASM(1999) #587
살인혐의 받은 스파이더맨이 도망치기 전에 도착 못한 변호사 맷 머독 보고 싶음.. 택시를 타는 게 아니었는데, 차라리 달려오는 게 빠를 뻔 했어. 택시 안에서 듣는 스파이더맨이 구속구를 부수고 달아났다는 라디오 뉴스. 한숨 쉬며 "여기서 내리겠습니다" 하는 맷
난 최대한 빨리 준비했어. 상담 중에 바쁜 일이 생겼다며 나가는 변호사가 얼마나 한심해 보이는지 넌 모르겠지. 애초에 의뢰도 한 적 없는 마스크 쓴 영웅을 위해 달려가 주는 사람이 흔한 줄 알아? 잠깐만 견디면 될 텐데 그걸 못 참다니.. 스파이디, 너 정말 뒷일을 생각도 안 하는구나.
변호사 사무실에 돌아오니 맷 머독을 찾는다는 손님이 와 있고. 한숨 쉬며 맞아, 내 고객이야 하는 맷. 말을 정말 안 듣는 최악의 의뢰인이지. 피터에게 소리치고 싶은 것을 꾹 참고 자기 사무실 문을 꽉 닫기.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려줄게, 피터 파커.
맷 머독에게 잔소리 듣는 피터 파커. 너 때문에 상담도중에 나가서 택시 잡아타고 가고 있었다며 소리치는 맷이랑 그건 고마워요, 하는 피터가 보고픈. 평생 쫓길 생각이냐, 마스크를 평생 안 쓸 생각이냐는 맷이랑 그래서 지금 맷 만나러 온 거잖아요 하는 피터.
🕶 탈옥소동으로 스파이더맨은 살인범으로 확실히 낙인찍혔어. 사람들의 입에서는 스파이더맨이 계속 오고가는 게 귓가에 울리고! 여기서 널 도와달라고? 피터 벤자민 파커, 넌 늘 상황을 최악으로 만들고 나서야 오잖아. 내가 널 도와할 이유가 뭐야, 피터? 널 도우려면 맷 머독의 삶을 걸어야 해!
화내는 맷의 목소리에도 동요 없는 피터가 좋다. 맷의 귓가에 들리는 스파이더맨에 대한 이야기들, 흐트러짐 없는 맥박과 호흡. 그래 넌 확실히 범죄자가 아니지, 피터.
🕷 결국엔 도와줄 거잖아요? 맷은 좋은 사람이니까. 저 지금 좀 피곤한데 앉아서 이야기하면 안 돼요? 경찰들한테 좀 맞았거든요.
🕶 위스키?
🕷 저 술 안하는 거 알잖아요.
🕶 다행이네. 사무실엔 우유 밖에 없거든.
🕷 저 우유 좋아해요.
🕶 그리고 당분간 코스튬은 금지야, 피터.
🕷 그건 좀 싫네요.
🕶 필요하면 내꺼 빌려. 대여비용은 비싸게 받을 거야.
따뜻한 우유 한 잔 가져오며 상담을 시작하는 변호사 맷 머독.
상담이 끝나면 모처럼 평범하게 걸어서 퇴근하기. 잡혔을 때 어디를 때리더라, 정말 스파이더맨이 싫어서 칼을 간 모양이라고 떠드는 피터의 머리칼 슥 쓸어주는 맷.
🕶 변호사는 퇴근했어. 스파이더맨 이야기는 내일 다시하자, 피터.
퇴근길이 겹치는 잘 없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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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guel+Peter B.] Paker's magic - 01
SPIDER-MAN
2023. 8. 20. 22:35
0.
피터는 이것을 마법이라고 불렀다. 파커들에게 전해 내려오는 일종의 마법 같은 행위였다. 물론 이렇게 한다고 해서 무언가가 해결되거나 갑자기 행복한 마음이 드는 것은 아니었지만 피터는 자주 그렇게 슬픔을 달래곤 했다. 어느 집에나 있는 흔한 풍습처럼 갑작스럽게 만들어지고 아이들에게 옮겨갈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피터는 생각한 것을 참지 못하고 말하는 버릇이 있었다. 그중 대부분은 불평과 불만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렇게 화가 많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피터 벤자민 파커의 유년기는 뜨거웠고 동시에 차가웠다. 받아들일 수 없는 이야기들이 가득했던 까닭이었다. 스스로를 피터 벤자민 파커라고 인식할 수 있을 시절부터 비어 있던 자리에 자주 곁눈질했고, 그곳을 자주 불만을 토로하는 것으로 채우곤 했다. 아무리 쏟아내어도 메워지지 않는 커다란 구멍, 그 어둠을 채워준 것은 우습게도 가족이었다. 그 구멍에서 어둠이 스며들지 않도록 뚜껑을 단단히 닫아준 두 분의 사랑은 여전히 피터에게 남아 있었다.
무언가 풀리지 않고, 사람들에게 손가락질만 가득 받고, 빌런에게 죽이 되도록 맞고 돌아온 날은 셀 수 없을 만큼 많았다. 사랑으로 단단히 여민 마음이 일그러져서 언젠가의 다짐을 잊어버리게 될 즈음, 그때마다 피터가 향한 곳은 메이 숙모의 집이었다. 피곤해 보인다는 말 한 마디에 피터는 금세 웃음을 터뜨리며 배고프다는 투정을 할 수 있었으며, 배가 빵빵해지도록 휘트케이크―메이숙모만의 비밀재료가 들어간 것으로 팬케이크와는 달랐다―를 먹고서 소파에 누워 배를 두드리고 있으면 다시 일어설 힘이 났다. 푹신하지 않은 낡고 작은 소파에 몸을 구겨 올려두면 마치 작은 꼬마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오늘은 화가 나는 일이 있었어요. 플래시가 또 발을 걸어서 넘어졌는데 주위 애들이 웃어버리는 거예요. 저는 아팠는데 말이에요. 그래서 플래시에게 ‘오, 머리가 나쁘니까 발을 어디에 두어야하는지도 생각을 못하는 모양이지? 생각을 하고 살아, 플래시!’라고 했더니 주먹이 날아오잖아요. 다행이 그 때 선생님이 와서 피할 수 있었는데… 메이숙모, 듣고 계세요? 그때면 메이숙모는 피터의 머리칼을 쓸어주며 물론, 물론이지. 하고 대답해주곤 했다. 얼마든지 언제까지나 이야기를 들어줄 것만 같은 그 미소에 피터는 한참동안 수다를 떨었고 알지 못하는 사이에 잠에 빠져들었다. 소파에 누워 있으면 피터는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아주 조금 시간이 지나면, 다시 두 발로 설 수 있었다. 이게 마법이 아니면 무엇일까.
그리고 이 마법은 확실히 통할 수 있다. 그런 근거 없는 확신이 들었다. 친절한 이웃으로 20년 넘게 활동하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상대했으나 요 근래의 상대는 너무도 벽이 높았다. 미겔에게는 마법이 필요해. 그게 바로 피터가 낡아빠진 소파를 한 손에 들고 있는 이유였다. 수없이 드나들었으나 여전히 낯설고 위험하게 보이기만 하는 차원포탈 앞에 선 피터는 긴 한숨을 뱉고 다시 미소를 띠었다.
즐겁고 유쾌하게, 그게 네 특기잖아? 스파이더맨.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1.
“오, 미겔! 아직 깨어 있었네?”
마치 자신의 집인 마냥 자연스럽게 찾아온 피터가 유쾌하게 말했다. 중력을 무시하는 것처럼 천장에 편하게 서 있는 그를 잠시 올려다보던 미겔은 피곤한 눈가를 문지르며 파커…하고 한숨을 뱉었다. 다양한 피터 벤자민 파커들 중에서도 제일 반갑지 않은 이가 그의 앞에 서 있었다. 아마도 예전에는 제일 편하게 생각했던 기억이 있었으나 이제는 그 기억조차도 달갑지 않았다. 그리고 이것은 피터에게는 조금 미안한 일이었다.
쌓여 있는, 정확히 말하자면 현재진행형으로 끊임없이 늘어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애를 쓰고 있는 미겔에게 그는 유쾌하지 못한 침입자였다. 바쁘게 돌아가는 여러 차원의 사건, 사고들에서 한 발 벗어난 것처럼 구는 피터를 보고 있으면 스스로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이 하찮게 보였다. 세상은 해결해야할 것들의 연속이었다. 과거에는 이 세상을 해결하면 더 이상 자신의 역할은 없으리라 생각했다. 미겔 오하라는 스파이더맨이라는 의무감에서 멀어지고 싶었고, 실제로 그럴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미겔의 삶에는 그것들이 중요해졌고, 이제는 다른 무엇들보다도 세상을 안정시키는 일에 온 신경을 집중해야했다. 그러니 그런 삶에서 떨어져 있는, 정확히 말하자면 여러 파커들 중에서도 다소 느슨한 성격을 갖고 있는 피터 B. 파커는 이제는 방해가 되는 존재일 뿐이다. 능력은 높이 사고 있지만 성격적인 부분은 어쩔 수 없었다. 미겔은 피터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라일라”
습관처럼 라일라―홀로그램 가상 AI비서였다―를 부른 미겔은 잠시 말을 골랐다. 일단 부르고 생각하는 버릇 좀 고치라는 잔소리 같은 푸념이 떠올랐으나 곧 그것이 라일라가 한 말이 아니라 어느 다른 거미가 한 말임을 깨닫고 그는 그것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지금 몇 시야?”
시간도 잊어버린 채 일에 몰두했음을 미겔은 그제야 깨달았다. 오늘이 며칠이며 몇 시인지. 머릿속은 여러 차원에서 본 사건사고들로 가득했고 그 사건들이 발생한 시각과 날짜들이 빠르게 지나갔다. 하지만 그 중에서 미겔 본인이 서 있는 차원에 대한 정보는 존재하지 않았다.
“누에바욕 기준 시? 아니면 피터의 차원? 누에바욕은 지금 햇살이 반짝이는 오후 1시야. 그리고 피터의 차원인 지구-616B의 뉴욕은…, 자정이네.”
손바닥만 한 작은 모습의 라일라가 다양한 시간대를 홀로그램으로 띄우며 말했다. 라일라의 말이 정확하다면, 당연히 틀릴 리가 없지만, 미겔의 차원이자 스파이더 소사이어티 본부가 있는 누에바욕의 시간대로 보자면 지금은 잠을 잘 시간이 아니었다. 오히려 모두가 깨어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이니 당연히 피터의 인사말은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다. 하지만 미겔이 그것을 지적할 새도 없이 피터가 빠르게 입을 열었다.
“메이데이가 세상모르고 잘 시간이지. 이럴 때가 아니면 자유시간이 없다니까?”
라일라의 말이 거의 끝나는 것과 동시에 붙여진 장난스러운 말에 미겔은 다시 피터를 올려다봐야했다. 천장에서 내려올 생각이 없는 모양인지 여전히 천장에서 떠들고 있는 피터는 몇 시간 전에 본 모습처럼 여전히 분홍색 목욕가운을 입은 채였다. 중력이라는 기본적인 상식조차도 무시하는 피터와는 달리 포근한 가운은 아래로 뒤집혀 있었다. 피터가 가운의 끈을 대충이나마 허리에 둘러 매듭을 지어둔 덕분에 가운이 벗겨지지 않고 버티고 있는 모양이었다. 피터는 한 팔을 편 채 무언가 커다란 물건을 하나 쥐고 있었다. 피터의 덩치보다 조금 큰 그것을 쥐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은 조금 이상한 말이겠으나 미겔은 이런 일이 익숙했다. 미겔 자신에게도, 피터에게도, 그리고 이 건물에 대부분의 이들에게 이런 일들은 언제나 있는 상황이었다.
피터가 천장에 서서 들고 있는 것은 소파였다. 어두운 공간에서 더욱 그림자가 져서 무엇인지 알아보기 어려울 수도 있었으나 미겔은 빛에 예민했으며 시각이 너무나―과할 정도로― 좋은 편이었다. 어두침침한 공간에서도 피터가 들고 있는 소파가 연두 빛의 천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과 중간 중간 보풀이 일어나서 낡고 헤졌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는 뜻이었다. 미겔이 소파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것을 깨달은 피터가 과장된 미소를 지어보이며 천장에서 가볍게 아래로 착지했다. 소파는 어느새 피터의 옆에 사뿐히 내려와 있었다.
“파커, 그건?”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었으나 모르는 채하며 미겔이 물었다. 그 편을 피터가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던 탓이었다. 서프라이즈, 깜짝 선물이 특기라며 꽃 몇 송이를 들고 나타났던 모습이 잠시 떠오르고 다시 지워졌다.
“소파 하나 없는 SPIDER CAVE―거미 동굴―가 어디 있어?”
그래서 내가 가져왔지, 하며 피터가 두 손을 펼쳐 소파를 가리켰다. 미겔의 미간이 조금 구겨졌다.
“그런 거에 신경 쓸 여유 없다는 거 알잖아…, 피터.”
피곤에 물든 목소리로 미겔이 말했다. 처음의 다짐과는 달리 조금 유해진 마음은 결국 단호하던 선을 또 흐릿하게 만들어버렸다. 이게 바로 피터가 불편한 이유였다. 과장되게 웃고 행동하는 피터가 무엇을 원하는지 미겔은 알고 있었다. 같이 웃고, 바보 같은 농담을 하고, 어두운 방을 나가서 이야기를 하고… 정말로 형편없는 바람이다. 그 호의가 감사하기도 하였으나, 응해줄 생각까지는 가지 못했다. 그게 피터와의 사이에 선이 필요한 이유였다.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그 선을 넘지 못할 것임을 미겔은 알고 있었다. 그러니 피터가 포기하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은 접어두고 조금은 도움 되는 행동을 해주면 안 되겠어, 피터? 넌 그럴 능력이 있잖아. 미겔은 구태여 그런 말을 입에 담진 않았다. 아직까지 그는 자제심을 갖고 있었고, 스스로를 다룰 줄 알았다. 이것은 쓸모없는 다툼이었다.
“넌 휴식이 필요해, 미겔. 라일라, 미겔이 마지막으로 잔 게 언제야?”
“흠… 휴식 시간이라는 걸 보낸 건 13시간 전이고, 제대로 된 수면을 말하는 거라면 이제 곧 47시간이야. 그때도 깊이 자진 못했고, 미겔의 심장박동이랑 호흡이 불규칙적이었거든.”
봐, 내 말 맞지? 자연스럽게 라일라를 부른 피터가 조금 진지한 눈으로 미겔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미겔의 옆에서 공중에 떠 있던 라일라는 자연스럽게 피터의 곁으로 가 있었다. 라일라는 피터의 비서가 아니었으나 지금으로서는 미겔의 편도 아니었다. 넌 휴식이 필요해. 고집스럽게 자신을 바라보는 두 얼굴을 보고 있으니 미겔은 짜증이 몰려왔다. 이유를 알 수가 없는 감정이었다. 걱정을 받고 있는데 화를 낸다니, 이렇게 몰상식하고 무례할 수가! 역시 너다워! 스스로를 탓하는 말만 떠오를 뿐이었다. 피터와 라일라의 걱정은 미겔에게 닿지 못했다. 미겔이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탓이었다.
잠을 자기 위해 누우면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그 중에서는 그 아이의 목소리도 있었다. 감히 쉴 생각을 한다니 얼마나 이기적인 본능인가. 행복을 바랐던 그 순간조차도 죄악이 되어 모든 과거가 후회로 점철되었다. 그 기분을 너는 이해할 수 있을까? 유쾌하게 웃는 피터를 볼 때면 미겔은 그에게 모든 것을 쏟아내고 싶은 기분에 휩싸이곤 했다. 이러한 충동이 드는 것조차 그를 죄책감에 빠지게 만들었다. 피터의 삶을 알고 있었다. 황금기 영웅의 시대라 칭송하는 찬란한 시대의 영웅이 겪어온 길을 미겔은 이미 수많은 피터 파커들을 통해 알고 있었고, 그 길은 완벽하게 자신과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은 지 오래였다. 20년이 넘도록 활동해오며 여러 사건들에 닳아 있는 나이든 피터는 미겔이 알고 있는 여러 피터들 중에서 노련했고 지쳐 있었다. 그런 면이 맞았기 때문에 함께 자주 활동을 했었다. 가장 전형적인 피터 벤자민 파커이지만 동시에 다른 피터들과는 다른 비정상적인 피터 벤자민 파커. 피터는 사람들을 구하는 일에 지쳐 있지만 그것을 그만두지 못한다. 아마도 과거에는 그래서 피터에게서 기시감을 느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젠 달랐다. 미겔의 어깨에는 너무도 많은 죄책감이 얹어져 있었고, 피터가 그것을 이해할 길은 없었다. 그러니까 피터는 이 일에서 멀찍이 떨어진 채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미겔은 그렇게 생각했다.
어깨를 감싸 쥔 손이 조금 축축했다. 손바닥에 땀에 배여 있던 탓이었다. 아래에 서서 미겔을 올려다보던 피터는 어느새 곁에 와 미겔의 어깨를 감싸 쥐고 있었다. 미겔은 눈알을 굴려 피터를 보았다. 걱정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아까의 웃음은 어디로 갔는지 진지함이 남은 얼굴에는 피곤과 슬픔이 깔려 있었다. 아마도 피터의 눈에 미겔 자신이 위태로워 보였으리라, 그는 그렇게 판단했다. 미겔은 스스로가 불안정함을 인정했다. 수면부족과 피로감이 그를 좀먹고 있었다.
“내가 좋은 방법을 알거든.”
진지한 채를 하던 파커는 어느새 다시 웃고 있었다. 웃고 있는 눈가가 주름졌다. 그가 오랫동안 활동했다는 증거였다.
“파커가의 마법을 보여줄게, 미기(Miggy).”
장난스럽게 웃는 노련한 마법사가 내민 손을 못이긴 척 잡을 수밖에 없었다. 피터는 선을 너무도 자연스럽게 넘어버리는 침입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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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DER-MAN
[피터&마일즈] 대화 썰푼거 모으기
SPIDER-MAN
2019. 5. 12. 02:35
변명 고민하기
마일즈랑 같이 변명거리 고민하는 피터..
P: Hmm.. 친구 집에서 공부한다는 건 어때?
M: 뻔해요. 이미 너무 많이 했는 걸요. 부모님은 제가 여자친구랑 몰래 만나기라도 하는 줄 안다니까요?
P: 그것도 맞는 말이지. Girl은 아니지만 귀엽고 깜찍한 범죄자들에게 사랑이 담긴 펀치를 주러 가는거니까.
M: Oh-, 피터.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봐요. 이러다가 외출금지라도 당하면 혼자서 일해야하잖아요!
P: 그것도 괜찮네. 이참에 숙제부터 꼬박꼬박 하는 착한 학생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 마일즈 학생?
M: ...진짜 가끔 깜빡해서 안한 거라니까요. 정말이에요.
P: 그래 믿어, 마일즈.
M: 이번은 정말로 큰-일이잖아요. 나 없이는 힘들거예요.
P: 정확히는 너의 베놈 블라스트가 필요한 거지. Oh-왜 나는 없는거지?! 나도 충격파 능력 좋아한단 말이야!
M: 문 거미에게 물어봐요,핕. 거미를 원망하라구요. 그래서 생각해봤어요?
P: 아, 그렇지. 흐으으음-,
M: 그냥 친구에게 부탁할게요.
결국 도움은 되지 않는 피터.. 절친(강캐)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인증샷찍고 피터랑 일하러 가는 마일즈..
피터 마일즈와 데드풀
회사 일이 바빠서 마일즈에게 부탁하고 당분간은 큰 사건이 없다면 파커 회장으로만 있자, 하고 마음 먹은지 이틀만에 데드풀이 웹스를 부르며 마일즈에게 클론이라 부르며 소리쳐서 강제로 복귀한 파커 회장님.
P: …나 며칠째 잠도 못자고 있어.
W: 그 파커 회장놈 때문이지?! 내가 그 더러운 회장의 목을 카나타와 인사 시켜줄게! 걱정마 자기!
M: 그건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은데요.
W: 클론 거미는 학교갈 시간이야!
M: 난 어린애 아니거든요? 그리고 클론도 아니에요. 스파이더맨이라고요.
W: 웹스! 우리 집에 가서 잘래? 그동안 나는 회장이랑 인사하고 올게!
M: Hey, 스파이더맨! 당신 친구는 늘 이렇게 무례해요?!
P: 그래… 맞아, 스파이더맨. 그러니까 다음번에는 그냥 벽에 몇 시간 붙여둬. 그게 최선일 거야.
M: 하지만 범죄도 안 저질렀는데, 그렇게 되면… 우리가 나쁜 거잖아요.
P: 그렇지. 범죄도 저지르지 않은 범죄자를 의심해서 처음부터 때리는 건 스파이더맨이 아니지. 하지만… 데드풀은 괜찮아.
W: 맞아! 웹스가 묶여 있으라면 몇 시간이든 묶여 있을 수 있어!
P: 입 좀 다물어, 데드풀-! 너도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거야, 스파이더맨. 이 녀석이 얼마나 골칫덩어리인지.
그리고 데드풀을 붙여놓고 떠나는 피터. 그리고 당분간은 클론이라고 말하는 데드풀을 받아주다가 그냥 피터의 말대로 붙여두기로한 마일즈.. 보고 싶다
회사 망한 피터와 마일즈
회사 망하고 피터랑 마일즈 만나서 옥상에서 먼산 보는거 보고싶다.
M: Ummm.. 저기 핕..?
P: 제발, 아무말도 하지마.
M: ...예압..
P: ...
M: ... 회사일은 유감이에요.
P: 알아. 친절한 이웃으로 더 열심히 살라는 계시겠지.
M: 넵.
P: ... M: ..음, 저는 파커 인더스트리 좋아했어요.
P: ...oh, 그거 힘이 되네. 이제 나쁜 놈들 때려주러 가볼까? 스파이더맨.
M: 네, 그거 좋네요.
우울한 거미들
M: 언제나 옳은 선택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요?
P: 아니, 그런 건 없어, 마일즈.
M: 선택이 잘못되었다면 어떻게 하죠? 그래서 누군가 다친다면? 그건 히어로가 아니잖아요, 핕-.
P: 스파이더맨은 언제나 옳은 선택을 하는 게 아니야, 스파이디. 언제나 선한 선택을 하는 거지. 그게 전부야.
M: 그래서 가족이 다친다면요?
P: ...시험하는 거지? 도덕 테스트?
M: 아뇨! 그런게 아니라... 그냥, 그런 생각이 문뜩 들었어요. 우린 시민을 지키는데, 우릴 지켜주는 사람은 없죠. 이 선택을 위해서 가족을 잃는다면..
P: 글쎄..흠, 슈트를 벗어던지겠지?
M: 저만 그런게 아니라 다행이네요.
P: 그래서 마스크를 써야하는 거야. 스파이더맨의 마스크 아래는 누구도 모르도록.
M: I know. 마스크 재질을 더 강한 걸로 바꾸면 어때요?
P: 이미 해봤지. 얼굴에 두드러기가 나고 싶지않으면 하지 않는게 좋아. ...Hey, 마일즈.
M: 옙?
P: 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해.
M: 당신도요, 피터.
악당의 기분 이해해보기
P: 악당이 된다면 어떨까?
M: ...진짜 악당이요? 아니면 라디오에서 욕을 할때나, 경찰들이 손들어! 할 때 스파이더맨이요? 아니면 소매치기를 잡았는데 오해받아서 가방으로 얻어맞는-
P: Ohhh, 마일즈.. 진짜 나쁜 녀석말이야.
M: ah! Ummm.. 신나겠죠..?
P: 그렇겠지.
M: 다 내 세상처럼 보이겠죠.
P: 그래, 그럴지도.
M: ..핕, 악당의 마음을 이해해보는 공부라도 하는 거예요?
P: 일종의 시뮬레이션이지.
M: 제가 당신에게 베놈-블라스트를 쓰지 않게만 해주세요.
P: Oh- 내가 나쁜 악당이라도 되려는 거 같아?
M: Nope-! 그냥 그렇다고요.
P: 그냥 해본 생각이야. 별거 아니야.
M: ...Hey, 피터.
P: 마일즈,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 말라니까.
M: 내가 빌런이라면 지금쯤 무서워서 떨고 있을 거예요. P: 어? M: 스파이더맨이 두 명이나 있는데, 뉴욕에서 나쁜 놈이 편히 다닐 수 없잖아요.
P: 예압, 그거 말되네.
M: 이제 히어로로 복귀할거죠?
P: 아니었던 적이 없지.
농담연습
M: 농담 연습을 해야겠어요.
P: 열심히 메모하더니 별 효과가 없었나봐?
M: 계속 하던 것만 반복하게 돼요. 그리고 그게 별로.. 멋지지 않다구요.
P: 새로운 말장난을 하는게 정말 어려운 일이지. 빌런들은 우리가 얼마나 노력하는지 모른다니까.
M: 혹시 비결이라도 있어요, 피터?
P: 비결이라..., 타고난 센스?
M: 제가 베놈 블라스트를 얻은 대신, 피터는 농담센스라도 얻은게 아닐까요? 그래서 농담을 잘하게 됐고, 그래서 쿨-한 농담도...
P: 잠깐, 내 농담이 쿨-하다고?
M: Ummm, 가끔은요..?
P: Oh, 마일즈. 너 정말 날-
M: 그런건 됐구요! 그래서 어떻게 하는 거예요, 피터?
P: 요즘은 농담을 대신 써주는 사람을 고용했지.
M: ...정말요? Ohhhh, 대단해요, 핕. 그럼 파커 인더스트리에 말장난 부서도 있는거예요? 그 사람들은 매일 라이노의 뿔이나 벌처의 날개에 대해서 멋진- 농담을 생각해내고요? 그걸 스파이더맨이 말하는 거예요? 그리고 그걸...
P: 농담이야, 마일즈. 정말로 그랬다면 안나 마리아가 가만두지 않았겠지.
M: ..진심이었다구요.
P: 알아, 마일즈. 하지만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없어.
M: 알아요, 아는데... 그냥 사람들이 말장난도 못하는 부족한 스파이더맨으로 보는게 싫다구요.
P: Hey, 스파이디. 넌 이미 스파이더맨이야.
M: 옙, 그렇죠..
P: 네가 어떻게 하든 사람들은 스파이더맨이라고 생각할거야. 게다가 베놈-블라스트도 있는 강력한 스파이디.
M: 강해요?
P: 넌 이미 스파이더맨 이상이야, 친절한 이웃씨. 그 베놈 블라스트가 부러워서 배가 아플 지경이니까 이제 그만 해줄래?
M: 고마워요, 스파이디.
P: 별거 아닌걸, 스파이더맨.
창문 노크
고민 생긴 마일즈가 피터에게 상담하고 싶은데 바쁠까봐 엄청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파커 인더스트리 회장실 창문에서 똑똑 노크하는거 보고싶다.
파커 인더스트리 간판에 앉아서 이야기하는 두 거미
M: Hi, 피터.. 혹시 바빠요? 바쁘다면 갈게요. 급한건 아니구요! 진짜예요!
P: 아냐, 급한 건 끝났어. 시간은 충분해. 뉴욕에서 제일 맛있는 핫도그를 사와서 먹어도 남을 시간이지.
M: Oh, 그것 참 다행이네요.
P: 자- 그럼 필요한게 뭐야, kid? Spidertalk? Or Peter Parker's advice?
M: SPIDER-MAN이요. 스파이더맨이 필요해요.
P: 잠깐 기다려. 스파이더맨을 데려올테니까.
M: 옙.
P: 그리고- 잠깐 안나 마리아에게 혼날 준비도 해야해서.
M: 제가 방해한 거예요?
P: Nope. 전혀 아니야. 혼나는 건 업무의 일환 같은 거야. 금방 올테니까 꼼짝 말고 기다려, 스파이디.
나도 Kid였어요
피터가 토니를 대디라고 불러서 마일즈가 오해하는거 보구싶다..
M: 아이언맨이 Daddy예요..?
T: No. 절대로 아니지,kid.
P: Hey, Daddy! 나도 한때는 kid였잖아요!
M: Ummm.. 그러니까 피..아니, 스파이더맨이 아이언맨의-
T: 절대로. 아니야.
P: 옙, 거미줄처럼 복잡한 관계지.
T: (깊은 한숨)
학업은 중요해
마일즈에게 학업은 정말 중요하다고 말하는 피터.. 박사학위 안따놓으면 빌런이 몸을 뺏고 따줬다가 그게 표절로 걸려서 일자리 얻기도 힘들어질 거라는 구구절절한 조언을 하는 피터.
M: ...Ah, Ummmmm, 그거, 진짜예요?
P: Yep, 스파이더맨을 걸고 맹세해.
M: 그러니까, Uhhhh, 빌런이 몸을 뺏었다고요?
P: 그러니까 학업이 중요하다는 거야.
M: Pete! 그게 중요한게 아니 잖아요! 그게 가능하다고요?
P: 개성넘치는 히어로들이 차고 넘치는데, 그정도야 있을 법하지. 과학적으로.
M: 그것 참 끔찍하네요. 빌런에게 몸 뺏기기라니, 좋아했던 여자애가 히드라였던 것만큼이나요.
P: Wait-, 정말이야?
M: Yep, 스파이더맨을 걸고요.
P: 역시 거미들이란-
M: 앞으로가 중요한 거죠, 핕.
P: 네 말이 맞아. 순찰 돌면서 따뜻한 우유나 한 잔 할까? 스파이디.
M: 우유말고 커피가 좋아요.
자이언트 로봇
M: Ummm, Hi..? 오랜만이네요, 핕.
P: Yeah, 오랜만이네.
M: ..괜찮아요?
P: 당연히 괜찮지. 안괜찮을 일이 없는 걸.
M: 티비에서-, 정확히는 뉴스-, 사실은 지나가다가 스파이더맨을 봤어요.
P: 그래, 늘 있는 일이지.
M: 자이언트 로봇을 타고다니는 스파이더맨이요. 피터, 자이언트 로봇이었다구요!
P: 글쎄ㅡ, 다른 세계에서 온 스파이더맨이었나 보지.
M: 피터.
P: (Sigh) Yep, 그래 나였지. 정확히 말하면 내 반쪽이지.
M: Um, MJ요?
P: No, 절대 아니지! 진짜 반 말이야. 피터 파커가 아닌 스파이더맨.
M: 말장난 하는 거예요?
P: 진지해. 정말이야.
M: 혹시 빌런이랑 몸이 바뀐 거예요? 피터 파커-내가 아는 스파이더맨의 영혼은 쫓겨내고 빌런이 몸을 차지한 거예요? 그래서 스파이더맨이 자이언트 로봇을 타고 있었고, 사실은 빌런이었던 거예요? 다시 몸을 찾은 거구요?아니면 지금도 빌런인거예요? 내가 이야기하는 피터가 사실 피터가 아니라ㅡ
P: Hey, 진정해 마일즈. 나야, 어메이징한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
M: 제가 맞췄나요?
P: 거의 절반은..?Um, 사실 거의 틀렸어.
M: Yep, 그럼 스파이더맨이 자이언트 로봇을 탔다는거 하나는 맞췄네요.
P: 그렇지. 자이언트 로봇-. 꽤 긴 이야기가 될거야.
M: 펜이 필요할까요?
지구 망했으면 좋겠다
P: 지구 망했으면 좋겠다.
M: ....Uhㅡ P: 마일즈, 아니야. 절대 아니야. 나한테 전기공격 쓸 생각하지 마, 아니라니까.
M: 장난이에요, 핕. 제가 정말로 그러겠어요?
P: 몆 주전, 빌런이나 하고싶다고 했더니 그 자리에서 기절시킨 거미가 누구였더라?
M: Ummmm, 다른 거미였겠죠.
P: 그리고 일주일 뒤에 다 때려치우고 싶다고 했더니 전기공격한 거미는?
M: 지나가던 착각이 심한 거미였을 거예요.
P: (sigh) 갑자기 왜 그러는 거야, kid? 또 무슨 사악한 소리를 듣고 온 거야? oh, 스파이더-맨. 다들 왜 날 싫어하는 건지!
M: 데드풀이 사악한 파커- 회장-을 조심하랬어요.
P: Ohhㅡ, 그래?
M: 피터, 멈춰요. 아직 할 일이 많다면서요?
P: 잠깐 나가서 그 멍청이의 엉덩이를 차주고, 다시 올거야. 아주 잠깐이면 돼.
M: 지금 안하면 혼난다면서요?
P: ..그래, 그렇지. 마일즈, 내가 늘 말했지만 주위에서 하는 내 이야기는 절반이 헛소리야. 뷰글이 내는 스파이디 기사처럼.
M: Yeah, 그랬었죠.
P: 뭐 한 때 닥옥이 나였을 때는 사악한- 피터 파커였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완벽하게 나야.
M: 데드풀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던대요?
P: 데드풀은 마스크 아래를 몰라. 그러니 상상하는거지. 그건 다른 어벤져스도 마찬가지야, 뭐 몇몇은 제외하고.
M: 마스크를 벗으면요?
마일즈와 피터비의 스파이디토크
마일즈랑 피터비가 옥상에서 스파이디 토그 하는거 보고 싶다
M: 피터, 후회해요?
P: Yeah, 뭐- 어른이 되면 마음처럼 안되는 게 있기 마련이니까.
M: 되지 않는게 나았을까요? 그러니까- 거미에 물리고도 그냥 사는 사람도 많을 거잖아요? 어떤 차원에서는 스파이더맨이 없는 세계도 있을 거고, 또 어떤 차원에서는 ㅡ
P: Hey, kid.
M: Yep?
P: 거미에 물리고 그냥 살았다면 나는 평생을 죄책감에 빠져지냈을 거야. 그게 아니라면 빌런이 되었겠지. 뭐- 더 잘될 수도 있었겠지만
M: 거미인간으로 티비쇼에 출연한다던가요?
P: 그래, 그랬을 수도 있지. 어쨌든 핵심은 이거야, 마일즈. 나는 스파이더맨이 되길 택했어. 그건 너도 마찬가지지.
M: 네... 아마도요?
P: Ohhhㅡ, kid. 스파이더맨을 싫어하는 거야?
M: 장난이에요, 핕. 내가 택했죠. 슈트도 내가 만들었는 걸요. P: 선택에 대한 결과는 스스로가 책임 지는거야. 나는, 그 뒤로 조금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했지만 말이야.
M: Ummmm, 투자요? 아니면 MJ에게...
P: 그건 말하지 않기로 했잖아!
M: 알아요, 피터. 앞으로에 충실하자, 맞죠?
P: 그래, 그거야. 많은 거미 인간들이 있잖아. 실패를 하고 넘어져도 언제나 일어서는 스파이더맨이 되길 택한 거미들. 후회는 접어야해, 너도, 그리고 나도.
M: 나다운 스파이더맨이 되자. 그게 핵심인 거죠? 적었어요.
P: Yep, 그거야 마일즈. 잠깐, 너 언제부터 예지를 했던거야?
M: 음, 그럴 때도 됐잖아요?
P: 펜은 어디서 나온거고? 수첩은?
M: 어제부터 갖고 다니기로 했어요. 적으려고요, 스파이더 팁 같은 것들요.
P: (sigh)
잘못
M: 피터ㅡ!!
P: 마일즈, 진정해. 왜 그렇게 급하게 오는 거야?
M: Ummm-, 내가 아주 작은 잘못을 한 것 같아요.
P: 작은?
M: Yeep, 내 생각에는요.
P: 피터 파커 인더스트리 간판을 망가뜨린거야?
M: 아뇨! 저번에는 그랬지만... 오늘은 아니에요!
P: 토니 스타크에게 웹슈터 수리를 부탁했다던가?
M: 절대 아니죠! 그런데 그건 제가 사과받아야 할 것 같은데요?
P: 해결했잖아. 어른들의 방식으로 말이야.
M: 어른의 방식이 서로 주먹질하고 싸우는 거예요?
P: Oh, Um-, 상황에 따라서는 그럴 수도 있지.
M: 피터.
P: 그래, 그건- 내가 어른스럽지 못했어. 인정해. 하지만 토니도 마찬가지였잖아.
M: (sigh) 왜 그렇게 사이가 나쁜지 모르겠어요.
P: 토니가 피터 파커를 대하는 태도에 문제가 있는 거지. 그리고 스파이더맨을 대한 태도에도.
M: Um, 그렇다고 칠게요.
P: 마일즈. 이건, 좀 복잡해. 매사가 늘 복잡하지만 이건 좀 더 복잡한 문제지. 그래서 무슨 잘못을 한거야?
M: 피터 파커를 안다고 했어요.
P: ..그래?
M: 강케에게 피터 파커를 안다고 해버렸다니까요! 말하지 않기로 했는데!
P: Yeah, 그랬었지. 그래.
M: 실망안했어요?
P: 피터 파커와 스파이더맨이 친하다는 사실은 모두 아는 사실인걸! 그러니 후배 스파이디가 그를 아는 건 당연한 일이지.
M: 친해요?
P: 길가는 사람에게 스파이더맨이 필요한데 누구에게 부탁하면 될까 물어보면 알거야.
M: 누군데요?
P: 피터 파커.
M: Ohhh, 괜찮은 거예요? 그러다 정체가 알려지거나 하면-
P: 난 마법사 친구가 걸어준 주문이 있어. 뭐, 이게 약해질 수도 있겠지만ㅡ 괜찮아. 괜찮을거야.
은퇴좀 하자
크게 다치고 그 뒤로 스파이더맨을 관둔 피터비가 보고 싶다.. 누군가의 비명소리가 들려도 더 이상 웹스윙을 하며 달려가지 않는 그냥 나이들고 지친 아저씨 피커 비 파커
한창 열심히 활동중이던 20대 마일즈가 피터비 세계관에 와서 왜 지금은 스파이더맨 일을 하지 않냐고 묻는 장면 같은게 보구 싶어.
M: 누군가 스파이더맨을 필요로 하잖아요.
P: 난 지쳤어, 마일즈. 난 더 이상-! Oh, boy..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도 지쳤어.
M: 피터.
P: Kid, 난 많은 걸 잃었어. 허리도 수없이 부러졌지.
M: 스파이더맨은 언제나- 일어나잖아요. 피터, 난 스파이더맨은 포기하지 않는다고 배웠어요.
P: Yeah, 그래. 물론 그랬지.
M: 아직 사람들은 친절한 이웃을 필요로 해요.
P: 난 너무 늙고 지쳤어. (Sigh) 네가 내 나이가 되어보면 알거야, kid. 너무 지쳤어.
M: 내 눈에는 아직 멋있는 걸요.
P:
햄버거 주머니
P: 마일즈, 요새도 들고다니는 거야?
M: Ummm, 가끔요? 정말이에요! 가끔, 네, 갖고 다니죠.
P: 햄버거를 넣으려고 주머니를 만든거야?
M: 아뇨! 당연히 아니죠! 그냥, 실용적이잖아요.
P: 나도 주머니를 만들어야겠어. 핫도그를 넣을 주머니 말이야.
M: 피터, 계속 놀릴거예요?
P: 그런 표정 하지마, 마일즈. 약해지잖아.
M: 주머니에 햄버거를 넣어다니는 스파이더맨! Yep, 나예요!
P: 그게 바로 뉴욕이 안전한 이유지. 두 명의 스파이더맨, 안전한 뉴욕, 행복한 시민들. 그 말이 하고 싶었어.
M: Yeah, 알겠어요. 넵, 이해해요. 그럼 이제 주머니 이야기 말고 다른 걸해봐요.
P: 그래, 다른 이야기, 좋지, 좋아! Hmmmㅡ
M: 자이언트 로봇을 타고 다닌 스파이더맨 이야기는 어때요?
P: 그건 반칙이야, kid. 안하기로 약속했잖아!
M: 햄버거 이야기를 먼저 꺼낸 건 피터잖아요. P: 그건- 나였지. 그래, 나였어. 하지만 다른 나였지.
M: 넵, 그랬죠. 다른 사람들 눈에는 같지만요.
기타
P: 널 믿어, 스파이더맨.
M: 피터ㅡ!
P: 옳은 일을 할 때는 주저하지 않고 뛰어드는 거야.
하고서 죽으러가는 피터 보구싶다(
소프트 아이스크림 뇸뇸 먹다가 생각없이 벽타고 내려가려다가 그대로 아이스크림이 추락해서 슬퍼진 피터보고싶다
M: 여기서 뭐해요?
P: 잠깐 생각 좀 하고 있었어..
M: 생각이요? 아, 또 빌런이 나타나서 무언가 잘못되었다던가-
P: 아이스크림을 다시 살 돈이 없다는 걸 생각중이었어.
M: ...Um, Yeah, 네, 그렇군요. 아이스크림 빌런이요?
P: 그냥 아이스크림.
M: Oh-, 알겠어요. 아이스크림, 그냥- 아이스크림.
피터비랑 마일즈 둘이서 사건없으니까 어색하게 앉아있다가 피자이야기로 싸우는거 보구싶다.
P: 내 차원에선 뉴욕 최고의 피자가게는 퀸즈에 있어.
M: 여긴 다른가 보죠. 뉴욕 최고의 피자가게는 브루클린에 있어요.
P: Hey, Kid. 분명 퀸즈의 그 가게가 최고일거야. 나는 더 오랜시간을 피자와 함께했어.
M: You're old. 그건 old한 방식의 피자가 분명할 거예요.
경력 22년의 스파이더맨이 선정한 뉴욕최고의 피자 리스트
M(브루클린): 그의 선택은 old하다. old man의 정의는 믿을 수 없다. 그가 브루클린에 와본 적도 없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
P(퀸즈) : Amazing한 선택이다. 그의 활동을 예전부터 보아왔지만 역시 친절한 이웃이라 할 만하다. 나는 예전부터--(중략)--- 피자는 퀸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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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런 피터&피터비
SPIDER-MAN
2019. 5. 12. 02:05
트위터에서 짖은 빌런 피터와 마일즈 썰 타래와 아무말 모은거.
빌런 피터와 히어로 마일즈
M: 당신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요, 피터.
P: 돌아가, kid. 마지막 기회야.
M: 아직 늦지 않았어요! 지금이라도 돌아가면...!
P: 이제 돌아갈 곳은 없어. 너무 늦었어. M: 스파이더맨은 친절한 이웃이잖아요!
P: 이젠 아냐. 마일즈, 나는 이제..
M: 내가 아는 피터 파커는 언제나 옳은 선택을 했어요. 큰 힘에는- 언제나 큰 책임이 따르잖아요.
P: 이게 그 결과야. 모든 걸 잃었지.
M: 스파이더맨!
P: 너까지 죽이고 싶지 않아.
M: 그건 저도 마찬가지예요. 스파이더맨, 돌아와요.
P: 더 이상은 아니야. 스파이더맨은 너 밖에 없어.
M: 구한 사람들을 생각해봐요. 그 때의 스파이더맨은..!
P: 더 이상 스파이더맨은 없을 거야. 남아 있는 유일한 스파이더맨도- 곧 사라질 테니까.
M: 싸우고 싶지 않아요.
P: 알아. 널 집으로 돌려보낼거야. 내가 줄 수 있는 마지막 교훈이야, 스파이디. 친절한 이웃은 언제나 짓밟힌다.
M: 그래도 일어설거예요. 내가 아는 스파이더맨은 늘 그랬으니까.
P: 아플거야.
M: 당신도요. 나도 진심이에요. 내가 존경했던 영웅을 잃어버리다니-!
P: 언젠가 나를 이해할거야, 스파이디.
M: 나는 다를 거예요. 나는.. 뉴욕의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이니까.
빌런 피터와 히어로 마일즈2
M: 당신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요, 피터. 아직 늦지 않았어요.
P: 죽이지 않으면 언제든 다시 일어설거야. 늘 그랬듯이 말이야. 다치게 한다? 아니 그 이상이 되어야지. 나는 죽일 각오로 서 있어.
M: 늘 옳은 것을 택해야한다고, 당신이- 가르쳐줬잖아요!
P: 그래, 그랬지. 그리고 지금은 이게 옳아. 많은 사람이 다치는 일이지만, 희생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
M: 한 명이라도 많은 사람을 구하던 스파이더맨이잖아요!
P: 그래서? 무언가 나아졌어? 마일즈, 생각해봐. 많은 사람을 구해도 결국 우리 손에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너도 겪었잖아.
M: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는 법이에요, 핕.
P: 그 책임을 다 하기 위해서 이걸 택한거야.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거지. 필요없는 것은 버리고, 필요한 것만 남겨서. 마일즈, 나는 네가 이해해줬으면 해.
M: 이해하고 싶지 않아요. 내가 아는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는 이런 사람이 아니었어요.
P: Yep, 그렇겠지. 나는 변했으니까. 이건 긍정적인 거야. 우리를 위해서.
M: 우리요? 그 안에 나를 넣지 말아요.
P: 내 후배니까, 기회를 줄게. 마일즈, 지금이라도 마음을 바꿔. 선택의 기회를 주는거야. 어떤 것이 너에게 더 좋은 것이 될지, 너의 소중한 사람들을 위한 선택이 될지 잘 생각해봐.
M: 나는 절대로, 스파이더맨이기를 포기하지 않아요. 도망치지도 않을 거구요.
P: 그래, 네 마음은 충분히 알겠어, 마일즈.
M: 피터..
P: 죽일 각오가 아니라면 내 앞에 서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스파이더맨.
+ 마일즈라고 부를 때와 스파이더맨이라고 부를 때가 다른 피터 보구싶다..
+ 다들 빌런피터와 마일즈의 갈등을 파주세요.. 마일즈를 회유해서 가급적 다치게 하고 싶지 않는 피터와 스파이더맨을 죽일 수는 없는 마일즈 사이의 갈등 같은 느낌 넘 좋다.. 맛있어요.. 흑흑..
- 피터가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돌렸다면 빌런이 되었을까. 너희가 나를 몰아 넣었어, 너희 때문에 내 주변 사람들이 다치지. 나는 책임을 다 하려고 했어. 그러지 못하게 한 건 너희야. 라는 느낌 보고싶다.
- 빌런 스파이디.. 영웅이던 피터가 빌런빔 맞아서 빌런화되어도 하는 나쁜짓이라고는 사람들이 못지우는 높은 곳에 낙서하기, 거미줄 아무곳에나 쏘고 다니기 정도일 것 같은데.. 처음부터 빌런 전향이었다면..?
- 피터가 빌런되면 뷰글 건물부터 터뜨릴 것 같다
- 피터가 빌런되어도 뭔가 마일즈는 못죽일 것 같다는 그런 생각이 있다.. 그것까지 포기하면 진짜 최악의 빌런 탄생이 아닐까.
- 빌런 피터에게 "당신을 다치게하고 싶지 않아요, 스파이더맨."이라고 하는 마일즈랑 "이젠 아냐, 스파이디."하고 대답하는 피터.
- 피터가 영웅이기 때문에 소중한 걸 잃고 빌런이 되길 택하면 더 이상 스스로를 스파이더맨이라고 부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있다.. 스파이더맨은 늘 친절한 이웃이어야하니까. 피터 파커와는 다른 선하고 강한 영웅이라는 스스로의 고정관념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
- 빌런 피터와 이번에는 착한 놈이 되보자고 하는 웨이드. 잠시 정신 나간 착한 히어로를 지나가던 조금 나쁜 사람이 정신치리게 해주는 거지. 이미 결말은 지어졌어. 이번에는 너도 나를 칭찬해줄 수 밖에 없을 거야, 웹스! 라는 데드풀. 머리만 남은 웨이드에게 이게 결말이야, 웨이드. 라고 말하는 피터.
- 자꾸 빌런 피터가 보고 싶다. 늘 짖지만 보고 싶다.. 그리고 빌런 피터를 억지로 맡게 된 마일즈.. 같은 슾디니까 네가 잘 설득해봐, 식으로 밀려 나와서 피터랑 마주보는거 보고 싶다.
-이렇게 짖으면 누군가가 만들어 주실거라고 믿는다. 빌런피터와 히어로 마일즈. 모종의 이유로 사람들을 구하는 것을 그만두고 없애는 쪽을 택한 피터와 그것을 막아야하는 마일즈 주세요. 아직 피터에게 선량함이 남아 있다고 믿고 있어서 죽일 생각도 없이 기절만 시켜서 다시 스파이더맨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마일즈와 이미 선량함은 버렸고, 책임감을 사람들을 죽여서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피터. 넘 최고 맛있다. 이야기로 풀고 싶어하는 마일즈, 가급적 후배는 죽이고 싶지 않지만 필요하다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피터.
피터를 여전히 존경하는 채로 그를 설득하려고 하지만 제대로 되지 않는 마일즈가 보고 싶다. 정의는 언제나 달라질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피터를 설득하려고 피터가 해주었던 이야기나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지만 설득이 되지 않고 죽이거나 해야하는 상황에 닥쳐버린 마일즈.
- 빌런 중에 자기의 이득 때문이 아니라 정의를 위해서라고 말하는 빌런도 많으니까 피터도 눈만 돌리면... 내 탓을 남탓으로 돌리는 순간, 가능하지 않을까.
- 조종당해서 빌런인게 아니라 스스로 빌런이 된 피터 너무너무 좋을 것 같다.. 흐흑.. 소중한 사람을 잃어서 더 이상은 그런 일이 반복되면 안된다고 생각하게 된 스파이더맨.
빌런 피터비와 히어로 마일즈
1. 빌런피터비가 마일즈 어깨 가볍게 발로 밟는거 보고 싶다(쓰레기) 피터비 덜 다치게 하려고 하다가 자기가 제대로 맞은 마일즈가 바닥에 쓰러져 있으니까 다가가서 손내미는 듯하다가 어깨 가볍게 밟으면서 "네가 변하지 않는 한 나도 안변해, 마일즈."하고 웃어주고 가는거 보구싶어
2. 피터비를 원래대로 돌려보겠다는 마일즈의 시도가 헛수고로 돌아가는 것들이 보고 싶다. 그래도 사고치지 않고 어울려주는 피터비도 좋고. 조금 터프해졌을 뿐이라고 여전히 돌아올 수 있는 여지가 많다면서 다른 히어로들 설득하는 마일즈와 너도 알잖아, 하고 말하는 피터비가 너무너무 보고파
3. 피터비를 자신이 죽이거나 죽게 두고 싶지 않은 마일즈와 마일즈에게 기회를 주면서 어울려주는 빌런 피터비. 마일즈는 피터비를 살려두기 위해서 애쓰고 피터비는 마일즈를 회유하기 위해서 어울려주는 느낌이 좋다. 다른 이들은 가차없이 때리지만 같은 거미들에게는 상냥한 피터비..
4. 빌런인데 정의로운(본인이 생각하기에) 빌런? 그런 느낌의 피터비가 보고 싶다. 검정슈트도 아니고 그냥 빨파 보통의 친절한 이웃의 슈트를 입고 친절하지 않은 일을 하는 피터비. 자기이득을 채우기보다는 평화로운 뉴욕을 위해서 작은 죄를 지은 사람도 용서하지 않는 이웃이라는 느낌이려나.
+1. 피터비 어깨 붙잡고 돌아와달라고 울면서 부탁하는 마일즈 보고 싶다
+2. 당신을 다치게하고 싶지 않아요. 스파이더맨이니까. 피터 파커니까- 그러고 싶지 않아요. 더 이상 스파이더맨을 잃을 수 없어요, 피터. 하고 어깨 붙잡고 피터비 가슴팍에 이마대고 울면서 말하는 마일즈가 보고 싶어. 그리고 무감각한 얼굴로 그냥 가만히 놔두는 빌런전향한 피터비.
- 피터비가 빌런한테 조종당해서 마일즈가 피터비랑 대치하고, 결국 무력으로 피터비 잡는거 보고 싶다. 마일즈가 결국 피터비를 크게 치고, 피터비가 멍든 얼굴로 웃으면서 죽여달라고 하는게 보고 싶어져버렸어. 그게 조종당해서 떠보는 말인지, 본인이 품고 있었던 진심인지 알 수 없는거.
- 빌런 피터비.. 빌런이라기보다 과격하게 변한 느낌이지만, 그런 피터비 보구싶다. 기회를 줘도 변하지않아, 라고 생각해서 이젠 죽이기로 한 스파이더맨. 자신을 손가락질하고 분노하는 시민에게 변명하지 않고 힘으로 보여주는 피터비.
- 차원이동이 가능해지고 피터B를 보러간 마일즈가 마주한 게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무너진 건물들, 그리고 그 사이에 서 있는 피터B였으면 좋겠다. 처음에는 사람들을 구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구경하고 있는 듯 보여서 "피터?"하고 부르는 마일즈. 피터B는 빌런이 되기로 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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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DER-MAN
2019. 5. 12. 01:05
그런 생각을 해본 적 있어. 내가 방사능 거미에 물리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딱 그 정도의 상상을 말이야. 엄청난 변화처럼 보일 수도 있고 그냥 사소한 변화로도 생각할 수 있을 거야. 피터 파커가 그 박람회에 가지 않았다면 어떤 미래가 있었을까 하는 그런 상상정도야 할 수 있는 일이잖아. 박람회를 갔더라도 갑자기 배가 아파서 뛰쳐나갔을지도 모를 일이잖아. 굳이 피터 파커가 아니었더라도 이 자리에는 누군가가 스파이더맨으로 채워주었겠지. 스파이더맨이 된 것은 내 의지였을까? 아니면 이것조차도 운명의 거미줄이라는 것의 일종이었을까. 가끔 내가 아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하곤 해. 그냥, 과학이나, 뭐 그런 걸 제외하고 말이야. 운명의 거미줄이니 몰런이니 하는 것들은 솔직히 과학으로는 생각하기 힘든 것들이 대부분이잖아. 토템? 신부? 제물? 도대체 내 삶을 엉망으로 만든 그 방사능 거미가 그냥 거미였을까? 수많은 질문들 앞에서 나는 가끔 아찔해진단 말이지. 과학자로서-지금은 연구소에 있지도 않지만 그랬던 사람이니까- 답을 아직도 모르겠어. 닥터 스트레인지가 있는 마당에 무슨 고민인가 싶긴 하지. 그냥, 내가 방사능 거미에 물리지 않았더라면 파커럭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두 앗아가려 들지는 않았을 거라는, 그런 상상이야. 바보 같은 상상이지.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벤 삼촌의 그 말을 나는 싫어하지 않아. 좋아하지. 그리고 언제나 내 가슴에 새겨두고 멈춰 서려고 할 때마다 그 말을 떠올려. 내 삶은 책임으로 가득 차 있어.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해주지 않는다 해도 나는 책임을 지는 것을 포기할 수는 없어. 스파이더맨을 포기한다는 건 피터 파커가 벤 삼촌을 죽게 내버려두었던 순간을 무한히 반복하는 짓이야. 정확히는 벤 삼촌을 죽인 강도가 지나쳐가는 것을 그저 내버려두었던 그 순간에 영원히 갇혀 있다고 해야겠지. 스파이더맨과 피터 파커의 실수. 그걸 만회하기 위해서 나는 달려왔어. 온몸이 부서져서 움직이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분명 있었지. 아무리 방사능 거미에게 물린 사람이라지만 나는 결국 사람인 걸. 건물 잔해에 수없이 깔려서 수없이 일어났지만 그럼에도 가끔은 그 안에서 포기라는 단어를 곱씹곤 하는 거지. 몸을 깔아뭉개는 뉴욕 덩어리들이 내게 바보 같은 스파이더맨이라도 말하는 거야. 조나 제임슨이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스파이더맨은 광대다!’하며 내 몸을 짓누르는 거지. 그 아래에서 갈비뼈가 나가기도 하고 팔이나 다리가 부서지기도 할 거야. 어쩌면 장기가 눌렸을지도 모르지. 그리고 그 때는 포기하자라는 말이 혀 위를 굴러다니는 거야. 그냥 내뱉으면 되는 일이지. 이 순간에 내가 포기해도 죽는 사람은 없으니까. 스파이더맨을 빼고는 누구도 죽지 않는다면 괜찮지 않겠느냐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뒤죽박죽이 되어버려. 나는 이것들을 들어올리기에는 너무 지쳐 있는 걸. 이제 그만 쉬어도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들이 그나마도 일어설 힘들을 가져가버리니까 결국 누워버리는 거야. 스파이더맨이었다면 그대로 누워서 죽을 때를 기다렸겠지.
마스크를 벗으면 그 아래는 피터 파커야. 피터 파커와 스파이더맨, 참 이상한 조합이지만 결국은 같은 사람이지. 피터 파커는 그 아래에서 멈춰 서서는 안 된다고 말해. 아직도 구할 사람이 너무도 많은 걸. MJ를 생각하고-상황에 따라 다를 수도 있겠지만- 메이 숙모를 생각하고, 그리고 벤 삼촌을 생각해. 피터 파커가 사랑하는 사람들. 그러면 다시 힘이 생기는 거지. 결국 그 뉴욕 덩어리들에서 나오면 다시 싸우는 거야. 시민들을 지키기 위해서,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그냥 이런 나날들의 반복이지.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자주 그랬던 것 같아. 죽을 위기에서 겨우 벗어나도 다시 그 위기로 몰아넣는 삶이지. 온몸으로 사람들을 지켜낼 수 있다면 괜찮은 조건이 아닐까. 하느님 듣고 있죠? 그러니까 다음 삶에는 기왕이면 방사능 톰 크루즈에게 물리게 해주세요. 그 정도는 괜찮잖아요!
나는 피터 벤자민 파커야. 그리고 스파이더맨이지. 당신의 친절한 이웃이기도 하고, 어메이징하기도 하지. 내 삶을 이렇다 저렇다 정리할 수는 없어. 내가 생각해도 내 이야기는 엉망으로 꼬여 있거든. 그냥 중요한 무언가를 중심에 두고서 힘차게 달릴 뿐이야. 멈춰서기도 하고, 어릴 적에는 슈트를 쓰레기통에 처박아두기도 했어. 하지만 지금은 이런 삶도 나쁘지 않다는 걸 알았어. 사람들을 돕고, 인사를 건네는 일 말이야. 안녕하세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당신의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입니다.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는 걸. 나쁜 놈을 때려잡아서 경찰에게 넘기는 일도 있지만, 본질은 그냥 친절한 이웃이야. 너의 친절한 이웃이지. 인사를 건네고 농담을 하고 내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달려갈 거야. 방사능 거미에 물려서이기도 하지만, 아니기도 해. 그냥 피터 파커였어도 나는 그렇게 했을 거야. 나는 두 분에게 이렇게 배워왔으니까. 그분들을 위해서라도 나는 그렇게 살기위해 노력할 거야.
자, 다시 처음 이야기로 돌아갈게. 나는 가끔 내가 방사능 거미에 물리지 않았더라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고민해. 답은 늘 정해져 있지. 힘이 없는 피터 파커도 늘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 노력할거야. 소매치기에게 덤벼들었다가 얻어맞기도 하고, 주차요금을 대신 내줬다가 경찰에게 체포되기도 하겠지. 벤 삼촌이 곁에 계시다면 정말로 행복하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메이 숙모가 곁에 계신 걸. 거미에 물렸다고 해서, 그리고 물리지 않았다고 해서 내 삶이 흔들리진 않았을 거야. 나는 그렇게 믿어. 과학적으로도 분명히 그럴 거야. 과학적으로라는 말을 붙이면 굉장히 논리적으로 보이지 않아? 그러니까 이건 사실이라는 말이야. 나는 스파이더맨이고, 피터 파커야. 그러니까 나는 늘 누군가를 돕는 데에는 주저하지 않을 거야. 그게 내 삶의 방식이니까. 그 결과가 나를 짓누른다할지라도 나는 노력하는 걸 멈추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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